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5
5화
사람이 없었을 법한 곳, 한적한 곳으로만 경유해서 가자니, 대구까지 이동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훨씬 많이 걸렸다. 그러는 동안 나도 어느 정도 이성을 찾았다. 시간은 오래 걸리는데 할 일은 없고, 라디오도 나오지 않는다.
오랫동안 침묵이 흘렀다. 둘사이에 안좋은 일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서로 처음 좀비와 조우하고서 받은 충격에 서로 말을 않고 있었던 것이어서, 무언가 얘기를 해서 분위기를 좀 바꿔야 할 것 같았다.
“형. 공장까지 얼마나 걸릴까요?”
“음… 글쎄 시간은 잘 모르겠는데? 한번씩이라도 다녀봤던 길이 아니고, 돌아가더라도 사람이 없을법한 쪽으로 무조건 가고있거든… 아무튼 시간은 꽤 걸릴 것 같아. 아무리 차로 이동중이긴 하지만 그놈들 많은곳은 얼마나 몰려있을지 몰라도… 그럴만한 곳은 피해가는게 좋을거야. 아마… 좁은 도로에 일정수 이상이 몰려 있으면 이런 승용차로는 통과하기 힘들꺼야.”
뭐, 나도 생각했던 부분이긴하다. 어찌됐든 서로 한마디씩 이라도 하니까 무거운 분위기가 그나마 좀 나아지는 것 같다.
지금 상황이 말도 안되는 상황이긴 하지만, 둘이 있으면서 분위기마저 무거워져 버리니까, 숨이 막혀버릴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면서 가니 그나마 좀 기분이 나아졌다.
조금은 가벼운 기분으로 가다가 밀양부근 어딘가 였을 때, 운전중인 형을 봤는데 하품도 하고, 꽤 피곤해 하는 것 같았다.
“형. 피곤하신가 봐요. 여기서부터 제가 운전할께요. 아직 네비나 이런건 문제없이 되니까, 네비에 공장찍어놓고, 사람 없을만한 길로 갈게요.”
“어… 그래. 부탁좀 할게. 생각보다 좀 피곤하네. 네비는 경산에 ○○ENG로 찍어놓고, 안내하는데로 가지는 말고 이정표 봐가면서 가면 될거야. 밀양 어디쯤이니까 청도지나서 경산부근에서 나랑 다시 바꾸자. 경산에서는 복잡한곳은 피해서 팔공산쪽으로 가야하니까, 거기서부터는 내가 하는게 좋을거야.”
그렇게, 내가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좀 막연하긴 했는데, 뭐 건물 안보이는 쪽으로 우선 빠지고, 이정표를 봐가면서 대충 청도방향이다 싶은 쪽으로 가다보니, 뭐 별로 못할 것도 없을 것 같다.
가끔씩 형과 얘기를 하면서 가다 보니까, 어느순간엔가 형이 조용해 졌다. 슬쩍 형을 보니, 정말 많이 피곤했는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어떻게든 경산근처까지는 가서 형을 깨워야겠다. 그전까지는 깨우지말고 자게 둬야겠다.
그렇게 한참을 달렸다. 여지껏 운전하면서 이런적은 처음이었다.
도로에 이렇게 차가 없을수가 있다는게… 간혹 한 대씩 도로에 사고가 난것같은 차가 한두대씩 서있긴 했지만, 움직이는 차는 우리가 타고있는 차밖에는 없었다. 그렇게 나름 신나게 달렸다. 하지만 기분좋게 달리는것도 어느 정도 였다. 혼자서 달리는면서 옆사람은 자고 있고 하니, 나도 모르게 졸음이 몰려왔건 것 같다.
순간순간 필름이 끈기는듯한 느낌이 들면서 [어~, 어~]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러면 안되는데 싶으면서도, 차를 세울 생각도 안들고, 졸리는 와중에 그냥 무의식적으로 계속 갔던것같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어느순간 눈이 딱 떠지면서 [아! 또 졸았네. 큰일이네 잠시 차 세워서 잠좀 깨고 갈까…]라고 고민하는데 눈앞에 서있는 차한데가 갑자기 나타났다. 놀라서 브레이크를 있는 힘껏 밟았다.
끼~~~~익
쾅!!!!!
“으윽. 어디 다친데는 없나? 아우~ 젠장, 이럴 때 졸음운전이라니 미쳤구나.”
온몸이 막 쑤시긴 하는데, 그렇게 크게 다친곳은 없는 것 같았다.
“으… 형. 괜찮으세요? 죄송… 어?”
형은 어떤가 해서 옆을 보는데, 형이 안보인다. 그러고 두리번거리는데, 그제서야 앞유리가 깨져있고, 앞에 있는차 옆으로 바닥에 누워있는 형이 보인다. 순간 머릿속이 벼락맞은 것같은 느낌이들었다.
“형!!!!”
차에서 뛰어 내려, 형에게로 달려갔다. 가까이에서 보니 바닥에 피가 보인다. 설마,설마 하면서 형에게 다가가 형을 바로 눕혔다.
“형. 우욱!!”
보이는 형의 모습은 너무 처참했다. 얼굴이 심하게 회손되어 있었다. 이마는 심하게 찍혀 뼈가 보였다. 오전에 있었던일이 다시 내 머리를 강타했다.
[씨팔. 내가 하루에 두명이나 죽인거야. 두명이나…]이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멍청히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는데, 또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숨이 확실히 끈긴건지 어떤지, 확인하고 그런 생각은 들지도 않았다.
[그래도 난 살아야해. 안전벨트를 맺으면 형도 무사할수 있었을거야. 난 그덕에 이렇게 무사하잖아. 내 실수도 있었지만, 완전히 내잘못은 아니야… 그래, 난 살아야해.]살아야한다는 생각이 나를 지배했다. 차상태를 보니 다시 시동이 걸릴 것 같지 않았다. 차에 올라타서 시동을 걸어보니 역시나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다시 앞차에 다가가 보는데 차문은 열려 있는데, 열쇠가 없다. 영화에서 보면 열쇠없이 막 시동걸고 그런걸 많이 보긴 했지만, 난 그런 재주는 가지고 있지 못하다.
“젠장젠장젠장젠장!!!”
욕이 절로 나온다.
[생각을 해야한다. 생각을. 살려면 생각을 해야해.]우선 생각나는대로 차에서 내배낭을 꺼내 맸다. 그리고, 뇌리는 스치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차로 뛰어가 아직 꽂혀있는 열쇠를 빼내었다. 열쇠꾸러미를 보니 차열쇠 말고 4개의 열쇠가 더 있었다. 분명 이열쇠들 중에 공장 열쇠도 있을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가던 회사 이름도 알고 있다. 아직 스마트폰도 된다.
[그래. 회사 이름도 알고, 열쇠는 이중에 있을꺼야. 위치는 폰으로 지도 검색하면 알수 있을거고. 일단은 걸어서라도 이동을 해야해. 오늘은 어디서 하루밤 보낼곳을 찾고 내일부터는 걸어서라도 이동하자. 다행히 오토바이나 자동차나 라는걸 구할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지금으로선 이동을 해야해. 주변에 좀비가 좀 있으면 사고소리듣고 올수도 있을꺼야.]그렇게 생각을 정리했다. 이제 결정을 했으니, 행동에 옮길때다. 배낭을 매고, 양손에는 손도끼와 야삽을 하나씩 들고서, 발걸음을 옮기려다 문득 형을 돌아봤다.
“형. 미안해요. 하지만 어쩔수 없을 것 같아요. 차라리 사고로 그냥 죽어버렸으면 이렇게 무섭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저라도 살아볼께요. 미안해요.”
형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가던 방향으로 걸었다. 도로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일단은 도로를 따라가다가 하루 지낼곳을 물색해야겠다. 그렇게 바싹 긴장한채로 얼마나 걸었을까, 다행스럽게도 좀비는 만나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센가 논이 보이기 시작한다. 날도 어숨프레 해진다.
“논이라. 마을이 시작되려는건가… 더 들어가는건 위험할 것 같기도 한데… ”
그런데 그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논, 밭들 사이에 놓인 육면체. 열핏봐선 컨테이너 같다.
논밭에서 창고로 쓰는 컨테이너면 하루 보내기는 괜찮을 것 같다. 마을까지 들어가지 않아도 되고. 제발 열려 있어야 하는데… 날도 점점 어두워지고 더 이상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건 너무 위험한 일일 것이다.
컨테이너까지의 거리는 대략 2-300미터쯤 될꺼 같다. 아직은 논에 벼들이 빼곡이 자라고 있었기에 그사이에 몸을 숨기면서 천천히 컨테이너에 다가갔다.
발이 푹푹빠져서 걷기도 힘들고, 바지와 양말도 완전히 진흙범벅이 되어 발을 무겁게 했다. 하지만 지금 그런건 전혀 중요한게 아니다. 아무래도 마을이 근처에 있을 것 같으니 좀비도 있을수 있고, 여지껏 걸어왔던 길과는 긴장감이 차원을 달리했다.
조심스럽게 컨테이너 근처까지 왔다. 확실히 창고로쓰는 컨테이너가 맞는 것 같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주위에는 좀비는 보이지 않는다. 저번에 본것같은 다리가 손상되거나 한 좀비가 벼들속에 있으면 보이지 않을수도 있겠지만, 그런경우는 특이한 경우라 생각하고 싶다.
기쁜 마음에 문고리를 잡고 서 돌렸다. 부디 잠기지 않았기를 바라면서.
철척!
문고리가 돌아갔다. 정말 기쁜나머지 문을 확 열어 젖히려는 찰나.
“캬~~~~악!!!”
컨테이너 안에서 짐승의 울부짖음 비슷한 것이 들린다. 머리가 쭈뼜서고, 손에서 힘이 빠진다. 돌아갔던 문고리를 놓고 문을 닫는순간, 안에서 문과 컨테이너 여기저기를 두들기는 소리가 들린다.
쿵! 쿵! 쿵!
빌어먹을. 기껏 찾은 쉴수 있는공간인데, 그곳을 좀비가 먼저 그곳을 선점하고 있을줄이야. 아마도 처음 발병한 좀비인 것 같다. 일하다 창고안에서 발병했는데, 이지가 상실되어있으니 문을열지 못해서 여지껏 혼자 컨테이너 안에 있었나보다.
그게 아니라면 좀비혼자서 저런 컨테이너 안에 있을 일은 없을 것이다. 뭐 이유가 어찌 되었든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지금 이안에 좀비가 있다는 것이 중요할뿐이다. 고민이 되었다.
여기를 포기하고 다른곳을 찾을것인가. 어떻게 하든 이곳을 차지할 것인가. 하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오전에 좀비하나를 처리한 경험을 했기 때문인지, 그렇게 겁이 나진 않았다. 더군다나 그때처럼 갑작스런 조우가 아니라, 충분히 대비하고 맞설수 있으니까. 저 좀비는 혼자서는 밖으로 나올수 없으니까. 그렇다.
저 좀비를 처리하고, 오늘밤은 이곳에서 보내기로 내가 생각하기에도 놀랄정도로 쉽게 결정을 해버렸다.
왼손에는 야삽을 ㄱ자로 꺽은 상태로 잡고, 오른손에는 손도끼를 들었다. 막상 준비를 하려니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한다.
쿵쾅! 쿵쾅!
천둥과도 같은 소리가 머리를 울린다. 컨테이너 안에서 쿵쿵거리는 소리는 들리지도 않았다.
후~ 호흡을 가다듬고, 괜찮아 괜찮아를 마음속으로 수없이 되풀이 했다. 하지만, 심장은 내 바람과는 다르게 변화가 없었다.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수는 없기에, 부디쳐보기로 했다.
문이 열리는 반대방향 벽으로 붙어서서 문에 손을 대보았다. 심장은 미친 듯이 날뛰고 있다.
머릿속으로 몇 번의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용기를내서 문고리를 돌려 열고 확 열어 젖혔다.
“캬~~~악!!!”
좀비가 예의 그 짐승소리를 내었다. 아무생각도 나지 않는다.
벽에 붙어 서서 문쪽을 바라보고 있는 이시간이 차라리 영원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느순간 좀비가 튀어 나왔다.
난 좀비의 머리를 향해 야삽을든 왼손을 있는 힘껏 휘둘렀다. 그리고, 내눈에 비치는 광경에 심장이 터지는줄 알았다. 야삽의 뾰족하게 꺽인 부분이 놈의 머리를 찍지 못하고 슬쩍 빗나가 버렸다. 그리고 너무 힘껏 휘둘렀는지 휘청거리면서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놈의 얼굴 한쪽 피부가 쫘악 찢기는 것이 눈에 보였다. 광대뼈와 치아가 찢긴 얼굴 사이로 보이는데도 놈은 별 신경을 쓰지 않고 괴성을 내지르고는 쓰러진 내게로 달려들었다.
“씨팔!!!!!”
주저앉은채로 버둥거리며 뒤로 물러가려 했지만, 달려드는 좀비보다 빠를수는 없었다. 손도 쓰지않고, 내 다리를 물어뜯기위해 이빨을 들이밀었다.
겨우 몇 번의 발길질로 놈의 머리를 걷어차면서 물리는걸 피할수 있었다. 놈은 밀어내는 내에게 화가 났는지 이번에는 내 상체를 향해서 달려들었다.
순간적으로 어떻게 그런 반응이 나왔는지 나로서도 지금은 알수 없지만 다리를 구부려 놈이 더 내가 달려들도록 놔뒀다가 있는 힘껏 다리를 펴면서 놈을 밀어 냈다. 놈이 뒤로 밀려나가며 나뒹구는 것이 보이는순간. 믿을수 없는 반응속도로, 벌떡 일어나 놈에게로 달려들었다. 그리고는 놈의 얼굴 한가운데로 오른손의 손도끼를 있는 힘껏 내리찍었다.
퍽!
놈의 얼굴은 함몰되면서 그 속이 훤히 보이게 되어버렸다. 하루동안 좀비 둘을 처리하고, 죽은사람을 한명 봐서 그런지, 처음처럼 그렇게 충격을 받지 않았다.
차라리 이놈을 처리하고 나니까, 머리가 개운해지면서 왜 처음 한번에 처리하지 못했나 그걸 생각하는 나를 보게 되었다. 하지만 오늘은 고통사고도 있었고, 걷기도 많이 걷고, 너무 힘든 날이었다. 처리한 좀비에게로 다가가 왠지 불안한 마음에 도끼로 목을 끊어 내었다. 그리고 컨테이너로 들어가 문을 닫고, 잠금장치를 잠궜다.
창이 있긴했지만 밖에서 철재로 보강되어있는 것이라 안심할수 있을 것 같았다. 전기는 들어오는 것 같았지만, 불을 켤 마음은 없었다.
컨테이너는 창고 겸 휴식 공간인지, 한구석에 농기구들이 보이고, 한쪽 벽으로는 오래된 소파가 있었다. 늦여름이라도 아직은 한껏 달아있는 컨테이너 속이 너무 더웠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그냥 바닥에 누워 배낭 한 쪽을 베개삼아 누워서 잠이 들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