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54
54화
예상치 못한 광경에 우리는 잠시 말을 잊지 못했다.
“뭐. 저건 저거고, 일단은 주변에 좀비들은 보이질 않는 것 같은데… 한번 들어가 볼래? 가게 안에 챙길게 있는지 없는지 알아봐야 될 것 같은데? 들어가 보지는 않더라도, 가까이는 가봐야 할 것 같아. 차를 타고서라도.”
창혁 형님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예. 그렇게 하죠. 아니. 그 보다 가능하면 차를 돌려와서 뒤쪽 문이 가게 쪽을 향하도록 해주실수 있겠어요? 일단 가게 근처에서 대충 확인하고, 안에 들어가서 볼 정도면 차를 돌려주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형님은 차에 그냥 타고 계시구요.”
“알았어.”
다시 차를 천천히 움직여 총포사 바로 근처까지 갔다. 가까이 가서본 총포사 안은 더 난장판이었다. 총포사 안에도 시체 몇구가 보이는 것 같았고, 가게 안도 온통 피가 묻어있는 것 같았다.
“들어가 볼만은 하겠는데? 가게 안이 좀 난창판인거 같긴 한데, 쓸만한게 몇가지 보이는 것 같아. 전부 털어가진 않은 것 같은데?”
“그래요? 전 뭐가 뭔지 원.”
“기다려. 차 돌려 올게.”
“가게 문 앞에 바짝 차를 대 주세요. 다른 것들 못들어 오게요.”
잠시 직진한 차는 평소와는 반대 방향으로 유턴을 하고는 다시 가게 앞으로 갔다. 가게 문 바로 앞은 시체가 조금은 적어서 요동을 치긴 했지만, 가게 앞으로 차를 댈수는 있었다.
“형님! 여기 소총도 있어요. 석궁이 먼저지만, 혹시 모르니까요.”
“그래!”
창혁 형님에게 소총을 넘기고, 난 석궁을 걸었다. 그리고, 챙겨온 권총도 확인을 하고는 문을 열고 가게로 들어갔다. 석궁을 들어 주위를 살폈다.
건물 안은 그야 말로 피바다 였다. 무슨 일이 벌어 졌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벽에 여기저기 튀어 있는 마른 살점들과 피. 그리고 바닥에 말라서 마치 페인트를 칠한 것 같은 피. 대충 훑어 본 시체만 2구가 보였다. 역시나 온전한 시체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내 경험에 미루어 볼 때, 벽면의 피와 살점들은 모르겠지만, 분명 바닥의 이 피는 사람이 흘린 피일 것이다.
여태 좀비들을 보면, 그들은 이렇게 피를 흘리지는 않았다. 예전에 피였을 진득한 체액이 아주 조금 흐를 뿐이었다.
찝찝하긴 하지만, 내가 먼저 신경쓸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난 더 이상 좀비나 사람의 흔적을 찾을 수 없자, 석궁을 내리고 가게 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가게 벽에 석궁이 몇 개 있긴 했지만, 쓸만한 것은 안보였다. 어딘가 한군데는 부서져 있는 것들 이었다. 혹시나 쓸만한 것이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살이나 그런것에 대해서 정확히 아는 것이 아니기에, 작은 박스들을 일일이 들어보면서 화살이나 활, 석궁에 관련된 것처럼 보이는 것들은 죄다 한군대에다 모았다. 엽총이나 총알 같은 것들은 보이지 않는 것 같았는데, 다행히 화살이나 활, 석궁에 관련된 것들은 그래도 좀 보이는 것 갈았다.
“젠장! 뭐가 뭔지 확실히 알아야 뭘. 챙기지. 형님이 안으로 들어올걸 그랬나… 아니지. 형님도 활같은건 잘 모르시려나?”
“형님! 화살이나 활 같은거 좀 아세요?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몇가지 챙기긴 했지만요.”
난 물건들을 챙기다가 시간이 너무 걸릴 것 같아서 창혁 형님은 좀 나을까 싶어서 물어 보았다.
“나도 화살이나 그런 쪽은 잘 몰라. 그냥 확실히 화살이나 활 뭐 그런게 보이면, 그 근처에 있는것들은 죄다 실어버려.”
“예. 그래야 겠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지선이에게 설명이라도 좀 듣고 출발을 할 것을 그랬다. 뭐. 그때만 하더라도 오늘 이렇게 바로 챙겨갈 일이 생길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으니까 어쩔수 없기는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형님 말마따나 화살처럼 보이는 것들이 있었고, 그 근처에 보관 되어 있는 것들은 죄다 차에다 실기 시작했다. 혼자 하려니 조금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부피가 큰 것은 많지 않아서 얼마 지나지 않아 다 실을 수 있었다.
“이거 뭐 많이 올 필요도 없는 일이네요. 다른거 뭐 있나 좀 더 뒤져볼께요.”
“아니, 그만 하면 된거 같아. 오늘은 일단 안전하게 돌아가는 걸 생각하자. 아까 올때도 봤지만, 여기는 지금 좀비가 좀 안보이지만, 이 근처에 좀비가 영 없는 것은 아니니까. 빨리 끝내자.”
“예. 알았어요. 다음에 다시 와서 부족한거나 다른 것 챙길만한게 있으면 챙기면 되겠죠.”
쾅!
차에서 재촉하는 창혁 형님에 말을 듣고, 차에 막 타려는 순간 아주 큰 폭발음이 들렸다. 그리고, 눈앞에 있던 승합차 뒤쪽이 푹 내려 앉는 것이 보였다. 무슨 일이 일어 난 것인지 안수가 없었다.
“형님!”
“야이, 빌어먹을 새끼들아! 누가 우리 구역 들어오래. 어!”
깜짝 놀라서 창혁 형님을 부르는데, 어딘가에서 고함소리가 들였다. 나는 얼른 차로 다가가서 소리가 들린 것 같은 방향을 쳐다 보았다. 그곳에는 승용하 하나가 서있고, 껄렁껄렁해 보이는 남자 둘이 엽총같은 것을 들고 이곳을 겨냥하고 있었다.
“동철아. 아무래도 이 동네에 터잡은 질 안좋은 생존자들인 것 같다. 어쩌지?”
“저기요! 죄송합니다. 사람들끼리 돕고 살면 좋지 않겠어요? 물건도 별로 없어서 챙긴 것도 많지 않아요.”
난 창혁 형님의 말을 일단은 무시하고, 그들에게 소리를 쳤다. 아무래도 차에도 무슨 문제가 생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형님. 차 뒤쪽이 좀 내려 앉았어요. 펑크가 났던지… 뭔지는 몰라도 차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다치시진 않았어요?”
“그래. 난 괜찮아.”
둘이서 조용히 이야기를 하는데 다시 그들에게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거기 물건이 별로 없는건 내가 알지! 우리가 거의 털어 갔으니까. 총소리도 들렸겠다. 좀있으면 좀비들도 몰려 올 테고 말이야. 그쪽 타이어도 펑크가 나고… 어쩌지? 우린 좀비들 오기 전에 너희들 털어 가는게 좋을 것 같거든. 히히”
쾅!
뭐라고 대꾸를 하려는데 다시 총소리가 들렸다. 약간 비뚤어져 있던 차 뒤쪽이 똑같이 주저 앉아 버렸다.
깜짝 놀란 나는 몸 여기 저기를 살폈지만, 다친 것 같지는 않았다. 정신이 정말 하나도 없었다.
놈들은 종종 이 근처에서 이런 짓을 했던 것인지. 별로 급하지도 않은 것 같았다. 분명 좀비들이 총소리를 듣고 몰려 들텐데도 말이다.
“형님. 쏘세요. 젠장. 이러다 죽겠어요.”
내 말을 신호로 형님은 소총을 쏘기 시작했고, 나도 가지고 있는 권총을 쐈다.
타당! 탕! 탕! 탕!
“시팔! 뭐야! 저 새끼들. 총 가지고 있잖아!!! 야! 빨리 처리해! 늦으면 좀비들 몰려 온단 말이야!”
그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아마도 우리가 무장이 빈약한 생존자들로 생각했나보다. 뭐 한국에서 총을 가진 사람이 많지는 안을 테니까,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느긋하게 장난을 치다가 우리를 처리하려 했던 모양이지만,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자 그들도 당황 하는 것 같았다.
그들의 차가 우리 승합차 바로 뒤에 있어서 다른 곳을 그들이 노리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았다. 우리는 미친 듯이 총을 쏴댔다.
예비 탄창을 몇 개 가져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한동안 총격전을 했다. 거리가 좀 있어서 그런지 그들의 사격이 그리 정확하지는 못했다.
사실 협총이면 산탄일테니, 정확한 조준이 아니더라도 아주 위험하긴 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당황한 때문인지 우리의 대응 사격에 그냥 마구 쏴대서 그런건지 처음 두발 말고는 차에 맞는 경우가 없었다.
“젠장! 야! 차에 타!”
그들이 시간을 너무 끌었다고 느낀 것인지, 차에 타라는 소리가 들려 왔다. 그리고는 재빨리 어디론가 그들이 타고 온 승용차가 멀어져 갔다. 멀리 사라져 가는 그들을 향해서 창혁 형님은 차에서 내려 다시 총을 몇 발 쐈다. 그리고, 어떻게 된 일인지 그들의 차가 술취한 사람마냥 정신없이 왔다갔다 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쾅!!!!!
달리던 속도 그대로, 도로변에 있던 전봇대에 쳐박히는 것이 보였다. 차 보닛에서는 연기가 스믈스믈 올라왔다.
“형님! 괜찮으세요?”
“그래. 난 괜찮은거 같아. 동철이 넌?”
“저도 괜찮은거 같아요.”
“어서 자리를 뜨죠. 좀비들 몰려 오겠어요.”
“그래. 어서 타고 문 닫아라.”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서 차에 올라탔다. 창혁 형님이 차 열쇠를 돌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차가 크게 상하진 않은 것인지, 시동은 잘 걸렸다.
“형님. 뒷 타이어가 둘다 날아간거 같은데… 공장까지 갈수 있을까요?”
“가야지. 어떻게 하겠어. 어떻게든 가야지.”
그렇게 차를 천천히 출발 시키려는 찰나였다. 차가 재대로 출발하지 못하고, 아주 듣기싫은 마찰음을 내면서, 차 뒤쪽이 옆으로 쭉 미끌어지는 것이었다.
캬~~~악!!!!!
언제 나온 것인지 모를 좀비 하나가 승합차 뒤쪽에서 뒤어 나왔다. 한쪽 어깨는 어쨌는지 팔이 붙어 있어야 할 자리에는 뼈와 근육이 너덜너덜거릴 뿐이었다.
그 와중에도 놈은 우리를 잡기 위해서, 하나 남은 팔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깨진 뒷유리창 쪽으로 고개를 들이 밀고 있었다. 나는 놈을 향해서 가지고 있던 권총을 정신 없이 쏴댔다.
탕! 탕! 탕! 탕!
몇 발을 쐈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다행히 놈의 머리에 맞았는지, 놈의 고개가 뒤로 홱 재껴지면서 차 뒤로 나뒹굴었다.
“형님! 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