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63
63화
다들 깜짝 놀란 표정을 하고 있는 와중에, 영감님이 순간 ‘아차!’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 내가 생각나는게 있구만. 꽤 지난 일이라 깜빡하고 있었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동철군, 창혁군. 둘 다 이제 칼을 쓰던지, 석궁을 사용하도록 하게나.”
영감님이 다급하게 이야기를 마치자, 나와 창혁 형님은 무슨 영문인지 몰랐지만,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형님. 형님은 그냥 칼 쓰세요. 총은 가능하면 쓰지 마시구요. 제가 석궁을 쓸께요. 지선아. 배낭에 묶어놓은 석궁 좀 풀어줘.”
나는 재빨리 이야기하고, 뒤를 돌아 앉아 지선이에게 배낭이 가도록 했다.
“자. 다들 놀랐겠지만, 다시 움직이시죠. 총소리 때문에 근방에 좀비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니까, 우선 자리를 옮기죠. 지선아, 민수 잘 챙기고.”
“이쪽에 판넬 건물이 하나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우선 그쪽으로 가보겠습니다.”
나와 형님의 말에 다들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우선 자리를 벗어나야 할 것 같았다. 좀비들이 있던 밭으로 들어가지 않고, 밭고랑을 따라 이동을 했다. 창혁 형님이 선두에 서서 형님이 봤다는 건물로 안내를 했고, 다른 일행들이 그 뒤에서 경계를 하며 이동했다.
창혁 형님이 가는 데로 잠시 따라 가자, 판넬로 지어진 작은 건물이 나왔다. 집이라고 하긴 좀 그렇고, 농사철에 좀 쉬기 위해서 지어 놓은 것 같기도 했다.
주변으로 농기계가 몇가지 있고, 무슨 포대기같은 것들이 쌓여 있었다. 담장도 없고, 달랑 출입문 하나 있는 것이 오래 쉴 수 있는 장소는 아닌 것 같았다.
식량으로 쓸만한 것도 없을 것 같이 보였다.
“형님. 와보니까 좀 그런데요? 담장이라도 좀 있는 건물을 찾는 게 좋지 않을까요? 금방, 식량이나 식료품 털 장소라면 모를까. 앉아서 쉴 만한 장소로는 안 좋을 것 같은데요.”
“그러네. 나도 와서 보니까, 영 실망이네. 그럼. 저기. 저쪽에 가정집 같은 건물 몇 채 모여 있는 곳으로 가보자. 몇 채가 모여 있어서 조금 걸리긴 하지만, 저기가 그나마 제일 가까운 것 같네.”
“예. 그러시죠. 다들, 저쪽 가정집 같은 건물로 갈께요. 여긴. 그냥 지나치겠습니다.”
가정집으로 보이는 건물이 있는 곳 근처까지 일행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접근했다. 이동 중에 꽤 먼 곳에 있는 좀비 하나를 발견하긴 했지만, 굳이 멀리서 우리를 발견하지도 못하는 놈 까지 신경을 쓰기는 힘들었다. 그 외에는 다른 놈들의 방해 없이 이곳 까지는 올 수 있었다.
“다들 보시다시피 집이 세 채나 있고. 제일 끝에 있는 집 앞에는 승용차도 하나 있어요. 저 집으로 들어가시죠. 우선 집 주변에 있는 눈에 띄는 좀비는 차근차근 처리를 하고 들어가는 것으로 하구요. 지선이는 항상 민수 신경 쓰는 것 잊지 말고. 알았지?”
“응, 오빠.”
다들 가지고 있던 짐들을 우선 바닥에 놓고, 좀비들을 정리할 준비를 했다. 지금 가정집 주변에는 눈에 띄는 좀비는 여섯이었다. 정리를 마치고서 다들 천천히 움직여서 가장 가까이 있는 좀비를 향해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리고, 더 이상 접근 몰래 접근하는 것이 어렵겠다 싶은 지점까지 접근을 했다.
“민수야, 지선이 누나 옆에 꼭 붙어 있어야 한다. 알았지?”
“응, 아빠.”
“자! 먼저 제일 앞에 놈부터.”
창혁 형님이 민수에게 마지막 당부를 했다. 나는 민수가 씩씩하게 대답하는 소리를 듣고, 공격 신호를 했다.
창혁 형님은 혹시 파악하지 못했던 놈이 가까이에서 갑자기 나타날 경우를 대비해서 칼을 들고서, 사방을 살폈다. 나와 영감님은 풀숲에 몸을 숨긴 채로 조금 자세를 높이고는 가장 우리들 앞에서 어슬렁 거리고 있는 놈을 향해서 석궁을 겨눴다.
퍽! 퍽!
영감님과 나는 석궁을 쏘고서 확인도 하지 않은 채, 그 자리에서 다시 자세를 낮추고 석궁을 쏠 준비를 했다. 그러면서 힐끗 고개를 들어 확인한 그 놈은 더 이상 그 자리에 서있지 못하고 쓰러져 있었다. 거의 동시에 쏘아져 나간, 우리 둘의 화살은 놈의 머리에 하나, 목에 하나씩 들어 박혔다.
“크르륵.”
나머지 다섯의 좀비는 여전히 우리를 인식하지 못한 채로 특유의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어슬렁 거리고 있었다. 다시 석궁이 준비된 우리는 그 다음 놈을 처리하려고 숨을 골랐다.
“후~”
그때였다. 갑자기 창혁 형님이 자리에서 일어나 대열을 벗어나 우리 뒤를 향해서 뛰었다.
무슨 일인지 몰라 깜짝 놀란 채, 창혁 형님을 바라보던 우리는 오래잖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형님을 따라가던 내 시야에 일행의 가장 뒤에 있던 지선이와 민수의 몇 미터 뒤로, 어디서 튀어 나왔는지 모를 좀비의 모습이 보였다.
그 놈은 아직 우릴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래서, 창혁 형님이 놈이 소리를 내지르기 전에 처리하려고 한 모양이었다. 난 부디 놈이 우리를 발견하기 전에 형님이 놈을 처리하기를 바랐다.
“크악!!!”
하지만, 그 기대는 그저 기대에 그치고 말았다. 우리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우리를 발견한 놈이 그대로 괴성을 내질러 버렸다.
“젠장!”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욕지기가 터져 나왔고, 다른 일행들도 누구날 것 없이 그와 비슷한 말을 한마디씩 내뱉었다.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우리의 앞에 있던 놈들을 바라봤다. 그 놈들도 이 소리를 들었는지, 하나같이 듣기 괴로운 괴성을 내지르며 우리에게 다가 왔다.
나와 영감님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놈에게 석궁을 쐈다. 너무 급하게 쐈던 것인지 두발이 모두 빗나가 버렸다.
철퍼덕.
그 사이 창혁 형님은 뒤에서 나타난 놈을 처리했는지, 뒤에서 무언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였다. 그 소리에 나는 기계적으로 손을 움직이며, 뒤를 돌아보았다.
창혁 형님이 지선이와 민수에게 다가가 확인하는 것이 보였고, 그 뒤로 머리가 반쯤 부서져 나가 있는 쓰러진 좀비가 보였다. 지선이는 깜짝 놀랐는지, 앞뒤를 번갈아 보면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정신차려! 아직 많이 남아 있어!”
이젠 이것저것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지선이에게 고함을 질렀다. 잠시 정신을 못 차리던 지선이는 내 고함 소리와 옆에서 다독이는 창혁 형님의 말에 정신을 차렸는지 앞을 향해 활을 들었다.
그사이 영감님은 몇발을 화살을 더 쏘았고, 한 놈의 좀비를 더 처리했다.
“이제 넷!”
“셋!”
우리들이 날리는 화살에 놈들의 숫자가 줄어갔다. 하지만, 그 만큼 놈들과 우리의 거리도 가까워져 있었다. 석궁을 쏘고, 다시 화살을 시위에 거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기에 놈들이 접근하는 것을 막기가 쉽지 않았다.
셋이 남았을 때, 놈들과의 간격이 내가 화살을 다시 거는 시간을 생각했을 때, 애매한 듯 보였다. 그때 내 옆에서 칼을 들고 대기하고 있던 창혁형님이 짐들을 모두 내려 놓고, 맨몸에 칼을 들고서 앞으로 뛰어 나갔다.
잠시 고민을 했지만, 창혁 형님을 보고서 나도 재빨리 배낭을 벗고서, 칼을 빼들었다. 그리고는, 놈들을 향해 달려 들었다. 먼저 달려 나갔던 형님이 칼을 크게 휘둘렀다.
턱.
형님의 칼질에 상할 대로 상해있던 놈의 머리는 허공으로 떠올라 바닥에 떨어졌다. 나는 방향을 틀어 그 옆에서 다가 오고 있던 놈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하지만, 운이 나빴던지 놈이 휘졌던 팔이 칼에 맞아 버렸다.
“크악!!!”
머리 대신 한쪽 팔을 잃어버린 놈은 괴성을 내지르면 나를 향해 방향을 틀었다. 너무 크게 칼을 휘두르느라 중심을 잃은 나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젠장! 젠장!”
앞뒤 생각할 겨를 이 없던 나는 무의식중에 사용하지 않으려 했던 권총으로 손이 갔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자, 큰 소음이 발생하고 안하고의 문제는 내가 살고 난 다음의 문제였다. 손 끝에 권총이 느껴지는 순간.
퍽!
놈이 갑자기 벌러덩 나자빠졌다. 먼저 한 놈을 처리했던 창혁 형님이 어느새 달려와서 놈을 발로 밀어 넘어 뜨렸다. 그리고는 그대로 넘어진 놈의 머리쪽으로 달려들어서 놈의 미간에 그대로 칼을 박아 넣었다.
“후~”
“괜찮아?”
“예.”
우리는 간단히 상태를 확인하고, 고개를 들어 우리 앞에서 다가오고 있는 놈을 봤다. 여전히 놈은 우리에게 다가 오고 있었지만, 다른 놈들에 비해서 속도는 꽤 느린 편이었다.
자세히 보니 좀비로 변할 때, 다리를 공격당한 것인지 한쪽 다리가 성치 못했다. 다리 근육 여기저기가 뜯겨 나가 있었다.
그 덕분에 다리를 절뚝거렸고, 우리에게 다가 오는 속도도 느렸던 것 같았다.
“제가 처리 할께요. 지선아 내가 할게.”
나는 그렇게 이야기 하고, 놈에게 다가 갔다. 놈과의 거리가 적당했을 때, 다리를 들어 발로 놈을 쭉 밀었다.
놈은 그대로 뒤로 쓰러졌다. 보통 사람을 이렇게 밀면 조금 밀리면서 균형을 잡아서, 쓰러지지는 않을 테지만, 놈들은 열이면 아홉은 쓰러지는 것 같았다.
쓰러진 놈의 머리 쪽으로 한발 내디딘 나는 놈의 목을 향해서 그대로 칼을 휘둘렀다.
놈의 머리는 그대로 몸과 분리되어 버렸다. 그런데 잘린 놈의 머리가 옆으로 조금 구르면서, 그 입이 아직 나를 먹으려는 듯이 벌려져 있고, 지저분한 이빨을 드러내 보였다. 무언가 소리가 나지는 않았지만, 눈동자도 나를 바라 보았고, 그 입은 여전히 나를 먹기 위해 노력했다. 그 모습을 보자, 나는 소름이 돋았다.
“젠장. 정말 미치겠네.”
나는 다시 칼을 들어 올려, 머리를 쪼개 놓아야만 했다.
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