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7
7화
창문을 가리던 포대로 비치던 작은 빛마저도 사라졌다. 시계를 보니 시간이 8시가 다되어가고 있었다. 놈들은 몇시간째 컨테이너를 두들기고 있다. 놈들이 컨테이너를 두드릴 때마다 수명이 몇 년씩은 줄어드는 느낌이 들정도로 깜짝깜짝 놀란다.
쿵! 쿵! 쿵!
“캬~~악”
“씨팔! 어떻게 되든 거리가 있을 때 도망칠걸…”
조용히 중얼거려본다. 시간이 지날수록, 놈들과 1:1로 만나서 처리할 때와는 차원이 다른 공포감이 나를 지배했다.
쿵쿵거리는 소리가 문에서 조금 멀어지면 어떻게든 도망쳐볼까 하는 생각이 나를 유혹했다. 나가서 미친듯이 달린다면, 살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때마다 머리 한구석에서 [저 문을 열면 넌 바로 죽어!]란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놈들은 내 예상을 충분히 뛰어넘을 정도로 집요했다.
창문과 문에서 냄새가 많이 나는지 놈들이 창문근처와 문을 집중적으로 두들기고 있었다.혹시라도 유리창이 깨지는 날에는 이놈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고 이 컨테이너를 노릴 것이다. 그때가 되면 철제 방범틀 사이로 놈들을 노리는 수 밖에는 없을 것 같았다.
쿵! 쿵! 쿵! 쿵!
끊임없이 컨테이너를 두들겨대고, 알아들을 수 없는 짐승소리 같은 소리를 내면서 컨테이너를 긁어댔다.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 놈들이 이곳으로 오기 전까지 가졌던 약간의 용기와 희망은 오간데 없이 사라지고, 컨테이너 한가운데에서 쪼그리고 앉아 벌벌떠는 것 외에는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그저 살아야 한다는 생각 밖에는 없었다. 소리 내거나 이상한 조짐을 보이면 난 죽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이럴땐 이렇게 하고, 저럴땐 저렇게 하고… 생각한 몇가지 방안들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아니 내가 생각해낸 것들인데 내 머릿속에 남아 있질 않았다.
그저 죽은 듯이 바닥에 업드려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어제 길가에 방치해 두고온 민철이형 생각도 나고,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도 났다. 얼마 되진 않지만, 30몇년을 살아온 일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지나갔다.
[정말 죽는게 싫은데, 여기서 이렇게 죽어야 되나. 굶어죽는건 정말 세상에서 가장 비참할 것 같은데… 그냥 자살을 할까… 죽이되든 밥이되든 뛰쳐나가서 놈들과 써워볼까…]정말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부턴가 놈들의 쿵쿵거리는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것을 인지한 이후에도 한동안 앉은 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놈들을 하루 동안 딱 두 번 겪어본 것을 가지고, 내가 얼마나 잘못 생각하고 있었는지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
바닥을 기다시피 해서 창문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창문을 막아놓은 포대자루의 한 귀퉁이를 잡고 슬쩍 들어올렸다. 그리고, 빼꼼히 주위에 놈들이 있는지 살폈다. 다행히 창문 주변에는 놈들이 없는 것 같았다.
미친 듯이 날뛰던 심장도 조금씩 진정되는듯하다. 조금더 용기를 내서 창문 앞으로 얼굴을 들이 대었다.
둘러보는데 한놈은 약 20미터쯤 떨어진 위치에서 어렴풋하게 어슬렁 거리고 있는게 보였다. 나머지 둘은 보이지 않았다.
너무 어두워서 안보이는 것일수도 있을 것이다. 시계를 보니 시간이 11시를 넘기고 있었다.
멀리 길을따라 날이 어두워지면서 자동으로 켜진 가로등이 몇 보이긴 했지만, 그 불빛이 이곳까지 밝혀 주지는 못했다. 다시 창문을 막고, 컨테이너 중앙으로 왔다.
내일을 생각하면 잠을 자야하는데, 도저히 지금 상태로는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빌어먹을 가로등은 사람이 손을 대지 않아도, 불이 잘도 켜졌다, 꺼졌다 하고 있었다.
놈들이 근처에 있는지 없는지 알수 없으니, 어떤 소리도 낼수 없었다. 그저 숨죽인채 쪼그리고 앉아,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날이 밝으면, 놈들이 근처에 있는지부터 확인해야지. 어, 그래야지. 그리고, 놈들이 없으면 바로 떠날꺼야. 차고 오토바이고 미친놈처럼 그거 찾겠다고, 마을로 갈순 없어. 씨팔. 그래 안갈꺼야… 안가… 안가… 안가… 안…]정신이 몽롱해진 가운데 새벽이 되자 나도 모르게 곯아 떨어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