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41
41화
일행들과 헤어지고, 내 방으로 가서 무기를 챙겼다. 석궁만을 챙긴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준비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다고 해서 손해날 것은 없었다. 소총과 권총, 쇠봉까지 무게는 상당 했지만, 충분히 감당할만 했다. 헤어진지 10여분이 지나자 일행은 1층의 텅 빈 공간에 다들 모였다.
오늘의 계획은 활과 석궁을 이용하는 것이기에 다들 자신이 익숙한 무기들을 하나씩 들고 있었다. 영감님은 석궁을, 지선이는 활을 들고 있었다.
물론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무기들을 챙겨 왔지만, 거의 항상 이렇게 싸웠기에 일행들은 그러려니 하는 모양이었다. 특이한 점이라면 영감님도 소총과 빠루를 들고 있었다.
“인수군. 이거 내가 쓰던 것이네만, 이렇게 여기를 잡고 놈들의 머리를 정확히 찌르면 가까이 있는 놈들을 처리할 수 있을 게야. 자네가 주변을 살피는게 오늘 주된 할 일이긴 하지만, 혹시나 대문이나 담에 가까이 붙는 놈들이 있고, 다른 일행들이 신경을 못쓴다면, 자네가 이걸로 처리를 하는게 어떻겠나?”
영감님은 늘 가지고 다니던 빠루를 인수에게 내밀었다. 자세까지 취해가며 설명도 덧붙였다.
“예. 영감님. 그렇게 할께요.”
인수도 무언가 자신도 할 일이 생겼다는게 기분이 좋았는지, 흔쾌히 받아 들었다.
“다들 준비가 된 듯 하니까, 나가보죠.”
“그러지. 자. 나가세나.”
다들 살짝은 긴장한 표정을 하고서 공장을 나섰다.
공장을 나오면서 다시 한번 이 공장의 특이한 위치를 실감했다. 공장의 주변은 전부 숲으로 둘러 싸여있었다.
어떻게 이런 위치에 공장을 지을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덕에 지금 우리는 꽤 괜찮은 아지트를 마련하긴 했다. 공장을 가동도 하기 전에 부도가 난 것인지, 진입로도 큰 도로에서 중간쯤까지는 포장이 되어 있지만, 나머지 절반쯤은 비포장 도로였다.
못 근처의 놈들만 처리를 하면, 좀비로부터도 어느 정도 안전을 확보할 수 있고, 사람들로부터도 발각되지 않을 만한 위치인 것 같았다.
“음… 세부적인 계획을 한번 말씀 드릴께요.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계획입니다. 실제 상황이 꼭 이대로 된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특이한 상황이 발생하면 최대한 알아서들 상황에 맞는 대처를 해주셔야 해요. 우선, 저는 차를 타고 못 근처로 가서 놈들을 유인해 옵니다.
그건 제가 어느 정도 차의 속도를 조절을 해가면서 하도록 할께요. 여기서 제일 문제가 되는게 어제 공장 안에서 본 것 같은 놈이 있느냐는 거예요. 그런 놈들은 달려드는 속도가 장난이 아니거든요. 그때는 다른 놈들이 쫒아 오던 말던 그냥 최대한 속도를 내서 공장으로 돌아 올께요. 그리고, 대문을 열고 닫는 역할은 영감님과 인수가 해 주시구요. 지선이는 그사이 경계를 서주면 좋겠어. 물론 영감님도 틈틈이 갈이 경계를 서주시면 좋구요. 그리고, 제가 돌아오면 그때를 맞춰서 다시 문을 열고, 제가 공장으로 진입하면 다시 문을 닫는거죠. 이건 전혀 어려울게 없으니까 뭐 다른 말은 필요 없을꺼 같구요. 그러면 문을 닫고, 영감님과 인수는 어느 정도 자리를 피해주셔야 해요. 문이 닫히면 저 바로 후진을 해서 대문을 봉쇄할께요. 그리고, 담장 높이 때문에 지선이가 활 쏘는게 좀 힘드니까, 제가 먼저 차 지붕 위로 올라가서, 지선이를 차 지붕위로 올라올 수 있도록 도와줄께요. 그러고는 아시죠? 다가오는 놈은 모조리 처리해 버려야 해요. 어제 본걸로는 대충 여섯 정도가 되는거 갈았는데, 확실히 센 건 아니니까 정확하지는 않아요. 아무튼 그 정도. 다른 하실 얘기 있으신 분?”
“아. 화살 개수도 제한이 있으니까, 생각보다 수가 많다 싶으면 너무 많이 유인해오려고 하지는 말아요. 오빠.”
지선이가 이야기 한 내용은 내가 생각을 못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게 마음대로 될지는 자신이 없었다. 지선이에게도 그렇게 이야기 하는게 좋을 것 같았다.
“음… 화살 개수는 생각을 못했네… 근데… 유인하는게 저 큰걸 타고 가서, 클락션을 울리는 거잖아. 그래서… 그게 놈들 수를 내 마음대로 조절이 될지는 장담을 못하겠네. 뭐 일부러 많이 끌고 오려고 노력하지는 않을게. 그리고, 혹시나 놈들이 많이 몰려와서, 화살로는 어떻게 할수 없을 정도로 수가 많으면, 그때는 권총을 사용해야지. 화살보다는 확실히 수가 많으니까,”
혹시나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몰려 올수도 있다는 얘기에 인수는 살짝 얼굴이 굳었다. 영감님과 지선이도 편한 얼굴은 아니었다.
“너무 걱정하지는 마. 여기 산속이니까 여기에 사람이 그정도로 많이 몰려오지는 않아. 평소에 이런 산중에 사람이 몇 명이나 있겠어. 걱정 안해도되.”
모두의 얼굴은 전혀 긴장이 풀린 것 같은 얼굴은 아니었다. 하지만, 예전을 생각해보면, 지금은 표정이 저렇게 긴장한 것 같고 하지만, 막상 상황이 닥치면 다들 잘 해줄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 시작 합니다.”
한마디 하고, 나는 차에 올라 앉았다. 그리고, 시동을 걸었다. 작은 진동이 몸 전체로 느껴졌다.
클러치를 밟고, 후진 기어를 넣었다. 그 상태로 백미러로 대문의 상황을 지켜 보았다. 인수가 묶여 있는 쇠사슬을 풀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 기다리는 동안 쇠사슬은 다 풀렸고, 인수와 영감님이 대문을 활짝 열었다.
나는 클러치를 살짝 떼면서, 액셀에 발을 올리며 살짝 밟자 차가 천천히 후진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차는 공장을 벗어났고, 차가 대문을 완전히 벗어나자 인수와 영감님은 대문을 닫고 쇠사슬을 대충 감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기어를 변속해서 차가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후~ 놈들과 이 짓하는 건 언제 해도 긴장이 되는구나.”
조금씩 빨라지는 내 심장 박동을 느낄 수 있었다.
거리가 멀지 않아, 못 근방까지는 금새 올수 있었다. 길이 좁은 편이긴 했지만, 몇 번의 기어 변속을 하면서, 겨우 차를 돌려 세울수 있었다.
덩치 큰 차가 왔다갔다 하면서 방향을 돌리자, 놈들 중 몇몇은 이 차에 관심을 보이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수는 둘뿐이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우선 눈에 확실히 띄는 놈들은 여섯이었다. 몇몇 눈에 띄지 않는 놈들이 있을 것을 생각하더라도, 그렇게 많은 놈들이 있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내 손은 클락션 위로 살며시 올라갔다.
“후~ 넓은 도로에서 꼬여서 멀리 도망가는 것도 아니고, 처리해 버리려고 이렇게 놈들 주의를 끌어야 되다니… 정말 이거 할짓 못되네… 이거 무슨 꼭 자살하는 기분이잖아…”
약간 긴장이 됐던 탓인지, 뭐라고 주절주절 떠들면서도 클락션 위에 얹어 놓은 손은 선뜻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내가 하자고 한거잖아! 동철아! 긴장하지말고, 잘하자!”
빵! 빵!
내게 다짐을 하면서 마침내 클락션을 누를 수 있었다. 길게 누르기에는 왠지 부담이 되어서, 짧게 두 번 클락션을 울렸다.
저 멀리서 어슬렁 거리던 놈들까지 이쪽에 관심을 보이면서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중 몇은 나름 달리는 듯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놈도 있었다.
“됐다! 가자!”
이제는 공장으로 돌아가면 될 것 같았다. 그렇다고 너무 빨리 가서도 안될 것 같았다. 지금 놈들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리면, 어느 정도 완전히 관심을 보이는 듯한 빨리 달려드는 놈을 제외하면 금새 관심을 접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차를 출발시키고는, 기어를 2단에 놓고 살짝살짝 엑셀을 밟았다. 가장 가까운 놈과 50에서 100미터 정도 거리를 유지하면서 공장으로 다가갔다. 멀리 떨어져 있는 놈이 관심을 잃더라도 가장 가까운 놈과의 거리만 신경을 썼다. 차라리 이 짓을 한번 더하는 한이 있어도, 안전한게 최고였다.
공장 대문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가까운 놈은 마구 달려 들고 있었고, 그뒤로도 이제는 네놈이 달려들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 뒤로는 나무숲 때문에 시야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많지 않은 놈들이라 다행이었다.
끝까지 네놈이 전부라면 아마 이 짓을 한번 정도 더 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공장 대문이 보이고 하자, 조금 전의 긴장감은 어디로 가고, 별것 아니라는 생각까지 들기 시작했다.
드디어 차가 공장 내부로 들어섰다. 고개를 뒤로 돌리자, 인수와 영감님이 대문을 재빨리 닫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대문이 완전히 닫힌 것을 확인한 나는 제빨리 차를 후진시키기 시작했다. 대문이 가까워 오자 조금 감속을 했고, 살짝 쇳소리가 나면서 차를 완전히 정지시켰다.
시동을 끄고, 주차 브레이크를 힘껏 잡아 당겼다.
“됐어!”
내 자신에게 칭찬을 하듯 한마디 하고는 재빨리 석궁을 챙겨들고 차에서 내렸다.
“수고했네!”
“형. 잘하셨어요!”
차에서 내리자, 인수와 영감님의 말소리가 바로 들려 왔다.
“예! 뭐 할만 한 편이네요. 계속 차에 타고 있으면 되는거라.”
둘의 말에 응답을 하면서, 내 옆에서 기다리는 지선이를 보았다. 나는 지선이를 향해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놈들은 생각보다 빨리 공장으로 접근 하고 있었다. 다행히 숫자는 많지 않아서 지금 눈에 띄는 놈은 다섯뿐이었다. 나는 재빨리 대문을 이용해서 차 지붕으로 올라올수 있었다. 그리고, 지선이의 손을 잡으며 끌어 올렸다. 지선이는 올라오자 마자 활을 쏠 자세를 잡았다. 나도 재빨리 석궁을 장전했다.
“자! 자들 자신있는 거리가 되면 알아서들 쏘세요.”
가장 먼저 쏜 것은 지선이었다. 거리가 좀 있는데다가 움직이고 있는 놈들이라 쏘기 힘들 줄 알았는데, 놈들이 직선으로 바로 이곳을 향해 다가 오고 있다보니까 그렇게 힘들지만은 않은 듯 했다.
그것은 내가 조준을 하면서 느낄 수 있었다. 약간씩의 흔들림은 있었지만, 움직임이 일정하다 보니까 충분히 예상을 할수 있는 정도였다.
쉬익!
처음으로 날아간 지선이의 화살에 잠시 눈을 빼앗겼다. 잠시 지켜보던 화살은 아쉽게도 놈의 머리를 조금 벗어나서 놈의 가슴팍에 박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는 나도 쏴야 할 시간이 된 것 같았다.
팍!
제일 앞의 놈을 노렸는데 빗나가 버렸다. 놈의 다른 신체부위에 맞추지도 못했다.
나는 재빨리 재장전을 하고 화살을 다시 하나를 올렸다. 놈과의 거리는 어느덧 10여미터로 줄어 있었다.
막 석궁을 쏘려고 하는데, 다른 화살하나가 날아가 내가 노리던 놈의 머리에 박히는 것이 보였다. 화살의 길이로 봐서 지선이가 쏜 화살인 것 같았다.
역시 우리 중에서 가장 실력이 뛰어난 듯 했다.
이상한데서 이상한 오기가 올라왔다. 하지만, 그런 이상한 오기가 올라와서 인지, 아까보다는 긴장감이 덜해지면서 조준이 조금전 보다는 좀 수월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팍! 찰칵! 팍! 찰칵! 팍! 찰칵!
놈들과의 거리가 조금씩 가까워지자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게 되었다. 기계적으로 쏘고, 재장전 하고 쏘고 재장전 하고의 반복이었다. 겨우 다섯을 처리하는데, 세명이서 무지하게 화살을 쏘고서야 놈들을 모두 쓰러트릴 수가 있었다.
“놈들 이 전부 온 것은 아니예요. 아직 남아 있어요. 한번 더 다녀와야 겠어요.”
나는 차 지붕에서 내려가면서 이야기했다. 그리고, 땅에서 지선이를 받아 주었다.
쓰러져 있는 놈들은 길을 따라서 10여미터 안쪽에 모두 있는 것 같았다.
“지선아. 영감님. 화살은 얼마나 남으셨어요?”
말을하면서 내게 남은 화살을 보는데 난 다섯발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영감님은 6발이 남아 있다고 했고, 지선이는 우리보다는 좀 나아서 15발 정도 남아 있다고 했다.
내가 알기로는 한놈만 남아 있는 상태다. 하지만, 혹시나 내 눈에 띄지 않은 놈이 더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만약에 처음과 비슷한 정도의 놈들이 남아 있다면, 이대로 놈들을 끌고 오면 화살이 모자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이대로 바로 다시 나가봐야 할지. 아니면, 조금이라도 화살을 회수를 하고 나서 다시 나가봐야 될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