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32
32화
영감님은 쓰러져 있던 남학생의 욕지거리에 당황을 했는지 얼굴이 붉어 지는게 보였다.
“아. 학생. 우리가 필요한 것이 있어서 가지고 갈수 있을까 해서 들어온건 맞지만, 우린 어디까지나 빈집인줄 알고 들어왔다네. 뭘 훔치러 왔다면 자네를 깨우는게 아니라, 그냥 물건만 챙겨서 가져갔지 않겠나.”
“으음. 뭐 그렇긴 하네요. 윽!”
쓰러져 있던 남학생은 영감님의 말을 반쯤은 남득을 한것인지, 얼굴 표정이 조금은 풀어졌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다가는 배를 부여잡고는 다시 쓰러졌다.
“학생. 어디 다친건가? 왜그러나?”
영감님이 그런 남학생에게 걱정스레 물었다.
“으… 얼마전에 왠 깡패들이 여러명 들어왔었어요. 며칠 이 집을 지켜본건지, 제가 집안에 있다는걸 알고 있더라구요. 담을 넘어서 들어와서는 현관문이 잠겨 있으니까, 문 안열면 대문 열어 놓고, 창문 깨놓고, 소란을 피워서 놈들이 몰려 오도록 만들어 버리겠다고 막 협박을 했어요. 근데, 그 소리를 들으니까 바로 창문 넘어에 놈들이 어슬렁 거리기 시작하면, 집안에 식량이 다떨어지면 방법이 없을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너무 무서웠어요. 그래서, 어쩔수 없이 문을 열어 줬어요. 근데 이 빌어먹을 놈들이 들어오더니 집안을 아주 난장판으로 만들더니 음식이란 음식은 싹 쓸어 가버리더라구요. 그래서, 그걸 막으려니까 절 쓰러트리고는 배를 한번 딱 걷어 차더라구요. 그다음은 아파서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것만 기억이 나요. 젠장.”
영감님 말투가 친근감이 든건지, 따뜻하게 물어보는게 마음에 들었는지, 아니면 하소연을 하고 싶었는지. 아무튼 이유는 알수 없지만, 아이는 영감님이 물어보자 아주 장황하게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동철군. 어떤가? 이 아이 우리 공장으로 같이 가는건?”
“예? 뭐… 나쁘진 않겠지만… 저 아이가 그럴려고 할까요? 뭐…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죠. 사람수가 많으면, 그만큼 안전해 질수도 있겠죠.”
내가 동의를 표하자, 영감님은 다시 그 남학생에게 물었다.
“학생. 어떤가? 보아하니 자네 혼자 지내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혼자라면 위험하지 않겠나. 우리와 같이 우리가 지내는 곳으로 가는게 어떻겠나? 여기서 조금 떨어진 공장인데, 꽤 안전한 곳이네.”
“예? 공장이요? 음… 정말 안전한가요?”
“글세… 지금 같은 세상에 완전히 안전한 곳이 있겠나. 하지만, 꽤나 안전한 곳이야. 아무렴 혼자 지내는 것 보다는 여럿이 함께 지내는 것이 좋을게야.”
학생는 조금 고민하는 듯 했지만, 사람과 함께 지낼수 있다는게 마음에 들었는지 우리와 함께 가기로 했다. 그렇게 결정을 하고, 먼저 우리가 챙겨가려 했던 침구류와 옷가지들을 차로 몇 번에 걸쳐서 옮겼다. 아이가 아파하던 것은, 속이 상한건 아닌지, 시간이 조금 지나자 큰 무리 없이 움직일 수는 있었다.
“그러면, 가는동안 소개라도 할까? 나는 최기철이라고 하고, 여기 운전을 하고 있는 청년은 박동철군이야. 자네는 이름이 어떻게 되나?”
필요한 물품들을 다 챙기고서 공장으로 돌아가는 차안에서 영감님이 그 학생에게 물었다.
“예. 제 이름은 김인수이구요. 고등학생이었구요. 하~ 그렇네요. 이젠 고등학생이 아닌게 될수도 있네요. 혼자 지내면서는 그런 생각 못했는데… 영영 이런 세상이라면…”
“영영 이렇기야 하겠는가. 무슨 수가 생길거야 분명히.”
영감님의 저 말은 영감님 자신에게 하는 다짐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인수군 자네는 어떻게 지냈는가? 혼자 지내는게 쉽지는 않았을텐데 말이야.”
“아예. 뭐… 자전거로 외진 곳에 있는 집으로 이리저리 옮겨다니면서 지냈어요. 운이 좋았어요. 처음 들어간 집에서 알미늄 야구 방망이를 하나 구했거든요. 뭐 그것도 어느정도 쓰다보니까 망가져서 못쓰게 됐고, 그래서 그집에서 조금 오래 있었던 거구요. 혼자 있다보니까 사람이 많이 있었을 것 같은곳에는 못가겠더라구요. 그래서, 한적한 집들 위주로 돌아다녔어요.”
“우와. 대단하구나, 너. 고등학생이 아무리 세상이 이래도, 야구방망이로 놈들을 처리하는게 보통 독한 마음 먹지 않으면 쉽지 않을텐데.”
순전히 감탄이라기 보단, 공장에 있는 지선이도 신경쓰이고 해서, 학교다닐 때 영 양아치같은 놈은 아니었는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정신 상태가 영 아니다 싶으면 이놈, 버려야 할지도 몰랐다.
우선 사귀는 여자이기도 하고, 그렇게 활을 잘쏘니 전력적으로도 도움이 엄청나다. 정신나간 고삐리라면 쳐내버려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저놈에게 해코지를 한 놈들처럼 세상이 이렇게 되면서 사람도 그렇게 무조건 믿으면 안될 것 같았다. 일단은 무법천지가 되버린 세상이니까.
“뭐. 처음에는 쉽지는 않았죠. 학교에서 농땡이치는 편이긴 했지만, 사람들 그렇게 치고다니지는 않았어요. 근데, 학교에서 재일 친한 친구놈이 시체들한테 당하는걸 제 눈앞에서 봤거든요. 젠장. 거기다 그 상황에서 제가 할수 있는거라고는 도망치는 것 밖에 없더라구요. 정말 욕만 미치도록 하면서, 그냥 도망쳤어요. 그 뒤에 야구방망이를 손에 넣고 나니까, 그놈들 치는데 꺼려지는게 없더라구요. 그전엔 그냥 막 무섭기만 했는데… 지금도 무섭긴 하지만, 예전만큼은 아닌거 같아요.”
[아직.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정신나간 양아치같은 고삐리는 아닌 모양이네.]“공장에 가면 알겠지만, 공장에 지금 활 잘쏘는 대학생 누나도 한명있어. 그 누나까지 해서 지금 세명이 공장에서 지내고 있고. 주변에 좀비놈들도 많지 않고, 조금씩 모여드는 놈들은 매일 그 누나가 활로 처리하고 있고 말이야. 뭐… 조금 심심한면이 없지는 않겠지만, 위험한건 많이 덜할꺼야. 하기야, 넌 그동안 혼자 지냈으면, 심심한거로 따지면 니가 더 했겠구나. 심심할수도 있다는건 취소. 하하.”
“예. 혼자 지내는 것 보다는 모든게 다 좋을 것 같은데요?”
“그래. 잘 지내보자. 하하.”
[뭐. 썩 나쁜놈 같지는 않네.]“근데, 총은 어떻게 구한거예요? 소총에 권총도 가지고 있는 것 같던데. 근처에 군부대 같은게 있나요? 이근처에는 군부대 없을텐데… 꽤 멀리있는 예비군 훈련장이 있긴 하지만…”
“아. 이 총들. 공장 주변에서 미군들이 지나가다가 놈들한테 당했거든. 그놈들 한테서 수거한거야. 근데 나중에라도 총은 너무 믿지마라. 미군 몇 명이 단체로 저항해도 놈들이 소리듣고 몰려들면 어떻하지 못하더라.
이 총은 그냥 최후의 수단 같은거야. 그도 아니면, 뭐 니가 말한 깡패같은 놈들 한테는 휘협용으로도 쓸수는 있겠다.”
“총소리가 그렇게 커요? 영화에서 보면 그렇게 안큰거 같던데…”
“아. 영화에서 나오는 총소리는 잊어버려. 총소리 엄청 커. 영화에서 나오는 총소리는 실제 총소리에 비하면 장난감 총소리지.”
“그렇구나…”
이런저런 잡담을 하면서 가다보니 어느덧 공장 근처까지 왔다. 이놈이랑 지내면 심심하지는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정도 공장 근처로 왔는데, 공장 앞에 못보던 승합차가 보였다.
“어! 저거 뭐죠? 왠 차가 공장 앞에 있는데요?”
“응? 그게 무슨 소린가? 어디? 어! 정말이구만. 무슨일이지?”
이상했다. 아니 불안했다.
좀더 속도를 올려서 공장으로 다가가는데, 거리가 가까워지자 현관이 열려있는 것이 보였다.
“젠장! 공장에 무슨일 있나봐요. 문도 열려 있어요. 어서 가봐야겠어요.”
“어! 잠시만요. 저기 저 승합차. 좀전에 저한테 왔다 갔던 깡패들이 타고 있던거랑 같은차 같은데요? 정확히는 몰라도 차 종류는 같은거예요.”
[빌어먹을! 씨팔! 지선아!]나는 얼른 공장 근처로 가서 차를 세웠다. 주변에 좀비놈들은 아직 없는 듯 했다.
“영감님. 공장에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젠장. 지선이가!”
나는 권총을 찾아 들고서 영감님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많은 수의 사람을 상대로는 몽둥이보다는 권총이 훨씬 좋을 것 같았다. 사람이라면 꼭 머리를 맞추지 않아도 되니까.
“나도 가겠네.”
영감님도 나섰지만, 영감님은 놈들을 상대로는 버거울거란 생각이 들었다. 영감님이 가진 소총은 소리가 너무 커서 사용하기 그렇고. 그렇다고 좀비놈들을 상대하듯이 빠루를 들고 놈들을 상대하는건 다수의 사람을 상대로는 좀 무모할 것 같았다.
“영감님. 사람이라면 놈들처럼 빠루나 몽둥이를 그냥 피하지 않고 달려들지는 않아요. 그렇다고 영감님이 총을 쓰기는 좀비들이 신경쓰이구요. 그러니까 영감님은 입구에서 놈들이 오는지만 좀 살펴 주세요. 안에 있는 놈들은 제가 권총으로 처리할께요. 그게 좋을 것 같아요. 사람이라면 머리가 아니라도 되니까요.”
“그렇겠구만. 좋네. 내 잘 살피고 있을테니. 알아서 하게. 공장에 있는 지선양도 구해야 할테고, 저런 놈들에게 혹시나 공장을 빼앗긴다면 우리 앞날이 너무 암담해지네.”
“예. 인수야. 너는 일단 여기 있어라.”
“알겠어요.”
인수의 대답을 듣고, 나와 영감님은 재빨리 공장 입구로 달려갔다. 영감님은 빠루를 든 채였고, 난 쇠봉은 차에 두고 권총을 빼든 채였다. 물론 둘다 소총은 등뒤로 걸치고 있었다.
다행히 공장앞의 승합차는 비어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공장 입구에 와서 보니 문고리도 때려 부숴놓은 상태였다.
“야! 새꺄! 뭐 이렇게 오래걸려! 기집년 하나 버티고 있는 문을 왜 못 열고 지랄이야!!!”
“형님. 죄송합니다. 이년이 문앞에다가 뭘 막아 놓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금방 열수 있을겁니다.”
“임마. 얼른 그년을 대려와야. 나도 재미를 좀 보고… 그래야 니들도 재미를 볼꺼 아니냐. 알았어???!!!”
현관문 근처에 가니 놈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젠장. 어쨌든 공장은 포기해야 겠어요. 현관문을 다 부숴놨네요. 놈들을 쫒아내도 공장에서 계속 지내는건 힘들겠어요.”
“이런. 그렇구만. 아주 박살을 내놨구만. 후~”
퍼뜩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영감님. 그러면 제가 놈들을 다 처리해 버리겠어요. 저 대화 내용만 들어봐도 저놈들 좋게 물러날 것 같지는 않네요. 영감님도 도와주시면 좋구요. 하지만, 영감님에게 사람을 상대로 총을 쏘라고 강요하기는 좀 그렇긴 하네요. 아무튼 놈들은 총이나 그런건 없을테니 어렵진 않을꺼예요. 싸그리 쓸어버리고 이 승합차로 어디 다른곳으로 이동하기로 하죠. 우리한테 있는 승용차는 사람만 타도 꽉차버려서 이것저것 물건들을 다 실을수는 없을꺼예요.”
“음… 꼭 그래야 겠는가?”
“우리의 터전을 이렇게 만든건 놈들이예요. 지선이가 지금 어떤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지선이를 구하면서 놈들을 설득해서 차까지 놓고 가게 만든다는건 거의 불가능이죠. 전 그렇게 하기로 마음을 정했어요. 세상이 이런 세상인거죠.”
“알겠네. 나도 손을 놓고만 있을수는 없겠지. 사격을 해본지가 오래되서 앞으로 나서기는 좀 그렇네. 내 입구에서 지키고 있겠네. 가까이 오는 놈들은 어찌할수 있을게야.”
“알겠어요. 그럼 전 들어가 볼께요. 영감님은 밖에 계시다가 안이 시끄러워지면 문에서 막아주세요.”
대답을 듣고 나는 조심스럽게 공장안을 빼꼼히 들여다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