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64
64화
우리 일행은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그리고, 혹시나 남은 좀비가 있을지 몰라 잠시 주위를 살폈지만, 다행히 더 이상의 좀비는 나타나지 않았다.
나와 창혁 형님은 우리가 처리한 좀비들의 몸수색을 해야 했다. 끔찍하고 역겨운 일이었지만, 혹시 좀비들 중에 저기 보이는 승용차의 주인이 있었을 지도 모를 일이었기에 뒤져 봐야 했다.
몸과 옷 여기저기에 마른 피딱지가 붙어 있고, 몸도 곳곳이 손상되어 있는 그들의 몸수색을 한다는 것은 정말 못할 짓이었다. 열쇠를 몇 개 찾기는 했지만, 이런 역겨운 일을 한 보람도 없이 차에 맞는 열쇠는 없었다.
“자. 다들 저기 마지막 집 상황을 봐가면서 괜찮으면, 오늘은 저곳에서 쉬는 것으로 할께요. 가시죠.”
우리 일행은 콘크리트 포장된 길을 따라서 집으로 다가갔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알 길은 없었지만, 대문이 열려 있었다.
“혹시 모르니 다들 조심하세요. 대문이 열려 있으니, 안에 좀비가 또 있을지도 몰라요.”
모두에게 혹시 모를 사태에 대해서 주의를 주고, 대문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좁은 마당에 나무가 몇 그루 서 있고, 자전거와 잡다한 가재도구들이 있었지만, 좀비는 보이지 않았다. 마당 여기저기를 뒤졌지만, 역시나 좀비는 보이지 않았다. 현관문은 반쯤 열려 있는 채였다.
“안으로 들어갈께요.”
집안으로 들어서는데 곳곳에 피가 튀어 있었고, 거실 바닥은 온통 붉게 물들어 있었다. 다만 시간이 많이 지난 것이었는지, 바짝 말라 있었다. 피를 보자, 좀비에 대한 경각심이 더욱 강해졌다. 문이 닫혀 있는 방들을 하나씩 열어 가면서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먼저, 영감님이 방문을 두드렸다. 혹시 좀비가 방안에 있다면 그 소리를 듣고,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쿵쿵!
영감님이 주먹을 쥐고서 방문을 두들겼지만, 방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리고 나서, 나와 창혁 형님은 칼을 들고서 방문에서 한두 발자국 뒤에 자리를 잡고 섰다. 그리고, 우리의 준비상태를 보던 영감님에게 내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이에 영감님이 방문을 확 열어 졌혔다.
“후~ 없네요. 다음 방으로 가시죠.”
문을 열 때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지만, 방안에 좀비가 없는 것을 확인하자 어느 정도 마음이 편해졌다. 그렇게 방 하나를 더 확인하고, 이제 하나만 더 확인 하면, 좀 쉴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쿵쿵!
역시나 방안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사실 여태 두방을 두드리는 소리가 꽤 컸기에, 마지막 방에 좀비가 있었다면, 이전에 반응이 있었을 것 같았다. 역시 마찬가지로 나와 창혁 형님은 자세를 잡았고, 영감님은 문을 열고 옆으로 빠졌다.
“헛! 아… 젠장. 지선아 민수 데리고 다른 방에 들어가 있을래? 여기 정리 좀 해야 할 것 같아.”
“응. 알았어, 오빠. 민수야. 우리 저기, 저 방에 들어가서 좀 쉬자.”
민수와 지선이를 다른 곳으로 보내고, 방안으로 들어가서 확인 한 방안의 풍경은 처참했다. 방안 한 가운데에 좀비 였던 것 같아 보이는 시체가 하나 누워있었다.
오른쪽 눈이 있던 곳에는 식칼 하나가 거의 손잡이 부분까지 박혀 있었다. 그리고, 팔과 다리는 무엇으로 잘라냈는지, 사지가 모두 잘려져 있었다. 거기다가 몸 곳곳을 도끼나 무슨 칼 같은 것으로 찍고, 난도질을 해놨다.
절단면도 보면 한번에 잘려진 것 같지도 않았다. 아마도 도끼나 칼 같은 것으로 여러번 내려 찍어서 잘라 낸 것 같았다.
“젠장. 뭔… 어떤 또라이가 그냥 죽이는 것도 아니고, 이걸 이렇게 만들어놔…”
누군가 이전에 이 집에 들어왔었던 모양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무리 좀비지만 사지를 잘라 놓는 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쩌죠? 이 상태로 놔두고 문 닫아놓고 하룻밤 지낼까요? 아님 정리를 좀 할까요?”
그냥 놔두자니 쉬는 내내 뒤가 땡기는 기분 일 것 같았고, 정리를 하자니 그 처참한 몰골에 손을 대는 것이 꺼려졌다.
“그래도, 안보이는 곳에다 정리를 해놓고 쉬도록 하세. 아무리 이 방 문을 닫아놓고 들어 가지 않더라도, 쉬는 내내 신경이 쓰일 것 같으이.”
“나도 정리를 하는게 좋을 것 같아.”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죠. 아… 정말. 다시 봐도 적응 안되네요.”
영감님과 창혁 형님, 모두 정리를 하고 쉬기를 원했다. 나와 창혁 형님은 영감님에게 쉬시라고 말씀들 드렸지만, 한사코 같이 정리를 하기로 하셨다. 뒤뜰에 적당한 장소가 있었고, 그곳에 시신 정리를 해뒀다.
또, 자동차 열쇠를 찾기 위해서 집안을 샅샅이 뒤졌지만, 열쇠는 찾을 수가 없었다. 조금 실망스럽긴 했지만, 모든 것이 처음부터 착착 풀리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나마 몇시간 만에 쉴 수 있는 장소를 찾았으니 그것으로 만족할 만 했다.
민수는 방 한구석에서 잠이 들어 있고, 나머지 일행들은 다들 한곳에 모여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 상의 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영감님. 아까 밖에서 권총에서 소리 크게 났을 때, 무언가 아시는 것 같던데 무슨 일이예요?”
“아. 사실 정확한 것은 아니네. 내가 소음기라는 물건을 본 것도 얼마 되지 않았으니 말이야. 그런데, 미군들과 함께 이동할 때, 미군들이 권총을 사용하는 것을 봤는데 말이야. 소음기가 소모품인 것 같았네. 한동안 사용하다 교환을 하는 것 같았네. 수명이 어느 정도인지 까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소모품이란 것은 틀림 없을게야.”
“하. 그런… 건 처음 알았네요. 뭐… 소음기라는 것을 본게 이번이 처음이긴 하지만요. 그럼… 다른 권총들에 끼워져 있는 것들은 어떨지 모르는 것이네요.”
밖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영감님의 대답은 내가 생각을 못 한 것이긴 하지만, 정말 단순한 문제 였던 것이다. 소음기가 소모품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생각해보면 무엇이든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긴 했다.
“권총 사용할 때 구분 안하고 사용해서 어느 것을 많이 사용했는지 적게 사용했는지… 알 수 없을텐데… 다른 권총들… 소음기 떼고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예. 그게 좋을 것 같아요. 아예. 처음부터 소음기 작동 안한다고 생각하고 사용하는 것이 생각 못했던 상황에서 당황하는 것 보다는 좋을 것 같아요.”
“그렇다고, 소음기를 떼고 쓸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아직 확인 안 된 두 개는 그냥 달아 놓고 사용해도 될 것 같아요. 대신 소음기 작동 안한다고 생각하고 쓰는 거죠. 다행히 작동한다면 다행이라는 생각으로요.”
소음기에 대해서 여러 의견들이 나왔다. 그 중에서 두 개의 소음기는 아직 작동을 하는지 안하는지 알 수 없는 상태였기에, 확인이 될 때 까지는 그냥 사용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지금은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없지만, 소음기가 작동을 하는지 확인이 되는 순간 까지는 소음기가 없다고 생각하고 꼭 필요한 상황에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권총을 사용하게 되는 상황이 되면 자연히 소음기가 작동을 하는지도 알 수 있게 될테니, 작동을 하지 않는다면 소음기는 떼버리면 될 것이다.
만약에 작동을 한다고 하더라도, 여태까지 얼마나 사용했는지 알 수 없고, 또 얼마나 더 사용할 수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일 것이다. 그래서, 소음기가 작동을 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을 하기로 했다.
“그럼, 제가 가지고 있던 권총은 아주 위험한 상황이 아니면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해야 겠네요. 나머지도, 일단은 제가 가지고 있던 권총들과 같이 생각을 하고…”
“그게 좋을 것 같구만. 음… 그런데, 이제 어떻게 하는게 좋을 것 같은가? 이 앞에 있는 차 열쇠는 이곳에 없는 것 같더구만…”
“차는 뭐… 당장 집 앞에 있는 차를 사용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시간이 좀 더 걸릴 뿐이지 사용 할 만한 차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은 것 같았어요. 지금 당장은 이 근처에 차가 안보여서 쓸 만한 차를 못 찾고 있지만, 도로로 나가거나 차가 좀더 있는 곳으로 가면 사용할 만한 차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될꺼예요.”
“그런데요. 차는 어떻게든 구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제 정말로 어떻게 해야 되는 거죠? 이런 가정집에서 지내는거 솔직히 불안하거든요.”
나와 영감님이 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 지선이가 다른 주제를 가지고 나왔다.
“괜찮은 장소를 찾을 때 까지는 그날그날 괜찮은 장소를 찾으면서 이동을 해야겠지. 뭐. 여기저기 찾아 다니다 보면 저번 공장처럼 괜찮은 피난처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 그게 아니라도 안전한 장소라던지… 저번에 공장에서 얘기한 것처럼 연구 할 만한 장소라던지… 그런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
“그러니까, 내일은 우선… 첫째가 차를 구한다. 둘째가 어디든 이동을 하면서 괜찮은 피난처를 찾는다는거고. 뭐… 오래 머물만한 장소를 찾지 못하면 오늘처럼 하루하루 버텨나간다라…”
막막한 심정에 다들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하긴 했지만, 사실 이제 막 공장을 벗어난 첫날일 뿐이었다.
“다들 좀 쉬세요. 전 옥상에 좀 올라가 보고… 주변 좀 살펴 볼께요.”
다른 일행들은 다들 각자 편히 쉬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영감님은 많이 피곤할 것 같았다. 민수는 많이 피곤했는지 벌써 골아 떨어져 버린 상태이고 말이다. 창혁 형님도 오늘 칼을 쓰면서 좀 격하게 움직여서 그런지 많이 피곤해 하는 것 같았다. 지선이는 운동선수라 좀 괜찮은 것 같기는 했다.
옥상으로 올라 가서 주변을 살펴보려면 현관 밖으로 나와야 했기에 조금 긴장이 되긴 했다. 주변 좀비들을 정리를 하고 들어오긴 했지만, 불안한 마음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건물 뒤편에 있는 계단으로 조심스럽게 올라가서 주변을 한번 죽 훑어 봤다. 사방은 전부 논밭이었다.
여기저기로 콘크리트 포장이된 농로가 연결되어 있었고, 여기서 좀 떨어져서 집들이 꽤 모여 있는 곳이 보였다. 그리고 이곳과 비슷하게 가정집 몇 채가 따로 떨어져 있는 것들이 조금 보였다. 그리고, 논밭 사이사이 농로 여기저기에 좀비들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곳과 거리가 좀 떨어져 있어서 다행스럽긴 했지만, 밤사이 어떻게 될지는 모를 일이긴 했다. 그리고 주변을 여기저기 살피는데, 여기서 거리는 좀 멀어서 정확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차 유리가 전부 시커먼 썬팅이 되어 있는 RV차량이 있었다.
열쇠만 구할 수 있다면 꽤 쓸만할 것 같았다. 일행들에게는 차 구하는 것에 대해서 큰소리를 치긴 했지만, 사실 운이 따라 줘야 될 일이긴 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주변을 둘러 봤지만, 그 차 주변이나 여기서 그 차까지 가는 사이에 좀비는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한번 가볼까? 내일 상황이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