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27
27화
지선의 활솜씨는 대단했다. 좀비놈들이 여섯이 있었는데, 그중의 네놈은 한발에 명중시키고, 나머지 둘도 두발째에는 명중을 시켰다. 말할 것도 없이 모두 머리에 맞고 놈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이야~ 대단하구만. 지선양.”
“에이~ 뭘요. 이렇게 안전한 장소에서 쏘는거야. 어려울 것 없죠.”
“아냐. 대단해.”
“히히”
칭찬을 해주니, 기분은 좋은 모양이다. 해맑게 웃는 모습이 천상 여대생모습이다. 어찌 됐든 이제는 나가서 화살을 회수해 올 차래였다.
“휴. 한시름 놨네요. 그럼. 내려가 볼까? 영감님 부탁드릴께요.”
“걱정말게. 잘 안내해 줄테니.”
나는 영감님에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우선 나가게 되면 특별한 일이 없으면 놈들과 마주치는 일은 없을꺼야. 넌 옥상의 영감님을 계속 주시하면서 방향을 말해줘. 내가 주위를 살피면서 전진할테니까. 그러면 너도 날 따라 오는거야. 알았지?”
지선에게도 말을 대략적인 계획을 먼저 일러두었다.
“알았어요.”
지선도 어렵지 않은 일이기에 쉽게 대답했다. 둘은 영감님을 옥상에 남겨두고 아래로 내려왔다.
“후~ 준비됐어?”
출입문 앞에 쇠봉을 한번 내려다보고, 허리띠에 끼여있는 권총도 확인을 했다. 그리고서 지선에게 물었다.
“예.”
지선은 양손에 활과 화살을 들고서 시위를 당기지는 않은 채로 대답을 했다. 대답을 듣고서, 나는 그녀를 향해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출입문을 열었다.
내가 문을 나와서, 문앞에 세워져 있는 차에 몸을 숨기자, 지선도 얼른 뒤따라 나와서 문을 닫았다. 그리고는, 나를 따라 차뒤에 몸을 숨겼다. 그것을 확인하고, 다시 주변을 살펴보았다.
역시 놈들은 보이지 않았다. 내가 고개를 들어 옥상에 있는 영감님을 보라보자, 지선도 역시 고개를 들었다.
영감님이 열심히 수신호를 하고 있었다.
“저쪽으로 10미터 가량이요.”
지선이 목소리를 낮추고, 손가락으로 한방향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알았어.”
나는 조용히 대답하고, 몸을 최대한 낮춘 채 지선이 가리킨 방향으로 이동했고, 지선도 그런 나를 잘 따라왔다. 어느 정도 이동을 하자, 인도와 도로 경계에 쓰러져 있는 놈이 보였다.
그 주위로는 놈을 숨길수 있는 것이 없어서, 나가기 전에 주위를 다시 한번더 살폈다. 놈들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재빨리 놈에게 다가갔다.
내가 주위를 살피고 있으니, 지선이 다가와서 화살을 잡고는 뽑아 들었다. 역시 스포츠용도의 화살이다보니 화살촉은 뾰족하기만 할뿐이라 쉽게 뽑혔다.
지선은 뽑아낸 화살을 허리춤의 전통에 넣고는, 다시 영감님을 바라 봤다.
“저쪽으로 7미터요.”
같은 방법으로 우리는 역할을 분담해서 화살을 회수할수 있었다. 놈들도 눈에 띄지 않았기에 어려울 것은 없었다. 그렇게 마지막 하나가 남았다. 우리는 영감님의 신호를 다시 보고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대략 10미터쯤 거리가 남았을 때였다.
“캬~~악!!!”
전방을 살피면서 이동하는데 갑자기 뒤에서 놈들의 그 소름 돋는 괴성이 들려왔다. 깜짝 놀라 뒤를 바라보니, 이동중인 지선의 옆으로 좀비놈 하나가 바닥에 엎드려 기어나오다가 지선을 발견한 듯 했다.
저런놈들이 위험 한 듯 했다. 시야에 잘 잡히지 않고, 물론 도망을 가면 저런 놈은 쫓아 오지는 못하지만, 저 괴성을 듣고 주변에 다른놈을 불러 들일 수가 있었다. 그렇다고 저런놈을 쉽게 생각했다가는 당할 수도 있었다.
빨리 저놈을 처리하기 위해서 놈에게 달려드는데, 지선의 생각지 못한 반응이 나보다 먼저였다. 지선은 놈의 괴성에도 전혀 놀라지 않고, 놈을 향해서 다가가며 손에 들고 있던 화살을 쭉 앞으로 뻗었다.
푹!
그녀의 손에 들린 화살은 정확히 놈의 눈을 파고고서도, 깊숙이 들어갔다. 나는 다가가려다가 놀란 눈으로 지선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놈이 동작을 멈추자, 박혀있던 화살을 뽑아서는 묻어 있는 이물질을 주변의 풀로 닦아 내었다. 그리고, 이동하기위해 고개를 들다가 나와 시선이 마주쳤다.
“이정도도 대처 못하면, 혼자 여태까지 살아 남지 못했죠.”
지선은 멋쩍은 미소를 짓고는 낮게 이야기했다. 대단했다. 눈하나 깜빡하지 않고, 순식간에 놈을 해치워 버렸다.
“정말 대학생 맞아?”
놀란 나머지 빨리 이동해야 한다는 생각도 못한채, 낮게 이야기했다.
“처음부터 이랬던건 아니예요. 뭐. 살려니 어쩔수 없었죠. 우선 움직이죠. 여기 있어봐야 좋을게 없을 것 같은데요.”
“아. 그래. 이동하자. 잠시 좀 살펴보고. 넌 영감님좀 다시 봐. 다른 신호 있나.”
주변을 살펴봤지만 역시 다른놈은 보이지 않았다. 놈의 소리를 듣고 멀리서 다가오는 놈이 있을수도 있기에 안심을 할 수는 없었다.
“영감님도 저놈 소리 들었는지. 괜찮다는 뜻인거 같은데요. 머리위로 동그라미를 그리시네요.”
“좋아. 계속 가자.”
우리는 그렇게 마지막 화살까지 회수해서 다시 공장으로 돌아올수 있었다. 공장으로 돌아온 우리는 잠시 개인시간겸 휴식 시간을 가졌다.
지선은 일단 딱히 쓸만한 공간이 없어서, 주방에 자리를 잡았다. 잠시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저녁시간이 되어서 우리는 다시 한자에 모여 식사를 하고, 사무실에 다시 자리를 잡았다.
“지선이 너, 우리랑 같이 지내자. 오늘 밖에서 놈들 처리하는거 보니까. 대단하던걸. 어차피 혼자서 돌아다니면 위험하기만 할뿐이고, 어딜 간다고 해서, 특별히 더 안전할 것 같지도 않은 세상이니까. 어때?”
나는 낮의 밖에서의 경험 때문에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저 정도라면 얻기 힘든 원군이었다.
“저도 낮에 좀 겪어 보니까, 꽤 그럴듯한 곳인거 같네요. 두분도 뭐 이상한 분들은 아닌거 같구요. 좋아요. 저도 여기서 지내는 걸로 하죠.”
“허허. 좋구만. 잘지내보세.”
영감님도 그제사 웃음을 지으며, 인사를 건냈다.
“잘생각했어. 잘해보자.”
“뭘요. 잘부탁드려요.”
“저기 그러면 숙소를 다시좀 정리해야 될 것 같은데… 공장이다 보니 침구류가 많은것도 아니고, 빈공간이야 작업장 같은곳도 있고, 많지만 말이야.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우선은 영감님에게 의견을 물었다.
“글쎄. 지금까지는 자네와 나. 둘뿐이다보니 별 문제가 없었는데, 지선양이 들어오면 좀 변화를 주는게 맞겠지. 여자를 맨바닥에 재우는것도 아닌 것 같고말이야.”
“아. 저 맨바닥에서 자진 않을거 예요. 저번에 들렸던 집에서 침낭이 있길래 하나 챙겨 왔거든요. 가지고 온 배낭안에 먹을거리 몇가지랑, 그 침낭하나 달랑 들어있어요. 잘때는 그거 꺼내서 잘려구요.”
“음… 어쨌든 너무 여기저기 나뉘어서 자는것도 안 좋을 것 같은데… 혹시 무슨일이 벌어졌을 때 대처하기 힘들꺼 같아. 좋아. 그럼 오늘은 할수 없이 그냥 있던대로 지내고, 내일 짐을 좀 정리하죠. 사무실로 쓰던 곳은 책상들 다 1층으로 옮기죠. 그렇게 공간을 좀 만들고 거기서 영감님이랑 제가 지내고, 지금 제가 쓰던 방을 지선이 쓰도록 하죠. 어때요?”
침대가 있는방은 왠만하면 계속 쓰고 싶었지만, 영감님이랑 계속 지내면서 조금 미안한 감도 없잖아 있었던 터에, 차라리 여자에게 양보하는게 나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라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면, 조금이라도 더 애착을 가지고 여기 머물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있었다. 그만큼 지선은 여기 잡아두고 싶었다.
“나는 찬성이네. 책상들 드러내면 좀 널찍하게 쓰겠구만. 하하.”
“그방 보니까 침대까지 있는거 같던데, 차라리 영감님이 그 방 쓰시는게 좋지 않겠어요?”
“아니야. 그 방은 좁아서 여러명 쓰긴 힘든 방이야. 그런데 그 방을 내가 쓰면, 자네들이 지내기 좀 불편하지 않겠나? 동철군 말대로 그 방을 지선양이 쓰고, 나와 동철군이 함께 지내는 것이 나을 듯 하구만.”
“저는 사실 영감님 보다는 지선이랑 한방 쓰는게 더 좋은데 말이죠. 하하. 농담이예요. 농담.”
“허허. 미안하구만. 허허. 어쨌든 그렇게 하세. 내일은 이 안에서 힘을 좀 써야겠구만.”
“예. 그럼 다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났네요. 푹들 쉬세요.”
서로 인사를 나누면서 각자의 침실로 돌아가 오늘 하루를 마감했다. 지선의 합류. 굉장히 힘이 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영감님과 단둘보다는 아무래도 여대생의 합류는 반길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