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36
36화
새로운 날이 밝았다. 아침에 눈을 뜨고서 자리에 고쳐 앉자, 예전 공장을 혼자서 찾아가던 때가 갑자기 생각났다. 그때와 비교하면 정말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안전한 편이다. 지금은 일행이 세명이나 있고, 무기도 작은 손도끼와 야전삽이 전부이던 그때와는 비교가 되질 않았다.
창으로 들어온 햇살이 얼굴을 비추자, 한껏 얼굴을 찡그리고는 고개를 돌리는 지선이를 보자, 내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사무실 안을 둘러보자 다들 곤히 잠이 들어있었다. 곧 일어나서 나서야 할 것 같았지만, 잠시나마 더 자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했다. 그리고, 나도 짬을 내서 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나는 곤히 자고 있는 지선이에게로 슬며시 다가가서는 오늘따라 더욱 예쁘게 보이는 지선이의 입술에 내 입술을 살짝 포겠다. 그 부드러운 감촉이 너무나 좋았다.
“으응~~”
잠들어서 모를 줄 알았던, 지선이가 얼굴을 찡그리며, 눈을 떴다. 나는 살짝 놀라기는 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손가락을 내 입술에 가져다 대며, 조용히 하라는 표시를 했다.
지선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난 지금의 상황과는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 이 행복한 느낌을 조금더 이어가고 싶었다. 지선이의 옆으로 몸을 누이며, 다시 지선이의 입술을 내 입술로 덮어버렸다. 그러자, 지선이의 입술이 먼저 열리며 그녀의 혀가 내 입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그녀의 혀를 마중하면서, 손은 그녀의 가슴으로 가져갔다. 지금 잠들어 있긴 했지만, 모두가 모여 있는 자리에서 하는 키스는 나를 더 흥분시키는 듯 했다.
더 이상의 진도는 나가지 않고, 한동안을 그렇게 키스에 열중했다.
“으음~~”
그때 인수가 잠에서 깨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나와 지선이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자세를 바로 누웠다. 그리고, 마주보는 그녀의 눈은 웃음을 한껏 머금고 있었다.
“으아~~”
나는 짜릿한 키스를 뒤로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인수는 뒤척거리는 것이 보였고, 영감님도 내 소리에 잠은 깼는지 잠에서 깨는 것 같았다. 다들 뒤척거리며 서로 눈치만 보고 일어나지 않고 있는 듯 해서, 내가 총대를 매기로 했다.
“자. 잠은 깬 것 같은데, 일어들 나시죠.”
다들 내 말에 투덜거리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나 잠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나도 역시 마찬가지 였다. 아침 식사까지 마치고 우리들은 다시 이곳을 떠날 채비를 했다.
“자! 다들 준비 되셨죠? 부디 지금 가는 공장이 쓸만한 곳이기를 빕니다. 자! 차에 타세요. 아. 인수야. 출입문 밖을 확인해보고 말해줄래? 그리고, 이상 없으면 내가 차를 빼면 문을 좀 열어주고 차에 타라.”
“으차! 예. 형.”
“으쌰!”
“자. 출발하세.”
다들 제각기 한마디씩 하며, 사무실을 나섰다. 나도 막 사무실을 나서려는데, 밖에서 기다리던 영감님이 나를 붙잡았다.
“동철군. 다들 있는 자리에서는 자제 좀 해주시게. 혼자인 사람 서러워서 살겠나원…”
영감님은 크지도 작지도 않은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예?!!”
나는 깜짝 놀라서 앞에서 먼저 차에 타고 있던 지선이를 바라보았고, 영감님의 목소리는 지선이에게도 들렸는지 그녀는 순식간에 얼굴이 빨갛게 변해서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는 차안으로 후다닥 뛰어 들어갔다.
“음~ 아셨어요?”
“어찌 모르겠나. 그렇게 요란스러웠는데 말이야. 하하. 좋을때야. 암~ 좋을때고말고. 하하”
영감님은 허허 웃으며, 나를 앞질러 차로 다가갔다. 나는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끼면서 차에 올라탔다.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내가 차를 빼는 사이 문을 열어 놓은 인수도 차에 올라탔다.
“흠흠. 자~ 출발합니다.”
인수의 안내로 공장 부근의 그, 인수가 낚시를 했다는 못 근처까지는 잘 도착을 했다. 그런데 이곳에서 약간의 차질이 생겼다. 인수의 말대로라면 이 못에서 공장까지는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이 못 주변으로 어슬렁 거리고 있는 좀비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다는 것이 문제 였다.
“동철군. 이거 조금 문제로구만. 내 생각에는 놈들을 끌고 공장까지 가는 것 보다는 여기서 어떻게든 처리를 해야 될 것 같네. 공장까지 끌고 갔는데 공장 입구가 막혀 있고, 차를 돌리기도 힘든 상황이라면 아주 낭패일수 있어. 어떤가? 지선양. 거리가 조금 멀긴 하지만 이정도 거리라면 말이네.”
“조금 힘들어요. 공장에서는 좀비들이 보기힘든 안전한 위치에서, 지금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에서 쐈던거라서요. 지금은 조금 힘들 것 같아요. 그리고 만약에 빗맞는 화살이 나오면 여기서는 다시 회수 한다는게 힘들 것 같기도 하구요. 화살이 많지도 않은데, 잃어버리는 화살이 나올수도 있어요.”
영감님의 물음에 지선이는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가만히 듣고있다가 내가 한가지 의견을 내 봤다.
“음… 그럼 이건 어떨까요? 어제 깡패들에게서 얻은 석궁이 두 개 있잖아요. 그거 보니까 총이랑 사격하는 방식이 비슷한거 같더라구요. 조준하는것도 그렇구요. 장전하는게 총처럼 쉽지는 않지만, 대신 발사할 때 소음이 없죠. 그러니까 그나마 여기서 사격해본 적이 있는 영감님이랑 제가 숨어서 지금 확 눈에 띄는 놈들에게로만 석궁을 쏘는거예요. 부피가 큰 활보다는 접근하기가 쉬울 것 같은데… 어떠세요?”
“음… 괜찮을 것 같긴 하구만. 대신 우리 둘이 모두 석궁을 쏠꺼면 한명 정도는 호위역이 따라붙는게 좋지 않겠나? 불시에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모르니 말이야.”
“예. 그게 좋겠네요. 그럼… 인수야, 너 할수 있겠어? 넌 나랑 영감님 뒤를 따라오면서 주변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놈들이 없나 살피면 되는거야. 그리고, 나랑 영감님이 대처하기 힘든 상황이 오면 니가 대신 처리해 줘야해. 어때?”
“할수 있을 것 같아요. 해볼께요.”
“좋아. 그럼 지선이는 여기서 전체적인 상황을 좀 살펴보다가, 아주 위급한 상황이 오면 할수 있는데 까지는 견제를 좀 해줘. 괜찮겠어?”
“예. 오빠. 거리가 멀어지면 정확하게 맞출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견제하는 정도라면 할수 있을 꺼예요.”
“좋아. 그럼 그렇게하는 걸로 하고… 영감님, 석궁은 한번도 안써봤으니 여기서 한번 시험삼아 한번씩 쏴보죠. 장전하는 방법도 알아봐야 되니까요. 뭐 이 정도거리면 석궁 소리 때문에 놈들의 주의를 끌지는 않을꺼예요.”
나와 영감님은 차뒤에 실어 놓았던 석궁을 찾아서 조심스럽게 차 밖으로 나왔다. 석궁을 이렇게 저렇게 살펴보다가 겨우 작동방법을 알수 있었다.
아니 작동방법이라기 보다는 장전방법을 알았다고 하는게 맞는 표현이겠다. 머리 털나고 처음보는 석궁이라 이걸로 저놈들을 처리할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사용방법을 알고 나면서,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감님 이거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수도 있겠어요. 실제로 쏴보면 또 어떨지 모르지만 총하고 비슷할거 같아요. 우선은 이거 장전은 이렇게… 개머리판 부분을 젖히니까 시위가 당겨 지네요. 생각보다 쉬워요.”
영감님과 나는 땅을보고 두어발씩 연습 사격을 해봤다. 반동도 크지 않고, 어찌보면 영감님한테는 총보다 이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화살이 넉넉하다면 참 좋겠지만,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건 전부해서 40여발이 전부였다. 더군다나 오늘 사용하는 화살은 회수가 가능할지 어떨지 알수가 없다.
어쨌든 지금 당장은 못 가까이에 있는 눈에 보이는 놈들만 처리를 하고 차로 가야 했기에 회수를 포기하기로 했다. 못의 먼곳에 있는 놈들이야 차가 지나가더라도 놈들이 인지 못할수도 있고, 하더라도 차가 지나가고 나면 공장까지 놈들이 잘 찾아오지 못할수도 있고 찾아오더라도 시간이 걸릴테니까 대처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되었다.
“후~ 이거 너무 날림으로 준비하는거 아닌가 싶기도 한데… 어떠세요, 영감님?”
“음… 처음 사용해 보는거라서 어색하긴 한데,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구만, 장전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생각보다 많이 걸리지도 않고, 무게나 반동도 총보다는 좋은 것 좋은 것 같고 말이야. 이정도면 충분히 해볼만 하겠네.”
“좋아요. 그럼 사격은 같은 놈을 향해서 같이 발사하는걸로 해요. 아무래도 처음 써보는 거니까 그게 더 성공률을 높이는 길일거 같네요. 그리고, 곳 반대쪽에 있는 놈들은 그냥 두고, 가까운 곳에 있는 놈들만 처리하는 것으로 하죠. 먼 놈들은 차를 인식 못할지도 모르겠고, 인식한다고 해도, 거리가 있으니까 차가 지나고 난 다음 공장으로 꽂아 올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죠. 만약 꽂아온다고 해도, 시간은 많이 벌어 놓은 상태일 태니까, 대비를 하고 있을수 있을 것 같아요.”
“좋네.”
“제가 애들 불러 올께요.”
그렇게 인수를 불러서 왔다. 지선이는 차에서 내려 차뒤에 몸을 숨긴채 활을 들고서 우리가 있는 쪽을 보고 있었다.
“인수야, 넌 그거 가지고 갈거야?”
인수는 차에서 가는 쇠파이프를 가지고 왔다. 조금 빈약해 보여 조금 불안했다.
“예. 차에 몇가지 무기로 쓸만한걸 실어 놓긴 하셨던데, 다른건 전부 저한테 좀 무거운거 같아서요. 이게 편한거 같아요. 제가 썼던 야구 방망이랑 그나마 무게가 비슷한거 같네요.”
“그래. 알았다. 니가 그게 편하다면 그게 좋은 거겠지. 좋아. 최대한 자세를 낮춰서, 영감님하고 내가 움직이는 대로 따라오는거야. 그리고 나하고 영감님이 석궁으로 놈들을 처리하는 동안 넌 우리 주변에서 혹시 튀어 나올지 모르는 놈들을 잘 살펴야 되. 알았지?”
“예. 알았어요.”
“좋아. 우리가 처리해야할 놈들이… 하나.. 둘.. 셋.. 넷.. 다섯. 일단 요 앞에 있는 다섯만 처리하는걸로 할께요. 다른놈들은 놔 두도록 하죠. 만약에 공장에 터를 잡게 되면 그때 다시 정리를 하던지 하는게 좋겠어요.”
“알겠네. 가지.”
“예. 인수야 가자.”
“예.”
우리 셋은 자세를 낮추고 천천히 이동을 시작했다. 낚시터로 많이 사용되던 못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다니던 길이 나있었다. 다만 길 이외에는 풀이 길게 자라 있어서, 놈들의 시야를 가려주는 역할을 해주었다.
문제가 있다면, 우리의 시야도 많이 제약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그것 때문에 인수가 함께 하는 것이기도 했다.
가장 가까이 있는 놈에게 대략 10미터 정도 떨어진 위치까지 접근할수 있었다. 이렇게 가까이 놈들 몰래 접근해보긴 처음이라 상당히 긴장이 되었다. 하지만 다행히 시야가 많이 가려서 인지 놈은 우리가 접근하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나와 영감님은 조용히 석궁을 장전해서 서로 신호에 맞춰 동시에 석궁을 발사 했다.
퓩! 퓩!
처음 쏜 화살은 두발이 모두 빗나가 버렸다. 다행히 놈은 빗나간 화살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둘은 조용히 다시 석궁을 장전하고, 조준했다. 숨을 가다듬고 다시 신호에 맞춰 동시에 발사했다.
퓩! 퓩!
이번에는 한발이 놈의 눈을 통해서 머리에 박혔다. 누가 쏜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놈은 그 한발에 고꾸라졌다. 역시 총이 됐던 뭐가 됐던, 놈들의 머리를 명중시킨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보면, 정말 지선이가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시간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우리는 차근차근 목표로 했던 다섯을 모두 처리할수 있었다. 석궁을 머리에 명중시켜야 했기에, 놈들에게 최대한 가까이 접근하려다 보니, 그것이 가장 긴장되고 힘이 들었다.
까딱 잘못했다가는 놈들에게 발각이 될테니 말이다. 다섯을 처리하는데 화살을 18발이나 사용했다.
40여발밖에 없는 화살이라서 거의 절반을 사용해 버렸다. 하지만, 그정도면 충분히 제 역할을 한듯했다.
나는 혹시 몰라서, 둘에게 돌아가자는 뜻으로 손가락으로 차를 가리켰다. 둘은 알아 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세를 낮추고 차를 향해서 천천히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퍽!
“캭!!!”
차로 돌아가는 중에 갑자기 이상한 충격음이 들리고, 좀비놈의 괴성이 뒤를 이었다. 나는 깜짝 놀라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풀에 가려 자세히 보이진 않았지만, 4-5미터쯤 떨어진 곳에 배에 화살을 하나 꽂고 있는 놈이 보였다. 팔하나가 뜯겨 나가있고, 얼굴 한쪽의 살점이 뭉텅 뜯겨 나가 있는 걸로 봐서는 몸놀림이 빠른 원형 바이러스에 의한 좀비는 아닌 듯 보였다.
놈도 우리를 발견하지는 못했는지, 괴성을 지르며 두리번 거리는 듯 했다. 그때 내 눈에 띈 것은 쇠파이프를 들고 놈에게 달려드는 인수의 모습이었다.
인수는 놈의 옆으로 달려들면서 놈의 머리를 향해서 있는 힘껏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퍽!
두개골이 함몰되며 놈이 쓰러졌다. 역시 좀비들이라 그런지 피가 많이 튀지는 않았지만, 인수가 휘두른 쇠파이프는 여지없이 붉은 피로 물을어 있었다.
“젠장. 영감님, 인수야. 빨리 이동해요. 갑니다.”
우리는 걸음을 빨리하여, 무사히 차로 돌아올수 있었다.
“누나, 고마워요. 놈이 누나가 쏜 화살에 맞는 소리 아니였으면, 모르고 계속 이동하다 당할뻔 했어요. 휴~ 근데 누나 정말 활 잘쏘네요. 와. 여기서 보니까 거리도 장난이 아닌데.”
인수는 차로 돌아오니, 긴장이 풀렸는지 말을 쉴새 없이 떠들었다.
“여기서 이럴게 아니라, 어서 차에 타서 이동하자.”
우리는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차에 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