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61
61화
창혁 형님의 이야기를 처음 듣고서 마음 한구석에 서늘해 지는 느낌이 들었다. 만약 창혁 형님이 마음을 돌리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을 수는 없었다. 지금은 모두들 힘을 모아야 할 때였다.
다들 한자리에 모여서 가지고 갈 가방에 식량과 식수를 챙기고, 무기를 챙겼다. 여태까지 공장에서 지내며 창고에 모아 놓은 공구며, 생필품들을 모두 챙겨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차 없이, 챙긴 물품들을 백팩에 넣고 다녀야 하기에 가지고 갈 수 있는 물품에 제한이 상당히 컸다. 너무 무거워도 안됐고, 너무 부피가 큰 것도 가지고 갈 수가 없었다.
방에 있던 민수까지 나와서는 고사리 손으로 어른들이 하는 것을 거들고 나섰다. 그런 민수를 보면서 더 힘이 나는 것이 사실이었다.
짐을 챙기면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탄약이었다. 들고 잠깐 왔다갔다 하는 것은 문제가 없겠지만, 이걸 들고서 산을 넘을 자신은 솔직히 없었다.
아니 자신이 없다기 보다는 두명만 너무 무겁게, 그것도 백팩을 메고 가는 것도 아니고, 들고 다니다가는 혹시 좀비와 만나거나 했을 때, 위험할 것 같았다. 그렇다고 이걸 포기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탄통이 지금 남은게 한통 반쯤 되는데, 이걸 나와 창혁 형님이 계속 가지고 가는건 힘들 것 같았다.
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무겁다고 산속에서 버리고 갈수도 없고, 산속에서 어디 덜고 있기도 힘들 것 같았다. 여기서 좀 덜어서 조금씩 배낭에 넣어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클립에 탄들이 끼워져 있고하니 보관하기 어려울 것 같지도 않았다.
이후에도 화살이며 절단기 같은 공구까지 꼭 필요하다 싶은 것들을 챙기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하지만, 짐정리를 마치고 나자 생각보다 홀가분한 기분이었다.
“여기 지리 제일 잘 아시는 분이 형님일 것 같은데… 어떠세요? 지선이는 어때? 잘 모르나?”
“응, 오빠. 이쪽 까지는 와 본적이 없어서…”
내 물음에 지선이가 얼굴을 찡그리고는 대답을 했다.
“음… 나도 차타고 조금 다녀 본 것이 다라서, 산을 넘어 갔을 때 어디쯤이 나올지는 정확히 잘 모르겠는데… 그렇지만 산 넘어가서 마을이나 도로가 나오면 어디쯤 인지 알 수는 있을거야.”
창혁 형님도 내 물음에 대답을 했다. 그래도, 그럭저럭 긍정적인 대답에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다행이네요. 영감님도 저하고 마찬가지로 지리는 잘 모르시는데…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네요. 후~ 다들 수고 하셨어요. 내일은 새벽부터 움직여야 할테니까, 다들 일찍 마무리하죠. 그리고, 내일 출발은 시간 정하지 말고, 시야 확보하는데 이상 없으면, 바로 출발하는 것으로 했으면 해요.”
다들 내 의견에 동의하고, 그렇게 하기로 했다. 오늘 하루는 경계 없이 하룻밤 푹 쉬기로 했다. 창혁 형님은 민수를 데리고, 방으로 돌아갔고, 나와 나머지 인원들도 모두 각자 방으로 향했다.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잠을 청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평소 같았으면 누워서 조금 있으면 잠이 들었는데, 오늘 같은 날은 평소와 같을 수는 없는 것 같았다. 그렇게 침대에 누워서 한참을 뒤척인 뒤에야 잠이 들 수 있었다.
“오빠, 일어나요. 시간 됐어요.”
방문 밖에서 들리는 지선이의 깨우는 소리에 어렵게 눈을 떴다. 방안의 창은 아직 어둑어둑 한 것이 시간을 짐작하기는 힘들었다. 잠을 잔 것 같지도 않았다. 온몸은 찌뿌둥 하고, 정신도 몽롱한 편이었다. 이런 날은 좀 개운하게 자줘야 기분도 상쾌하고 좋은데, 오늘은 영 그렇지가 못했다.
“알았어. 준비해서 나갈게.”
갈라지는 목소리로 나를 깨운 지선이에게 대답을 했다. 그리고, 시계를 보니 다섯시쯤 이었다. 식사를 후딱 해치우고, 준비하면 시간은 얼추 맞을 것 같았다. 식사하러 갈 준비를 마치고, 식당으로 향했다. 모두들 벌써 식당에 모여 있었다.
“죄송합니다. 잠을 좀 뒤척이는 바람에 좀 늦었어요.”
나는 식당에 들어서면서 먼저 사과를 했다.
“아니네, 동철군. 다들 식당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네. 식사들 하세나.”
오늘 점심 식사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다들 든든하게 먹어 두려는 듯 했다. 입맛이 없을 때는 깨작 거릴 때도 있고 했는데, 오늘은 다들 그런 것이 없었다. 식사하는 동안에는 다들 말이 없었다. 굳은 표정으로 그저 식사거리를 꾸역꾸역 밀어 넣고 있었다.
민수도 어른들의 분위기가 심상찮은 것을 느꼈는지, 가끔씩 사람들을 힐끗 거리면서 평소와는 다르게 너무나 조용히 식사를 했다.
“아… 정말! 민수 봐요. 민수까지 눈치를 보잖아요. 너무 분위기가 무겁잖아요.”
지선이가 이런 무거운 분위기가 참기 힘들었는지, 모두를 둘러보며 한마디 했다.
“뭐… 일부러 무겁게 하려고 그러는 건 아닌데, 또 뭐… 딱히 떠들 기분도 아니고… 그러네…”
“아… 정말. 무슨 얘기든지 해야지, 너무 답답하잖아요. 자꾸 더 쳐지는 기분이고…”
“음… 뭐 그건 그런거 같긴 하지? 자꾸 쓸데 없이 생각만 많아지고… 그리고, 밖에 나가면 큰소리로 이야기하고 하는건 한동안 못 할지도 모르니까… 실컷 떠들어 보는 것도 뭐… 나쁘지는 않을 것 같네. 안 그러세요?”
지선이는 이런 무거운 분위기가 견디기 힘들었던 것 같다. 나도 이런 상황에 있다보니, 생각이 계속 꼬리를 물고, 고민만 많아지는 것 같았다.
“음… ‘공장에서 나가서 산을 넘는다.’라… 그것까지는 이야기가 다 된 부분인데… 지도를 좀 챙겨 놓지 않은게 이럴 때는 아쉽구만. 아무튼 산을 넘어서는 어떻게 하는게 좋겠는가?”
“당장 가깝게 본다면 산을 넘고서 어딘가, 쉴만한 장소를 찾아야겠죠. 차도 알아봐야 겠고… 그리고… 차를 구하면 뭐… 상황을 봐가면서 이곳처럼 지낼 만한 곳을 찾는 것도 쉽지 않겠어요? 그리고, 일단 공장을 나섰으니까… 영감님이 가진 그 이상한 돌맹이 그거 연구할 만한 시설이나, 사람을 알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사실 여태까지 오늘 하루 살아가기 급급했는데요. 총포사에서 얽힌 일들을 겪으면서 느낀게…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는 없지 않겠어요? 살아 남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구요. 지금 당장 어딜 찾아가자는 것은 아니예요. 어딜 가야 할지도 모르니까요. 뭐… 미군애들이 영감님한테 협조 요청을 해서 연구를 하시던 거니까… 미군 부대쪽 알아 보면서 생존자를 찾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구요. 좀… 밑도 끝도 없긴하네요. 사실 저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런 세상에서 그런 걸 연구할 수 있는 시설이라니…”
“동철이 말처럼 공장이 안전하다고, 너무 공장 안에서 지냈던 것 같습니다. 밖으로 나가는 경우도 식량이나 생필품 구하려고만 나가고. 이렇게 해선 항상 그 자리 일 것 같습니다. 이곳을 벗어 난다면 이젠 조금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감님, 나, 창혁 형님. 그래도, 다들 식사를 하면서 한마디씩 이야기를 이었다. 다음에도 몇마디 이야기가 나오긴 했지만, 내용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어느덧 식사를 마쳤고, 다들 출입문 앞으로 모였다.
모두들 허리에는 정글칼을 하나씩 허리에 차고 있었다. 영감님과 지선이는 석궁과 활을 하나씩 들고 있었고, 나와 창혁 형님은 탄통을 한손에 들어야 해서 권총을 들었다. 그리고, 권총은 휴대하기 불편해서 떼어 놓았던 소음기까지 부착을 했다.
탄통을 한손으로 계속 들고 다니기 힘들면, 손을 바꿔가면서 들어야 할텐데, 권총을 왼손에 들었을 때가 조금 걱정이긴 했다. 소총은 영감님과 내가 하나씩 등뒤로 매고 있었다.
남은 권총 하나는 지선이가 가지기로 했다. 민수가 비무장이라 걱정이었다. 하지만, 6살 꼬맹이에게 칼이나 총을 들게 할 수도 없는 노릇 이어서 지선이가 데리고 다니기로 했다.
“자. 출발하세.”
영감님이 앞장을 서서 출입문을 열고 나섰다. 그 뒤를 내가 따르고 창혁 형님이 내 뒤에 섰다. 마지막으로 지선이와 민수가 조용히 따라 나섰다.
밖은 아직 사물을 파악하는데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지만, 어둑어둑한 편이었다.
펜스 게이트까지 열고 나와서 우리가 늘 다니던 길과는 반대로 방향을 잡아 산으로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다들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주변에는 길게 자란 풀들이 나있었다. 최근들어 사람이 다니질 않아서, 예전에 생겼을 길은 나 있었지만, 그 주변의 풀은 꽤 길게 자라 있었다.
어느덧 시간이 꽤 지나서, 날이 밝았다. 시간은 한 시간쯤 흘렀지만, 민수를 데리고, 또, 짐을 많이 가지고서 가려다보니, 그렇게 먼 거리를 온 것 같지는 않았다. 다들 숨소리가 거칠어 졌다.
“후~ 다들 좀 쉬었다 가죠. 어떠세요?”
조금 쉬는게 좋을 것 같아서, 모두의 의향을 물었다. 물론 다들 찬성이었다.
“민수야. 어때? 많이 힘들어?”
지선이가 자신 옆에서 자리에 앉는 민수에게 다정하게 물었다.
“힘들어요. 후~ 후~ 그치만, 괜찮아요.”
예전 같았으면 힘들다고, 투정도 하고, 때도 쓰고 할 꼬맹이지만, 엄마도 잃고, 좀비를 경험 하면서 나이에 맞지 않게 어른스러워 진 것 같았다. 공장에 있을 때는 그래도 좀 아이 같았는데, 밖으로 나오니 애가 달라진 것 같았다.
잠시 자리에 앉아 쉬고 있긴 했지만, 다들 긴장을 늦추지는 않고 있었다. 다들 한손은 각자의 무기에서 떼지 않고 있었다. 다들 한숨 돌릴 수 있게 되자, 영감님이 자리를 털고 일어 났다.
“자. 출발들 하세나.”
부스럭.
영감님이 출발 준비를 하려는데, 우리 앞 풀숲에서 예상치 못한 소리가 들려왔다. 자리에서 일어나 출발 준비를 하려던 사람들이 모두 동작을 멈춘 채로 소리가 난 곳을 바라봤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다들 무기를 들면서 소리가 났던 곳을 응시했다. 나 또한 짐들을 바닥에 그대로 둔 채로 권총을 들어서 겨눴다.
“크르르륵”
소리가 났던 곳에서 좀비 하나가 어슬렁 거리면서 나왔다. 옷은 여기저기 찢어져 있고, 피가 범벅이 된 채로 말라 있었다. 몸 여기저기 작은 상처들이 많이 있는데다, 그런 상처들은 전부 다른 곳 보다 부패가 심한 듯 보였다.
놈은 우리 존재를 알아 차리지 못했는지 그냥 가던 방향으로 비들거리며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놈과 우리의 거리는 불과 5미터도 되지 않았다. 다행히 놈 하나 뿐인 듯 했다.
“다른 분들 그냥 계세요. 제가 처리 할께요.”
나는 그렇게 말을 하면서 권총을 겉옷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허리에 차고 있던 정글칼을 빼들었다. 우리 앞을 지나가던 놈도 작게 낸다고 낸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고개를 돌려 우리를 봤다.
“크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