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58
58화
내 이름은 정창혁이다. 작은 공구상을 했다. 장사는 뭐 그럭저럭 괜찮게 되는 편이었다.
흔히들 하는 말로 여우 같은 마누라와 토끼 같은 자식새끼를 보면서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날 이후로 모든 것이 산산조각 나버렸다. 사람들이 미쳐버린 것인지, 사람이 사람을 물어 뜯어 죽이고, 인육을 먹어 댔다.
마치 영화에서 보던 좀비를 보는 것 같았다. 그 날 볼일 보러 간다고 나갔던 마누라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이제 내게 남은 것은 민수밖에 없다. 미쳐 돌아가는 세상에서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민수를 지켜내야 했다.
그나마 가게 외부에 둘러져 있던 펜스 덕분에 그 좀비 같은 놈들이 가게 안으로는 들어오지 못했다. 셔터도 내리고 창문이란 창문은 모두 닫아 놓고, 어떻게든 살아 남으려고 발버둥쳤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이제는 좀비가 아니라 사람들이 나와 민수를 위협했다.
우리처럼 살아 남은 몇몇 생존자들이 펜스를 넘어 공장으로 들어오려 했다. 평소에 가지고 있던 공기총과 가게에 있던 공구, 정글칼 같은 것들로 그들을 물리 쳤다.
몇몇은 그냥 겁을 주자 물러가는 이들도 있었고, 몇몇은 그렇지 않아서 그들을 죽여야 했다. 상상도 못했던 일이지만, 민수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들이 내 가게로 들어왔다. 민수를 가게에 두고, 잠시 밖에 다녀오는 사이에 그들이 가게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그들의 이름은 인수라는 고등학생과 동철이라는 사내였다. 그들은 무리를 이루고 있었고, 꽤 안전한 정착지에서 생활을 하는 듯 했다.
민수를 그곳으로 데리고 가면, 꽤 안전한 생활을 할 수 있을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쓸만한 공구들을 전부 챙겨서 그들의 무리에 합류하기로 했다. 약간은 도박이긴 했지만, 지금 민수와 둘이서 지내는 것 보다는 그 편이 훨씬 안전할 듯 했다.
그들의 공장에는 교수였다고 하는 노인 한분과 양궁선수였다고 하는 여대생이 더 있었다.
그곳에서 우리는 꽤 안전하게 지낼 수 있었다. 그날 총포사에 가는날 이전까지는 말이다. 그곳에서 있었던 총격전 이후로 모든 것이 달라져 버린 것 같았다.
오늘은 나와 인수가 식량을 챙기기 위해서 외부로 나가기로 한날이다. 동철이와 나갔다 오는 것이 고등학생인 인수와 나가는 것 보다는 안전할 것 같았지만, 민수가 있는 공장도 생각을 해야 했기에 인수와 함께 다녀오는 것으로 모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그렇게 지금 인수와 나는 식량을 구하기 위해서 안전해 보이는 상점을 찾는 중이다. 한동안 한적인 시골길을 따라가다가 적당한 상점이 눈에 띄었다. 어느 정도 거리를 확보해놓고 차를 세웠다.
“인수야. 저기 저 가게로 들어가 보자. 주변에 지금 어슬렁 거리는 몇 놈만 처리하면 될 것 같아.”
“예. 그렇게 하는게 좋겠어요. 세 놈 밖에 안보이네요.”
“알았어. 석궁준비 하자.”
석궁을 바로 쏠수 있도록 시위를 당겨 놓고서 천천히 놈들에게 다가 갔다. 꽤 거리가 가까워 지자 놈들도 우리를 본 듯 했다.
“크아~~~악!!!!”
그중 한놈이 우리를 보고 괴성을 질렀다. 그리고 그 소리에 나머지 놈들도 고개를 돌려 우리를 바라 봤다. 나는 재빨리 차를 세웠다.
“인수야. 조준해. 내가 왼쪽, 넌 오른쪽. 조금 뒤에 있는 놈은 일단 제외하고.”
나와 인수는 주변을 한번 살펴보고 창문을 내렸다. 그리고 그 밖으로 상채를 삐죽이 내밀고는 석궁을 신중하게 조준 했다.
놈들이 가까이 다가 올수록 놈들의 흉한 몰골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가 조준하고 있던 놈은 좀비가 될 때 뜯어 먹힌 것인지 왼 팔꿈치 아래가 없었다. 단지 찢어지고, 붉게 물들어 버린 옷과 찢어진 살점들이 덜렁거리고 있었다.
팍! 팍!
숨을 죽이고 조준한 다음 첫 화살을 쐈다. 이어서 인수도 석궁을 쐈는지 옆에서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석궁이 재자리를 찾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퍽! 퍽!
내가 쏜 놈은 머리에 한방을 맞고 쓰러졌다. 그렇지만 인수가 쏜 놈은 운이 없었던 것인지, 뺨을 관통하고 보기 흉하게 박혔지만 놈은 계속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다시! 난 뒤에 놈을 쏠게. 빨리 화살 걸어.”
철컥! 철컥!
팍! 팍!
다시금 두발의 화살이 날아갔다. 이번에는 다행히 두 놈이 모두 그 자리에 쓰러졌다. 우리는 다시 천천히 이동 하면서, 화살을 회수했고 가게로 천천히 차를 옮겼다.
“좋아! 다른 놈들 안보이지?”
“예. 들어갔께요.”
“그래. 같이 들어가서 수색하고, 얼른 챙겨서 나오자.”
나와 인수는 함께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가게 안을 살폈다. 아직 한번도 생존자가 온 적이 없는 곳인지 가게 안 물건들은 고스란히 정리되어 있었다. 다만 가게 안 곳곳에 피가 튀어 있을 뿐이었다.
꽤 오래전에 좀비에게 당한 것인지 피는 완전히 말라 붙어 있었다. 아마 우리가 쓰러트린 셋중에 이 가게의 주인도 있었을 것 같다.
“아무도 없어요. 음식 챙길께요.”
“그래. 서두르자.”
우리는 서둘러 챙겨온 가방에 음식들을 쑤셔 넣기 시작했다. 한동안 그렇게 정신없이 음식들을 챙기고 있었다.
캬아~~~악!!!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괴성에 나는 하던 일을 바로 멈췄다. 아니 말그대로 굳어 버렸다.
“아저씨! 문이예요.”
인수의 외침 덕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나는 재빨리 몸을 돌려, 문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언제 왔는지 좀비 세 놈이 문 바로 밖에서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분명 밖에는 세 놈 밖에 없었는데… 근방에도 다른 놈들은 안보였고… 시간이 잠시 흐르긴 했지만, 그 사이에 다른 곳에 있던 놈이 온건가?」
혼자 생각을 해봤자 답은 없었다. 우선은 놈들을 처리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어이! 거기 둘! 석궁 버려! 아니면 여기 이 빌어먹을 놈들 세 놈 모두 풀어 줄거야. 덤으로 총알까지 박아서 니놈들 벌집을 만들어 주지.”
생각지도 않았던 사람 목소리였다. 무슨 일인지 생각이 정리가 되지 않았다. 좀비가 와 있는데… 그걸로 협박을 하는 사람이라니. 자세히 보니 좀비들의 목이 이상한 도구 같은 것으로 잡혀 있는 것 같았다.
“위험한 사람들 아니예요. 저희는 음식을 구하려는 것 뿐이예요. 저희는 바로 돌아갈께요. 여기 마음대로 쓰세요.”
나와 인수는 아직 좀비들을 향해서 석궁을 겨누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인수가 대답했다.
“아 진짜. 말 못 알아 들어? 석궁 버리라고! 당장! 셋 셀 동안 안버리면 다 죽은 목숨인줄 알아!”
“아저씨. 어쩌죠?”
인수가 내게 조용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나도 아직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서 대답을 해 줄 수가 없었다.
“하나!”
“둘!”
“잠시만요. 버릴께요. 버려요. 자요.”
인수가 서둘러 그들을 중지시키고 양손으로 석궁을 천천히 바닥에 내려 놓았다. 나도 더는 어떻게 할 수 없이 석궁을 내려 놓았다.
“가지고 있는 무기 전부 땅에다 내려놔! 헛튼짓거리 했다가는 이놈들처럼 만들어 줄테니까 알아서 해!”
이왕 이렇게 된 것, 최대한 비위를 맞춰주면서 살 길을 모색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인수도 나와 같은 생각인지 권총과 칼까지 모두 바닥에 내려 놓았다. 하기야 인수는 겁이 좀 많은 편이니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모든 무기를 바닥에 내려 놓자, 좀비들이 어딘가로 이끌려 갔고, 사내 둘이 엽총을 우리에게 겨누고 가까이 다가왔다. 그제 서야 밖이 좀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가 타고 온 차 뒤로 짐승들을 나를 때 쓰는 커다란 철창이 있는 화물차가 보였다. 가끔 저런 차로 소나 돼지를 나르는 것을 본적이 있었다. 그리고, 사내 여럿이서 TV에서 맹수같은 것들을 제압할 때 쓰던 장대에 집게 같은게 달린 그런 도구로 놈들을 그 철창으로 끌고가 넣는 것이 보였다.
「뭐… 이런 놈들이 다 있어.」
기가 막힐 뿐이었다.
그때 밖에서 다른 한 사내가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이봐! 너희들이 며칠 전에 ○○총포사 쪽에서 총질했던 놈들 패거리 맞지?”
방금 들어온 사내가 우리에게 말을 했다.
“……”
우리는 아무말도 없이 서로 눈치를 보기 바빴다.
“그래. 말을 못하겠다는 거지?”
사내는 영화에서나 보던 삼단봉을 품속에서 꺼내 펼쳤다. 그리고는 인수 앞에 다가가 섰다. 인수는 어느센가 자신의 명치에 박힌 삼단봉에 그 자리에 그대로 고꾸라져 버렸다.
퍽!
“컥! 커억. 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