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73
73화
최 일병과 민정씨는 우리를 숙소로 안내 해줬다. 이야기하는 것도 그렇고 표정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밝았다. 이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밖의 세상을 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숙소로 가는 중간에 만난 민간인들도 다들 마찬가지 였다. 그들이 밖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안에서는 아주 편안하고, 안전하게 느끼고 있다는 것은 확실히 알 수가 있었다.
“아. 각자 숙소에 도착하시면 잠시 쉬고 계시면, 30분 후 쯤에 다시 사람이 갈거예요. 그때 그 사람이 안내하는 곳으로 다들 나와 주세요. 다들 모여서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 될거예요. 저희가 인원이 많지 않다보니까, 새로운 민간인 분들이 오시면 그렇게 인사하는 자리를 마련하거든요.”
“아. 고맙네. 최 일병.”
“그냥 기창이라고 불러주세요. 이전에는 군인이었지만… 사실 지금 같으면 군인이라고 하기도 사실 어렵지 않겠어요? 군대라는게 아직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니까요. 같은 군인들 끼리야 뭐 그렇게 살던 거라 익숙하지만, 여러분들 한테는 이름으로 불리고 싶거든요.”
“알겠네. 기창군.”
“다 왔어요. 여기서부터 네 방을 편하신 대로 쓰시면 되요. 그럼, 좀 쉬도록 하세요. 그리고, 혹시 필요한게 있으시면 저기 복도 끝에 있는 주방에 있는 분들에게 여쭤보시면 잘 가르쳐 주실 거예요. 전 이만 가볼께요.”
“저도 가볼께요. 저도 저기 주방에 있을테니까, 주방으로 오시면 절 찾으세요.”
“수고했네. 기창군. 아! 민정양도 고마웠네.”
안내를 해준 기창이와 민정씨도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긴 복도에 우리들은 잠시 어색하게 서있었다.
“저 사람들 오늘 들어온 사람들이래.”
“밖에서 여태까지 있었단 말이야? 대단한데?”
복도에서 사람들이 우릴 보고 수근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힐끗 거리며 수근 거리고 있긴 하지만, 나쁜 의도는 아닌 것 같았다.
“기창군 말대로 각자 방을 정해서 좀 쉬도록 하세. 나이가 드니 좀 힘이 드는구만.”
“예. 방은 다 비슷할 것 같네요. 우리가 있던 공장 처럼요. 아무 방이나 들어가도 상관 없을 것 같네요. 저 먼저 들어 갈께요. 다들 쉬세요.”
그렇게 말하고는 난 먼저 가까운 방으로 들어왔다. 혼자 조용한 방에서 생각을 좀 하고 싶었다.
이들의 정확한 규모, 좀비의 습격 정도, 무장 상태, 생활 여건 등등 군인들과 있을 때는 생각이 나지 않았던 것들인데, 이곳 까지 오면서 그런 것들이 궁금해 졌다. 무작정 이들과 합류 하는 것이 아니라 좀 철저히 알아보고 결정할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면 다시 그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다시 물어봐야 할 것 같았다.
혼자서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다가, 문득 주위를 살폈다. 방안은 깨끗하게 정리가 잘 되어 있는 것 같았다. 빈 책상과 의자, 침대 그리고, 작은 캐비넷이 전부이긴 했지만, 먼지 같은 것도 쌓여 있지 않고, 깔끔하게 청소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벽에 난 작은 창문으로 햇살이 들고 있었다.
“하… 어쨌든지 간에 오랜만에 좀 편안하게 쉴 수 있겠네.”
편안한 휴식. 일단 지금은 그것 만으로도 더 바라는 것이 없었다.
“궁금한 건 조금 있다가 묻자. 혼자 궁리한다고 답나오는 것들이 아니니까. 애휴.”
그렇게 혼자서 중얼 거리고는 침대에 그대로 드러 누웠다. 오랜 만에 느껴보는 등 뒤의 포근한 감촉에 감격스럽기 까지 했다. 그대로 눈을 지긋이 감았다. 지금의 이 편안함을 만끽하고 싶었다.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살짝 잠이 들었다.
똑. 똑.
“동철씨. 모임 시간입니다.”
“으… 예. 알겠어요.”
깊게 잠이 들려는 찰나, 노크 소리에 잠이 달아나 버렸다.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다.
“아… 으싸!”
나는 길게 기지개를 켜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 문 앞에는 좀 전의 민정씨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옆에는 지선이가 서 있었다.
“예. 준비 됐어요.”
방문을 닫은 나는 민정씨에게 이야기했다.
“오빠. 그새 잔거야?”
“아니. 잠이 막 들려는데 깨버렸어. 그래도, 좋네.”
“그치? 나도 얼마나 편안한지. 마음이 편해서 그런가봐.”
“그래.”
나 이후로 다른 일행들도 모두 방에서 나왔다. 다들 잠깐 잠이 들려 했던 것인지, 조금은 몽롱한 얼굴 표정들이었다.
“자. 저를 따라오세요.”
민정씨가 앞장을 서서 어딘가로 우리를 안내했다. 방안으로 들어갈 때 보이던 몇몇 민간인들도 지금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민정 언니. 언니는 여기 들어 온지 얼마나 됐어요?”
“응? 나? 글쎄. 한참 된 것 같은데, 정확하게는 모르겠는걸. 솔직히 날짜 가는 걸 신경 안써서 말이야. 일터지고 아마 일, 이 주쯤 됐을 때 였을걸?”
이러쿵 저러쿵.
“어머! 그래?”
지선이가 민정씨와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공장에 있을 때에는 유쾌한 편이긴 했어도 말이 많은 편은 아니었는데, 확실히 여자들과 만나니 말이 느는 것 같았다.
그 만큼 마음이 안정이 된다는 말이겠거니 싶었다. 다른 일행들 표정을 보니 다들 그렇게 떠드는 지선이가 싫지 않은 듯 했다.
아마 다들 비슷한 기분이 아닐까. 그렇게 둘의 수다를 들으며 걷다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을 한 모양이었다.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이쪽이 아까 주방이라고 말씀 드렸던 곳이구요. 이쪽 맞은편이 식당이예요. 다들 식당에 모여 있어요.”
그렇게 이야기하고 식당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래서, 그분들을 이곳에 합류시키기로 했습니다.”
들어선 식당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식탁 의자에 앉아있고, 박 소위가 말을 하고 있었다. 대략 50-60명은 되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우리가 들어서자 일순간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를 향했다. 예상치 못한 사람들의 시선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우리는 민정씨의 안내로 박 소위 옆에 다가가 섰다.
“각자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박 소위의 말에 우리는 서로를 바라봤다. 그러다가 영감님이 먼저 입을 때셨다.
“최기철 이라고 합니다. 예전에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지요. ”
“정창혁 입니다. 경산에서 작은 가게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 녀석은 제 아들 민수입니다. 민수야. 사람들에게 인사 해야지.”
“아.. 안녕하세요.”
민수는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되는지 창혁 형님 옆에 바짝 붙어섰다. 이어서 나와 지선이까지 소개를 마쳤다.
“잘 오셨소. 잘 지내 봅시다.”
식당에 모인 사람들 중에서 영감님과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 분이 다가와, 영감님과 악수를 나눴다.
“잘 오셨어요!”
“잘 지내요!”
다른 사람들도 자리에 앉은 채 우리에게 환영의 뜻을 전했다. 왠지 기분이 야릇해졌다.
“자! 그럼 다들 식사들 하시죠. 아. 여러분도 저기 앉으셔서 식사를 하십시오. 다들 아시겠지만, 변변치는 않습니다.”
간단한 소개가 끝나고, 우리 일행들도 박 소위가 이야기한 자리로 옮겨가 식사를 하려 했다. 나는 잠시 박 소위에게 다가가 작게 이야기 했다.
“저기. 식사 끝나고 잠시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말씀 편하게 하세요. 그리고, 식사 끝나고 제가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일행들은 식탁에 앉아서 막 식사를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몇몇 사람들이 몰려들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전 이근태라고 해요. 고생 많으셨겠어요.”
이 사람이 시작이었다. ‘고생 많았다.’, ‘계속 돌아다닌 거냐. 아님 어디 정착을 했었던 거냐.’ 등등 많은 질문들이 쏟아졌다. 그들도 우리가 꽤 궁금한 모양이었다. 다만, 우리 일행들은 그들의 질문 공세에 당황스러워 하며, 식사하기가 조금 난감했다.
어찌어찌 식사는 끝이 났다. 나와 일행은 식사를 마치고 안내해 주는 군인을 따라 갔다. 생각을 정리해서 박 소위에게 처음에 물어보지 못했던 여러 가지를 물어봐야 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