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56
56화
나와 창혁 형님이 공장에 도착하자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멀쩡하게 나갔던 차가 온통 찌그러지고, 부서지고, 뒷바퀴는 없는 상태로 돌아왔다. 거기다 여기저기 피로 도배를 했으니 조용하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공장 문이 열리고, 모두가 뛰어 나왔다.
“아빠! 아빠!”
모두가 달려오는 와중에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은 아빠를 찾아며 달려오는 민수였다.
“괜찮다. 민수야. 아빤 괜찮아. 걱정 안 해도 돼. 우리 민수 착하지? 이것 봐. 아빠 여기 있잖아.”
창혁 형님은 펑펑 울면서 달려오는 민수를 안아 들고서 달래기 시작했다.
“아니. 자네들 어떻게 된 건가? 분명 답사를 갔던 것이지 않은가 말이야. 몸은 괜찮은가?”
“오빠!”
“다치셨어요? 차안도 온통 핀데…”
영감님과 인수, 지선이 모두 나와서 우리를 바라보며 한마디씩 했다. 우리도 출발 할 때는 답사 차원에서 갔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말은 없었다.
“그게… 거기서 문제가 좀 있었어요. 형님이나 저나 다친 사람은 없구요. 설명을 하자면 좀 길긴 한데요……”
창혁 형님은 민수를 달래느라 정신이 없었고,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 설명을 해야 했다. 생존자, 총격, 좀비…
“그렇게 된 거예요. 쉽게 일이 되는 것 같았는데, 놈들이 갑자기 나타나서요. 생각지도 못한 변수였어요.”
“그러니까, 이 지역에 생존자가 분명 있었다는 것 이구만. 아주 질 나쁜 생존자 들이 말이야… 더 있을지도 모른다라… 그리고, 저 차를 타고 거기서 여기까지 왔고 말이야…”
“예. 그 둘이 전부 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어요.”
“무사히 돌아 온 것은 정말 다행이네만… 이거 큰일이구만. 곤란하게 됐어.”
영감님이 지금까지의 일을 듣고서는 아주 걱정스러워 했다.
“할아버지. 이렇게 돌아 왔으면 된 것 같아요. 다치지도 않았구요. 왜 그러세요?”
인수가 영감님에게 물었다. 나도 영감님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쳐다봤다. 그건 다들 마찬가지 였다.
영감님이 우리가 들어온 진입로를 가리키면서 말을 이었다.
“저기 승합차가 들어온 길을 보게나. 도로는 어떻게 되어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아무리 비포장 도로라 하더라도, 흙이 저 정도로 파해쳐 질 정도면… 모르긴 몰라도 오늘 갔던 곳에서 여기까지 이동 경로가 도로에 남아 있을 것 같아서 말이야. 거기서 만난 자들이 전부가 아니라면… 혹시나 이곳으로 찾아 올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구만. 그들이 아니더라도 도로에 저런 표시가 쭉 이어져 있다면, 다른 생존자들이 와 볼 수도 있겠고…”
그제서야 다들 고개를 돌려 승합차 뒤로 이어진 자국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뒷 타이어가 걸레가 되어 버렸다는 것을 알기는 했지만, 저런 자국이 남는 것 까지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빌어먹을! 저건 미쳐 생각을 못했네요. 어떻게 해야 되죠?”
잘은 모르겠지만, 정말 위험해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개를 돌려 창혁 형님을 바라보니, 형님도 얼굴을 한껏 찡그리고서 무언가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우선은 저기 트럭을 타고, 도로변 까지 가보는게 좋을 것 같구만.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을 해야지 무언가 대책을 세우던지 할 테니까 말이야. 동철군과 창혁군은 들어가서 좀 쉬게나, 나와 인수가 나가서 확인을 해보겠네.”
“아니. 저희가..”
“아. 아. 아. 그런 몰골을 하고, 또 어딜 나가겠단 건가. 들어가서 쉬게. 인수군. 나랑 같이 초입까지 나갔다 오세. 괜찮겠지?”
“예. 들어가서 챙길 것 좀 챙겨 올께요.”
그렇게, 인수와 영감님은 트럭을 타고서 도로변을 확인하기 위해서 나갔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공장으로 다시 들어갔다.
나는 샤워를 하고,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마치 천국에 온 것처럼 나른하고, 붕 뜨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잠깐의 평화를 만끽했다. 여태까지 이 공장이 이렇게 편안하고, 아늑하게 느껴진 것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 평화로움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똑. 똑.
“오빠! 옥상으로 다들 모여 보시래.”
지선이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잠깐 내 평화로움은 끝나는 느낌이었다. 둘러보러 나갔던 영감님과 인수가 돌아온 모양이었다.
“알았어.”
대답을 하면서, 나는 내 방문을 열었다. 내 방문 앞에서 늘 밝은 얼굴을 보여주던 지선이였지만, 지금은 왠지 어두운 빛이 얼굴에서 드러나는 것 같았다.
“자. 올라가자.”
나와 지선이는 천천히 옥상으로 올라갔고, 그곳에는 이미 모두 모여 있었다.
“아! 죄송해요. 제가 제일 늦었네요.”
“아니야. 뭘 그런 것을 신경 쓰나. 자. 와서 앉게나.”
나와 지선이까지 모이자 영감님이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음… 방금 인수군과 함께 도로 초입까지 갔다 왔다네. 결론부터 이야기를 하자면, 상황이 좋지를 않았네. 도로를 따라서 쭉 긁힌 자국이 나있었네. 도로를 벗어나서 공장까지 오는 비포장 도로가 파인 부분들은 어떻게든 표시가 덜 나게 할 수 있겠지만, 도로는 힘들겠더구만. 그것 때문에 좀비가 꼬이는 일은 없겠지만, 사람들이… 생존자들이 꼬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게야. 방비를 조금 하고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보였네.”
“아…”
“젠장.”
영감님의 이야기에 지선이와 창혁 형님이 저마다의 탄식을 뱉어냈다. 영감님이 우리를 다시 한번 훑어 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다들 너무 그러지들 말게나. 오늘 마주친 생존자들에게 다른 동료들이 없을 수도 있는 노릇이니까. 또, 그들에게 동료가 있다고 하더라도, 어디까지 이어져 있을지 그들로써는 모르는 일이니 위험을 무릎쓰고 여기까지 올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힘들겠지. 그건 다른 생존자들도 마찬가지 일것이라고 생각하네. 다행히, 오늘 화살을 챙겨 온 것 같던데… 지선양 확인은 해봤는가?”
“예. 화살대하고… 거기에 들어가는 부수적인 물건들까지 많이 챙겨 왔어요. 대가 조금 적은 것 같긴 했지만, 한동안 쓰기는 충분할 거예요.”
“다행이구만. 일단은 좋게들 생각하게나. 그래도 원래 목적은 달정을 했으니 말이야. 우선, 내일부터 시간있을 때 마다 경계서는 인원을 빼고 밖으로 나가서 진입로라도 정리를 좀 하세. 도로까지 표시가 나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공장까지 일부러 안내할 필요는 없을테니까 말이야. 거리가 조금 있기는 하지만, 해보세나. 그리고… 음… 혹시 모를 불청객들에 대비해서 옥상에도 소총을 하나 뒀으면 좋겠구만. 뭐… 그 정도 말고는 우리가 달리 특별히 할 수 있는 것은 없을 것 같으이.”
“알겠어요. 뭐… 사실 공장을 버리고 떠날게 아니라면, 당장 내일 불한당을 찾아온다 한들 우리가 특별히 준비 할 것이 별로 없을 것 같긴 하네요. 아! 매일 순찰 도는 거요. 그걸… 너무 먼거리 까지 둘러보지 않는 걸로 하죠. 혹시 모르니까요. 최대한 공장 주변만 돌아보는 것으로 해요. 그리고, 시간도 새벽시간으로 옮기는 것으로 하죠. 그리고, 석궁, 권총, 정글칼… 아무튼 순찰 돌 때 무장 철저히 하고 나가는 것으로 하구요. 우리가 할수 있는 대비는 그정도 인 것 같네요.”
영감님의 의견에 나도 한마디 거들었다.
“아. 생필품 가지러 가는 것도 이야기 해야 할 것 같아요.”
내 이야기가 끝나자 지선이가 생각 나는게 있었던지 이야기를 이어서 했다.
“생필품 가지러 나가는 날이 아직 며칠 있긴 하지만… 최대한 가까운 거리에서 물품 구하는 것으로 하죠. 말씀 안드려도 일부러 멀리 가지는 않으시겠지만요. 그리고… 구하기가 조금 힘들더라도 오늘 갔던 반대 방향으로 찾으러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어요. 며칠 전에 생필품 가지러 갔다가 총성 들은 것도 있고해서… 두 경우가 같은 사람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좀 위험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음… 그럴수도 있겠구만. 한동안은 최대한 조심하면서 지내도록 하세. 이거야원. 좀비들 피해서 살아 가기도 힘든 세상에서… 같은 사람들 마저도 피해가면서 지내야 된다니원…”
대충 그 자리는 그렇게 끝이 났다. 몇가지 이야기가 더 나오긴 했지만, 별 다른 내용은 없었다. 앞으로 지금보다 훨씬 더 신경을 많이 쓰면서 살아야 할 것 같다. 지금도 미칠 노릇인데… 젠장…
몇 시간 있으면, 지선이와 내가 모두 자유시간이니, 그때 지선이 방에 찾아 가야겠다. 지금 당장이라도 단 둘이서만 있고 싶지만, 경계도 서야하고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목숨이 왔다갔다 했던 날이면, 더 지선이 생각이 나는 것 같다. 사실 멍하니 있을 시간에도 생각이 많이 나긴 했다.
지금 당장은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서 오늘 사용한 총기도 손질을 좀 해놔야 했다. 그리고, 경계도 서야 했다. 좀비가 아닌 사람을 죽여야 하는 상황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