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60
60화
나는 그들의 요구에 응하기로 결정을 했다. 그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그들에게 대항하기에는 우선 인수의 죽음에 대해서 거짓말을 한 것 부터가 잘못이 아니었을까 싶다.
공장에 들어오기 전에 결정을 하고, 처음부터 사실대로 이야기를 했다면 모를까, 지금에 와서 이야기를 해서 일행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은 우리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우리는 그들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들의 본거지가 어딘지도 모르고, 그들이 우리를 어떤 식으로 우리를 관찰하고 있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들이 우리에게 싸움을 걸어 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없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유리한 시점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혼자서 대비하고 있지 않은 둘을 상대하는 것이, 대충 눈에 띈 인원만 우리보다 많은데다가 정확한 인원을 파악하지도 못한, 대비를 하고 있는 인원들을 상대하는 것 보다 나을 것 같았다.
하지만, 저들 말대로 일행들을 처리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 분명했다. 나를 제외하면 교수님, 동철이, 지선이 셋인데, 지선이가 모르게 교수님과 동철이를 처리하는 것이 결코 쉬워 보이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평상시에도 다들 칼은 차고 다닌다.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 질지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다들 그렇게 하고 있었다.
가장 골치가 아픈 것은 동철이는 칼뿐만 아니라 권총도 평상시에 가지고 다닌다는 것이다. 동철이는 위험에 대비하는 것에서는 철저했다.
아무튼, 무턱대고 일을 벌일 수는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방에서 고민에 잠겨 있었다.
똑똑.
“민수야. 밥 먹어야지. 창혁오빠도 식사하세요.”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식사시간이 되었나보다. 지선이가 방문을 두드렸다.
“고마워. 나갈게.”
그렇게 대답을 하고, 민수와 함께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 모인 일행들은 인수의 일 때문인지, 다들 조용히 식사에 열중했다. 그들 입장에서는 총포사에서의 무리들도 신경 쓰이는데, 인수까지 좀비에게 당해버려서 분위기가 상당히 가라앉아 있는 것 같았다.
결심을 하고나자, 일행들과 함께 있는 것이 이전처럼 마냥 편하지는 않았다. 신경쓰지 않았던 그들의 행동들을 파악해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았지만, 또한 그런 생각을 하는 내 자신이 혐오스러웠다. 그러다가도, 또 내 옆에서 즉석 요리이긴 하지만, 밥을 맛있게 먹고 있는 민수를 보면 다시 마음을 굳게 먹을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자 교수님께서 민수는 먼저 방으로 돌아가게 했다. 무언가 이야기 할 것이 있으신 것 같았다.
“창혁군. 우리도 다들 마찬가지네만, 함께 나갔던 자네가 가장 충격을 받기는 했을 것이네. 하지만, 어찌하겠나. 세상이 이렇게 변해 버린 것을 말이네. 너무 자책하지 말게나. 힘을 내게. 민수가 있잖은가. 자네가 힘을 내야지.”
내 모습이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나보다. 식사를 하시던 교수님이 나에게 위로의 말을 건내셨다. 그 말이 더 나를 힘들게 만들었다.
“예. 그래야지요. 먼저 좀 일어나겠습니다.”
나는 더 그 자리에 있기가 불편해서,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들 창혁군을 좀 도와줘야겠네. 많이 힘들어 하는 것 같구만.”
등 뒤로 다른 이들에게 당부하는 교수님의 말소리가 들렸다. 그 말이 나를 한층 더 괴롭게 했다.
“후~”
방문 앞에 선 나는 민수를 생각하면서 힘을 냈다. 그리고, 방문을 열고서 방안으로 들어섰다.
“우리 민수. 뭐하니?”
방문을 열고 들어선 내게 보인 것은, 눈물을 흘리면서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는 민수였다.
“민수야. 왜그래? 무슨일이야? 응? 어디 어파?”
“아니, 아빠. 나 안아파. 근데. 인수형… 엄마처럼 그 나쁜 괴물들 때문에 못 돌아오는거야?”
민수의 그 한마디가 내 가슴을 파고 들었다. 민수와 함께 재밌게 놀아주던 인수의 모습이 떠올랐다. 비록 가족도 아니고, 안 기간도 그렇게 오래되었다고는 할 수 없는 인수였지만, 함께 먹고, 생활하고, 서로의 등 뒤를 돌봐준 동료였던 인수에게 죄를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수에게 미안해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래. 민수야. 인수형도 나쁜 괴물들 때문에 그래. 그렇지만, 우리민수 씩씩하게 지내야지? 그래야지 인수형도 좋아할거야. 알았지?”
“응. 아빠.”
작은 얼굴에 붉게 충혈된 눈으로 이를 악물고, 눈물을 참는 민수의 모습에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인수를 그렇게 만든 자들과 타협을 할 수 없었다. 민수를 위해서도 떳떳하고 싶었다.
“민수야. 잠시만. 아빠 잠깐 식당에 다녀올게.”
그렇게 이야기하고 나는 재빨리 식당으로 뛰었다. 그곳에는 아직 다들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응? 창혁군. 무슨일 있는 겐가? 갑자기 이렇게 급하게 뛰어오고.”
다급하게 뛰어 들어오는 나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던 교수님이 물어왔다.
“아닙니다. 그보다 제가 죄송하게도 사실대로 말하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시작한 나는 밖에서 있었던 일들을 모두에게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다들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데, 왜 그걸 지금에서야 이야기를 하시는 거죠?”
그와중에 동철이가 날카로운 눈빛을 하고서 나에게 물었다.
“솔직히 공장으로 돌아와서, 여러분들에게 공장 밖에서의 일을 이야기 할 때 까지 어떻게 해야 좋을지 결정을 하지 못했습니다. 여러분들과 많이 가까워졌고, 정도 들었지만, 제게는 그래도 민수가 이 세상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래서, 민수를 위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판달을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방금 민수가 우는 모습을 보면서, 인수 이야기 하는 것을 보면서… 그들의 말대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
죽은 인수에게 미안해서 그렇게 할 수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다함께 모여서 머리를 맞대면 제가 생각지 못한 무슨 방법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여러분들을 속인 것 다시 한번 사과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며 모두에게 머리를 숙여 사죄의 뜻을 표했다.
“조금 놀라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하고 하네만… 그 마음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네. 이런 험한 세상에서 어린 아들을 지켜내려는 아비의 마음… 이해는 하네. 하지만 말이네… 앞으로는 함께 상의하고 고민하세. 민수… 이런 세상에서 내가 다시 만날지 알수 없는 내 손자이기도 하고, 동철군, 지선양의 조카이기도 하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네.”
“예. 교수님. 죄송합니다. 그런데 앞으로 어떻게 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까?”
우리는 함께 어떻게 지금의 상황을 헤쳐 나가야 할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을 무력으로 제압하는 방법, 몰래 빠져 나가서 그들의 정체와 위치 같은 것들을 알아 오고서 상대하는 방법, 놈들이 좀비를 몰아 온다고 해도 며칠 정도는 문제가 없을 듯 하니 며칠 사태 추이를 살펴보면서 결정을 하자는 이야기 등등 큰 줄기의 대처 방법들이 몇가지 나왔다.
그 중에서 가장 설득력이 있는 것은 동철이가 이야기 한 방법이었다. 그냥 그들 몰래 도망치자는 이야기였다.
“다시 말씀 드릴께요. 지금으로써는 그들 몰래 도망 치는게 제일 좋은 방법인거 같아요. 공장을 떠나야 한다는 것이 불안하고 아쉽기는 하지만, 지금은 그 방법이 가장 좋을 것 같아요. 그것도 가능하면 빨리요. 밤에는 좀 힘들 것 같으니까, 내일 아침 일찍 이라도 떠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분명히 그 사람들 도로 진입로 쪽만 지키고 있을 것 같거든요. 아니 현실적으로 공장을 둘러싸고 있는 산을 전부 그들이 통제 할 수는 없는 일이죠. 거기다가 그렇게 산쪽으로 이동을 할 것이라면, 그들이 좀비를 끌어 들이기 이전에 가능하면 빨리 이동하는게 좋을 것 같아요. 옥상에서 그들이 끌어들이는 좀비를 몇몇 처리하더라도, 좀비들이 그들 뜻대로 움직이는 놈들이 아니니까요. 그중에 혹시나 산속으로 들어서는 놈들이 생긴다면 그 이후에 움직이는 것은 그만큼 위험이 더해지는 것이니까요.”
“그렇지만, 공장을 버리고 떠난다는게… 앞으로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 또… 산으로 이동한다면 차를 두고 가야 할텐데… 그러면 생존에 필요한 것들을 많이 가져가지 못하지 않을까?”
동철이의 말을 듣고, 나는 왠지 불안한 마음에 말을 했다.
“할 수 없는 일이죠. 여기 공장 같이 생활하기 꽤 안전한 장소는 이곳 뿐만은 아닐 거예요. 찾아보면 어딘가 그런 곳은 또 있을 거예요. 물론 이동하는 동안에는 이 안에서 생활하던 것 보다는 위험하겠죠. 하지만, 공장 안에 갇혀서 나가지도 못하고 놈들에게 당하는 것 보다는 이편이 더 좋을 것 같아요. 공장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식량이나 무기가 줄어들면서 더 힘들어 지기만 할 거예요. 마찬가지로 차나 도구들도… 꼭 필요한 것만 챙겨 가면… 요즘 세상에 널린 게 주인 없는 차와 가게잖아요. 좋게 생각하세요. 산 안에는 좀비들은 별로 없을 것 갈거든요. 아직 공장에서 지내면서 산에서 좀비 놈들이 내려오는 경우는 못 본 것 같으니까요. 힘을 합하면 이곳에서 벗어나서 더 안전한 곳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흠… 뭐 저는 동철오빠 의견에 찬성이요. 여러분들 만나기 전에 길지는 않았지만, 혹자서도 다녀봤는데… 지금은 그보다 훨씬 나은 상황인데요? 그들과 부딪히는 것 보다는 이게 좋을 것 같아요.”
“뭐… 나는 혼자 지네본 적은 없네만, 동철군 말대로 하는게 좋을 것 같기는 하구만. 요즘 세상에 위험하지 않은게 어디 있겠는가. 어느 정도 위험한 것은 감수 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
다들 동철이 의견에 동의했다. 나도 동철이 의견이 가장 실현 가능성이 있는 것 같았다.
“저도 동철이 의견이 가장 좋을 것 같기는 합니다. 조금 불안한 마음이 들어서 이야기를 해본 것이죠.”
“그럼. 다들 지금부터 함께 공장을 나갈 때 챙겨 갈 것들을 정리하도록 하시죠. 오늘 밤 안으로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자!”
동철이가 모두를 재촉하며 자리에서 일어서자, 다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다들 준비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