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62
62화
우리 앞을 지나던 놈이 괴성을 지르며,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내지르던 괴성에 비해서 우리에게 다가오는 속도는 빠르지 못했다. 비틀거리며 양손을 우리를 향해 허우적 거리듯 휘저으며 다가왔다.
칼을 들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칼을 치켜 들면서 놈에게 몇발자국 다가갔다. 그리고, 놈이 스스로 내게 다가오도록 기다렸다.
거리가 적당하다 싶은 순간 나는 있는 힘을 다해서 놈의 머리를 내리쳤다.
빡!!!
그대로 허물어지듯 쓰러지는 놈을 발로 밀어 냈다. 그 반동으로 놈의 머리에 찍혀 있던 칼을 빼냈다.
“후~”
한차례 숨을 고른 나는 뒤를 돌아 사람들에게 향했다. 그들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나를 바라봤다. 아마도, ‘활이나 총이 있는데 뭐하는 짓이지?’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 같았다.
“지금은 화살이나 총알 소모를 가능한 줄이면서 이동하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저도 막 생각나서 미쳐 말씀을 못 드렸어요. 배낭 안에 화살 챙겨 놓은 것이 있긴 하지만, 소지하고 있는 것 다 쓰고 나면, 길바닥에 앉아서 화살 꺼내야 할지도 모를 일이잖아요. 앞으로 어떤 상황에 맞닥뜨릴지 모르니까, 방금처럼 한놈 정도 따로 움직이는 놈들은 칼로 처리하는게 좋을 것 같아요. 어떠세요?”
방금 생각난 것들을 속삭이듯이 조용히 이야기 했다.
“음… 확실히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긴 하구만. 예상치 못하게 다수의 놈들과 만날 수도 있으니까… 동철군 이야기대로 하는게 좋을 것 같구만.”
내 이야기에 영감님이 찬성을 했다. 그리고, 지선이와 창혁 형님도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의 뜻을 표시했다.
“그런데… 영감님이나 지선이가 조금 걸리긴 하네요. 영감님, 창혁 형님, 지선이랑 민수, 그리고 저. 이런 순서로 움직이시죠. 지선이는 계속 활을 쓰는 데신, 위험하다 싶을 때만 다른 사람들 도와주고, 앞쪽에서 나오는 놈들은 영감님과 창혁 형님이 같이 상대하시고, 뒤쪽은 제가 살필께요. 영감님 괜찮으시겠어요?”
“칼로 좀비들을 상대 해보질 못해서 장담은 못하겠네만, 할 수 있을 것이네. 아니 할 수 있어야지. 걱정 말게. 또 창혁이가 옆에서 도와 준다면, 금세 익숙해 질 수 있을게야.”
“아니, 그보다 내가 앞장을 서고, 교수님이 뒤에서 석궁을 사용 하시는게 좋을 것 같은데? 그렇게 움직이다 한 놈이상이 나오면 교수님과 지선이가 도와주고. 그게 더 좋지 않을까?”
“예. 좋아요. 그럼 그렇게 하시죠. 그럼 다들 그렇게 준비하고, 바로 이동하시죠.”
“아!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다들?”
다들 이야기를 마치고 일어나서 출발 준비를 하려는데, 지선이가 민수를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했다. 그때서야 나도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다. 창혁 형님도 그런 지선이를 보더니 민수에게로 다가갔다.
“우리 민수, 괜찮아?”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쓰러져 있는 좀비를 계속 바라보고 있던 민수는 창혁 형님의 부름에도 반응이 없었다.
“민수야. 자~ 민수야. 누나 잠시만 볼래?”
지선이가 민수의 어깨를 감싸 쥐면서 조용히 민수에게 말을 걸었다. 그제서야 민수는 고개를 돌려서 지선이와 창혁 형님을 바라봤다. 민수도 좀비들을 보긴 했을 테지만, 이렇게 아까운 거리에서 놈들을 처리하는 것을 본 것은 처음인 것 같았다. 어린 아이가 볼만한 광경은 결코 아니었다.
“민수야. 저건 있지… 그러니까…”
“알아요. 저 괴물들 때문에 엄마랑 인수형이 돌아 오지 못하는 거잖아요. 저 괴물들이… 나쁜거니깐… 그러니깐 괜찮아요…”
“어. 어. 그래… 민수야. 민수 용감하구나… 민수야. 이제 갈까?”
“예…”
민수가 다시 쓰러져 있는 좀비를 계속 응시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민수에게 창혁 형님이 뭐라 말을 걸려 했지만, 지선이가 창혁 형님을 제지하고서는,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 저었다. 지금은 그냥 두자는 표시인 듯 했다.
“우리 민수. 기운 내고. 지선이 누나 잘 따라 다녀야 된다. 알았지?”
창혁 형님이 표정을 밝게 바꾸고 이야기했다.
“응. 아빠.”
“자. 출발하시죠.”
다들 출발 준비를 마치고, 내 말을 신호로 다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좀비와 한번 맞닥뜨리자, 다들 처음보다 훨씬 긴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 행동 하나하나에서 묻어났다.
주변을 살피고, 무기를 드는 자세에서부터 처음보다 훨씬 조심스럽고,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사실 내 마음가짐이 그렇게 바뀌어서 더 그렇게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한동안 계속 이동했다. 생각 했던 것 보다는 빨리 움직일 수 없었다. 필요한 것만 챙긴다고 챙겼지만 꽤 많은 양의 짐을 각자 가지고 있는데다가, 나이 어린 꼬마, 나이 많은 영감님이 끼인 일행 이다보니 늦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다들 말없이 걷기만 했다. 혹시나 좀비가 꼬일까 염려 해서 인 것도 있지만, 힘이 든 것도 큰 이유였다.
그렇게 한참을 걷자, 저 멀리서 논과 밭이 보였다. 그리고, 작은 집과 건물들이 듬성듬성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 산을 벗어 나지는 못했지만, 분명 끝이 보였다.
문제는 지금부터 일 것 같았다. 산 속에서는 생존하는데 필요한 물품들을 구하기가 힘이 들어서 그렇지, 좀비 자체는 많지 않은 것 같았다.
한참을 이동했지만, 지금까지 좀비는 한놈만 만난 것을 봐도 그랬다. 애초에 사람이 많지 않은 지역이었고, 사람을 찾아 헤매는 놈들 특성을 생각해보면, 산 속으로 기어 들어오는 좀비 숫자는 별로 없을 것 같았다. 다만, 시야 확보가 어렵다보니, 작은 수일지라도 좀 더 위험 할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정지.”
때마침 선두의 창혁 형님이 걸음을 멈췄다. 나와 일행들도 창혁 형님을 따라 자리에 쪼그리고 앉았다.
“저기. 마을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산에서 내려가더라도 마을 외곽이라 좀비들이 많지는 않겠지만, 마을에 가까이 갈수록 좀비는 늘어날 겁니다.
아까 산속에서도 좀비를 봤으니 다들 계속 긴장을 늦추면 안됩니다. 그리고, 5분만 쉬었다 가죠. 마을로 들어가면, 쉴만한 곳을 찾을 때 까지는 쉬기 어려울 지도 모르니까, 쉴 수 있을 때 쉬었다 가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다들 형님의 말이 끝나자 자리에 앉아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형님. 마을도 가까워 지고 하니, 이제 칼보다는 권총을 쓰시죠. 최대한 빨리, 안전하게 쉴만한 곳을 찾거나 차를 찾거나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래. 그러는게 좋겠다. 아… 동철이 너는 권총을 들어. 나는 계속 칼을 들고 갈게. 가다가 마을에 많이 가까워 지거나, 좀비놈들이 많이 나타나면 권총을 꺼낼게. 나는 제일 선두에 있으니까, 한놈씩 나오는건 내가 계속 칼로 처리하는 걸로 하자. 몇놈 더나오면 다른 사람들이 도와주는 사이에 나도 거리두고 권총을 쓸게.”
“예. 그럼 그렇게 하세요.”
나는 칼을 다시 허리에 차고, 권총을 꺼내 들었다. 소음기가 부착되어 있어서 조금 거북하긴 했지만, 소음기를 땔 수는 없었다. 작은 마을이긴 하지만, 좀비가 얼마나 있을지는 알수가 없으니 말이다.
“지금쯤이면 그 총포사 사람들… 우리가 공장 비운걸 알았을까요?”
지선이가 말을 꺼냈다.
“글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알지 않았을까? 그놈들 우리가 모르는 어디선가 망원경 같은 걸로 우리 공장을 살핀 것 같았으니까… 옥상에 아무도 안 올라와있고… 인기척이 없으면, 알아 차렸을 거야. 뭐… 알아 차렸더라도, 꽤 멀리 온거 같고, 산길을 따라서만 온 것은 아니니까. 우리를 쫒아 오기는 힘들꺼야. 아마.”
“사실. 조금 걱정이 되긴 해서요.”
지선이의 질문에 창혁 형님 대답을 했다. 사실 우리 이동 속도가 빠르지 않았고, 중간에 몇 번 쉰걸 생각하면, 그들이 쫓아오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들로서도 꽤 안전한 공장과 그안의 물품들을 확보했으면, 굳이 우리를 쫓을 이유는 없지 않을까 싶었다. 정말 그 인수를 죽인 사람이 복수를 하려는게 아니라면 말이다.
잠시 휴식을 취한 우리는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형님은 역시 정글칼을 들고서 선두에 섰고, 나는 소음기가 장착된 권총을 들었다. 시간이 한참 지나다 보니, 좀 쉬었는데도 탄통을 들고 있는 손이 내 손이 아닌 느낌이다. 정말 악으로 버티는 중이었다. 그런걸 보면 창혁 형님이 나보다 확실히 체력은 좋은 느낌이었다.
한동안 걷다보니 이제 밭이었던 것 같은 풀숲까지 왔다. 한동안 돌보는 사람이 없어서 그렇겠지만, 경계를 보면 밭인 것 같았지만, 풀이 많이 자라 있었다.
조심스럽게 이동을 하던 창혁 형님이 그 자리에 멈췄다.
“앞 풀숲 사이에 좀비 셋.”
일행들은 일제히 자세를 낮췄다. 풀숲에는 노인의 모습을 한 좀비가 셋이 있었다.
다행히 원형 좀비는 없는 듯 했다. 얼굴이나 팔이 성한 놈이 없었다.
주름진 얼굴에 마른 피가 덕지덕지 붙어 있고, 그 얼굴의 피부 곳곳이 뜯겨 나가 있었다. 그 중 하나는 팔 하나가 뼈가 드러나 있었다.
많이 봐왔던 모습이지만, 볼 때 마다 적응이 되지 않았다.
“거리도 좀 있고, 숫자도 많으니까, 형님은 그냥 계세요. 영감님, 지선아. 영감님은 제일 왠쪽 가운데를 지선이. 제가 제일 오른쪽을 맡을께요. 신호하면 쏘세요.”
“알았네.”
“응.”
내 말에 형님은 자세를 낮춘 채로 그냥 있고, 영감님과 지선이가 각자 활과 석궁을 쏠 준비를 했다. 나도 들고 있던 탄통을 바닥에 놓고, 권총을 잘 조준했다.
“쏘세요.”
쉬~익.
쉬~익.
빡!
영감님과 자선이가 화살을 쐈고, 나도 권총을 쐈다. 그런데, 왠일인지 소음기가 달려 있는데도, 예전에 써봤던 것과 소리가 조금 다른 것 같았다. 왠지 조금 더 커진 느낌이었다.
팍!
역시 지선이는 한발에 좀비의 머리에 화살을 박아 넣었고, 그놈은 여지 없이 그 자리에 쓰러졌다.
화살이 빚나가긴 했지만 영감님은 침착하게 다시 화살을 걸고서, 다시 조준을 했다. 하지만, 지선이가 다시 활을 쏘는 시간이 좀더 빨랐다.
쉬~익.
팍!
이번에도 명중이었다.
나도 숨을 고르고 다시 조준을 한 다음, 방아쇠를 당겼다.
탕!
첫발을 쏠 때, 불안하던 느낌은 현실이 되었다. 권총을 쏘는데 엄청난 소음에 깜짝 놀랐다.
팍!
다행히 놈을 명중시킬 수는 있었다.
“이런, 젠장! 이거 왜이래. 소음기 달았는데, 총소리가 왜이러죠? 소음기 안단거랑 차이가 없는데요? 혹시 아시는분 계세요?”
혹시 아는 이유를 아는 분이 있을까 해서 말을 꺼내면서, 일행을 둘러봤다. 하지만, 일행들은 나보다 더 놀랐는지, 토끼눈을 하고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