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72
72화
나와 창혁 형님은 모든 무기를 빼앗긴 채 그들에게 끌려갔다. 가는 도중 그들에게 이것 저것 물어 봤지만,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우리를 어딘가로 끌고 갈 뿐이었다.
나는 군인이 민간인에게 이래도 되는 것이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등 뒤에서 총을 겨누고 있는 사람에게 그렇게 따질 만한 담력을 가지고 있지는 못했다.
그들이 끌고 간 곳은 건물 외부에 놓인 작은 컨테이너 사무실 같은 곳이었다. 구석에 책상과 책상과 의자가 놓여 있고 중앙에는 작은 테이블과 소파가 양쪽으로 있었다.
그곳에서 나와 창혁 형님은 구석에 놓여진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군인으로 보이는 청년이 입구에서 총을 겨누고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다행히 무기만 빼앗았을 뿐 포박을 한다던가, 구타를 하지는 않았다.
막말을 하는 경우도 없었다. 어쩌면 좋게 해결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이봐요. 군인인거 같은데, 이렇게 민간인을 막 대해도 되는 겁니까? 우린 그냥 어떤 사람들인지 살펴보려고 했던 것 뿐이란 말입니다.”
역시나 입구에 있는 군인은 아무런 대꾸가 없었다. 이들이 어떻게 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어서 불안 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딱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잠시 말없이 앉아 있자, 문이 열리며 소위 계급장을 단 군인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현재 이곳을 책임지고 있는 박종현 소위입니다. 불편하게 해드렸다면 죄송합니다. 여기도 민간인 분들이 계시지만, 소총으로 무장을 하신 분들은 처음이라 저희 애들이 좀 긴장을 했었나 봅니다.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무엇 때문에 여기 오신 겁니까?”
난 그의 예상치 못한 질문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이런 상황 하에서 무장을 한 군인이 민간인들을 구하지는 못할망정 왜 왔냐니.
“저기. 세상이 변해버리긴 했지만 말이예요. 무장을 한 군인이 민간인에게 이런 말도 안되는 세상에서 왜 왔냐니요? 군인이나, 경찰이나… 공권력이라 그래야 되나? 아무튼 그런 사람들이면 위험에 처해 있는 민간인들 구해야 하는거 아닌가요? 뭐… 날 구해라… 하고 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우리끼리 지금까지 잘 버텨 왔다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뭔가 좀 아닌 것 같군요.”
“아. 너무 저희 생각만 한 것 같습니다. 사실 저희도 여러분들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아니 더 끔찍했을 수도 있겠군요. 어느 날 갑자기 함께 생활하던 전우들이 갑자기 이상한 괴물로 변해버린 겁니다. 그 와중에 운 좋게 살아남은 겁니다.
아니 운이 좋다기 보다는 그들을 죽이고 살아 남았다고 해야 겠군요. 함께 몇 년을 지내던 사람들을 말입니다. 여러분들과 저희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군용 장비가 몇 가지 있다는 것 뿐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민간인 분들도 함께 있습니다. 그분들도 저희와 함께 힘을 합쳐서 살아가고 있는 겁니다.
누가 누구를 구하는 게 하니라, 함께 한 겁니다. 뭐… 군인이고 제가 현역에 여기서 가장 선임이다보니 대표라고 여러분께 찾아 왔지만, 대표라고 하기도 힘들죠.”
“아. 저도 좀 흥분 했던거 같네요. 전 박동철이라고 합니다.”
“아. 최기철입니다.”
“그런데… 그럼… 군대는… 완전히 와해된 건가요?”
“글쎄요. 그것까지는 저희도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아마 그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대신 지금까지 파악한 바로는 여기처럼 생존한 군인들이 모여서 민간인들과 함께 생활하는 곳이 몇 군데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건 어떻게 알아 내신 거죠?”
“아. 무전기로 연락이 가능한 부대가… 아. 편의상 부대라고 표현 하겠습니다. 아무튼 무전으로 연락이 가능한 부대가 몇 있습니다.
그들과 정보를 교환하면서 알게 된 사실입니다. 무전거리가 있어, 그들과 전부 교신이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서로 자신 근처의 부대와 연락이 되는 부대를 서로에게 알려 주면서 파악을 한 겁니다. 물론 무전기나 발전기를 사용할 수 없는 부대도 충분히 있을 수 있으니까 그 수는 좀 늘어 날 수는 있습니다.
물론 그사이 줄어들기도 했습니다. 무슨 뜻인지는 아시리라 믿습니다.
”
“그렇군요…”
“그렇다면, 궁금하신 것을 웬만큼 답변을 해 드렸으니, 저희도 좀 물어 볼 것이 있습니다. 많은 민간인들을 받아 들이고, 함께 생활 할 수 있다면 좀더 안전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사실 민간인들 중에서도 저희에게 적대적인 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래서, 물어 보는 것입니다만, 어떻게 이곳에 오시게 됐습니까?”
우리가 궁금한 것들에 대해서 박 소위는 나름대로 친절하게 설명을 해 줬고, 우리의 방문 목적에 대해서 물어 왔으니 숨길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었다. 나와 창혁 형님은 서로 바라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대로 이야기하고, 이곳에 합류를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특별한 이유를 가지고 여기 온 것은 아니고, 도로를 지나다 꽤 안전해 보이는 건물이 있어서 들어와 본 겁니다. 그러다가, 옥상에 흰 깃발 같은 게 펄럭이고 있고 해서, 먼저 와있는 사람이 있다면 혹시나 위험한 사람들은 아닐까 해서 둘이서 먼저 와본 거죠.”
“아. 그 깃발은 저희와 연락을 하고 있는 부대들 끼리의 표시 같은 겁니다. 전기가 끊어지기 이전에 상급 부대에서 그렇게 지시가 내려왔었습니다. 지금에야 그곳과는 연락도 되지 않지만 말입니다.”
“저희도 직접적으로 물어 보겠습니다. 저희 일행들. 성인 네명과 아이 한명입니다만, 여기에 합류해도 되겠습니까?”
창혁 형님이 꽤나 간절한 말투로 이야기를 했다. 아마 형님은 민수가 걱정되서 그러는 것 같았다. 내가 생각해도 이곳이라면 꽤나 안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다.
“그것을 원하시는 거라면 저희는 환영입니다. 다만, 이곳에서 생활 하신다면 몇 가지 생활 수칙은 따라 주셔야 합니다. 제한된 물품을 가지고 여러 사람이 살아가다 보니 부득이하게 몇 가지 규칙이 있습니다.
어려울 것 없는 것들이니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그것들만 문제가 없다면 저희는 언제든 환영입니다.
”
“그럼, 저는 최대한 빨리 저희 차가 있는 곳으로 가서, 저희 일행을 데려 왔으면 합니다. 사실 지금도 많이 불안 하긴 합니다만…”
“아! 그렇겠군요. 우선은 일행 분들을 데리고 오시는데, 저희 애들도 함께 다녀 오시죠. 차로 함께 갔다 오시면 빨리 다녀오실 수 있을 겁니다.”
그들의 제안에 따라 창혁 형님만 그들이 붙여준 군인과 함께 지선이와 영감님이 있는 곳으로 내려갔다.
“저희 무기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죠? 제가 무기에 좀 민감한 편이라서요. 세상이 이렇다보니. 하하”
나는 무기를 돌려 받을 수 있을까 해서 말을 꺼내봤다.
“보통 여기 오신 분들이 가지고 계신 것들 이라봐야 칼이나, 몽둥이 같은 것이 대부분 이어서 그런 것들은 본인 희망여부에 따라서 소지하고 계시고, 총기는 저희가 가지고 있는게 많지가 않다보니 희망자에 한해서 지급해 드렸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같은 경우는 자동 소총까지 가지고 계셨으니, 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전에 일행분들이 모두 오시면 간단한 신체검사를 좀 받아 주셨으면 합니다. 혹시나 좀비들에게 물리거하 하지 않았는지…”
“아! 그렇겠군요. 알겠어요.”
“그리고, 나이도 저보다 위신거 같은데 말 편하게 하십시오.”
“뭐… 그럴까? 하하”
“그런데, 자동 소총은 어떻게 구하신 겁니까? 혹시 군인에게 탈취하신?”
“아… 탈취라면 탈취긴 한데 군인이었던 좀비에게서 탈취한거지. 그리고, 미군이었고.”
그렇게 한동안 서로 지금껏 겪었던 것들 궁금한 것들을 하나씩 묻고, 대답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잠시 시간을 보내고 있자, 사무실 문이 열리면서 밖에서 기다리던 일행들이 모두 들어왔다.
“다들 오셨어요? 다행이예요. 별일 없어서.”
나는 지선이와 영감님, 민수가 무사히 들어오는 것을 보고 마음이 놓였다.
“다시 제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저는 박종현 소위라고 합니다.
궁금하신 것도 많고 하시겠지만, 우선은 저희가 외부에 들어온 인원에 대해서는 무조건 신체검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혹시나 좀비에게 조금이라도 상처를 입은 인원은 위험 할 수 있기 때문에 하는 절차기 때문에 양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아. 거기 여성분은 감시 기다려 주십시오. 다른 여성분이 오실 겁니다.
기창아! 가서 민정씨 좀 오시라고 해.”
“예!”
박 소위의 말에 일병 계급장을 달고 있던 군인이 밖으로 나갔다.
“흠… 그 사이 자기 소개나 하세. 나는 최기철이라고 하네.”
“저는 이지선이라고 해요.”
“아이이가 민수라고 제 아들녀석이죠.”
다들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인사를 나누었다. 잠시 후 밖으로 나갔던 군인과 한 여성이 들어왔고, 그 여성은 지선이를 데리고 어디론가 나갔다.
그 후 우리는 속옷까지 벗어서 신체 검사를 받아야 했다. 조금 짜증이 나긴 했지만, 많은 인원이 살고 있는 곳이다 보니, 이런 정도의 규칙은 필요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다행히, 모두 깨끗하시군요. 아까 동철 형님께 이야기는 드렸습니다만, 다들 저 보다 연배가 높으신 것 같으시니, 말씀들 편하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 여러분들 무기는 밖에 있으니 나가셔서 챙기시면 됩니다. 기창아. 안내 좀 해드려.”
“예! 따라오시죠.”
우리는 기창이라 불리는 그 일병을 따라서 사무실 밖으로 나섰다. 그 앞에는 이미 그들이 빼앗아갔던 우리 무기들이 놓여 있었고, 우리는 각자 가지고 있던 무기를 챙겼다.
“저기. 아. 최기창 일병이군요. 최 일병. 우리하고 함께 온 여자는 어디 있는거죠?”
“아. 그냥 기창이라고 부르세요. 민간인 분들은 그냥 편하게 이름을 부르시니까요. 그리고, 여자분은 저기 옆에 있는 컨테이너에 계실 거예요. 아무래도, 여러분들 보다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하는데요. 보통 여자분 들이 오래 걸리 더라구요.”
“아.”
“다 챙기셨으면, 먼저 가실까요? 아니면 일행 분 기다리시겠어요?”
“음… 오래 걸리지 않으면 기다렸으면 좋긴 하겠는데… 어떠세요, 다들?”
다들 지선이 혼자 두고 가기는 미안했는지, 길지 않은 시간일 것 같으니 기다리기로 했다. 머지 않아 좀 떨어져 있는 컨테이너에서 지선이가 나왔다.
“언니. 그게 그러니까……(중략)…… 그랬다니까요.”
“호호. 그랬구나. 고생했다예. 그래도, 좋은 분들하고 함께 다녀서 다행이네.”
지선이는 그세 함께 들어갔던 여성분과 친해진 것인지 뭐라고 떠들면서 이곳으로 오고 있었다. 오랜만에 같은 여자를 만나서 더 그런게 아닌가 싶긴했다.
“어! 다들 나와 계셨네요. 인사하세요. 여긴 민정 언니예요. 최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