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31
31화
나와 지선이는 다행히 무사히 공장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영감님에게는 어떻게 하다보니 둘이 사귀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영감님은 이런 세상에서 청춘남녀가 만난다는 것이 힘들 수도 있는데, 잘되었다며 축하해주었다.
이후로 며칠의 시간이 흘렀지만, 공장에 있는 세명의 일상은 지루함의 연속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아침식사를 하고, 세명이 함께 옥상으로 올라간다.
그곳에서 지선이 하루 동안 공장주변으로 모인 한둘의 좀비를 처리한다. 그러면, 나와 영감님이 공장밖으로 나가 지선의 수신호를 보면서 화살을 회수해 온다. 그 이후로는 딱히 할 일이 없었다.
나와 지선이는 주로 옥상에서 시간을 보냈다. 물론 사귀기 시작한지 며칠 되지 않은데다가, 함께 생활을 하다보니 중간중간 찐한 애정표현은 당연한 것이었다.
어찌보면 사귄다기보다는 신혼부부에 가깝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신혼부부와 함께 사는 시아버지정도?
영감님은 아직까지 놈들을 직접 처리해 본적이 없어서 그런지, 조금은 불안해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공장의 공구나 기계를 분해하거나 해서, 무기로 쓸만한 것들을 이것저것 꽤나 많이 만들고 계셨다. 처음에는 나나 지선이는 영감님의 그런 작업을 알지 못했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서 알게 되었고 우리 역시 그 작업에 동참하게 되었다.
“영감님. 준비 다 되셨어요?”
“그럼. 준비는 다 마쳤네.”
나와 영감님은 밖으로 나갈 준비를 마치고, 현관 앞에서 마주했다. 계절이 늦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들고, 조금씩 선선해지면서, 침구류나 조금 두꺼운 옷들을 챙겨오기 위해서였다.
공장이다보니 난방이 형편없었다. 벽으로 전기 히터가 몇 개씩 붙어 있긴 했지만,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지금에는 있으나 마나한 물건이었다.
“밖은 이상없어요. 무사히 다녀오세요.”
옥상에서 지선이가 우리를 향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공장을 비우기는 아무래도 조금 꺼려졌고, 저번에 지선이가 나갔다 온것 때문에 이번에는 영감님의 주장에 지선이가 남기로 했다.
대신 소음기 덕에 옥상에서 연습 사격이 가능했던 권총을 지선이에게 한정 넘겨 주기로 했다. 총알 개수 때문에 많은 연습을 할 수는 없었지만, 양궁을 하는게 사격에도 어느정도 영향을 주는지 썩 나쁘지 않은 사격실력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소총은 영감님과 내가 한정씩 가지고 나가기로 했다. 또한, 남은 권총 한정은 내가 가지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소총과 권총 각 한정씩은 다른 사람에게 줄 생각이 없었다. 나머지를 나누다 보니, 영감님은 소총을 쏴본 경험이 있으니 소총을, 지선이는 그나마 연습을 할수 있어서 권총을 주었다.
“다녀올께!”
“지선양, 집 잘 지키고 있게나.”
영감님과 나는 한마디씩 인사를 하고, 공장을 나섰다. 목표로 하는 물품이 가정집이라야지 구할 수 있을듯해서, 적당한 집을 찾기 위해서 한동안을 돌아다녔다.
“동철군.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나도 놈들을 처리 해봤으면 하네. 자네도 알다시피 나는 아직 놈들을 처리해본 경험이 없네. 뭐 상황이 꼬여서 자네와 내가 모두 놈들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차피 놈들을 처리하겠지만, 그게 아니라 한놈 정도만 발견하고, 대비할 시간이 있다면, 내가 처리할수 있도록 해주게. 그런 경험이 있고 없고는 차이가 많을 것 같아서 말이네. 정말 긴박한 상황일 때 실수 하지 않으려면 필요한 과정일 것 같네.”
영감님이 각오를 단단히 했는지, 내게 특이한 부탁을 해왔다.
“그렇네요. 영감님이 여태 놈들을 직접 처리하신 일은 없네요. 어차피 한번은 겪을 일이긴 하죠. 오늘도 상황이 어떻게 풀릴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죠. 그 긴박한 상황이 오늘 닥칠수도 있는 거구요. 솔직히 놈들을 상대로 어떤 상황을 인위적으로 만든다는 계획은 사치일수 있어요. 음… 그럼 이건 어떠세요? 영감님이 이번에는 앞장을 서시는 거예요. 최대한 서포트 해드리죠.”
“음… 앞장을 선다라… 조금은 부담이 되기는 하지만, 언제까지 자네만 앞으로 나서라고 하기도 미안한 노릇이긴 하지. 음… 좋네. 이번에는 내가 앞장을 서는 것으로 하지.”
“오~ 영감님. 각오 단단히 하셨나 보네요. 알겠어요.”
영감님이 처음 나와 만날 때 이후로는 일부러 놈들에게서 도망가거나 한적은 없지만, 확실히 놈들을 상대해볼 기회가 없었다. 각오를 하고, 물품을 구하러 나와 본적은 있지만, 그것과 실제로 놈들을 상대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영감님이 경험이 늘어나면, 나에게 득이되면 되었지, 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영감님이 오늘의 탐색을 리드하는 것으로 하고, 한동안을 두리번 거리며 타겟으로 할만한 곳을 찾으며, 이동을 했다.
“저기 저 집이 괜찮을 것 같구만.”
주변에 놈들이 보이지 않는 와중에 쓸만한 집이 나오자 영감님도 나에게 바로 알려왔다. 우선 들어가서 쓸만한 물건들이 눈에 띄면, 옮겨야 할 물건들이 부피가 꽤 될것 같기 때문에 최대한 집에 가깝게 차를 주차시켰다.
“우선은 놈들은 보이지 않네요. 이번에는 말씀 하신대로 영감님이 앞장을 서서 가시죠.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지만, 놈들이 지금 보이지 않는다고, 너무 방심하지는 마세요. 놈들 어디에 조용히 있다가도 뭔가 놈들 구미를 당기면, 미친 듯이 달려드니까요.”
“걱정말게나. 후~”
“가시죠.”
영감님과 나는 숨을 가다듬고, 차에서 내렸다. 영감님도 차에서 내려서는 빠루를 양손으로 잡고서 주변을 잘 살피는 것 같았다.
만약 내가 빠루를 쓴다면 휘둘더서 꺽인 부분으로 놈들의 머리를 노릴텐데, 영감님의 자세로 봐선 꺽인 부분을 손으로 잡고 있는 것이, 아마도 내가 손잡이로 쓰려는 부분으로 놈들의 머리를 찌르려는 것으로 보였다.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영감님 나이도 있고 하니, 휘두르고 하는 것이 반응속도 같은 것이나, 악력 같은 것 때문에 문제가 될수도 있을 것 같기도 했다.
나름 고민을 많이 한것 같았다.
쇠봉을 들고서 주위를 살피며 영감님 뒤를 따라갔다.
영감님이 대문옆으로 기대는 것이 보였고, 나도 재빨리 다가가 영감님 옆에 기대섰다. 내가 영감님의 옆으로 다가가자 영감님이 바로 대문의 창살틈 사이로 안을 확인 했다. 그리고는 나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외진 마을이라 주변에 가게같은 것이 많지는 않았지만, 바로 옆으로 집들은 있었다. 어서 담장안을 확인하고 놈들이 없으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좋을듯 했다.
“제가 담을 넘어 들어가서 대문을 열어 드릴께요.”
“알았네.”
영감님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나는 쇠봉을 허리춤에 꽂고는 담장을 넘고 있었다. 혹시나 숨어 있는 놈이 있을수도 있기에 곧바로 쇠봉을 뽑아 들고 주변을 살폈지만, 놈들은 없는 것 같았다. 집 안은 어떨지 모르지만, 일단 여기까지는 깨끗한 모양이었다.
얼른 대문을 열어 영감님이 들어올수 있도록 하고, 다시 대문을 닫았다.
다시 영감님이 앞장을 서며, 담장 안 곳곳을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역시나 깨끗했다.
“휴~ 일단은 여기는 안전한 모양이네요. 집안으로 들어가 보죠. 조심하세요.”
나는 목소리를 최대한 낮춰서, 영감님에게 말했다. 영감님은 전과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영감님은 현관문으로 천천히 다가갔고, 나는 그런 영감님을 뒤따랐다. 영감님이 현관문에 도착해서 현관문을 여는데 문이 열려버렸다. 잠겨 있지가 않은 것이었다.
천천히 문을 완전히 열어 놓고, 영감님과 나는 각자의 무기를 고쳐 잡았다. 긴장감도 배가 되었다. 건물안으로 들어오자 나는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건물안에만 들어오면 이상하게 더 긴장되었다.
영감님이 열린 문으로 들어서기 위해서 몸을 틀었다. 나는 영감님의 뒤를 따라 가려는데, 영감님이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를 않았다.
“왜 그러세요? 무슨일 인데요?”
궁금증에 낮은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저… 아니 직접 보게나.”
영감님이 대답했고, 나는 몸을 돌려 안을 들여다 보았다. 그리고, 내가 본 광경은 나를 허무하게 만들었다. 집안은 그야 말로 난장판이었다. 온갖 물건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젠장. 털린 집인가 보네요. 아놔! 그래도, 혹시 모르니 좀 둘러보죠. 우리가 필요한건 침구류랑 옷이니까요. 식량거리나 다른걸 털어갔을 수도 있는거니까요.”
“그러세. 들어가세. 그래도 완전히 긴장을 풀지는 않는게 좋겠군.”
들어올때와 마찬가지로 영감님이 앞장을 서고, 내가 뒤따르면서 집안의 방들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나는 집안에서는 쇠봉보다는 권총이 조금더 효율적일 것 같아서 쇠봉에 준비해온 끈을 묶어서 소총과 함께 등뒤로 매고, 권총을 빼들었다.
먼거리라면 자신 없지만, 이정도라면 지선이와 함께한 연습 때문에 자신감을 가졌다. 첫 번째 방은 역시 엉망진창 이었지만, 놈들은 안보였다.
두 번째 방문을 열었는데, 역시나 안에서는 놈들의 괴성은 들리지 않았다. 그러자, 영감님은 방안을 살폈다.
“동철군!”
방안을 살펴보던 영감님이 나를 불렀다. 나는 무슨일인가 싶어 뒤따라 방안을 둘러보았다.
방안은 역시나 난장판이었지만, 다른 것이 있다면 고등학생쯤으로 보이는 남학생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좀비일까요?”
“글쎄. 잘은 모르겠지만, 좀비놈들이 저렇게 쓰러져 있는건 본적이 없지 않나? 사람들이 처리한 놈들이 아니라면 말이네. 근데 저 아이는 머리가 멀쩡한 것 같구만. 아마도, 사람이 아닐까 하네.”
“음…잠시만요.”
나는 쓰러져 있는 이에게 다가가서 권총을 겨누면서 발로 툭 쳐보았다. 하지만, 반응은 없었다. 다시, 조용히 앉아서 몸을 건드려 보는데,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사람이예요. 살아 있는거 같아요. 온기가 있어요.”
“우선 다른방들을 확인해보세. 사람이 이 안에 있다면 다른 방들 안에 놈들이 있을 확률은 적을 것 같지만, 그래도 확인은 해보세.”
“예. 그러죠.”
방을 나와서 집안의 모든 방들을 확인해 봤지만, 역시 어지럽혀져 있긴 했지만 좀비는 없었다. 영감님과 나는 다시 사람이 쓰러져 있던 방으로 돌아갔다.
“영감님. 깨워 볼까요? 아님 우리가 필요한 것만 챙겨서 나갈까요? 어린 학생인거 같은데…”
“깨워보세. 이 시간에 저렇게 잠들어 있진 않을꺼고. 그리고, 잠들어 있는 거라면, 우리가 이렇게 돌아다니는 소리에 깼을꺼네. 이런 시기에 서로 도와가면서 살수 있다면 그게 좋겠지.”
[너무 이상적인데…]라는 생각을 가기게 하는 이야기였지만, 영감님은 깨워보는 쪽으로 의견을 냈고, 직접 쓰러져 있는 아이를 깨우기 시작했다.
“학생! 이보게! 학생! 학생!”
영감님은 몸을 흔들며 깨우기 시작했다. 몇 번을 불렀지만 대답이 없었다. 확실히 정상적인 상태는 아닌 모양이었다.
“학생! 학생!”
“으윽!”
영감님이 다시 몇 번을 더 흔들자, 쓰러져 있던 남학생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학생! 정신이 드는가? 학생. 일어나보게. 어디 아픈겐가?”
“으윽~ 헉!”
쓰러져 있던 아이는 신음성을 흘리며, 고개를 돌리다가 영감님을 보고는 깜짝 놀라서 몸을 뒤로 빼려 했다. 하지만, 어디가 아픈건지 인상을 찡그리고는 주춤 거렸다.
“윽. 당신들 뭐야! 당신들도 뭐 훔치러 온거지! 시팔!”
도와줄까 하고 깨웠던 사람에게서 아주 재대로 욕을 얻어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