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53
53화
다시 하루가 지나고 날이 밝았다. 어제는 잠이 들 때까지 약간의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오늘 아침에 눈을 뜰 때는 차분한 기분이었다.
어느 사이엔가 인식할 수 없게 되어버린 특유의 시체 썩는 냄새가 오늘 아침에는 어렴풋이 느꼈다. 그것이 내 긴장감을 싹 날려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또 오늘 하루의 일상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일상은 창혁 형님과 내가 출발을 해야 될 때까지 쭉 이어졌다.
이제는 평상시 와는 조금은 다른 일이 시작될 시간이 되었다.
“형님. 준비 되셨어요?”
“그럼. 당연하지. 긴장하지 말고 차분히 다녀오자.”
출발시간이 되어 방을 나서던 나는 사무실 앞에서 형님과 마주쳤다. 가볍게 대화를 주고 받은 우리는 사무실로 들어가서 각자 무기를 챙겼다.
권총 한정씩과 석궁, 정글칼을 하나씩 챙겼다. 그리고, 소총도 한정 가지고 가기로 했다.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배낭에 식수와 비상식량으로 쓸 것들도 챙겨 놨다.
준비를 다 마치고, 사무실로 나오자 경계를 서고 있는 지선이를 제외하고 영감님과 인수가 옥상에서 내려왔다.
“게이트 주변은 깨끗하다네. 특별한일 없긴 하겠지만, 조심해서 잘 다녀오게나.”
“조심하세요. 좀비들이 많이 몰려있거나…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돌아오시구요. 무리하지 마세요.”
우리에게 다가온 둘은 한마디씩 당부의 말을 이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위험하다 싶으면 차타고 부리나케 도망올테니까요.”
내가 그들에게 대꾸를 했고, 형님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동의를 표했다. 그렇게 공장을 나선 우리는 승합차에 올라탔다. 길을 아는 형님이 운전을 했고, 나는 조수석에 앉았다.
인수가 따라나와 열어준 게이트를 통과해서 차가 공장을 나섰다. 사이드 미러를 통해서 게이트를 닫고 재빨리 공장 안으로 들어가는 인수가 눈에 띄었다.
옥상에서는 지선이가 계속 차를 바라보는 것이 눈에 띄었다.
공장을 나선 차는 도로로 진입할 때 까지 몇분간을 비포장길을 달려야 했다. 덜컹거리는 차 속에서 우리는 말이 없었다. 그리고, 이윽고 도로에 진입을 하자, 「아! 시작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 시~작!”
형님도 나와 조금 비슷한 느낌이었던 것인지, 평소와는 다르게 약간은 가벼운 말투로 여정의 시작을 알렸다. 사실 여정이랄 것까지도 없는 거리였지만, 그리고, 좀비들 이라면 여태까지 꽤 상대를 했지만, 이렇게 좀비들이 많을 수도 있다고 생각되어지는 장소를 가는 것이 처음이라 그런지 확실히 이전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아직은 공장 주변이었고, 인적이 드문 곳이었기에 도로에 세워진 차도 드물었고, 좀비들도 거의 없었다.
“갔다가… 만약에 상황이 괜찮다면, 우리끼리 총포사에 들어가 보는게 좋을까요?”
“글쎄… 나도 그런 생각을 해보긴 했는데… 일단은 가보고 결정하자. 하나하나 차근차근. 알았지?”
“예. 그렇게 하도록 하죠.”
그렇게 10분쯤 달리자, 도로에 세워져 있는 차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고, 도로 주변으로 논,밭 외에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좀비들도 마찬가지였고 말이다. 하지만, 이정도는 늘 보던 정도라 특별해 보이지는 않았다.
“형님. 그 왜 있잖아요. 요즘은 저도 못봐서 모르겠지만, 학교 다닐 때 보면 그렇던데… 그 전경들 타고 다니던 버스에 보면, 창문에다가 철망들을 막 붙여 놓잖아요? 우리도 그렇게 좀 붙여보는 건 어떨까요? 어려울려나?”
“나도 생각을 해보긴 했는데 말이야. 니가 볼 때 내가 용접하는게 어떻게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나 용접 잘하는거 아니거든. 차체에다가 용접을 해서 붙일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힘들꺼야. 해본 적이 없어서 잘은 모르지만 말이야. 공장에서 너 용접하면 구멍이 숭숭 뚫리지? 차에다가 용접하면 페인트야 벗기면 될테지만, 차체에 그렇게 구멍이 숭숭 뚫려 버릴 것 같거든. 구멍이 좀 뚫리더라도 붙기만 한다면야 다행이지만, 그게 자신이 없거든… 괜히 차를 망칠수도 있고 말이야. 철망은 뭐 돌아다니면서 고물상 같은데서 찾으면 있겠지만… 모르겠다…”
“그래도 해볼 만은 하겠네요. 그 원형좀비 같은 것들이요. 저번에 저한테 달려든거 보면 차에 달라 붙기라도 한다면, 이런 유리창이 제 구실을 할까 싶거든요. 철망이 덧붙여져 있으면 좀 안전할 것 같으니까, 한번 시도는 해봐요.”
조금은 한가한 길을 지나면서 하나씩 떠오르는 데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그 차창의 철망은 내가 얘기를 하다가도, 정말 원형좀비가 달려들면 큰일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님! 저기 앞에 조심하셔야 겠어요.”
“그래! 나도 봤어. 이제 슬슬 시작인가보다.”
시간이 흐르자, 멀리서 꽤 높은 아파트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쪽을 향해서 가는 것은 아니었지만, 분명 갈수록 사람들이 많이 있었을 곳으로 가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그러면서, 도로 사정도 나빠지고 있었다.
큰 트럭이나 버스라면 좀비들은 확 밀어버리면서 가도 괜찮을 것 같은 생각도 들지만, 이런 승합차로 좀비들을 빠른 속도로 받아버리면 차가 남아나질 않을 것 같았다. 차 앞유리라도 깨지면, 차 앞부분이 짧은 승합차 특성상 위험에 많이 노출될 것이 분명했다.
달리는 승합차 주변으로 온통 피로 절어버린 차들이 지나갔다. 그게 아니면, 서있는 차안에서 언제부터 갇혀 있었는지 모를 좀비들이 있는 경우도 있었다.
차 주변으로는 거의 항상 피를 뒤집어쓰고 어딘가 신체 한 부분은 잃어버린 좀비들이 어슬렁 거리고 있었다. 그런 놈들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차가 지나갈 때 괴성을 지르면 달려들기는 하지만, 그들의 반응 속도로는 달리는 차에 뭘 어쩌지는 못했다. 다만 차를 보호하기 위해서 그들을 피해서 달리는 것이 좀 힘들 뿐이었다. 그들 보다 조금 신경이 쓰이는 것들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우리가 원형좀비라고 부르는 놈들이었다.
차로 대략 30분쯤 달리는동안 두 놈을 지나쳤는데, 이놈들은 꽤 위협적이었다. 물론 차가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어서, 안전하긴 했지만, 차가 고장이 났다거나, 차가 느리게 달렸다면, 충분히 차에 위해를 가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공장을 나선지 50분쯤 지났을 때, 형님은 인적이 드문 곳에 차를 세우고, 시동을 껐다.
“한적한 곳으로 빙 둘러서 오니까 시간이 생각보다 좀 더 걸리네. 잠깐 여기 세워서 생각을 좀 해보자.”
“예. 여기서 총포사까지는 얼마나 떨어져 있어요?”
“차로가면 시간은 몇 분 안 걸릴꺼야. 몇 블록 안떨어져 있어. 여기가 인적이 드문 뒷골목 쪽이라 이쪽으로 오긴 했는데. 그쪽은 어떨지 모르겠네.”
“후~ 그럼, 잠시 한숨 돌리시고, 준비되시면 출발 하시죠. 가능하면 골목에서는 천천히 욺직이는게 어떨까 싶네요. 좁은데서 빨리 달리다가 혹시나 튀어 나오는 좀비들 때문에 사고라도 나면 안되니까요. 그리고, 제가 자리를 뒤쪽으로 옮길께요. 그게 제가 양쪽을 다 반응할수 있고 좋을 것 같아요.”
“그래… 후~”
내가 자리를 옮기자, 잠시 심호흡을 몇 번한 형님은 차 시동을 다시 걸고서, 차를 이동 시켰다. 차선이고 뭐고 그런 것은 신경쓰지 않고, 최대한 최단거리로 가기로 했다.
차가 골목을 지나는 동안 좀비가 몇몇 튀어 나왔다. 나는 석궁으로 놈들을 처리하려고 했지만, 쉽지가 않았다.
다행히 지나칠 수 있었지만, 좀 위험해 보이는 놈들도 있었다. 소총을 사용하면 좀 쉬워 질 수도 있겠지만, 혹시나 지금 소총을 사용해서 놈들이 몰려들어 버리면, 정작 다시 여길 왔을 때 어떨지 장담할 수가 없었다.
“다와간다! 얼마 안남았어!”
그때 운전석에서 창혁 형님이 소리를 쳤다.
“어디요?”
“저기 앞에보이는 도로에서 좌회전하면 왼쪽에 있는 건물에 간판이 보일 거야. ○○총포사라고 크게 써져있어.”
“예. 알았어요.”
잠시후 차가 좌회전을 했는데, 예전이었다면 큰일 날 운전이었다. 역주행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저기!”
끽~~익!
“혀!억니임……. 이게 무슨….”
형님이 좌회전을 하고 방향을 손으로 가르키다가, 갑자기 차를 세워 버렸다. 나는 깜짝 놀라 창혁 형님을 부르려다가, 형님이 가르키는 방향의 총포사를 보고서는 말문을 잃어 버렸다.
분명 형님이 얘기한 총포사가 있기는 했지만, 창문이며 문이며, 박살이 나있었다. 뭐 그런 정도는 충분히 있을수 있는 일이지만, 문제는 그 앞의 광경이었다.
무슨일이 있었던 것인지 총포사 앞은 수십구의 시체가 나뒹굴고 있었다. 그들이 시체였는지, 생존자 였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몰골이 정상적인 모습이 없었다.
머리가 반이상 날아가 있는 것들은 기본 이었다. 어떤 것은 팔이 없고, 어떤 것은 다리가 없고, 어떤 것은 가슴이나 배부분이 움푹 날아가 있었다.
“이건…”
나는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우리보다 먼저 누가 총포사를 털었나보다. 아니면 총포사에서 주인이 대항하다가 당했던지. 저거 분명히 엽총으로 쏴서 저런게 맞을 것 같아. 아마 전자가 맞을 것 같긴한데… 가게 주인이 혼자서 대항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수가 너무 많은 것 같거든. 엽총이란게 장탄수나 장전하는데 걸리는 시간이나… 아무튼 저 정도 수를 혼자서 상대하지는 못했을 것 같아.”
“정말… 난장판이네요…”
그것 말고는 내가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