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69
69화
나는 계단을 오르면서, 놈에 대해서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상황을 봐서는 지금 그는 일행들과 함께 오지 않은 것 같았다. 우리의 인원도 알고 있을 텐데, 그 혼자서 우리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서 왔다는 사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이런 사람은 끝을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쨍그랑!
우리가 쉬고 있던 집에서 여태까지와는 다른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냥 화염병이 깨지는 소리는 아닌 것 같았다. 느긋하게 시간을 끌 수 있는 타이밍은 아닌 것이 분명했다.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고, 들키지 않게 살짝 안을 살폈다. 놈은 씨익 웃으면서, 정말 열심히 화염병을 던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젠 그 화염병도 끝을 보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엽총과 석궁을 바닥에 놓아둔 채 였다. 그리고, 허리춤에는 아담한 크기의 도끼도 하나 가지고 있었다.
빨리 놈을 제압하지 않으면, 정말 큰일이 날지도 모를 일이었다.
“후~”
심호흡을 한번 깊게 내뱉으며, 장전되어 있는 석궁을 다시 한번 확인 했다. 그리고, 아까보다는 조금 더 몸을 내밀며 조용히 놈을 조준 했다. 좀비가 아니라 꼭 머리를 조준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정말 다행이었다.
사실 가까운 거리이긴 했지만, 건들거리는 놈들의 머리만 조준해서 쏘다가, 넓디 넓은 사람의 몸통을 조준하려니 이건 뭐 거저라는 생각이 들 정도 였다.
방아쇠를 당기려는 바로 그 찰나. 무언가 놈이 이상한 느낌이 들었던지 내 쪽을 바라 봤다. 나는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쉬익!
날 보자마자 몸을 날린 탓에, 놈은 화살을 겨우 피할 수 있었다.
“젠장.”
나는 재빨리 몸을 숨기고 다시 석궁을 장전했다. 놈은 아직 땅바닥에 석궁과 총을 둔 상태였다. 빨리 움직인다면 내게 승산이 있었다.
장전을 마치고 다시 고개를 살짝 내미는 순간 나는 기겁을 하고 말았다. 놈이 들고 있던 화염병에 불을 붙여서는 막 내게 던지려는 찰나였다.
“씨팔!”
나는 더 생각 할 것도 없이 몸을 일으켜 계단 아래로 달렸다. 다행이라면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90°로 꺽여 있어서, 방향을 피하기만 한다면 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화염병이다 보니 깨지면서 알콜과 파편이 튀는 것은 감안을 해야 했다.
퍽!
다행히 화염병을 피할 수는 있었다. 다만, 놈을 재지하기 위해서 다시 올라갈 자신이 없었다. 좁은 계단에서 화염병이 깨지다보니, 그 사이를 뚫고 지나갈 자신이 생기지 않았다.
퍽!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사이, 마당 쪽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순간, 놈도 계단으로 내려올 수 없으니 단층건물이라서 옥상에서 놈이 뛰어 내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놈도 당황한 나머지 들고 있던 화염병을 던졌지만, 따지고 보면 놈의 입장에서도 출구가 봉쇄된 것이나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크윽.”
마당에서 미약한 신음소리도 들리는 듯 했다. 이때다 싶었고, 나는 지체 없이 달렸다. 그리고는 건물을 끼고 돌아 마당으로 나왔다. 하지만, 나는 다시 황급히 몸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
쾅! 팍!
놈이 엽총을 발사를 했고, 몸을 피한 건물 모서리는 여기저기 부서지며 파편이 튀었다. 몸을 빨리 빼낸 덕에 다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젠 빨리 일을 해결해야 했다. 마을에 꽤 좀비가 보이는 것 같았는데, 총까지 사용을 했으니 놈들이 몰려들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쾅! 팍!
급한 마음에 다시 마당 쪽을 보려고 고개를 내밀려는 찰나. 다시 한번 총성이 울리고, 파편이 튀었다. 두 번이나 총에 맞을 뻔 했다는 생각이 들자, 좀처럼 다시 한번 고개를 내밀어볼 생각이 들지 않았다.
쾅!
어떻게 해야 좋을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데 마당쪽에서 이번에는 총성이 아닌 다른 소리가 크게 들렸다. 깜짝 놀라 고개를 내밀어 보자, 놈은 보이지 않고, 대문이 닫힌 채 덜컹거리고 있었다.
재빨리 놈을 뒤쫓기 위해 대문으로 달려 갔다. 닫힌 대문을 열고서 슬쩍 고개를 내밀어 대문밖 좌우를 살폈다. 그러자, 대문 좌측으로 놈이 절뚝거리면서 달려가는 것이 보였다.
아무래도, 옥상에서 뛰어내리면서 다리를 다친 것 같았다. 놈이 이렇게 그냥 도망을 간다면, 그대로 두고, 우리는 우리대로 자리를 피하는 것이 나을 지도 몰랐다. 하지만, 왠지 아까 봤던 RV차량이 놈의 차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그냥 가게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
놈이 이렇게 가버리면, 다음에는 또 어디서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는 일이라 더욱 그랬다.
놈이 총을 가지고 있는 이상, 내가 먼저 나서서 달려들기는 힘들었다. 분명 놈의 엽총도 몇발 쏘고나면 장전을 해야 할테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이 석궁은 화살 한발 쏘고 나면, 다시 장전을 해야 했다.
화력의 문제는 둘째로 치더라도, 한발을 쏘고 나서 빗맞거나, 급소에 맞지 않았을 때, 나와 그놈의 차이는 엄청나다고 봐야 할 것 같았다. 일단은, 놈이 다리를 다친 것 같으니, 놈의 뒤를 따라가 보기로 했다.
놈이 골목으로 들어가며 모습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그곳까지 다가갔다. 지금은 놈을 따라가면서 총소리에 이끌려 올 좀비도 신경을 써야 했다.
그렇게, 잠시 놈을 뒤따라 가다보니, 지금 놈이 가는 길은 분명 나와 창혁 형님이 방금 RV차량을 확인하고 온 길과 같았다. 우연의 일치인지, 정말 그 차가 놈의 차인지 아직은 알 수 없었지만, 아마도 놈의 차가 맞을 것 같았다.
우리가 확인 했을 때, 차량이 운행한지 얼마 되지 않은 듯 열기가 있었고, 우리를 뒤쫓아 오던 놈이 우리를 공격하고, 그 차량을 향해 도주 하는 듯 하다면, 그 차가 놈의 차라고 보는 것이 타당 할 것 같았다. 그렇다면, 분명 놈이 열쇠를 가지고 있을 것 같았다.
놈은 내가 뒤따라 오는 것을 알아 차리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주위를 살피지 않고 계속 어딘가로 달려갈 뿐이었다.
한동안 그렇게 놈의 뒤를 쫓았다. 정말 놈의 목적지가 우리가 봤던 차였던 것인지, 차 근방에 다다르자 놈이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나는 재빨리 몸을 숨겼다.
놈의 행동을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있었다. 우리를 잡기위해서 혼자서 달려들 만큼 집착을 보였던 놈이 이상하리만치 쉽게 그 자리를 벗어나 도주 한다는 것이 나로서는 이해 할 수가 없었다.
놈과 나의 거리는 석궁으로 놈을 상대하기에 그렇게 나쁜 거리는 아니었다. 몸을 숨긴 채 놈을 지켜보자, 놈이 주머니를 뒤적거리고 하는 것이 분명 열쇠를 찾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놈을 처리하고, 차를 차지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뒤에서 조용히 놈을 조준했다. 혹시나 빗나가면 골치 아픈 일이 벌어 질지도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차분히 조준 하기위해서 노력했다. 그리고, 됐다 싶은 순간, 방아쇠를 당겼다.
쉬익!
석궁을 떠난 화살은 놈을 향해서 똑바로 날아갔다. 느낌이 좋은 것이 이번에는 빗나가지 않고, 놈을 맞출 수 있을 것 같았다.
“윽!”
역시나 화살은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정확히 놈에게 맞았다. 몸통을 조준해 쏜 것이 놈이 절뚝 거리던 다리의 허벅지로 날아가 박혔다.
절뚝거리던 와중에도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던 놈은 그 한방에 그대로 땅바닥에 고꾸라졌다. 그러면서, 손으로 땅을 짚기 위해서 들고 있던 총을 놓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이기회였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놈에게 달려 들었다. 확실치는 않았지만, 지금 이정도 거리라면 달려들어서 놈을 처리하는 것이, 석궁을 들고 조준하고 쏘는 것보다 성공 확률도 높고, 속도도 빠를 것 같았다.
달려드는 나를 확인한 놈은 총을 잡기위해 그 자리에서 버둥거렸다. 총이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았지만, 놈도 달려드는 나 때문에 당황한 때문인지, 버둥거리기만 할 뿐, 총을 잡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놈은 말을 듣지 않는 몸 때문에, 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인지, 허리에 차고 있던 작은 도끼를 빼 들었다.
거리가 지척에 이르러서 나는 석궁을 들고 놈을 겨눴다. 그리고, 놈에게 석궁을 발사 하려는 순간, 놈이 갑자기 들고 있던 도끼를 나에게 냅다 던졌다. 생각지도 못한 반응에 나는 깜짝 놀랐고, 엉겁결에 벌러덩 누워버렸다.
달리던 탄력이 있는 상황에서 벌러덩 누워 버리자 엉덩이와 등에 큰 충격이 왔고, 잠시 후 그 두곳이 뜨거워 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놀란 마음을 추스르면서 놈을 바라봤다.
놈은 나에게 도끼를 집어 던지고는 다시 총을 집기 위해서 기기 시작했다. 마음이 급해진 나는 석궁을 쏘려 했지만, 내 손에 석궁이 들려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너무 놀란 나머지 석궁을 놓쳐버렸던 것이다.
놈이 총을 집는 순간 모든 것이 끝장이었다. 나는 얼마 남지 않은 거리의 그를 향해 몸을 일으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빼들었다. 그리고, 놈을 앞에 다다라 칼을 휘두르는 순간. 놈도 총을 집고는 몸을 돌려 나를 향해 들어 올리고 올렸다.
툭!
내가 휘두른 칼은 놈이 총을 들어 올리던 팔을 그대로 지나가는 듯 했다. 지금까지 칼질을 하면서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총을 들고 있던 놈의 팔이 발꿈치 부근부터 총과 함께 땅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놈의 팔이 붙어 있던 자리에서는 피가 치솟았다. 그리고, 그 바로 앞에 서있던 나는 그 피를 고스란히 뒤집어 써야 했다.
놈은 잠시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나를 바라보다가 총과 함께 나뒹굴고 있는 자신의 팔을 바라봤다.
“크아악!!!!!!”
그제서야 그는 상황이 파악 됐는지, 잘려나간 팔을 부여잡고,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나 또한 정신이 없기는 마찬가지 였지만, 계속 그렇게 있을 수는 없었다. 버둥거리는 놈에게 다가가 주머니를 뒤졌고, 어렵잖게 자동차 열쇠를 찾을 수 있었다. 열쇠를 가지고서 물끄러미 그를 내려다 봤다.
“크윽! 빌어먹을 새끼들! 큭. 이럴 수는 없어. 나는 굇.. 괴물이란… 말이야. 어머니, 마누라, 미진이, 진석이 몫까지 내가 살아야 한단 말이야… 다 잘되고 있었는데… 진석이와 나는 잘 살아 내고 있었는데! 네놈들 때문에… 네놈들 때문이라고!!!”
고통에 겨워하던 놈은 말을 하면서 눈에는 광기가 어리는 듯했고, 고통도 잊혀 지는 듯 발음도 정확해 지고 있었다. 그런 놈을 보자 덜컥 겁이 났다.
발악을 하는 그의 모습에서 내 자신의 모습을 본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도 살아 남기위해서 별의별 미친짓을 다 했다고 생각했지만, 이놈은 나보다 더 미친놈인 것 같았다.
나는 무심결에 몇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더 이상 놈을 상대하기 싫었다. 내 손으로 죽이는 것도 싫었다. 놔두면 좀비들에게 당할 것이었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과다 출혈로 죽을 것 같았다.
나는 머릿속이 하얗게 된 채로, 차 문을 열고 올라탔다. 그리고, 시동을 걸고, 일행이 있는 곳으로 차를 몰기 시작했다. 가능하면 빨리 이 마을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골목을 벗어나기 직전 백미러로 뒤를 살폈다. 그런데 그곳에는 핏자국만 흥건할 뿐 그곳에 있어야 할 놈의 몸뚱이는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