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40
40화
나는 저녁식사 전까지 옥상에 올라가 보기로 했다. 이전 공장에서도 그랬지만, 아무래도 옥상이 마음이 편했다. 나는 식당의 안쓰는 의자들을 몇 개 날랐다.
의자 두 개를 가지고 하나는 발을 올리고, 하나는 엉덩이를 올려 놓았다. 양손은 깍지를 껴 뒷머리에 가져다 댔다. 그렇게 하늘을 보면서 긴 한숨을 내쉬었다.
“후~”
일단은 잘 옮겨 오긴 했다. 내일 오전에 못 주변의 놈들을 처리하고 나면, 어느 정도는 안정된 정착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오후에는 특별한 일이 없다면 나가서 생필품과 자물쇠를 챙겨와야 할 것 같았다.
분명 어딘가에는 우리와 같은 생존자들이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 많은 생존자와 마주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 일행들 같은 인물들이 있는가 하면, 공장에서 눈을 감은 그 깡패같은 무리도 있을 것이다.
좀비들 뿐만 아니라 그런 무리들에 대한 대비도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좀비들을 상대로는 수가 많지 않을 경우에는 근접전을 펼치는 것이 조금 위험하긴 해도 확실했다.
물론 아무리 수가 적더라도 놈들에게 당할 위험은 언제나 존재했고, 그랬기에 항상 아슬아슬했다. 하지만, 그 상대가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무술같은 걸 익혔거나 한게 아니라면 근접전은 그 승리 확률을 점치기가 힘들었다.
그랬기에, 사람들을 상대로는 원거리에서 상대를 하는게 효율적일 것이다.
“다들… 아니 다들도 아니구나. 인수도 석궁을 사용할수 있게 연습을 확실히 해야겠구나. 나도 권총을 능숙할 정도까지는 몰라도 연습을 좀 해야겠어. 아직까지는 총알에 여유가 좀 있으니까 연습을 해야겠어.”
“뭘그렇게 혼잣말을 하고 있는가?”
영감님이 언제 올라왔는지 올라와서는 내 혼잣말을 들었는지 말을 건냈다.
“아! 영감님 오셨어요. 별건 아니구요. 어번 깡패무리 같이 사람을 상대할 경우도 생각을 해야겠다 싶어서요. 사람들이 상대라면 아무래도 쇠몽둥이나 그런것보다는 활이나 총이 좋을 것 같구요. 지금 다들 어느정도 활이나 석궁을 사용할수 있으니, 큰 문제는 없는데… 인수는 석궁을 좀 연습을 시켜야 할 것 같아서요. 뭐 아까 이야기도 나온 부분이긴 하니까. 특별할 것은 없죠.”
“음… 확실히 요즘 같은 세상에 사람들끼리라도 서로 의지하면서 살면 좋을 테지만… 모든 사람이 똑같지는 않으니까 말이야. 어쩔수 없는 일이겠지. 인수가 석궁을 연습하면 자네는 역시 권총을 연습하고?”
“예. 아무래도 그게 좋을 것 같네요. 그리고, 아무리 그래도 권총 같은 작은 총기는 인수같은 어린아이에게 주는게 조금 꺼려 지기도 하구요.”
“역시. 그런 면이 없지는 않지. 권총같은건 들고 다니기도 좋은데 들고다니다가 무슨 사고라도 생기면 큰일이지.”
“예. 영감님. 그런데 영감님. 여기도 그 이상한 돌덩어리 같은거 가지고 오셨죠?”
“그렇네. 그건 계속 가지고 다녀야할 물건이지.”
“예… 그게 이 지긋지긋한 상황을 해결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면… 그 문제도 어떻게든 해야하는데 말이죠.”
“물론이네. 하지만, 이 물건을 연구한다고 해서 그게 단시간에 해결 되지는 않을게야. 그러니 너무 조급해 하지는 않는게 좋을게야. 저번에도 말했지만, 나한테 무슨일이 생긴다면 그 물건을 잘 챙겼다가 그걸 연구할수 있는 사람에게 꼭 전해주게나.”
“뭐. 마음에 드는 말은 아니지만, 그 이야기는 꼭 따를께요. 저한테도 무척이나 중요한 일인 것 같으니까요. 그건 걱정마세요. 후~ 틈틈이 생각을 해봤는데요. 그걸 연구할수 있는 시설을 찾아 나선다면 말이죠. 우선은 인원이 어느정도는 있어야 될 것 같고, 그 인원들이 어느정도는 좀비들을 상대할수 있어야 할꺼예요. 그리고, 차량도 어느정도 물품들을 실어 나를수 있고, 또 숙소를 못 구할 경우를 대비할 정도는 되야 하지 않을까 해요. 한마디로 준비해야 할것들이 생각보다 구하기 어려운 것들이죠. 그래서, 지선이나 인수한테도 말을 해서 차근차근 준비를 해 나가는게 좋지 않을까 하네요.”
“음. 뭐 말해둔다고 나쁠건 없지 않겠나?”
“아뇨. 혹시나 너무 희망에 부풀어서 무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건 모를 일이긴 하지만… 큰 문제는 없지 않겠나.”
“예. 아무튼 그렇게 하는걸로 할께요. 후~ 슬슬 내려가서 식사나 하시죠? 전 점심을 늦게 먹었더니 아직 괜찮긴 하지만… 대충이라도 먹어 둬야 겠네요.”
“아. 시간이 그렇게 됐구만. 자네… 밥은 먹어가면서 하시게나… 뼈삭네. 뼈삭아. 하하”
“영감님!”
영감님의 한마디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애휴. 내려가세요. 밥이나 먹죠.”
“하하. 그러지. 그래야지.”
저녁식사를 하고 또 하루가 지나갔다.
아침심사를 하고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난 어제 영감님과 이야기 했던 것들을 지선이과 인수에게 말하기로 했다.
“식사 다 끝났으면, 잠시만 기다려 줄래? 잠깐 이야기 할게 있어.”
난 식사를 마치고 나가려는 지선이에게 말했고, 지선이는 그러겠다고 대답하고 자리에서 잠시 기다렸다.
“뭐. 오늘 좀비놈들을 처리하러 나가는 것도 있지만, 그것 말고 이야기할게 있어요.”
난 다들 식사를 마치자 이야기를 꺼냈다.
“음… 인수는 여기 들어온지 얼마 안됐지만, 그동안 지선이한테도 이야기를 안한게 있어. 사실 여기 영감님. 그냥 대학에서 학생들 가르치던 교수라고만 소개했지만, 사실 미군의 부탁을 받고 어떤 물질을 연구하고 있었는데, 그게 지금 이런 빌어먹을 세상을 만든 바이러스의 모체 비슷한 뭐 그런거였데.”
“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럼 지금 이게 인재라는 건가요?”
지선이가 발끈하면서 소리질렀다.
“아니. 그건 아니야. 아니… 아닌거 같아. 미군에서 어떤 물체를 어떤 경로로 해서 입수했다는거야. 그런데 뭐 그 방면으로 이름이 있는 영감님한테 협조요청이 들어왔데. 그래서, 연구를 하게 됐는데. 그 연구를 하는 중에 지금 같은 일이 벌어진거지. 그런데, 그 물체가 지금 사태를 발생시킨 바이러스의 최초 유포된 시발점인거 같다는거지. 아무튼, 그 물체의 바이러스를 연구하면 지금의 사태를 해결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있어.”
“예? 그럼. 그 물체라는거 지금도 가지고 있는건가요? 위험하지 않아요?”
인수가 겁에 질린 듯 물었다.
“아니. 그렇지는 않네. 동철군. 내가 설명하도록 하지. 최초의 바이러스는 벌써 전세계에 퍼졌다네. 지금 생존해 있는 사람들은 그 바이러스에 면역을 가진 사람들이라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최초에 소요 사태를 일으켰던 사람들이지. 지금의 생존자들에게는 최초의 바이러스는 전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이네. 다만, 최초에 감염된 사람들의 몸속에 침투한 바이러스는 모두 똑같은 형태로 변이를 일으킨다네. 돌연변이라고 하기도 힘들 정도로 똑같은 형태로 변이를 일으키지. 그래서, 처음의 공기를 통한 전염은 할수 없게 되지만, 최초의 바이러스에 면역이 있던 사람들에게도 감염을 일으킬수 있는 형태가 되네. 아무튼, 최초의 시발점이 된 물체를 연구를 하면 무언가 답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
“그럼. 뭐 특별히 더 위험하거나 하지는 않다는 거죠? 다행이네요. 휴~”
인수는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 같은건 귀에 들어오지 않나보다. 그저 더 위험한 것은 아니라는 말에 안도할 뿐이었다.
“음… 그런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 그걸 연구한다는게 가능할까요?”
지선이가 생각에 잠긴 듯 하다가 물어왔다.
“그게 문제라네.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또 그런 실험 설비가 있는 곳까지 가는것도. 모두 문제라네.”
영감님의 말을 받아서 내가 말을 이었다.
“지금 이걸 이야기 하는건, 지금 뭘 특별히 하자는게 아니야. 언젠가는 말해야할 일인 것 같아서 하는 것 뿐이야. 그저 조금씩 조금씩 준비를 해 나가자는 거지. 무턱대고 연구시설을 찾으러 떠나자! 하고 해결되는건 아니니까 말이야.”
“아. 알았어요.”
“지금하고 달라질건 없어. 그저 알고 있기만 하면 되는거야. 아! 그리고, 한가지 말할 게 더 있어. 우리도 겪었지만, 분명 생존자는 우리 뿐만은 아닐꺼야. 어딘가에 생존자들은 있겠지. 그런데 그 생존자들이 모두 보통 사람들은 아닐수도 있다는 거야. 아니 보통 사람 뭐 그런거 보단… 그중에 일부는 그저께 우리가 겪은 깡패들처럼 위험한 사람들도 있을수 있다는 거지. 그런데 그런 사람들을 상대하는건 분명 좀비놈들을 상대하는 것 하고는 달라. 좀비들은 무조건 사람에게 달려들기만 할 뿐이지. 그래서 어떻게 보면, 그래서 수월한 면도 있고 힘든 면도 있지만 말이야. 아무튼 사람을 상대하는건 좀비를 상대하는 것 하고는 달라. 그러니까, 좀비들 상대하듯이 몽둥이 들고 상대하는건 힘들다고 봐. 운동을 하거나 무술을 연마한 사람이 아니라면, 훨씬 더 위험한 일이 될꺼야. 그래서, 인수도 석궁의 사용법을 연습했으면 좋겠어. 물론 어제 연습을 하겠다고 하긴 했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말이야. 권총은 총알 제한 때문에, 그리고 소총은 소음 때문에 연습을 하긴 힘들어. 그래도 석궁을 연습하다 보면 기본적인 사격 방법은 비슷하긴 하니까 위급한 상황에는 소총을 사격하는데 도움은 될 수 있을꺼야. 권총은 현재로써는 나와 지선이가 소지하는 걸로 했으면 하고… 뭐 이 정도네. 좀 두서가 없긴 했지만…”
다들 며칠 전 일이 떠올랐는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자! 그럼 제가 할 말은 이걸로 끝입니다. 다른 말 하실분 계신가요?”
보통때처럼 다들 조용했다.
“자! 그럼 다들 근처의 놈들을 처리하러 갈 준비를 하죠. 10분 뒤에 1층에서 모여요. 이상!”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