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77
77화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선 우리는 각자 의자 하나씩을 찾아 앉았다. 그리고, 잠시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박 소위. 어떨지 모르겠지만, 정 안되면 우리 네 명 만이라도 나갔다 올 수 있도록 해줬으면 해.”
내가 먼저 말 문을 열었다. 상의를 하고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서 다른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지 못했지만, 그들도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나와 같은 생각이었던 것 같다.
“다들 같은 생각이십니까?”
“박 소위님. 그보다 생존해 있다는 네 명이 누구 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박 소위의 물음에 잠시 생각에 잠겼던 이 하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예. 말씀드렸듯이 지선씨가 생존해 있습어요. 그리고, 차동진 중사님, 박세현씨, 임준석씨가 생존해 있습니다. 그리고, 무전은 대략 30분쯤 전에 온 것이 마지막 이었습니다.”
“저는 동철 형님과 함께 가겠습니다.”
박 소위의 대답에 고민하던 이 하사는 나와 함께 하기로 결정을 한 듯 했다.
“나도 함께 가겠네.”
영감님도 마찬가지였다.
“원진아. 네 명이서만 가는 것… 위험할 거야. 누가 강요하지 않아. 그리고 가지 않는다고해서 지금 같은 상황에서 누가 비난하지도 못해. 그냥 니가 결정을 하면 되는거야.”
김원진 병장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생각에 잠겨 있자 박 소위가 김 병장에게 말을 건냈다.
“저도 함께 하겠습니다. 사실 다른 분들은 잘 모르겠지만, 차 중사님이 살아 계시다면 다녀오겠습니다.”
김 병장이 어렵게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그것을 듣고 있던 이 하사와 박 소위도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차 중사가 군인들 사이에서 인망이 두터웠던 모양이었다.
“좋습니다. 그럼 저도 함께 합니다. 저희 다섯 명이 다녀오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처음에 나는 내가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 생각을 했지만, 분명 박 소위가 자신도 함께 할 것이라고 말을 했다.
“응? 박 소위도? 아니… 안 갈 것처럼 이야기 하더니…”
나는 되물을 수 밖에 없었다.
“아… 저도 안 간다는 말은 안했는데요? 다수결로 거수 했을 때 구하러 가는 쪽이 많았더라도 거수를 한 분만 가려고 했었습니다. 각오가 되어 있는 분만 가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생각보다 인원이 작지만, 할 수 없죠. 그리고, 원진이 말처럼… 차 중사는 저렇게 버려두면 안 되는 사람입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받은 걸 생각하면…”
박 소위는 결심을 한 듯 다부지게 이야기를 했다.
“그럼, 다시 무전을 해서 정확한 위치를 파악해야 할 것 같구만.”
“아닙니다. 무전은 그쪽에서 먼저 하지 않으면 이쪽에서는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자칫 위험한 상황에서 무전이 들어가면 안 되어서 말입니다. 그리고, 대략적인 위치는 알고 있습니다. 변동이 생긴다면 다시 무전이 올 겁니다.”
영감님의 말에 박 소위가 고개를 저으며 설명을 해줬다. 그리고,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
“그럼, 최대한 빨리 무장을 하시고, 컨테이너 앞에서 10분뒤에 다시 모이겠습니다.”
박 소위의 말에 다들 재빨리 흩어졌다. 그리고, 대략 10분쯤 지나자 각자의 무기를 챙겨서 컨테이너 앞에 모이기 시작했다.
전부 모였을 때는 민간인들의 대표 격이라는 이원창이라는 사람도 나와 있었다. 그리고, 그는 박 소위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박 소위. 자네는 남아 있어야 하네. 군 간부들이 전부 나갔다가 혹시라도 일이 잘못되면 어떻게 하려는 건가? 어린 병사들만 잔뜩 남아서는 너무 위험하네.”
그의 말에 모여 있던 사람들의 얼굴이 살짝 찡그려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는 모르는 것인지 모르는 척 하는 것인지 계속 말을 이었다.
“군인이라면 무책임하게 이러지 말고, 남은 민간인 들을 지켜줘야 할 것 아닌가.”
그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박 소위가 입을 열었다.
“만약 잘 못 된다면, 그 이후의 일까지 제가 신경을 쓸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살아 남은 자는 살아 남은 데로 살면 되는 것이고, 누군가 죽는 다면 할 수 없는 것이지요. 하지만, 전 죽을 생각은 없습니다. 그리고, 차 중사도 죽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니! 그!”
“아. 더 듣지 않겠습니다. 제 마음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럼 이만!”
이원창씨가 다시 말을 이으려 했지만, 박 소위는 말을 끊고 차에 올랐다. 그리고, 나와 나머지 인원들도 그 뒤를 따랐다. 이 하사가 소형 버스에 시동을 걸고 출발을 시켰다. 차 뒤로 게이트를 닫는 병사들이 보였다.
무사히 돌아 오더라도 이번 일로 조금은 사람들 사이가 껄끄러워 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은 걱정스러웠다.
“박 소위. 그들과 조금 거리가 생기는게 아닐까?”
“후~ 할 수 없는 일이죠. 사실 저도 조금씩 지치나 봅니다. 그냥 제가 하고 싶은 데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 이후로 버스는 조용히 달리기 시작했다. 가끔 박 소위가 이 하사에게 방향을 알려주는 것이 버스 안에서 들리는 말소리의 전부였다.
“자. 앞으로 계획을 일단 말씀 드리겠습니다.”
한동안 조용히 있던 박 소위가 사람들을 향해서 말했다. 조용히 자신의 무기를 만지작거리던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들고 박 소위를 바라봤다.
“대략 10분쯤 후면 2분대의 생존 인원들이 피신해 있는 장소에 도착합니다. 우선 2분대에게 우리의 도착을 알리기 위해서 꽤 먼 거리일 때, 총을 쏠 겁니다. 그러면, 몰려있는 좀비의 분산을 기대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희망사항 이긴 합니다. 아무튼, 그 총소리를 듣고서 상황이 허락한다면, 2분대에서 우리에게 무전을 해 올 겁니다.
그때까지 우리는 외곽을 돌면서 잠시 대기합니다. 정확한 계획은 무전이 온 다음에 그쪽 상황을 대략적으로 나마 파악한 다음 세우겠습니다.
만약 2분대에게 연락이 오지 않는다면, 이전에 2분대에서 알려온 피신 장소 근처로 이동해서 그곳으로 진입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질문 사항 있습니까?”
설명을 마친 박 소위는 우리를 다시 둘러봤다. 우선은 지선이에게서 연락이 온 다음에야 좀 더 정확한 상황 파악이 될 것 같았다.
몇 분을 더 이동하자 드문드문 건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하사. 여기서부터 읍내로 들어가지 말고, 외곽을 도는 거야.”
“예.”
박 소위가 이 하사에게 지시 하고는, 차창을 조금 열었다.
“자. 사격합니다.”
탕! 탕! 탕!
박 소위가 사격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무전이 왔다.
[2분대 중사 차동진입니다. 박 소위님. 도착 하신 겁니까? 이상.]“예. 차 중사! 생존 인원들은 다들 무사 한가요? 이상.”
[예. 아직 까지는 다들 무사합니다. 이상.]“좋습니다. 정확한 현재 위치와 상황을 이야기 해 주세요. 이상.”
[위치는 처음 말씀 드린 위치와 변함 없습니다. 읍내에 있는 ○○식당 건물 2층 ○○다방 안에 있습니다.저희가 올라 올 때는 식당 안에 좀비가 있었습니다. 소음이 염려되서 그냥 숨어서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창 밖으로 보이는 것으로는 주변에 좀비들이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특이 좀비 셋은 현재 보이지 않습니다.
이상.]
“특이 좀비가 안 보인다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군요. 그럼.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바로 앞에 차를 세우고, 놈들을 저지하고 있을 테니 바로 내려오세요. 이상.”
[예.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이상.]“그럼. 그때 봅시다. 이상. 통신끝.”
차 중사와 무전기를 통해서 대화를 나누던 박 소위가 무전기를 내리고 일행들을 향해 말을 이었다.
“들으셨겠지만, 다행스럽게도 특이 좀비는 현재 눈에 띄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방심하지는 마십시오. 언제 또 어디서 튀어 나올지 모르는 놈들인 것은 다들 아실 겁니다.”
“그럼, 박 소위. 이제 바로 가서 진입 하는겐가?”
영감님이 조용히 듣고 있다가, 박 소위에게 물었다.
“아. 우선은 차량으로 피신해 있는 위치까지 가능한 가까이 가려고 합니다. 바로 입구까지 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무튼 최대한 가까이 가보려고 생각중입니다.
차량이 입구까지 갈 수 있다면 교수님께서 차량에 남아 엄호를 해 주십시오. 만약 거리가 조금 남는다면, 최대한 한적한 곳에 차량을 정차 시키고, 이 하사와 교수님이 남아서 차량을 지켜 주십시오. 차량을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내 주셔야 합니다.”
“예.”
이 하사가 운전을 하면서 조용히 대답했다.
“자! 그럼 이 하사! 진입해요.”
“예.”
박 소위의 말을 신호로 우리가 타고 있던 소형 버스는 읍내로 진입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