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6
6화
오늘 또 하루가 시작됐다. 세상이 이 지경이 된지 3일째.
지난 이틀동안 눈앞에서 한 명이 죽고, 좀비 둘을 처리했다. 그 와중에 멀쩡하게 있는 내 자신이 신기하다.
운이 좋았다고 밖에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 것 같다. 아무튼 날이 밝고, 눈을 떴는데, 온몸이 부서지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너무나도 운이 좋게도 안전벨트를 메어서 큰 부상은 없었다고 하지만, 사망사고가 난 교통사고를 겪은 대다가, 온몸을 바짝 긴장한채로 몇시간을 걷고, 거기다 좀비와의 사투까지. 생각해보면 몸이 정상이라면 그게 이상할 지경이다. 아무래도 몸이 이 상태라면 오늘은 어디로 이동한다는게 힘들 것 같다.
“아이고. 죽겠다. 여기서 하루종일 있어도 괜찮을까? 어디로 가긴 힘들 것 같은데… 아. 여기가 어딘지부터 확실히 알아야겠구나.”
폰을 꺼내서 전원을 켰다. 배터리가 거의 바닥이다. 우선은 여분의 베터리가 하나 있긴 하니까 마음이 조금 놓이긴 했다.
폰이 켜지고, 지도 앱을 실행시켰다. 확인해보니 생각보다 경산에 많이 가까이 와 있었다.
청도와 경산 사이쯤 되는 위치였다. 위성 사진으로 보니 근처에 마을도 있는 것 같다.
해상도가 나빠서 자세히 알수는 없지만, 대충 집처럼 보이는 것들이 많지 않은 듯 보였고, 집들 사이의 간격도 꽤 넓어 보였다. 불행중 다행이라면 다행일 것이다.
시골이라 한집에 많은 사람이 살지도 않을 것 같고, 운이 좋다면 노인분들 두분이나 한분만 살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도를 보면서 목적지로하고 있는 공장위치도 다시 확인해봤다. 그러면서, 가야할 경로를 심각하게 고민해보았다.
지금은 차도 없어서, 도보로 이동해야하고 하니, 더 신경을 써야했다. 이동중에 다른 이동수단을 구할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일단은 도보로 이동할 경우와 오토바이나 자동차로 이동할 경우를 구분해서 꼼꼼하게 챙겨야 할 것 같았다.
이곳을 나서게 되면, 가장 가까운 집으로가서 탈수있을 오토바이나 차를 구해봐야겠다. 운이 좋으면 이동수단을 찾을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고민고민 하고 있는데, 문득 한가지 생각이 들었다.
“가만… 그러고 보니까, 거의 무작위로 지역에 관계없이 이사태가 발생했다면… 발전소나 변전소 같은 시설의 근무자라고 예외는 아닐꺼야. 수도시설이나 인터넷서버 관리시설도 마찬가지고… 그렇다면 전기나 수도도 언제 끊길지 알 수 없는 노릇이고, 전기가 나가면 인터넷서버도 마찬가지일거야. 내가 있는 곳은 전기와 들어와도 서버가 있는 쪽은 먼저 전기가 나갈수도 있는 거고… 이거 지금 인터넷에 있는 정보들, 폰이랑 베터리가 있다고 마냥 볼수 있는게 아니네. 이건 정말 큰일인데… 여유있으면 필기구랑 수첩을 구해야겠구나. 정 안되면 필기구 만이라도… 가만 근데 뭔 미친놈처럼 왠 혼잣말을 이렇게 하고있지. 나 이거야원.”
어쩌면 혼자서 좀비랑 싸우고, 생명의 위협을 받다 보니까 뭔가 혼자서라도 말을 하면서 위로 받고 싶은건지도 모르겠다. 며칠만에 예전에 없던 버릇이 생긴건가 싶다. 어찌됐든 오늘은 여기서 하루를 더 보내야겠다. 씻거나 하는건 할수 없겠지만, 그냥 조용히 이안에 있으면 하루 조용히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요기는 가지고 있는 것들로 대충 해결했다. 몸이 너무 안좋았기 때문에 오전나절은 그냥 누워서 낑낑거리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다가, 오후가 되면서 몸이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컨테이너 안이 너무 더워졌다.
날이 많이 선선해지긴 했지만, 아직 낮시간의 햇빛은 뜨거웠다. 그냥 창문을 닫고 있기는 너무 더웠다.
창문을 열어 놓아도 될지 말아야될지 너무 고민이 되었다. 가까운 곳에서는 좀비들이 보이지 않는 것 같고, 창밖으로 철제 방범창이 용접되어 있었기에 창문을 조금 열어놓고 있기로 했다. 그리고, 창고에 보관되어 있는 농기구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래저래 살펴보는데 무기로 사용할만한 것들이 몇가지 보였다. 다만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손도끼나 야삽이 길이가 짧은 것들이다보니, 아무래도 좀 위험한 것 같아서 길이가 긴 것들을 원했다. 길이가 긴 것들은 아무래도 들고 다니기가 불편해서 하나 이상 가지고 다니진 못할 듯 했다.
창고에 있는 것들 중에 눈에 띄는 것이 있었는데, 이름이 아마 쇠스랑인가 그랬던것 같다. 긴 나무 자루에 세 갈래로 된 뾰족한 철제 부분이 자루와 직각되게 끼여 있는것이었다.
아무래도 자루가 길다보니 손도끼나 야삽보다는 훨씬 안전하게 좀비들을 상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루 푹 쉬었다. 조금은 답답하긴 했지만, 지금은 답답한 것보단 컨디션 회복이 중요했다.
날이 조금 어둑어둑해지는데 밖에서 조금 전까지 안들리던 무언가 어색한 소리가 들렸다. 바짝 긴장한채로 창문쪽으로 가서 밖을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좀비 셋이 다가오는게 보인다. 잠시 지켜보니 분명히 이 곳을 향해서 오는것이었다.
어제 처리한 좀비처럼 빠르게 달려든다든지 하는 느낌은 아니지만, 두리번거리면서도 방향만은 정확히 잡고 오고 있었다. 조심스레 다시 창문을 닫았다.
다시금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분명 어제와는 조금 느낌이 다른 것 같다. 어제는 주체할수 없는 긴장감과 공포감이었다면, 지금은 그정도는 아니었다.
“빌어먹을. 하루 조용히 지나가나 했더니, 어떻게 알고 저 정도 거리에서 셋이 모두 정확히 이 곳을 향하는 거지?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인식한건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을거 같긴한데…”
여지껏 이곳을 신경쓰지 않던 좀비들이 동시에 이곳을 향해서 셋이나 오고 있었다. 분명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창문을 연 것 때문인가… 그것말고는 지금까지와 달라진게 없으니까, 그것밖에는 이유가 없을 것 같은데… 그러면 무엇인가 사람들의 냄새를 인식한다는 소리일거야. 골치 아픈 정보를 새로 알았네. 냄새라… 아니 그것보다 한꺼번에 내가 상대할 수 있을까? 지금 상태로 어디 도망가지도 못할 것 같은데…”
지금 상태에서 하나도 아닌 좀비 셋을 동시에 상대한다는 것은 자살행위다. 우선은 냄새를 쫒아오는 것이라면, 창문을 닫으면서 냄새가 어느 정도 차단됐을 것이다.
좀비는 분명 시각도 살아 있는 것 같았다. 근처까지라도 와서 창문을 통해서 나를 본다면, 상황이 또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다.
창고 안을 둘러보니 나뒹구는 포대가 몇 장 보였다. 창문과 문이 확실히 잠겼는지 확인하고, 포대를 창틀에 끼워 안이 보이지 않게 가렸다.
이제 내가 할 일은 한 가지다. 부디 이놈들이 다시 돌아가기를 빌고 또 비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놈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봤다. 우선 시각과 청각은 가지고 있다.
그건 어제 조우한 좀비들과 상대하면서 확인할수 있는 사항이었다. 지금의 상황을 봐선 후각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런 감각들이 얼마나 예민한지는 아직 알 수 없없다. 후각의 경우는 아주 예민할 경우에는 어제 걸으면서 좀비를 한둘은 만났을수도 있었을 것 같다.
창문을 열어놓고 몇시간을 있다보니 나는 못 느끼는 지금의 내 몸에서 나는 지독한 땀 냄새나 살아있는 사람 특유의 냄새가 퍼져나가서 그것을 인식했을 것 같다. 추측일뿐이지만, 앞으로 한 장소에서 오래 머물러서는 안될 것 같다.
생각해보니 아직 여러 가지들이 궁금했다. 이들에 대해서 너무 모르는 것 같다.
많이 알아갈수록 생존 확률이 높아지리라.
쿵! 쿵!
빌어먹을! 너무 쉽게 생각했나보다. 그놈들이 일단 이곳까지 왔나보다. 방금 창문을 닫기는 했지만, 이미 내 채취는 이주변에서 진동을 하고 있을테니까. 시간이 지나면서 냄새가 희석되어 이들이 다시 돌아가기를 바랄뿐이다.
쿵! 쿵!
놈들이 컨테이너 여기저기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쿵쾅! 쿵쾅! 쿵쾅!
놈들이 두들기는 소리 못지않게, 내 심장소리도 다시 커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