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52
52화
지선이의 방에서 나온 나는 여러 가지 일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 중에는 옥상에서 경계를 서는 일도 물론 포함 되었다. 그러면서, 머릿속에서 한 가지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지선이의 방에서 그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면서부터 였던 것 같다. 「나는 정말 지선이를 사랑하는 것일까?」사랑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지금의 이 상황에서 단순히 도피처로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고… 사랑을 하면서도 또한 그녀를 도피처로 여기는 상황이라면 그건 사랑이 맞는 것일까? 머릿속이 뒤죽박죽 엉켜버린 느낌이었다.
머릿속이 멍해지면서 생각이라는 것을 하기 싫어지고, 할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난 그렇게 믿기로 했다. 「일단은 살아 남아서 하루하루 내일 다시 눈을 뜰 수 있고, 내가 나라는 것을 인지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자. 내가 그녀에게 느끼는 감정이 사랑이든 혹은 그녀를 도피처로 생각하든… 그녀에게 해를 끼치기 위한 것은 아니니까. 그걸로 족하다.
」
그냥 저냥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 사이엔가 식사 시간 이전에 다들 옥상에 모이게 되었다.
“영감님. 인수야.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창혁 형님이 다 모인 김에 지금 이야기를 하기로 한 듯 했다. 형님의 말에 나와 지선이, 민수까지 모두 형님을 쳐다봤다.
“응? 무슨일인가?”
“저와 동철이 지선이는 오전에 시간이 있을 때 잠깐 야야기를 했습니다만, 다들 함께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가진 화살이 자꾸 소모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걸 보충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이 근처에 아는 총포사가 몇 군데 있습니다. 그래서, 그곳에 들러 보려고 합니다.”
“음… 총포사… 화살이라… 그렇지… 아무래도 활과 석궁을 많이 사용했으니까… 그래, 이렇게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보니,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 같은 모양이구만.”
“아무래도, 총포사가 공장 주변이나 우리가 들렀던 구멍가게들 보다는 좀 번잡한 곳에 있습니다. 가보지 않아서 아직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여태껏 가봤던 곳들 보다는 아마… 조금 더 위험하지 않을까 합니다.”
영감님과 창혁 형님의 대화가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인수는 살짝 인상을 찡그리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태까지 지난 상황을 보면, 활이나 석궁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그 화살이 부족해지면, 그곳에서 화살을 구해오는 것보다 더 위험한 상황에 맞닥뜨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칼이나 몽둥이를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원거리에서 화살을 날리는 것 보다는 위험하겠죠. 그리고, 혹시나 그곳에 다른 쓸만한 무기가 더 있을지도 모르고 말입니다.
그 경우는 솔직히 어떨지 자신할 수는 없죠. 다른 생존자들이 이미 털어 갔을 수도 있고… 아무튼 평상시에 외부에 나가 던 것처럼 두 명만 가기는 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명은 공장을 지키고, 나머지 네 명이 모두 그곳으로 가보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물론 싫으신 분이 있다면, 다시 생각해 봐야겠지만… 지금 상황을 봐선, 화살이 꼭 필요합니다.
아! 그리고, 만약 가기로 한다면, 가는 경로도 파악 할 겸 동철이와 제가 먼저 사전 답사 차 다녀와 보려고 합니다.”
창혁 형님이 꽤 생각을 해 놨던 것인지, 거의 쉬지도 않고, 말을 참 잘하는 것 같았다.
“저기… 많이 위험 할까요?”
형님 말이 끝나자, 그때까지 조용히 듣고 있던 인수가 불안한 표정을 하고는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아. 인수야. 글쎄. 지금은 정확히 알 수는 없어. 세상이 이 지경이 되고는 가보질 않았거든. 그렇지만, 일단 무작정 가는 것은 아니고, 동철이와 내가 사전 답사를 하려고 하니까, 그때 확실히 결정을 하면 되겠지. 가는 길은 어떤지, 총포사가 있는 그곳 상황은 어떤지 차에서 내리지 않고 둘러보기만 하고 오면,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을테니까… 그리고, 총포사는 한군데만 있는게 아니거든. 내가 아는곳이 몇군데 있으니까, 그중에 제일 안전해 보이는 곳으로 가면 괜찮치 않을까 싶네.”
형님이 모두를 한번 바라봤다.
“다들 어떠세요?”
“저랑 지선이는 일단 조금 먼저 그 얘기를 들었구요. 저희는 찬성이요. 일단은 답사도 할 것이고 하니까, 시도해보지도 않고, 지래 포기 할 수는 없겠죠. 무엇보다 화살이 필요하구요.”
형님이 모두의 의견을 구하자, 우선 내가 동의를 표시했다. 그에 지선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시죠. 무조건 바로 들이 닥치는 것도 아니고, 한번 들러보고 확실히 결정을 하신다니까… 괜찮을 것 같아요.”
“음. 나도 찬성일세. 그럼, 답사는 언제쯤으로 생각하고 있나?”
“뭐.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내일 동철이와 제가 비는 시간에 다녀와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것도 좋겠지. 다들 잘 알아서 하겠지만, 일전에 그 총성도 있고… 좀비들만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을게야. 그리고, 그 원형좀비를 만난다면 위험할 수도 있고…”
“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단단히 준비해서 다녀오겠습니다.”
일단 답사를 다녀오기로 하자, 다들 조금은 쉽게 결정을 했다.
“후… 그럼 내일은 형님이랑 둘이서 드라이브를 나가는 거군요. 최근 들어서 가장 심장이 뛸지도 모를 드라이브를요.”
“하하. 그렇지. 왜 싫어?”
“형님. 지선이랑 가는 드라이브도 아닌데 그럼 좋겠습니까? 하하하.”
“그게 또 그렇게 되나?”
“하하하”
그냥 답사를 가기로 한 것 뿐인데도, 벌써 긴장이 됐다. 그래서인지, 농담을 하고 싶은데, 이게 농담인가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다들 별로 웃기지도 않는 농담에 웃어 줬다. 다른 사람들도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얼굴 표정들이 그렇게 재밌어 하는 표정들은 아니었다. 그들도 나와 비슷한 심정은 아닐까 싶었다. 그렇게라도 시작된 농담이 조금씩 우리의 무거운 마음을 가볍게 해줬다.
“저는 내려가서 총기류 정비나 해야겠어요. 내일은 답사만 갔다 온다면 쓸 일이 없을 것 같기는 하지만, 준비해 둬서 나쁠 것은 없으니까요.”
“아! 나도 같이 가자. 민수도 갈래?”
“아니요! 여기 있을래요. 내려가 있는 거, 재미 없어요.”
“알았어. 형이랑 누나 너무 귀찮게 하지 말고. 알았지?”
“치~ 알았어요.”
모든 총기류는 사무실에다 뒀기 때문에, 그렇게 나와 창혁 형님은 사무실로 향했다.
“총 쓸일은 없겠죠?”
“그럴꺼야. 잘만 풀린다면, 내일은 생필품 가지러 가는 것보다 안전할꺼야. 차로 이동하는게 전부일 가능성이 크니까. 문제는 그 다음 이긴 하지만 말이야.”
“그렇죠… 후…”
형님과 나는 서로 대화를 하면서, 사무실로 들어섰다. 대화의 내용은 마치 서로의 안전을 확인 받으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담담해 보이는 창혁 형님도 그렇기만 한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내일은 별일 아니라고 생각을 하는데도, 긴장이 되네.”
“어쩔 수 없죠. 그쪽 상황을 파악 할 수가 없으니까요. 형님. 저도 그럴려고 노력은 하지만… 잘 안되긴 하는 데요… 정말 단순히 드라이브 갔다 온다고 생각하죠. 제가 말하고도 말은 참 쉽네요. 드라이브라…”
“그렇지…”
사무실로 들어서면서도 우리는 계속 대화를 이어갔다. 하지만, 총을 하나씩 붙잡고는 말수가 줄어버렸다. 매번 안전을 생각해서 인적이 드물고, 한적한 곳으로만 다니다가, 일부러 엄청나게는 아닐지라도 좀비들이 많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 총기 손질에 집중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평상시에는 정말 지루하리만치 길게 느껴지던 시간이 오늘은 정말 빠르게 느껴졌다. 총기 손질과 식사, 경계… 매일 하던 일의 연속이었지만, 평상시와는 조금은 다르게 느껴졌다. 이런 느낌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