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67
67화
진석이와 나는 둘이서 힘겹게 하루하루 버텨 나갔다. 주인 없는 가정집에 들어가 하루밤 지내기도 하고, 음식을 찾기 위해서 위험을 무릎 쓰고 여러곳을 찾아 다니기도 했다. 그러던 와중에 몇몇 생존자들을 만나기도 했지만, 나는 동생 몰래 그들을 해치우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물품들, 생존에 필요한 것들을 차지할 뿐이었다.
내 손으로 괴물로 변해버린 어머니를 해치고, 동생을 보호하기로 한 다음부터 다른 사람들은 그저 언제 괴물로 변할지 모르는 잠재적인 위험 요소일 뿐이었다.
그렇게 생존을 위해서 할 짓, 못할 짓 가리지 않고 하면서, 나는 더욱 괴물이 되어 갔던 것 같다. 그러나, 예전에 평소 알고 지내던, 무리를 이루고 살아가는 여덟 명의 생존자들과 만나게 되자, 그들을 이용해서 동생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들은 총포사에서 엽총을 구했고, 그것을 이용해 괴물들을 처리했다.
그들과 함께 하기 위해 난 그들이 원하는 일을 뭐든지 들어주기 시작했다. 나 또한 이전부터 생존자들을 죽여 봤기 때문에 그들이 요구하는 것들에 별다른 거리낌이 없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아주 단순했다. 그들은 여자 생존자를 산 채로 대려다 주기를 원했다.
생존에 필요한 물품은 자신들이 충분히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자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생존자를 찾는 자체가 어려운데 그 가운데서 여자를 찾아오는 일이 쉬울리는 없었다.
무엇보다 여자를 취하기 위해서 목숨을 내놓고 해집고 다닐 정도의 또라이들은 아니었다. 난 엽총을 들고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생존자들을 찾았다.
남자를 만나면 그 자리에서 죽여 버리고, 여자는 납치해서 아지트로 돌아왔다. 그렇게 해주면, 그들은 내 동생의 안전을 보장해 주었다. 납치되어 온 여자의 이후는 내 관심 밖이었다.
그렇게 나는 내 동생의 안전을 지켰다. 그런 어느 날 내 동생, 진석이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놈들에게 죽임을 당했다.
정확히 말하면 좀비들에게 당했지만, 그들이 타고 있던 차에 총알 자국이 있고, 사고가 난 흔적이 있는 것으로 봐선 분명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한 것이었다. 내가 괴물이 되면서 까지 지켜주려 했던, 내 손으로 해친 어머니에 대한 사죄라고도 할 수 있었던 내 동생이 그렇게 죽어 버린 것이다.
“씨팔! 내 동생! 지켜주기로 했던 거잖아! 내가 없을 때 돌봐주기로 해서 내가 밖으로 돌아 다녔던 거잖아! 왜! 왜!”
“이 새끼가 미쳤나보네. 너 돌았냐? 어디서 지랄이야? 내 친구도 같이 죽었어, 임마! 아지트 안이면 몰라도, 밖에 둘이 나가서 죽어 버린걸 왜 우리한테 지랄이야?!!!”
나는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로 그들에게 책임을 추궁했지만, 그들이 그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던지, 미안해 할 일은 애초에 없었다.
“복수 해야해…”
나는 내 스스로 동생의 복수를 해 주기로 다짐을 했다. 내 동생을 지켜주지 않은, 지금 함께 하고 있는 이 놈들 뿐만 아니라, 내 동생에게 총을 쏜 그놈들을 찾아서 복수를 해야 했다.
지금 함께 있는 이 놈들은 언제든 기회가 있을테니, 총을 쏜 놈들을 찾는데 이 놈들을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 놈들을 찾아서 복수를 할 때 까지는, 지금 까지 함께 지내던 놈들의 비위를 맞춰 주기로 했다.
그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들의 비위를 맞추며, 조금 조용해진 며칠 뒤, 동생이 죽임을 당한 곳에서부터 이어진 도로위의 바퀴자국 같은 흔적을 따라갔다. 그 흔적은 외진 공장 건물로 이어져 있었다.
나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좀 멀리 떨어진 허름한 건물에 자리를 잡고, 식량을 준비해 가서 며칠을 쌍안경으로 관찰했다. 지켜본 바로는 공장에 성인 다섯명과 꼬마 한명, 그 중 성인 여자가 한명 있었다.
여자가 한명 끼어 있다는 사실이 참 다행스러웠다. 바로, 그 여자를 미끼로 내 일행들을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 이번에 좀 도와줘. 내 동생 복수만 하는 건 아니잖아. 그리고, 거기 젊은 여자도 한명 있으니까… 대신 나머지는 모두 죽일 수 있게 도와줘. 칙”
“여자라… 뭐 며칠 굶긴 했지. 알았어. 도와줄지. 다음에 또 이런 귀찮은 일은 꿈도 꾸지마. 알았어? 칙”
“그래. 알았어. 칙”
가지고 갔던 소형 무전기로 일행들과 연락을 했다. 역시나 놈들은 여자가 있다는 말에 움직이기로 했다.
사실 공장에 있는 놈들, 지금의 일행, 공장에 있는 여자, 그 어느 하나도 살려둘 마음이 없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모두 죽여 버리고 말리라 다짐을 했다.
내 동생의 죽음에 관계됐다고 생각되는 모든 것들은 살아 있어서는 안됐다. 용납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어느 날 공장에 있던 놈들 중 몇이 차를 타고 밖으로 나왔다. 일행 중에 짐승을 트럭으로 운송하던 일을 하던 놈이 있어서 그 놈을 이용해서 좀비를 트럭에 실었다. 그리고, 그 좀비를 이용해서 놈들을 사로 잡을 수 있었다.
살펴본 바로는 무장이 상당히 잘되어 있는 놈들이라 긴장을 하긴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생각보다 쉽게 사로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 쓸모 없을 것 같은 어린 놈은 먼저 죽여 버렸다. 그리고, 애가 있는 놈은 이용하기 쉬울 것 같아서 잔뜩 협박을 해서 돌려 보냈다.
하지만, 일이 생각처럼 쉽게 풀리지 만은 않았다. 놈들이 새벽에 공장을 버리고 도망을 가버렸다. 아무래도, 지키고 있던 반대쪽 산을 타고 도망을 간 듯 했다.
“이 놈들 쫒아가서 잡아야지. 여자도 함께 도망 갔잖아. 안그래?”
“야. 미쳤냐? 아무리 여자를 굶었지만, 거기에 목숨을 걸지는 않아. 뭐. 꽤 쓸만한 아지트도 생겼고. 거기에 이놈들이 모아놓은 물건들도 많고. 그냥 여기 눌러 앉아도 되는데. 뭐하러 그놈들 뒤를 쫒아가. 다시 그 얘기 꺼내면 죽는다. 알았어? 여자는 니가 또 구해오면 되는 거야. 알았어?”
공장에 들어와서 둘러본 놈들이 그들을 쫒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래선 안되는 것이었다.
“아냐. 잘 생각해봐. 여대생쯤 되는 젊은 여자라니까? 아무리 여자를 구하러 다녀도, 그 나이때 애들 찾기 힘들어. 벌써 죄다 죽어 나갔을껄?”
“자식아. ‘죽는다’ 그랬지? 입 다물어라. 입 다물고, 나가서 여자나 잡아와.”
“씩~ 씩~ 알았어.”
일단은 그 자리를 나섰다. 그냥 여기에 만족하고, 여자는 포기를 하기로 한 모양이었다.
이들은 내가 왜 저희들 비위를 맞춰 주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듯 했다. 동생이 죽은 지금, 저희들 비위 맞춰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인지를 못하는 모양이었다. 이들과 시간을 너무 지체 한다면 공장 놈들을 뒤쫓을 기회를 잃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난 동생이 죽은 이후로 이들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을 여러 가지 생각해 봤다. 그런데, 인원이 많다보니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이들을 나 혼자서 죽이기는 힘들 것 같았다. 그렇게 고민고민 하다가 생각난 방법이 한가지 있었다.
차에 가서 내가 준비해 놓은 것들을 가지고 왔다. 바로 메탄올을 섞은 소주였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내가 알기로 메탄올을 먹으면 실명하고, 심하면 사망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다른 계획도 있었고, 그 계획이 내 진정한 복수 방법이지만, 가짜 술을 먹이는 것도 만약을 위한 보험쯤은 되었다.
근처 공단쪽으로 갔다가 화공약품 가게가 보여서 불현 듯 생각이 났었다. 다른 화공약품도 있겠지만, 그것들이 무슨 냄새가 나는지, 무슨 맛인지 나로써는 알지 못했기 때문에, 가장 먼저 생각난 메탄올을 챙겼었다. 그리고, 그것을 소주병에다 잘 희석시켰다.
먹어보지 않아서 맛은 모르겠지만, 조금씩 먹고 알딸딸해 지고 난 다음에 저 메탄올 술을 주면, 아무것도 모르고 잘 먹을 것 같았다. 차에 준비해 놓았던 소주와 라면까지 모조리 들고 와서 준비를 했다.
“어이! 뇌물은 아니고, 잘 좀 생각해보라고 준비했으니까, 한잔씩들 해. 라면에 소주. 오랜만이잖아.”
일행들을 모두 식당에 불러 모은 다음, 술을 권했다.
“아. 내가 고마운거 잘 알지. 여기까지 와 준 것도 그렇고… 여자가 없어서 조금 미안하지만. 자, 여기 한잔.”
“자식. 이제야 상황 파악이 좀 되나보네. 담에는 여자도 좀 준비를 하라고.”
미친놈들. 아침부터 넙죽넙죽 잘도 받아 마셨다. 이전에도 가끔 슬을 마시긴 했지만, 오늘은 조금 더 마시는 것 같았다. 아마 꽤 안전한 아지트를 구했다는 안도감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안주거리도 많지 않다보니, 조금 지나자 다들 어느 정도는 취기가 올라오는 것 같았다. 때가 되었다 싶었던 나는 주방에서 준비해 놓은 메탄올 술들을 가지고 왔다. 그리고는, 화장실이 급하다고 자리를 피했다.
“그래. 자식들아. 죄다 쳐먹어라.”
밖으로 나온 나는 조용히 뇌까렸다. 이제 다음 단계를 준비할 때였다. 가짜 술을 만들 때 함께 준비해 둔 화염병을 다시 확인했다. 기숙사 방이 여러 개라 그중 한 곳에 몰래 숨겨 뒀었다.
잠시 시간을 보내고, 놈들에게 다시 찾아갔다. 그 사이 얼마나 마셔 댔는지, 그 많던 가짜 술들도 죄다 먹어 가고 있었다.
“야! 어딜 갔다가 이제 온거야. 자식아! 이 형님들이 술을 자시면, 옆에서 수발을 들어야 할꺼 아니야. 어!”
“그래, 임마! 거… 라면 좀 다시 끓여 와봐.”
미친놈들. 혀도 조금 꼬인 것 같고, 제대로 취한 것 같았다. 곧 죽을 놈들이…
나는 식당 입구에서 조용히 준비해 둔 화염병을 꺼내서 불을 붙였다. 놈들은 나는 신경도 쓰지 않고, 지들끼리 해롱거리며 술을 마시느라 정신이 없었다.
식탁에 죄다 모여 술을 마시고 있으니, 화염병 던지기도 참 쉬웠다.
휙!
챙!
화르륵!
“으아!!! 이게 뭐야! 야! 이거. 이거!!! 으아!!!”
“크악!!!”
난리가 났다. 헤롱거리던 놈들이 불을 뒤집어 쓰니 정신이 번쩍 드는 모양이었다. 가지고 있던 다른 화염병에 다시 불을 붙여 몇 개를 더 던졌다. 그리고, 몸을 뒤로 빼고는, 입구에다 하나를 던졌다. 하나같이 옷에 불이 붙었고, 알콜에 불이 붙어 있다보니 잘 꺼지지도 않았다.
“으악!!! 살려줘!!!”
“물!!!!!!!!!!”
발광을 하며 뛰어 다니는 놈, 제자리에서 뒹구는 놈. 별의별 놈이 다 있었다. 그 중의 한놈이 나를 향해서 뛰어 왔다. 입구에 붙여 놓은 불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으악!!!”
나는 준비해 뒀던 엽총을 꺼내 들었다.
철컥!
장전을 하고, 놈이 거의 식당문에 도착할 무렵, 방아쇠를 당겼다.
쾅!
놈의 머리는 산산 조각이 나며 날아갔다. 머리를 잃은 몸뚱아리는 그대로 바닥을 나뒹굴었다.
“자식. 너무 쉽게 죽였나? 아쉽네.”
놈들을 고통없이 죽여 줄 마음 따위는 애초에 없었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놈들이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두 지켜봤다.
“그러니까, 임마. 내가 잘 해줄 때 내 동생을 잘 돌봐 줬어야 할꺼 아냐. 왜, 죽을 짓을 하냐고… 병신들.”
더 이상 탈것이 없자 불은 잦아들었다. 하지만, 놈들의 고통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전신이 시커멓게 타버린 놈들은 바닥에 쓰러진 채 신음하고 있었다. 이제는 내가 직접 이놈들에 대한 복수를 완성할 때 였다.
놈들이 무기를 모아 놓는 곳으로 간 나는 도끼를 하나 챙겨 왔다. 그리고, 신음하고 있는 놈들 하나하나를 찾아 가며, 놈들의 머리, 팔, 다리, 몸뚱아리를 다지기 시작했다. 온 사방에 피가 튀었고, 물론 내 몸도 피로 샤워를 한 듯 붉게 물들었다. 그렇게, 난 붉은 괴물이 되었다.
“임마. 그러기에, 왜 나같은 괴물을 건드리는 거냐. 지 애미를 죽인 괴물은 건드리는 게 아니야. 알았어?”
놈들을 하나같이 피떡으로 만들어 버린 나는 누가 듣기라도 하듯 이야기 했다. 그리고, 공장을 나서 차에 올랐다. 물론, 화염병이며, 총, 도끼 챙길 것은 모두 챙겼다.
“이제 그놈들 차례네. 이 산을 넘었다면… 나올 곳이 몇군데 있긴한데… 산을 넘고서 쉴만한 곳을 찾는다면… 갈만한 곳이 몇군데 안되지. 기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