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68
68화
공장을 벗어난 나는 차를 타고서 한참을 달렸다. 놈들이 갈만한 곳이 어딜지 정확히는 알수 없지만, 몇 군대로 추릴 수는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향해서 차를 몰았다. 그리고, 얼마후 내가 원하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자식들이 이 동네에 왔으려나? 이 마을이 산 가장 가깝게 넘으면 올수 있는 가장 가까운 마을인 걸로 알고 있는데… 언제쯤 출발 했는지를 모르니… 아… 정말… 그 자식들 아니었으면, 좀 쉽게 찾을 수 있었을 텐데… 아닌가?”
내가 생각해도 내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것 같았다. 예전 같았으면, 사람을 죽일 생각 따위는 어떤 일이 벌어졌어도 하지 않았을 텐데, 지금의 나는 사람을 죽이지 못해 안달을 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크크. 나도 뭐… 길바닥에서 돌아다니는 저놈들과는 또 다른 의미로 괴물이 되어 버린 것 같단 말이야. 큭.”
그들을 뒤쫓겠다고 무작정 나오긴 했지만, 사실 그들을 찾을 수 있을 확률에 대해서는 나조차도 회의적이긴 했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는 문제였다. 이 일을 내가 성공 하느냐 못하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이었다.
“마을 안을 좀 찾아 봐야 되나? 다른 마을에 가볼까? 못 찾는거 아냐?”
사실 길거리의 괴물들 때문에 마을을 꼼꼼하게 수색하기도 힘든 실정이긴 했다.
탕!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을 못하고, 잠시 고민에 잠겨 있는데 어디선가 총소리가 들렸다.
“응? 뭐지? 그놈들 인가? 운이 좋은 건가? 아. 놈들이란 보장도 없는거긴 하네.”
여기가 그놈들이 나타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만약 놈들이라면, 정말 운이 좋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놈들이든 아니든 총을 가진 놈들이라면, 그리고, 바로 그놈들이라면 숫자도 많기 때문에, 지금의 나로서는 일행도 없기 때문에 조심해서 일을 처리해야 했다.
우선 마을 어귀에 차를 주차시켰다. 놈들이 이곳에서 휴식을 취할지, 아니면 차를 구해서 바로 어딘가로 이동을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차를 주차시키고 기다리기로 했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렸지만, 마을에서 큰 도로로 나오는 차는 없었다. 누가 됐던지 간에 마을 안에 있으려는 모양이었다.
“일단은 마을 안을 한번 둘러 보는게 좋을 것 같긴한데… 잠깐… 그러고 보니까… 진석이랑 둘이서 돌아 다닐 때 와본 적 있는 마을인 것 같은데…”
잠깐 옛 기억이 떠올랐다. 그렇게 오래전 일도 아니지만, 기분으로는 몇 년이 지난 일 같았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 마을이 아마 내가 그 괴물놈을 처음 죽였던 마을이었던 것 같다.
어머니와 집사람, 귀여운 딸래미가 생각이 나서 그 괴물을 아주 피떡을 만들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사람이고 괴물들이고 간에 내가 요즘 피떡을 만들어 버리는게 그때부터가 아니었나 싶다.
어찌 되었든 차를 가지고 마을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그들이 총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지나가는 차를 보자마자 총을 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또, 내 얼굴을 아는 그 놈을 마주하더라도, 차에 썬팅이 진하게 되어 있어서, 나를 알아보지는 못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만약에 놈들이 아니면 그냥 다른 곳에서 놈들을 찾아 보려했다.
마을 외곽에서부터 천천히 마을로 진입했다. 차 소음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
그렇게 마을 안으로 들어가서 그들이 있을 법한 곳을 찾았다. 몇군대 가볼만 한 곳을 들렇고, 그 중에 가정집이 세 채가 모여 있는 곳 이었는데, 그 앞의 길거리에 괴물들이 꽤 많이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놈들의 상태를 봐서는 그 꼴이 된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좋아. 확인 해보자.”
나는 차를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주차시키기 위해서 잠시 주변을 살폈다. 멀지 않은 곳에, 건물에 가려져 그 집에서 차가 잘 보이지 않을 것 같은 곳을 찾았다. 그 집들로부터 너무 멀어도 내가 그곳까지 오가기 힘들기 때문에 그곳이 가장 적절한 장소 일 것 같았다.
“뭐야. 왠놈이 빌빌거리고 있어.”
난 내 차 앞에서 얼쩡거리는 괴물 놈을 그대로 밀었다. 그리고, 몇 번 차를 몇 번 앞뒤로 왔다갔다 하며 놈을 짓밟았다.
콰직!
바퀴에 깔렸는지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그제서야 나는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렸다.
차 밑에 깔린 놈을 보자 차로 덮칠 때 넘어지면서 그렇던 것인지, 튀통수가 깨져있는 것 같았다. 팔다리도 기이하게 짓눌려 있었다.
“좋네.”
아무리 그래도, 괴물들이 돌아 다니는 길에 오래 있을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봐두었던 집으로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 도착해 보니, 한 집은 대문과 현관이 다 닫혀 있고, 나머지는 전부 열려 있었다.
문이 닫혀 있는 집에 누군가 들어가 있는 것인지, 확인해 보고 싶었지만,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공장의 놈들일지도 모르는데 내가 직접 들어가서 확인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쿵! 쿵!
그때 였다. 그 집 안에서 약하지만, 무언가 두드리는 소리도 나면서 사람이 있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이에 그 집과 가장 먼 집에 들어가서 상황을 좀 더 살펴보기로 했다.
“후~”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는 집안으로 나 혼자 들어 가려니 조금 긴장이 되긴 했다.
조심스럽게 들어서서 대문을 조용히 닫았다. 그리고, 현관문으로 들어섰다. 집안을 살펴 보았지만, 다행히 집안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집주인이 도망을 간 것 같았다. 집안에 괴물들에게 당한 것 같은 핏자국도 없었고, 사람이 오래 살지 않은 듯 먼지가 뽀얗게 앉아 있었다.
이런 조용한 집을 보니, 갑자기 가족이 살던 우리 집이 생각이 났다. 옛날의 즐거웠던 기억들에 잠시 기분이 좋았지만, 이내 집 안에 쓰러져 있을 어머니와, 그곳에서 비틀 거리며 내게 달려들던 집사람과 딸래미가 생각이 났다.
“씨팔!”
한마디 욕을 내뱉고 옥상으로 올라가서 놈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집을 살폈다. 바닥을 쳐버린 기분 때문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공장의 그놈들이든, 아니든 모두 죽여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꽉 채웠다.
준비를 위해서 나는 차로 돌아가 화염병과 공장의 한 놈을 죽이면서 챙겨둔 석궁, 엽총 등등 쓸만한 건 죄다 챙겨서 옮겼다. 지금 내 머릿속에는 일을 벌인 이후에 어떻게 이곳을 벗어나고, 이후에는 어떻게 살아 갈 것인가에 대한 생각은 전혀 들어 있지 않았다.
오로지, 한집 건너에 있는 이들을 죽여야 한다는 생각 이외에는 아무런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지금의 나에게는 이제 그들이 누구 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옥상에 올라가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는데 그쪽 집에서도 누군가 옥상으로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나는 재빨리 몸을 낮춰 난간 밑으로 몸을 숨겼다. 잠시 기다렸다가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살피자, 어느새 놈은 내려가고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놈들을 죽이지? 지금까지 보인 놈은 한놈이긴 한데… 한놈밖에 없으려나? 그러면 쉽긴한데… 멀리서 쌍안경으로만 봤던 거라서, 공장에서 봤던 놈인지 아닌지 모르겠네… 크크. 뭐, 중요한 것도 아닌가?”
그렇게 고민을 하고 있는데, 잠시 후 그 집안에서 방금 본 그놈과 다른 한 놈이 현관문을 열고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다른 한 놈은 분명 내가 살려서 돌려보내준 바로 그 공장의 일원이었다. 그 공장에서 도망쳐 나온 놈들이 분명해 보였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왠 여자가 활을 들고서 옥상으로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나는 다시 몸을 숨겼다.
‘집밖에 세 놈이라… 그러면 집 안에는 영감 하나하고, 애새끼 하나만 있는건가?’
기다렸다가 전부 집밖으로 나오면 해치우는게 좋을지, 지금 해치울 수 있는 놈은 해치우는 것이 좋을지 고민이 됐다.
‘집 안에 있는 게 영감하고 애새끼 밖에 없으면 지금 밖에 있는 것들만 먼저 처리해도 나머지는 쉬울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이 들자, 지금 놈들을 처리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다시 놈들을 살피기 위해서 살짝 고개를 들어봤다.
‘젠장! 저 두놈. 어딜 가는 거야? 타이밍 놓친 건가?’
고민을 하는 사이 현관으로 나왔던 사내 두 놈이 대문 밖으로 나와서 어딘가로 이동을 하는 것이 보였다. 좋은 기회를 놓친 것 같아 아쉬웠다.
‘놈들이 돌아올 때 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을까? 아님 저 여자 하나 있는 걸 먼저 처리하는게 좋을까? 아냐. 여자가 안보이면 놈들이 돌아오면서 대비를 할지도 몰라. 아! 공장에서처럼 화염병으로 불을 질러버리는 것도 좋겠는데? 집안에 무기나 필요한 것들이 잔뜩 있을테니까, 집에 불이나면 놈들도 앞뒤 못 가리고, 돌아 올 테고… 그러면, 도망 못 가게 대문에 화염병을 던지는 거야. 그리고, 처음에 놀래킨 다음에는 저기 창문 안으로 화염병을 던져 넣는 거지. 그 다음에는, 현관 밖으로 나오는 놈들을 석궁으로 쏘는 거고. 총이 좋으려나? 정신없는 틈을 타서 조용히 석궁으로 쏘는 게 대비를 못하고 당할 가능성이 있을 것 같긴 하네. 캬. 머리 좋은데?’
계획대로 될지, 안 될지 모를 일이었다. 사실 다시 생각해 보면, 허점이 많은 계획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정신도 반쯤 나가 있었고, 너무 흥분한 상태 였다. 사람 일곱을 불태우고, 또 피떡을 만들어 버리고 나서 정상이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후~ 으쌰!”
우선 여자가 있는 옥상을 향해서 화염병 몇 개를 힘껏 던졌다.
“꺄~~악!!! 오빠!!!”
그쪽 옥상에서 불길이 치솟자 여자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옥상뿐 아니라 집에 나있는 창문을 통해서 화염병을 넣으려 했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젠장. 문제가 있는데…”
창문을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던졌다. 그중에 하나 들어가면 다행이라는 생각이었다. 지금에 와서는 다른 방법도 없을 것 같았다. 사실 처음부터 일이 틀어지는 느낌이 들자,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때, 밖으로 나갔던 사내 둘이 돌아오는 것이 보였다. 그들이 대문 안으로 들어서는 것을 보고서 대문을 향해서 화염병을 던졌다. 조금 빗나가긴 했지만, 그래도, 대문 근처로 날아가긴 했다. 그리고, 이어서 던진 다른 하나가 정확히 대문을 화염에 휩싸이게 했다.
“됐다.”
이제는 닥치는 대로 화염병을 던지기 시작했다.
“젠장. 더럽게 어렵네. 창문에 하나 넣어야 되는데.”
몇 개의 화염병을 던지자, 정말 운이 좋게도 하나가 창문 안으로 들어갔다. 집안이서 불길이 이는 것이 보였다.
“좋아! 이제 좀 제대로 풀리는가 보네.”
그때 까지도 나는 놈들이 모두 그 집안에 있는 것으로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