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74
74화
안내를 받아 도착한 곳에는 박 소위와 함께 내가 알지 못하는 군인 두 명과 식당에서 영감님과 악수를 한 또 다른 영감이 함께 있었다. 박 소위 혼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있다는 것은 그들도 나처럼 무언가 세세한 이야기들을 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어서오세요. 식당에서는 여러분을 이곳 분들에게 소개하는 자리였습니다만, 여러분에게 이곳 분들 중에서 따로 몇 분은 소개해 드려 할 것 같아서 함께 자리를 했습니다.”
일행들이 준비된 의자에 앉자, 먼저 말을 꺼냈다. 나는 알겠다는 표시로 살짝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떡였다.
“중사 차동진입니다.”
“하사 이기웅입니다.”
“이 분들은 저희 부대원들 중에서 저와 함께 간부 분들 입니다.”
“이원창이라고 합니다. 잘 지내 보십시다.”
“이 분은 이곳에 계시는 민간인 분들 중에서 가장 연장자이시고, 어떻게 보면 민간인 분들의 대표자 겪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마 군인들 중에서 간부는 저 셋이 전부일 것 같고, 거기에 대표자 겪의 민간인까지 나와 있다면 아마 심도 있는 이야기를 하자는 뜻일 것 같았다.
“예. 다시 한번 반갑습니다. 그리고, 저희 일행에 배푼 호의 감사합니다.”
우리 쪽에서도 영감님이 대표로 그들에게 답을 했다.
“먼저 동철씨께서 하실 말씀이 있으신 것 같던데, 먼저 하시겠습니까?”
“아. 사실 이곳에 여러분이 계신지 모르고, 이곳에 왔다가, 이 곳에 와서 꽤 많은 군인분들이 있고, 또 민간인 분들도 편안하게 지내시는 것 같아서 합류하게 됐습니다. 사실 엉겁결에 결정된 부분도 있는 것 같구요. 그래서, 몇가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예. 말씀 하세요.”
“이곳에서 지내시는 분들 인원이 어느 정도 인지, 이곳 주변에서 좀비들의 출현 빈도는 어느 정도 인지, 그리고, 저번에 말씀하신 지켜야 할 규칙들이 어떤 것들인지… 뭐 그런게 궁금했습니다.”
“음… 사실 솔직히 오늘 처음 오신 분들이라 모든 것을 말씀 드릴 수는 없겠지만, 그 정도는 말씀드려도 별 문제 없을 것 같군요. 우선 이곳에는 정확히 48명이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좀비라… 사실 좀비는 이 근처에서는 거의 출몰을 하지 않습니다. 2,3일에 한 놈 정도 발견 됩니다.
물론 저희가 발견하지 못하고 넘어간 좀비도 있을 수 있습니다. 오시면서 보셨겠지만, 이 일대에는 이 건물 이외에는 인가가 없는 지역입니다. 그래서, 애초에 좀비로 변할 사람이 많이 없는 지역이죠. 물론 떠돌아 다니는 좀비가 있을 수 있고, 또 그래서, 가끔씩 좀비가 보이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생활 규칙은… 사실 저희도 그것 때문에라도 여러분을 다시 뵈려 했었습니다.”
그렇게 박 소위는 생활 규칙에 대해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렇게 요약 할 수 있었다.
첫째, 물은 최대한 아껴서 사용한다.
둘째, 식량은 공동 관리하고, 식사는 식당에서 일정시간에 함께 한다.
셋째, 민간인들 중에서도 군필자는 군인과 함께 순찰, 보급활동(?)에 참가한다.
넷째, 외부에 나갔다 들어오는 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무조건 신체검사를 실시한다.
이외에 자잘한 것들이 몇 가지 있었지만, 큰 줄기만 말하자면 이 정도 였다.
“아. 제가 한 가지 추가를 하지요. 여성분이나 총을 잡아보지 않으셨던 분들은 외부에 나가서 좀비를 상대하다가 사고가 날 수도 있다는 판단 하에, 건물 내부에서 세탁실이나 식당에서 역시나 순번제로 일을 합니다. 희망자에 한해서 군인들이 판단해서 외부활동에 참가 할 수는 있어요.”
민간인 대표라는 사람이 추가 설명을 했다. 그러자, 지선이는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가 궁금했던지 바로 질문을 했다.
“그럼, 지금까지 그렇게 해서 외부활동에 참가하는 여자분들이 있나요?”
“예전에는 몇 분이 있었는데 지금은 한 분만이 하고 있어요. 아. 여러분들과도 안면이 있는 것 같더군요. 최민정씨가 그 유일한 한명이예요.”
“아! 근데… 잘은 모르겠지만… 좀전에 보면 주방에서 있을거라고 하시고… 주방에서 일을 하시는 것 같던데, 아닌가요?”
“예. 그분이 원래 좀 그래요. 그냥 쉬고 있는 걸 못 참더군요. 쉬는 날이라도 그렇게 무언가 일을 해요.”
“자! 그럼, 궁금하신 것들은 다 물어 보신거죠?”
이원창 이라는 사람과 지선이가 말을 주고 받다가 어느정도 마무리가 되어가는 듯 하자, 박 소위가 우리에게 확인을 해왔다.
“아! 하나 더 궁금한게 있긴 한데… 이곳에 무장 상태는 어떤지… 좀 조심스럽긴 하네요.”
“음… 무장상태 까지는 오늘 처음 본 분들에게 다 말씀 드리긴 좀 그렇지 않나 싶네요. 정말 어마어마한 규모의 좀비들이 들이닥치지 않는다면 걱정 없는 수준은 되지 않을까 싶네요.”
하사관들 둘이 나서서 외부 작업을 나갈 때를 대비해서 조를 나눴다. 한번 나갈 때 한 개 조씩 나가게 되는데, 한 조는 대략 10명으로 이루어져 있단다.
때문에 우리 모두 분산되어야 했다. 우리는 여태까지 손발을 맞춰 왔으니 같이 움직이는 것이 좋겠지만, 그렇게 되면 여러 가지 걸리는 것들이 있어서, 한명씩 다른 조에 들어가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저… 저도 밖으로 나갔으면 하는데요. 방해가 되지는 않을 거예요. 소총은 솔직히 아직 한번도 만저보지 않았지만, 권총은 사용해봤고, 활이라면 누구보다 자신 있구요. 그리고, 여기까지 오면서 누구 발목을 잡을 단계는 지났다고 생각해요.”
남자들끼리 이야기를 하다가, 갑작스런 지선이의 말에 다들 고개를 들고 지선이를 바라봤다.
“왜? 여기서 다른 일 하는 게 더 안전하잖아. 우리야 여기서 다들 남자들은 하는 것이니까, 또 여태 하던 거니까 그렇다지만, 여기서는 안 해도 된다는데…”
나는 지선이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안 해도 되는 위험한 일을 왜 굳이 하려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계속 지선이를 바라봤다.
“후~ 저도 여기 있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은 알아요. 하지만, 그렇게 보호를 받는데 익숙해 질까봐 걱정이 되거든요. 솔직히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잖아요. 감각이라는 것도 있고… 아무튼, 지금 그런 분도 있다고 하고, 여태까지 그렇게 지내 왔잖아요. 그렇게 하고 싶어요.”
지선이는 이미 마음 속으로 결정을 내려 놓은 것 같았다. 그리고, 조용히 듣고 있던 영감님도 한마디 거들었다.
“뭐. 이런 것은 당사자가 제일 중요할 테니까, 뭐라고 하기 힘들구만.”
그렇게, 지선이도 포함한 네 명 모두가 외부로 나가기로 결정을 했다. 나로서는 지선이가 그냥 이곳 내부에서 무언가 다른 일을 했으면 했지만, 자신이 나가겠다고 하니 뭐라고 하기도 힘들었다.
얼떨결에 이들의 무리에 들어오게 됐지만, 군인들도 많이 있고한 무리이기에 우리 넷이서만 생활하는 것 보다는 확실히 안전할 것 같았다. 무엇보다 이전 공장에서처럼 쫒겨 나듯이 이곳을 나서는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럼, 다른 별다른 일 없으면, 돌아가서 쉬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혹시 생활하시다가 건의사항 같은 것이 있으시면, 저희 중 누구에게라도 말씀을 해 주십시오. 그리고, 순찰 조편성이 되면, 조장이 여러분을 따로 찾을 겁니다. 그때 자세한 이야기를 해 주십시오.”
박 소위의 말에 자리는 끝내고, 각자 숙소로 돌아갔다. 지선이는 민정씨에게 찾아 가는 듯 했다. 아무래도, 지선이는 이곳에 와서 좋은 말상대를 찾은 모양이었다.
숙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이런 저런 생각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똑. 똑.
“조장입니다.”
조금은 무툭툭한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 숙소 문을 열자, 문 앞에는 건장한 체격의 군인 하나가 서 있었다. 눈을 아래로 살짝 내리자, 김원진 이란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병장 김원진 입니다. 이번에 저희 조로 들어오셔서, 잠시 이야기 나눌까 하고 찾아왔습니다.”
“아! 좀 앉으시죠.”
“말씀 편하게 하십시오. 이곳에서 뭐 저희 군인들끼리는 계급도 있고 하니까, 그렇지만, 민간인 분들과는 형, 동생 하면서 편하게 지냅니다.”
방안으로 들어와서 이야기를 나눠본 김 병장은 성격은 괜찮은 것 같았다. 처음에는 조금 딱딱한 느낌도 들긴 했지만, 이야기를 나눠보니 서글서글한 것이 사람은 좋은 것 같았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겪었던 이야기들도 조금 나눴다.
“고생 많으셨겠습니다. 저희 쪽에도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꽤 성가신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공장에서 나올 때 이야기를 하자 김 병장이 말을 더했다. 그리고, 김 병장은 내가 속한 조의 순찰 일자와 외부로 나가는 일자 등을 상세히 가르쳐 줬다.
“다음에 조원들과 한번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너무 시간을 뺐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괜찮아. 넘처나서 주체를 못하는게 시간이잖아. 요즘같은 세상에는.”
“그렇죠. 아무튼 이만 가보겠습니다.”
김 병장도 돌아가고 혼자 방안에서 잠시 멍하게 앉아 있었다. 잠시 바깥 공기나 쐬러 나갈까 하다가, 마음을 고쳐먹고, 영감님의 방에 가보기로 했다. 엉겁결에 이렇게 다른 사람들과 합류하기는 했지만, 앞으로 일에 대해서 영감님과 상의를 해봐야 할 것 같았다.
똑.똑.
“영감님, 저예요. 동철이.”
“아. 들어오게나.”
영감님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은은한 미소를 띠며 나를 맞아주었다.
“그래. 오늘 좀 정신없지 않았는가?”
“뭐. 그렇죠. 정신 없이 진행이 되면서, 어떻게 여기에 합류하게 됐네요. 근데, 그 돌맹이 연구에 대해서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작은 목소리로 영감님에게 물었다. 그러자, 영감님도 그런 생각을 했었던 듯,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을 하셨다.
“이들과 함께 하기로 하긴 했지만, 아직 저들에 대해서 정확히 알지 못하니… 당분간은 그 이야기는 저들에게 하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네. 믿을만 하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 이야기를 하고, 방법을 함께 모색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네. 군인이니까… 그리고, 아까보니 무전기 같은 것도 보이는 것 같으니 무언가 방법이 있지 않을까…”
“그런데, 영감님. 이런 곳이라면, 그리고 사람들이 믿을 만 하다면… 영감님께서 그냥 이곳에 있고 싶어 하셔도 저는 불만 없어요. 그러니, 너무 무리하실 생각은 하지 마세요.”
영감님은 내 이야기를 듣고는 다시 한번 그 따뜻한 할아버지 미소를 지으셨다.
“그런 걱정은 말게나. 내가 살 날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모르지만, 이 일이 내 마지막 숙제 같은 느낌이라네.”
영감님과 조금 더 시간을 보내고서, 방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함께 지내 본지가 언제인지 이제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이곳에서의 생활, 왠지 기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