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66
66화
나는 ‘박진우’라는 사람이었다. 고향에서 혼자 되신 어머니를 모시고, 딸, 마누라와 함께 일반적인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었다.
대학 근처에서 호프집을 하면서, 경제적으로도 그렇게 나쁜 상황은 아니었다. 평소 그렇게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면서 살지는 못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나름 행복한 삶을 살았던 것 같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상하게 변해 버린 그날. 내가 인식하지도 못했던 그 행복은 영원히 사라져 버렸다.
마치 짐승이나 괴물이 되어버린 것처럼,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공격하는 일이 벌어지던 그날 오전. 어머니는 착한 내 딸 미진이와 함께 낮잠을 자고 계셨고, 집사람은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일을 마치고 들어와서 한숨 자고, 일어나 TV를 보고 있었다.
“꺄아악!!!!!!!!!!!!!!!!!!”
어머니와 미진이가 잠을 자고 있던 방에서 여태까지 들어본 적이 없는 소름 돋는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주방에 있던 집사람이 깜짝 놀라 그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나도 놈을 튕기듯 일어나 바로 뒤따라 방으로 들어섰다. 그 방에서 내가 본 것은 내가 생각을 해본 적도 없는 광경이었다.
나보다 조금 먼저 방에 들어선 집사람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몇 초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굳어 버린 듯 했다.
방안에서는 어머니가 한방에서 같이 잠을 자고 있던 미진이를 물어 뜯고 있었다. 뺨과 목의 피부는 이미 뜯겨나가 미진이는 미진이의 모습이 아닌 것 같았다.
어머니는 미진이의 피를 뒤집어 쓴 것인지 온통 붉게 물들어 있었고, 미진이는 팔다리를 버둥거리며 벗어나려 하는 것 같았다.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면서 아무런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미진아!!!!”
잠시 멍하니 있던, 집사람이 미진이의 이름을 부르며, 어머니에게 달려가서는 어머니를 밀쳐 냈다. 미진이의 복부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어머니가 옆으로 나동그라졌다. 그런데, 미진이의 붉고 긴 무언가가 어머니를 따라 미진이의 복부에서 딸려 나왔다.
미진이는 이제 버둥거리던 손과 발도 미약하게 움찔거릴 뿐이었다.
“미진아! 미진아! 미진아!!!!”
집사람은 미진이를 붙들고 울부짖었다. 그때, 옆으로 밀쳐져 있던 어머니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자신을 밀친 집사람에게 달려들었다.
“캬아악!!!”
“꺄아~악!!!”
어머니는 미진이에게 했듯이, 집사람에게 달려들어서 목덜미를 물어 뜯었다.
“여보!!! 살렵… 크륵… 컥!”
나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봤다. 내 딸 미진이는 맹수에게 당한 사람처럼 여기저기가 물어 뜯기고, 피범벅이 된 채 방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어머니는 한 마리의 맹수와 같이 집사람을 물어 뜯고 있었고, 집사람은 내게 살려 달라며 팔을 뻗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 이게 무슨… 왜… 왜… 왜!!! 어머니! 그만 하세요!!!”
나는 아무것도 못한 채 어머니를 향해 울부 짖을 뿐이었다. 그리고, 나의 외침에 집사람을 물어 뜯던 어머니가 갑자기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나와 마주친 어머니의 눈동자는 내가 알던 어머니의 눈동자가 아니었다. 초점도 잡히지 않는 듯한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머니의 입에서는 짐승의 으르렁거리는 소리와 비슷한 소리가 새어나왔다. 너무나 섬득한 기분에 나도 모르게 한발 뒤로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으……”
나는 알 수 없는 공포에 심음소리를 내뱉었다.
그 순간 어머니가 벼락같이 나에게 달려 들었다. 그것은 평소에 내가 알던 어머니의 몸놀림이 아니었다.
어떻게 그런 반응을 했는지 나도 알 수는 없지만, 달려드는 어머니를 슬쩍 피하면서 어머니를 있는 힘껏 옆으로 밀었다. 순간 내게 어머니는 더 이상 어머니로 보이지 않았다.
그저 어머니의 모습을 한 괴물이 나에게 달려든 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어머니가 목표를 잃은 채 떠밀려서 그런지, 방바닥이 미끄러워서 그런 것인지 슬쩍 미끄러지면서 방바닥에 그대로 쓰러졌다.
“어!”
“크륵!!!”
순간 넘어진 어머니를 걱정하는 마음이 들려는데, 어머니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기이한 소리에 그 마음은 깨끗이 사라져 버렸다. 나는 재빨리 방을 빠져나가서 현관에 있던 야구방망이를 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호신용으로 집에 놔두던 방망이 였는데, 이런 일에 내가 방망이를 들게 될지는 꿈에도 알지 못했다.
방망이를 들고 방을 향해서 몸을 돌리자, 방바닥에 쓰러져 있는 미진이와 집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다시 몸을 일으키는 어머니가 눈에 띄었다.
“어머니! 왜 그러세요! 이러지 마세요. 예? 왜 이러시는 거예요?!!!”
내 울부짖음에 어머니는 몸을 일으키고 나를 쳐다봤다. 하지만, 어머니의 그 눈동자는 여전히 아무런 생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어머니가 나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더 이상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있는 힘껏 어머니를 향해 야구 방망이를 휘둘렀다.
뻑!
야구 방망이는 어머니의 발꿈치에 맞았는지 굉장한 소리를 냈다. 어머니의 팔은 이상한 각도로 꺽인 채 축 늘어졌다. 그러면서, 어머니가 살짝 주춤 거렸다. 하지만, 곧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남은 한쪽 팔을 휘두르며 나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어머니의 머리를 향해 다시금 있는 힘껏 야구방망이를 휘둘렀다.
뻑!
나를 향해 달려오던 어머니는 내 옆을 스치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얼마나 힘껏 후려쳤는지 어머니의 머리는 한쪽이 함몰되어 그 속이 보일 정도 였다.
“우욱! 어… 어…”
내가 무슨 짓을 한 것인지 한동안 알 수가 없었다. 온몸이 떨려왔다. 그러면서, 힘이 쭉 빠지면서 그 자리에 주저앉을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내가… 어머니를… 신고… 신고… 자수 해야겠지… 자수… 자수…”
그렇게 중얼거리며 그 자리에 한참을 앉아 있었던 것 같다. 집 밖에서도 비명소리, 자동차 사고나는 소리, 폭발음 같은 것들이 들리는 것도 같았다. 하지만, 나는 밖의 상황을 신경 쓸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얼마를 그렇게 있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참의 시간이 흐르도록 나는 그냥 그렇게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부스럭.
미진이와 집사람이 있던 방 안에서 무언가 인기척이 느껴졌다.
“아! 미진아! 여보!”
나는 멍해진 사이 깜빡하고 있던 미진이와 집사람이 생각났다. 고개를 들고서 방으로 들어가 보려는데, 나는 그 자리에 다시 우뚝 멈춰 설 수 밖에 없었다.
“크륵!!!”
“크아악!!!”
조그맣고 귀엽던 미진이와 집사람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소리가 조금 전 어머니가 내뱉던 소리와 같았다. 그리고 그들의 눈동자도 어머니의 눈동자와 같이 아무런 생기를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들이 그런 괴성을 내지르며 나에게 다가오는 모습을 보자 나는 뒷걸음을 칠 수 밖에 없었다.
“왜! 왜! 미진아! 여보! 왜 그래! 대체 왜 그러는 거야! 정신 차려! 제발!!! 제발…”
둘은 어머니와는 달리 조금 부자연스러운 움직임 이긴 했지만, 역시나 나를 공격하려는 것 같았다.
“아… 아…”
나는 더 이상 집 안에 있을 수가 없었다. 들고 있던 야구방망이를 들고서 집밖으로 뛰쳐 나왔다. 다행스럽게도 그 와중에도 차 열쇠는 챙겨 나왔다.
대문을 막 나서는데, 취직을 하면서 독립을 하겠다고 하고, 따로 살고 있는 동생, 진석이가 어쩐 일로 미친 듯이 달려서 내게로 다가왔다.
“형! 형! 괜찮아? 지금 사람들이 이상해. 집에 들어가! 헉. 헉.”
나는 숨을 헐떡 거리며, 나를 붙잡고 급하게 집으로 들어가려는 진석이를 세워야만 했다.
“진석아. 들어가지마. 안돼.”
그렇게 말하며 나는 진석이를 향해 고개를 가로 저어야만 했다.
“형! 무슨 말이야. 설마…”
“진석아. 차에 타. 어서.”
나는 짐시 비틀거리던 진석이를 이끌고 차로 향했다. 차가 집 담벼락 바로 앞에 주차 되 있었기에, 어렵지 않게 차에 탈 수 있었다. 그리고, 나와 진석이는 함께 차를 타고 한참을 달렸다. 그리고, 인적이 드문 곳에 잠시 차를 세웠다. 그리고, 진석이와 나는 서로 알고 있는 사실들, 겪었던 일들을 이야기했다.
진석이의 말에 따르면, 우리 집에서 있었던 그런 일이 우리 집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거의 모든 곳에서 그런 일이 있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아무리 어머니가 괴물처럼 변해 버리긴 했지만, 어머니를 내가 죽였다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냥 어머니와 다른 식구들이 이상하게 변해버렸고, 나를 공격하려 해서, 집에 두고, 도망을 나왔다고만 이야기를 했다. 진석이도 밖에서 비슷한 경험이 있었던 것인지, 어머니를 모시러가자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와 진석이는 함께 살아 남기 위해서 노력했다. 나는 이제 내 하나 남은 혈육, 진석이를 꼭 살려야 했다.
내 손으로 어머니를 해친 것에 대한 미안함 때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진석이 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살아 남게 해 주겠다고 마음 속으로 어머니에게 다짐했다. 그리고, 그런 다짐을 한 이후로 괴물들을 상대할 때면, 나는 내 자신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럴 때 만큼은 내가 내 자신이 아닌 것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아니, 어머니를 해치면서 부터, 이후에 그때 이미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일 것이라는 짐작을 할수 있었지만, 나는 이미 또 다른 괴물이 되어 버린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