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35
35화
좀비가 돌아다니는, 더군다나 같은 인간까지도 위험할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지금, 무작정 돌아 다니기는 무리가 있을 듯 했다. 어딘가 정확한 목적지가 있다면 어떻게든 그곳까지 갈수도 있겠지만, 그런것도 아니었다.
“모두들! 계획된 이주가 아니고, 어떻게 보면 불의의 사고로 인해서 이주를 하는 것이 되다보니까, 아직 목적지가 없어요. 그렇다고, 이렇게 무작정 다니다가는 어두워지면 위험할 것 같구요. 제 생각에는 일단 오늘은 근방에 안전한 가정집이라도 들어가서 오늘은 좀 쉬는게 어떨까 해요. 그리고, 거기서 다음 목적지에 대해서 의견도 좀 들었으면 좋겠구요. 어떠세요?”
“전 찬성이요.”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지선이는 대답을 했다.
“음… 저도 의견을 말해야 될까요? 음… 저는 아직 좀 얼떨떨 해서요. 아무 생각도 안나네요. 뭐… 어딘가에 빨리 들어가는 것이라면 찬성입니다.”
인수녀석도 쭈뼛쭈뼛거리긴 했지만, 자신의 의견을 말하긴 했다.
“어딘가 보다 안전한 곳이 좋을 것 같긴 하지만, 나도 지금은 딱히 생각나는 곳이 없구만. 자네 말대로 오늘은 어디 괜찮아 보이는 곳에서 자리를 잡고, 다같이 이야기를 나눠보는게 좋겠어.”
영감님도 결국은 내 생각에 동조를 했다.
의견이 모아졌으니, 어딘가 쉴만한 곳을 찾아야 했다.
여기 저기 한참을 찾아 해매다가 발견한 곳이 고물상이었다. 고물상 주변이라 그런지 주위에 다른 건물은 없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 가정집이 있긴 했지만, 차를 고물상 내부에 주차해놓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고물상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고물상의 활짝 열려 있는 출입문으로 승합차를 내부까지 바로 몰고 들어갔다. 샌드위치 판넬로 된 펜스는 상당히 넓게 설치되어 있었지만,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고철들과 플라스틱 때문에 차를 세워둘만한 공간은 그렇게 넓지 못했다.
우선 해야 할 일은 출입문을 닫고, 고물상 내부의 안전을 확보하는 일이었다. 모두 자신있는 무기를 하나씩 집어 들었다.
나는 늘 사용하던 대로 소총과 권총, 그리고 쇠봉을 준비했다. 영감님은 소총과 빠루를 준비했고, 지선이는 권총과 활을, 인수는 쇠파이프를 들었다.
공장에서 깡패놈들이 사용하던 석궁을 두정 챙겨오긴 했지만,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라 그것들은 그냥 두기로 했다. 석궁용 화살도 놈들이 가지고 있는 것은 다 챙겨 왔기에 나중에라도 누군가 사용하려는 사람이 있으면 충분히 사용할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연습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모두 준비가 끝난 것을 확인한 나는 뒤를 돌아보며 모두에게 계획을 말했다.
“지선이와 인수는 나가면 바로 출입문을 닫아. 그리고, 잠글수 있으면 잠그면 좋고 그게 안된다면, 차열쇠를 꽂아 둘테니까 차를 후진해서 문이 열리지 않도록 바짝 붙여두도록 하고. 지선이는 운전할줄 알지?”
“예. 면허는 따놨으니까요. 그정도는 할수 있어요.”
“좋아. 그럼. 영감님은 저와 저기 보이는 컨테이너 사무실을 확인하는 것으로 하죠. 지금까지 조용한걸 보면 안에 아무도 없을수도 있지만… 확인은 필수죠.”
“알았네.”
“후~ 그럼 갑니다. 모두 침착하게 움직여요. 서두르지 말고.”
그렇게 말하며 모두를 한번씩 둘러봤다. 크게 위험은 없을 것 같았지만, 그렇다고 해이해지면 어떤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자! 내리자!”
모두를 한번씩 눈을 맞추고 난후, 난 조용히 말하며 차밖으로 뛰어 내렸다. 사무실 말고는 산더미처럼 쌓인 고철과 플라스틱들이 전부 였기에 탁트여 있는 공간이었다. 다른곳에 숨어있을만한 좀비를 걱정하지는 않아도 될 듯 했다.
나는 재빨리 눈앞에 보이는 컨테이너로 뛰어 들어갔다. 다행히 내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컨테이너 옆의 간이 화장실이며, 여기저기를 둘러보았지만 좀비는 보이지 않았다. 문이 열려 있었으니 원래 빈 곳은 아니었을 것이고, 내부에 피나 아무런 좀비의 흔적도 없는 것으로 봐선 누군가 여기 있다가 초기에 원형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이곳을 떠났거나, 아니면 누군가 여기서 생존해 있다가 다른곳으로 이동했을수도 있을 듯 했다.
뭐, 그런 것이 중요한것도 아니고, 나에게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도 않았다.
나와 영감님은 사무실 밖으로 다시 나왔고, 그때 지선이는 차를 후진시키면서 출입문을 막고 있었다.
“후~ 빈곳이라 정말 다행이구만.”
“그러게 말이예요. 자! 차로가서 하루 묵을 때 필요할만한 것들을 가지고 오죠.”
우리는 모두 힘을 합쳐서 식량과 침구류들을 사무실로 옮겼다. 사무실이 좁아서 넓직한 잠자리를 기대할 수는 없었지만, 급하게 찾은 곳 치고는 나쁘지 않은 듯 했다.
점심을 먹지 못했기 때문에 이른 저녁을 준비해서 먹었다. 다들 앞으로의 일들이 걱정되서 인지 분위기는 착 가라 앉아 있었다.
“음… 그럼 내일 일을 좀 상의를 해보죠. 우선 저는 이곳 지리를 잘 몰라서, 주변에 어떤 것이 있는지 잘 몰라요. 이곳 지리를 잘 아시는 분이 있나요? 아! 그러고보니, 굳이 이 근처일 필요는 없겠네요. 어디든 갈만한 곳이 있다면 말씀들 해주세요.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병원, 학교 같이 사람이 많이 있었을 법한 곳은 제외입니다. 그런 곳은 좀비가 넘쳐날 거라고 생각되니까, 우리 인원으로는 어떻게 할수 없을 것 같네요.”
다들 조용히 있었다. 영감님은 혹시나 아시려나 했는데 아닌가보다.
“저… 제가 하양 토박이이긴 한데요.”
아! 인수가 있었다. 고등학생이긴 하지만 좀 농땡이도 치고 놀러 다녔으면, 무언가 여기저기 아는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인수야. 혹시 갈만한데가 없을까? 아까 차에서 말하긴 했는데,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우선 여기처럼 담장이 둘러져 있을 것. 1층에 창문이 많지 않을 것. 출입문은 하나일 것. 이중에 두가지 정도 해당되면 좋겠는데 말이야. 있을까?”
아무래도 저놈 아까 제정신이 아니었던거 같아서, 다시 설명을 했다.
“음… 예전에 친구랑 낚시하러간 작은 못이 있는데요. 산으로 좀 들어가서 있었구요. 그런데, 그 못 근처에 부도나서 문을 닫고 있는 공장이 있었어요. 낚시하다 고기가 안잡혀서 몇 번 올라가 가본적이 있어요. 자물쇠로 정문이나 그런 것이 잠겨 있긴 했지만, 뭐 넘어 들어가면 어려울 것은 없었어요. 그런데, 그게 1년쯤 전이라서요. 지금도 그 상태인지, 아니면 공장이 그뒤로 돌아가게 됐는지 어떤지 몰라요.”
인수가 한참을 생각에 잠기더니, 썩 나쁘게 들리지 않는 장소를 떠올렸다.
“가는길을 기억할수 있어?”
“예. 친구가 그 근처에 살아서 가는 길은 알고 있어요.”
“어떠세요, 영감님? 전 괜찮게 들리는데요.”
“음… 나도 괜찮을 것 같네. 뭐 정확한 상황은 가서 확인을 해봐야겠지만, 가서 상황이 아니다 싶으면 돌아나와서 다른곳을 찾으면 되겠지.”
“지선이는 어때? 다른 의견 있어?”
“자물쇠가 잠겨 있다니까… 빈공장 이더라도 들어갈수 있을까가 좀 걱정되긴 하는데… 뭐 가보면 알겠죠.”
지선이나 영감님도 반대는 아니었다.
“아. 자물쇠라면 쇠사슬 같은것에 자물쇠로 잠긴 거라면, 공장에서 내가 절단기를 가져왔거든. 그걸로 어떻게 할수 있을꺼야. 그게 아니라 그냥 문고리에 잠금장치가 된 것이라면 가서 봐야겠지. 지선이 니 말대로, 그런건 여기서 고민해봐야 모르는거지. 내일가서 확인해 보면 자연히 알게 될테니까. 그건 그다음에 고민해도 될꺼야.”
“좋아요. 일단 내일 우선적으로 확인해 볼만한 곳은 생겼네요. 고맙다, 인수야.”
“아뇨. 고맙기는요. 기억이 나서 다행이네요.”
“그런데, 이 공장이라는 곳이 예전에 인수가 봤던 때와는 달리 가동이 되고 있었다면, 좀비들이 있을지도 몰라요. 그 수가 작다면, 어떻게 정리를 하고 우리가 장악할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돌아 나와야 할꺼예요. 또, 잠금장치 같은게 어떨지 모르니까요.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도 마찬가지겠구요. 그때는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그건 내가 한마디 하지. 여기가 생각보다 공장이 많은 것 같아 보이더구만. 이 근처에 공단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공단 지역이 아니라도 공장이 꽤 보이는 것 같았네. 무작정 돌아다니는 것 보다는 이 근처에서 한적한 곳에 위치한 공장을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네.”
“음… 여태까지 공장에서 살아 보긴 했지만, 공장이 뭐 썩 살기 나쁜 조건은 아닌거 같긴 했어요. 이것 저것 생각해봐도 생각나는 곳들은 사람들이 많이 있었을 것 같은 장소 밖에 없구요. 이 근처의 공장이 그렇게 대규모의 공장은 아닐테니까, 근무하던 인원도 많지는 않았을 것 같구요. 전 찬성이예요. 너무 막연하고, 갑갑했는데, 그렇게 한정을 지으면서 찾으면 좀더 희망도 생기고, 좋을 것 같아요.”
영감님의 의견에 지선이가 평소와는 다르게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나섰다.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많이 불안했던 것 같다.
인수의 말로는 지금 출발해도 어두워지기 전에는 도착할 수 있다고 했지만, 혹시나 가서 시간을 끌다가 늦어지거나 혹 안에 좀비놈들이 있다면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오늘은 여기서 계획대로 하룻밤 묵기로 했다.
그래도, 다음에 찾아갈 목표가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다들 들어올 때와는 다르게 표정들이 조금은 밝아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