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48
48화
나와 지선이는 돌아 가던 중에 좀비놈들이 왠지 없을 것 같은 구멍가게에 들러 물건들을 조금 더 챙기고서, 공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몇 번씩이고 돌아다니다 보니, 이젠 놈들이 있을 것 같은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조금은 눈에 들어오는 것 같다.
물론 어디까지나 감에 의존하는 것이고, 100% 확신하는 것은 아니기에 긴장을 늦출 수는 없었다. 실제로도 안전할 것 같은 곳에서 놈들 몇을 마주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곳이 확실히 다른 곳 보다는 놈들과 마주 할 확률이 작았고, 놈들과 맞닥뜨리더라도 적은 수가 있어서 비교적 안전한 편이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놈들이 없었고, 안전하게 물건들을 챙겨 올수 있었다.
공장으로 돌아와 펜스의 게이트 앞에 차를 세웠다. 지금 시간이면 아마도 인수가 옥상에서 경계를 서고 있을 것이다.
잠시 기다리자, 공장 안에서 문이 열리고, 꼬맹이 민수가 뛰어 나왔다.
“휴~ 오늘도 무사히 다녀왔네. 저녁 먹을 때 내가 다들 모인 장소에서 오늘 있었던 일… 이야기 할 테니까, 지선이 너는 그냥 쉬어.”
“응. 알았어. 급하게 뭘 해야 하는 일은 아니니까.”
“그래. 들어가자.”
차에 탄 채로 둘이서 이야기를 주고 받는 사이, 민수가 자물쇠를 열고서 게이트를 열었다. 차를 게이트 안으로 옮겨 놓고서 나와 지선이가 내리자, 민수는 게이트를 닫기에 여념이 없었다. 뭐 특별히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 민수를 내보낸 것이긴 하겠지만, 사실 민수에게 조금은 버거워 보이긴 했다.
“형! 누나! 잘 다녀 왔어요?”
민수가 게이트를 닫으면서, 입을 열었다.
“그래. 여기도 별일 없었던 것 같네. 자. 이리 줘봐.”
나는 민수가 닫고 있는 게이트로 다가가 거들면서 녀석에게 대답했다.
“자! 지선이도 민수도 들어가자.”
“그래, 민수야. 이제 들어가자. 역시 집이 좋아.”
지선이도 민수에게 활짝 웃어보이며, 민수 손을 잡고서 안으로 향했다.
확실히 창혁이 형님과 민수가 우리와 함께 하고 나서부터 공장 안의 분위기가 밝아졌다. 거기에는 민수가 아주 큰 몫을 했다. 요 꼬맹이가 처음에는 낯을 가렸던 것인지 조용히 지내더니만, 며칠 지내면서 적응을 한 것인지 여기저기 살갑게 구는 것이 아주 귀여웠다.
공장으로 들어와서, 민수는 또 어디론가 쪼르르 달려가 버렸다. 아마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옥상으로 올라갈 것이다.
공장에서는 다들 시간이 나면, 대부분 옥상으로 올라갔다. 울타리가 있긴 하지만, 지난번 원형 좀비건도 있고 해서, 건물 밖으로는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잘 나가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건물 안에만 있기는 너무 답답하고, 자연히 옥상으로 올라가 지내는 시간들이 많아지게 되었다.
그 덕에 옥상에서 경계를 서는 사람도 심심하지 않고, 나쁘지 않았다.
나와 지선이는 그렇게 민수를 바라보면서 잠시 미소를 지었다.
“지선아. 그럼 올라가서 쉬자. 영감님하고 다른 사람들한테는 내가 옥상에 올라가서 다녀왔다고, 이야기 할게.”
“응, 오빠. 오빠도 말씀드리고 좀 쉬어. 오늘 일도 좀 있었고 하니까. 알았지?”
“그래. 알았어. 가자.”
그렇게 나와 지선이는 각자의 방으로 향했다. 내 방으로 돌아온 나는 침대에 누워서, 오늘 밖에서 있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분명 총소리를 들었고, 좀비들이 총을 쏴대는 상황은 상상할 수 없으니, 살아 있는 사람이 분명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는 사람들을 만났다고 마냥 기뻐하기도 힘들 것 같았다. 지금까지의 몇몇 경험을 통해서 좀비만큼이나 사람들도 위험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무작정 사람들을 배척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분명 인원이 늘어나면 우리의 안전을 지키는 일도 쉬워 질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긴 하지만, 모두가 모여서 상의를 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다.
잠시 멍하니 침대에 누웠던 나는 방을 나섰다. 챙겨 온 물건들을 정리했다. 그리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곳에는 역시 지선이와 나를 제외한 모두가 올라와 있었다. 영감님과 창혁 형님은 어딘가에서 가져온 장기판으로 장기를 두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인수는 한손에는 석궁을 들고서 옥상 가장자리를 따라 걷고 있었다.
아래쪽을 보며 걷다가 잠깐씩 형감님과 창혁 형님의 장기판을 바라봤다. 그리고, 민수는 그런 인수를 따라가며 인수가 하는 것을 따라하고 있었다.
“어! 형! 별일 없었죠?”
내가 옥상으로 올라가자, 먼저 인수가 나에게 말을 했다.
“뭐… 그렇지. 근데, 영감님. 그리고, 형님! 사람이 왔으면 아는 척 좀 해주세요. 장기판 뚫어 지겠습니다.”
“아… 동철군 왔는가.”
“어. 동철아. 수고 했어.”
대꾸를 하긴 했지만, 영감님과 창혁 형님은 여전히 장기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대단들 하시네요.”
“하하. 그렇죠? 제가 저 장기판을 괜히 챙겨 왔나봐요. 시간 떼우기 좋을 것 같아서, 구멍가게 굴러다니는 것을 챙겨 왔던건데… 할아버지랑 창혁아저씨만 좋은일 시켜드린거 같아요. 전 그렇게 재미를 붙이지도 못했는데 말이예요.”
내 투덜거리는 소리를 들은 인수가 옥상 가장자리에 만들어 놓은 높은 의자에 앉으면서 한마디 했다.
“그러게 말이야. 하하하. 아! 지선이는 방에서 쉬라고 했어요.”
나는 두 분이 장기를 두고 있는 평상으로 다가가 걸터 앉으며 말을 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모두에게 알려 드릴게 있어요.”
“응? 밖에서 무슨 일 있었던가?”
내 말을 들은 영감님이 장기판에서 눈을 떼고 나를 바라보며 물어왔다.
“뭐… 특별한 일은 아니구요. 오늘 밖에 나가서 총성을 들었어요. 이 근방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우리 외에 다른 무리가 있는 것 같아요. 그것도 총으로 무장을 한 무리가 말이죠.”
“그렇구만. 생존자 무리는 당연히 우리들 말고도 있을 것이네. 뭐. 이전에도 몇 번은 만난적이 있고 말이네.”
“예. 물론 그렇죠. 그래서 말이죠. 오늘 저녁에 다들 모여서 다른 무리들과 조우 했을 때 어떻게 행동 할것인지. 또 우리들이 앞으로 나가야할 방향이라던지… 여러 가지를 진지하게 이야기 해 봤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말을 하고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인수와 창혁 형님과 눈을 맞췄다.
“예, 형.”
“그래. 아직 다들 모여서 진지하게 앞날에 대해서 이야기해 본적이 없는 것 같으니까. 그것도 좋을 것 같네.”
“예. 그럼. 전 내려가서 좀 쉴께요. 저녁식사 준비는 좀 있다가 저랑 지선이가 할께요.”
“그래. 오늘 수고했어. 내려가서 좀 쉬어. 그리고, 식사준비는 오늘 내가 할테니까 그냥 쉬고 있어라.”
평상에서 일어나는 내게 창혁 형님이 말을 하며 내려가라고 손짓을 했다.
“예. 뭐… 그럼 감사하죠. 그럼 전 내려갑니다.”
그렇게 내려와서 천천히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휴~ 그래도, 역시 집이 좋아. 이젠 여기가 진짜 집처럼 느껴지다니… 나원참…”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벌렁 드러 누워선 혼잣말을 중얼 거렸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니 기분이 착찹해졌다.
“정말… 세상이 이렇게 끝인 걸까… 앞으로 어떻게 해야되는거지…”
이런 생각들을 할수록 더 기분은 가라앉고, 머리가 복잡해졌다.
“아니지! 지금은 어떻게든 살아 가면 되는거야! 어떻게든 되겠지.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지선이방으로 가볼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오늘은 그냥 좀 쉬는게 좋을 것 같았다. 지선이도 조금은 피곤할 것 같고, 무엇보다 내가 평소보다는 좀 피곤한 것 같았다. 침대에 그대로 누워 다 잊고, 잠시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