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59
59화
인수가 고꾸라진 채로 고통스러워했다. 그렇지만, 나는 나를 겨누고 있는 총 때문에 나는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그 사내를 노려보는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어때? 이제 이야기 할 생각이 생겼나?”
“맞아. 맞다고. 이제 고등학생인 아이니까 나하고 얘기하자고.”
나도 모르게 나서버렸다. 머릿속에서 경보음이 마구 울려댔다. 민수를 생각하면 나서지 않고, 어떻게든 나서지 않고 묻어가야 하는 생황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나서버렸다.
“아니. 그쪽은 손을 머리 뒤로하고 엎드려 있어. 미국 영화 같은데서 경찰들이 범죄자들 잡을 때 시키는 것 있잖아. 당신 보다는 이 녀석과 이야기 하는게 더 재밌을 것 같아서 말이야.”
“아닛……”
한마디 하려다 다시 민수가 생각났다. 어떻게 해서든 공장안으로 돌아가야 했다.
이들의 비위를 최대한 맞춰 줘야 할 것 같았다. 인수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그 어떤 것보다 지금의 나에게는 민수에게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했다.
총포사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봐서 분명 내가 엮일 수도 있기 때문에, 지금은 최대한 고분고분하게 있는 것이 나중을 위해서 좀 좋지 않을까 싶었다.
내가 조금 머뭇 거리자, 총을 겨누고 있던 자가 내 뒤로 돌아 와서는 발로 확 밀어 버렸다.
“엎드리지 않고 뭐해!!!”
나는 그냥 그대로 바닥에 엎드렸다. 굴욕적이긴 했지만, 지금은 무조건 죽이고 들어가야 할 때였다.
“자… 이제 좀 살만 할텐데, 대답해 보지? 죽고 싶지 않으면 말이야.”
“콜록! 예. 예. 맞아요. 우리 일행들이 그 총포사에 갔었어요.”
“그렇지? 역시… 너희 일행들 전부 그곳에 갔었나?”
“아니요. 전부 간 것은 아니예요. 일행이 꼬맹이까지 합해서 6명이예요. 그래서, 공장 지킬 인원 빼고, 두 명만 갔었어요.”
“그래? 누가 그곳에 갔었지? 너나 저자도 그곳에 갔었나?”
“아, 아뇨. 그곳에 간 사람은 지금 전부 공장에 있어요.”
그와 인수가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왠일인지 인수가 거의 사실대로 이야기 하다가, 마지막 질문에는 거짓말을 했다. 아무래도, 어떻게든 위기를 넘기기 위해서 중요하다 싶은 대목만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았다.
“그래? 그건 좀 아쉽네. 그리고, 조금더 궁금한게 있는데 말이야.”
“예. 뭐든 물어보세요. 다 말씀 드릴께요. 살려만 주세요.”
그렇게 여러 가지를 그가 질문하고, 인수가 대답을 했다. 그 중에는 나와 민수의 관계에 관한 것도 포함이 되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중에 한가지 든 생각은 그들을 왜 여기에서 만났을까 하는 것이었다. 공장 부근 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지금 이곳은 공장과도 거리가 조금 있는 곳이었다.
“음… 그런데 네가 말한 것들 전부 믿지는 못하겠는걸. 뭐 물론 맞게 이야기한 것도 있겠지만. 아. 그렇다고, 여기서 확인 할 수 있는 방법도 없긴 하지만 말이야. 그렇다고, 뭐 더 물어볼 만한 것도 없고… 그럼… 대신 좋은 생각이 난 것 같아.”
그의 말 끝에 왠지 섬짓한 느낌이 들어서 고개를 살짝 들었다. 그때 내가 본 장면은 인수의 뒤에서 총을 겨누고 있던 사내가 품안에서 무언가를 꺼내서 높이 치켜드는 것이었다. 그것은 나도 본적이 있는 물건이었다. 총포사에서 가끔 본 수렵용 나이프였다.
“안돼!!!”
푹!!!
“헉! 컥!”
나는 발작하듯이 나이프를 꺼내든 이에게 달려들려고 했지만, 한 발로 나를 밟고 총을 겨누고 있던 사내 때문에 뜻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인수의 뒷목에 나이프를 찔러 넣었던 자가 다시 칼을 빼자 인수의 놈은 그대로 앞으로 쓰러졌다.
“크윽…”
“왜 이러는지 궁금한가? 뭐 복수라고 생각해둬. 동생을 죽인 자들에 대한 복수.”
내가 말을 잊지 못하고 있자, 인수에게 질문을 하던 자가 나에게 다가와 조곤조곤 이야기했다. 그것이 더 섬짓한 것 같았다.
“솔직히 꼬맹이가 이야기 한 것 중에 말이야. 당신들 무장상태에 대한 이야기는 상당히 신빙성이 있는 것 같아. 당신들 지금 무장 상태를 봐도 그렇고, 총포사에서 내 동생이 타고 있던 차를 봐도 그렇고 말이야. 복수를 한다고 해도, 무작정 달려들면 우리쪽도 상당한 피해를 입을 것 같긴해. 성공할지 장당하지도 못하겠고… 대신 이런 방법이 떠올랐어. 방금 전에 당신이 본 것처럼 좀비들을 당신들 공장 근처에 계속 풀어 놓는 거지. 그렇게 하면 상당히 효과를 볼 것 같아. 적어도 지금처럼 이렇게 쉽게 식량을 구하기 위해서 밖으로 나오진 못하겠지? 음… 당신. 공장안에 아들이 있다고? 그 꼬맹이 이야기 다른건 몰라도 그건 진짜 같더라고. 당신이 그 이야기 나올 때 움찔하는 것도 그렇고 말이야. 당신 아들 이야기 나올 때 마다 반응을 봐도 그렇고… 꽤나 아들 녀석을 아끼나본데… 그래서,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그…”
“그 공장주변에 좀비가 별로 없어서 여태까지 편하게 살아온 모양인데, 만약에 내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좀비를 원 없이 구경하게 만들어주지. 공장에서 한발짝도 못나오도록 만들어서 고통스럽게 죽도록 만들겠어. 혹시나 아들을 대리고 몰래 도망가려 한다면, 어떻게든 당신 아들까지 죽여 버리고 말꺼야. ‘그럴 수 있겠어?’ 하고. 의심 하지마. 여기 이렇게 당신들 찾아와서 이러고 있는거 생각하면 허풍 아닌거 알꺼야. 아. 너무 걱정하지는 마.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당신과 당신 아들 살려주지. 아니 우리 무리에 받아 들여 주지. 아 그리고, 다함께 빠져나갈 생각도 안하는게 좋을꺼야. 너희 공장 주변에 좀비가 별로 없어서 잠복하기 좋더라고. 어딘가 빈 건물 안에서 우리 애들이 당신들 지켜보고 있으니까. 그리고, 무전기라는 아주 좋은 물건은 건전지만 있으면 연락도 가능하거든. 알았어? 괜히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게 좋을꺼야. 당신 아들 목숨이 달렸으니까 말이야.”
“무슨… 무슨 일을 하면 됩니까?”
나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어떻게든 민수는 살려야 했다.
“거봐. 얼마나 좋아. 이렇게 고분고분 이야기하니까. 아까 죽은 꼬마가 이야기한 내 동생을 죽인 두명. 젊은 사내와 영감. 무슨 수를 쓰든 그 둘을 죽여. 아. 한명 있다는 여자는 살려두고. 내가 한동안 굶었거든. 알지? 뭐. 내 동생을 죽인게, 다른 사람 일수도 있겠지만… 혹시나 당신일 수도 있겠네. 그 여자 일수도 있겠고. 하지만 뭐… 사실 복수는 핑계거리지. 뭐 당신들 다 같은 무리니까. 그 둘 죽이면 동생 복수한 걸로 치지뭐. 그렇게 시킨걸 다 하면 공장 게이트 열어 놓고, 마당에 죽인놈들 시체를 눞혀놔. 아. 멀리서 확인 해야 하니까, 한눈에 알아 볼 수 있게, 그놈들 대가리에 쇠파이프 같은거 하나씩 팍 박아 놓고 말이야. 빨리 하는게 좋을거야. 내일부터는 공장에 있으면 좀비들을 많이 구경해야 할 테니까 말이야. 어렵지 않지? 다시 말하지만, 일이 다 마무리 될 때 까지는 이렇게 밖으로 나오지 않는게 좋을거야. 우리 애들 눈이 항상 공장 주시하고 있으니까… 좋게좋게 가자고. 어때 하겠어?”
그가 엎드려 있는 내 머리를 툭툭 거드리면서 이야기를 마쳤다. 머릿속이 너무나 복잡했다.
말하는 것으로 봐서는 나를 다시 공장으로 돌려 보낼 것 같았다. 공장 안에 자동소총으로 무장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 때문에 수를 쓴 것 같았다.
나나 민수를 살려주겠다는 말도 정말인지 거짓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자기들이 공장을 치기는 위험하니 나를 이용하려 한다는 이야기는 사실 일 것 같았다.
사살 지금 여기 인원만 해도 지금 공장인원보다는 많이 보였다. 공장안으로 들어가면 그의 말대로 하던지, 아니면 공장사람들 끼리 힘을 모아서 한번에 이들을 물리치던지 둘 중 하나 밖에 없는 것 같았다.
그의 말대로 복수는 핑계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복수라고 한다면 총포사에 갔던 두 사람을 어떻게든 찾던지, 그것도 아니면 우리를 전부 몰살 시키던지 해야 할텐데, 지선이는 살려두라는 것으로 봐서는 단순히 복수라고 생각하기는 힘들 것 같았다.
복수를 하러 왔다가, 인수의 이야기를 듣고 다른 쪽으로 생각을 바꾼 것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어찌 되었든, 둘 중 어느 것도 민수의 안전을 확실하게 보장해 주지는 못했다.
“확실히 제 아들을 살려주실 겁니까? 저는 죽여도 상관 없습니다. 아들만은… 제 아들만은 꼭 살려 주십시오. 그렇다면,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아직 마음의 결정을 내리진 못했지만, 우선은 그들의 뜻에 따르는 척이라도 해야 다시 공장으로 돌아가 민수를 볼수 있었다. 지금 내 머릿속에는 민수를 봐야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좋아.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말이야. 헛튼짓 하지만, 좀비 풀어 놓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까불지 말라는 말이야. 공장을 홀랑 태워버릴 수도 있으니까. 그게 더 쉽기는 한데 말이야. 그럼 음식도 아깝고. 여자도 아깝고. 아까운게 너무 많잖아? 그래서 그래. 알았지?”
“알겠습니다.”
“좋아. 일어나서. 당신 무기들 차에 다 실어 놨으니까, 차 타고 돌아가. 저 꼬맹이꺼는 두고 말이야. 당신 장비들 까지 다 놓아 두고 돌아가면, 일하기 힘들꺼 같으니까 내가 선심 쓰는거야. 알았어?”
“예.”
일어나서 인수가 있던 자리를 힐끗 봤다. 인수는 그 자리에 그대로 엎드려 있었고, 피는 이미 바닥에 흥건했다.
뒤에서 총을 겨누고 있던 사내가 나를 총으로 툭툭 치면서 차로 안내했다. 그리고, 나는 재빨리 차를 몰아 공장으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동안에도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어느 것이 민수를 살릴 수 있는 길인지… 내가 한순간 잘못하면 민수가 잘못 될 수도 있었다.
어느 정도 차를 타고 이동하자, 조금 있으면 공장에 도착 할 수 있었다. 빨리 결정을 해야 할텐데… 쉽지가 않았다.
일단은 밖에서 있었던 일은 숨기기로 했다. 인수는 그냥 원형 좀비에게 당했다고 해야 할 것 같았다.
대충 가게에서 있었던 일 중에서 사람이 나타났다는 부분을 빼고, 원형좀비가 나타났다는 부분을 넣고… 그렇게 하면 될 것 같았다. 공장에 도착하기까지 잠시 동안 머릿속으로 이야기를 만들었다.
몇 번을 반복했다.
공장에 도착을 해서 바로 민수에게 달려가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그리고, 일행들에게 인수가 원형좀비에게 당했노라고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를 하는 중간중간에 인수에게 미안하고, 다들 속이는게 조금은 미안 했지만, 우리 민수를 생각하면 뭐든지 할 수 있었다.
일행들에게 이야기를 마치고, 방으로 향했다.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 민수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빠! 왜이렇게 늦게 왔어요?”
“아빠가 좀 늦었지? 밖에서 할 일이 좀 많아서 좀 늦었어. 잠은 잘 잤어?”
“예. 아빠. 잘잤어요. 여기는 그 괴물들이 없잖아. 그래서, 잘 잤어요. 헤헤”
“그래. 그랬구나.”
그렇게 민수와 이야기 하면서 나는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