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78
78화
읍내로 진입하자 간간이 좀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수는 많지 않았다. 영감님과 내가 챙겨온 석궁을 들었다. 눈에 보이는 놈들은 차근차근 줄일까 생각하다가, 이내 마음을 접었다. 이렇게 외곽에서부터 화살을 쏴대는 것은 낭비일 것 같았다.
“다들 잠시 들어보세요. 지금 영감님과 제가 석궁을 가져 오긴 했지만, 두 정밖에 없어요. 영감님은 일단 차량에 남아 있으실 계획이니까, 저와 영감님이 하나씩 사용 하겠습니다. 좀비 한, 두 놈 나타났다고 소총을 쏴대면… 피신 해있는 근처에 몰려 있다는 좀비들이 전부 몰려들 수 있으니까, 그런 놈들은 석궁으로 조용히 처리 하는게 좋겠어요.”
내 제안에 박 소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좋겠습니다. 아무래도, 이쪽이 소수이다 보니 놈들의 이목을 끌어서 좋을 것은 없을 것 같네요.”
우리는 다시 말이 없어졌고, 이 하사는 조용히 운전에 열중했다.
“이거… 상황이 그렇게 좋지는 않은 것 같네요. 바로 진입하기는 힘들 것 같은데요.”
운전석 옆에 서서 전방을 주시하고 있던 박 소위가 조용히 말했다.
“도로변에 좀비들이 너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차로 어떻게든 밀고 들어가면, 이놈들이 따라오거나 해서 나갈 때 힘들 것 같습니다.”
이 하사도 박 소위와 비슷한 의견인 것 같았다.
[박 소위님. 차 중삽니다. 작게 엔진 소리가 들리는 걸로 봐서 근처까지는 오신 것 같은데, 맞습니까? 이상]무전기에서 차 중사의 목소리가 갑자기 흘러 나왔다.
“예. 차 중사. 지금 조금씩 접근 하는 중인데, 차츰 좀비 숫자가 많아지네요. 이상.”
역시 박 소위가 무전에 응답했다. 그리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잠시 기다리다가 박 소위가 막 무어라 말을 하려고 무전기를 드는 순간 다시 무전기에서 말소리가 흘러 나왔다.
[역시… 이곳에 모여 있던 놈들이 미약하게 들리는 차량 소음에 조금씩 흩어진 것 같습니다. 그렇더라도, 바로 근처까지 오시는 것은 힘들 것 같습니다. 이상.]“알겠어요. 그럼, 조금 떨어진 곳에 차량을 세워두고 도보로 접근 할테니, 엇갈리지 않게 그 자리에서 대기하세요. 이상.”
[알겠습니다. 이상. 통신끝.]“이 하사. 적당히 좀비들 없는 곳으로 가서 정차 하도록 하세요.”
“예.”
박 소위와 이 하사가 주고 받는 말을 듣고, 마음의 준비를 했다.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차량으로 목표 지점까지 가서 구조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쓰지 못할 듯 했다.
“들으셨죠? 다들 준비 하세요.”
박 소위의 말에 원진이와 나, 영감님 모두는 각자 무기를 다시 한번 점검했다. 그리고, 잠시 후 차량이 정지했고, 이 하사도 운전을 하느라 검점하지 못한 자신의 무기를 다시 점검하느라 뒤늦게 바빠졌다. 그러면서 박 소위는 남은 거리와 위치 같은 것 들을 설명했다. 일단은 그곳의 위치를 아는 것은 현재 박 소위와 이 하사가 밖에 없었다.
대략적인 설명을 듣기는 했지만, 이 마을에 자주 들러본 그 둘만큼 머리에 박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와 박 소위, 그리고 김 병장은 밖으로 나갈 준비를 마쳤다.
“이 하사. 교수님. 버스를 부탁합니다. 버스가 잘못 되면 모두가 끝장입니다.”
“걱정 마시게.”
“걱정 마십시오.”
이 하사와 영감님이 박 소위의 말에 굳은 표정으로 대답을 했다.
“자. 갑니다. 출입문 개방.”
박 소위가 미니 버스 중앙부의 출입문을 열고서 밖으로 뛰어 나갔다. 나와 김 병장도 그런 박 소위를 따라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박 소위의 뒤를 쫓아 가고 있던 나는 한 블록쯤 떨어진 골목에서 어슬렁 거리면 나오는 좀비를 볼 수 있었다. 한쪽 다리가 불편한지 걷는 모양새가 아주 부자연스러웠다.
하긴, 원형 좀비 외에는 멀쩡해 보이는 팔다리를 가지고 있어도 놈들의 행동은 어색해 보이긴했다. 하지만, 그 힘 하나만큼은 사람의 육체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강력했다.
앞장 서서 가고 있던 박 소위도 놈을 봤는지, 길거리에 있는 간판 뒤에 멈춰서며 몸을 숨겼다. 나와 김 병장도 그런 박 소위의 뒤를 따라서 몸을 숨겼다. 놈은 막 골목에서 나오던 길이라 우리의 존재를 눈치 채지는 못한 듯 보였다.
“후~”
작게 숨을 고른 박 소위가 간판 뒤에서 빼꼼히 고개를 내밀어 놈을 살피고는 뒤로 몸을 돌려 앉았다. 그리고, 나에게 전방에 한놈이 있으니 내가 처리하라는 뜻의 수신호를 해왔다. 나에게 처리를 하라는 것은 석궁으로 처리하라는 뜻일 것이다.
수신호를 분대원 들과 함께 밖으로 나가면서 익히긴 했지만, 아직 익숙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내가 남들에게 내 뜻을 표하기는 힘이 들었지만, 남들이 하는 것을 보고 그 뜻을 알 수 있는 정도는 되었다.
먼저 고개를 살짝 내밀어 놈을 살폈다. 놈과의 거리는 그렇게 멀지 않은 편이어서 석궁으로 놈을 처리하는데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러다가 몸을 숨기는 것이 조금만 늦었어도 놈에게 발각 될 수 있었던 거리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면서 소름이 돋았다.
“흡~ 후~”
갑자기 찾아온 긴장감을 억누르기 위해서 심호흡을 했다. 한번의 심호흡이지만 갑자기 쿵쾅거리던 심장이 조금은 잠잠해졌다.
다시 살짝 고개를 내밀고서 석궁을 들어 놈을 조준했다. 그리고, 이때다 싶은 순간 방아쇠를 당겼다.
쉬익!
철퍼덕.
“휴~”
빚나갈 것을 대비해 바로 시위를 당기고, 화살을 걸던 나는 멀리서 들려오는 작은 소리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더 천천히. 조심스럽게 이동해.”
나는 목소리를 최대한 죽여서 박 소위에게 말했다. 그도 방금의 위험한 상황을 인지했는지 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스럽게 이동한 우리는 건물의 모서리에 도착했다. 귀퉁이에 바짝 붙어선 박 소위가 다시 고개를 내밀고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는, 골목길에 좀비가 셋이나 있다는 수신호를 해왔다.
석궁을 조금 더 가지고 올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었다. 자동 소총을 들고서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니 너무나 답답했다.
한가지 생각나는 방법이 있었지만, 일행들에게 그것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도 답답하게 느껴졌다. 말을 하면 편하겠지만, 지금 좀비들과 가까이 있다보니 놈들이 소리를 들을 가능성이 충분해 보였다.
말도 안되는 수신호로 박 소위와 김 병장에게 내 뜻을 전달 시키려했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무슨 미친놈을 보는 듯 했다.
“하~ 내가 한 놈 먼저 치면, 소리 듣고 다가오는 놈을 때려잡아. 놈들은 사람인지 확실히 인지 하는 게 아니면 고함치면서 달려들지 않으니까. 안 오면 내가 다시.”
하는 수 없이 목소리를 줄여서 말을 해야 했다. 속삭이듯 이야기를 해서 그런지 좀비들은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그리고, 내 말을 들은 둘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내가 모퉁이에 붙어서 좀비들이 있는 방향을 살짝 살폈다. 가장 가까이 있는 놈이 대략 15미터쯤 떨어져 있었고, 나머지도 몇 미터 차이 나지 않았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숨을 고르고 조준을 하고 석궁을 발사했다.
쒸익!
틱!
“젠장!”
발사한 화살이 빗나갔고, 나도 모르게 욕지기가 튀어 나왔다. 기계적으로 다시 석궁에 화살을 걸고, 조심스럽게 좀비들이 있던 곳을 다시 살펴봤다.
다행스럽게도 놈들은 석궁을 발사하면서 발생한 소음보다는 화살이 건물 벽에 부딪히면서 발생한 소음에 더 관심이 가는 듯, 내가 있는 곳에서 천천히 멀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광경을 보면서 놈들이 이쪽을 보고 있지 않을 때, 그냥 몰래 골목길을 건너가는 것은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급하게 박 소위와 김 병장에게 좀비들이 있던 곳을 살펴보라고 손짓을 했고, 그들도 내가 원하는 바를 금방 알아차리고 좀비가 있던 곳을 살펴봤다.
“어때? 그냥 몰래 건너 가는게?”
내가 조용히 의견을 묻자, 둘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면서 찬성의 뜻을 내비쳤다. 그리고 나서 박 소위, 나, 김 병장 순으로 골목길을 건널 수 있었다. 가슴이 쿵쾅거리면서, 많이 긴장이 되긴 했지만, 이런 방법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들 둘도 얼굴 표정이 잔뜩 상기 되어 있는 것이, 얼굴만 봐도 지금 상당히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긴 지금 상황에 긴장을 안 하고 있다는 것도 웃기는 일이긴 했다.
이 이후로 몇 차례 좀비가 있는 곳을 지나게 되었지만, 어떤 경우에는 우회하기도 하고, 이전처럼 한 놈이 있는 곳은 석궁으로 그냥 처리를 하고, 숫자가 많은 경우에는 석궁으로 유리창 같은 것을 깨뜨려 놈들의 주의를 끌면서 무사히 이동을 할 수가 있었다. 예전에는 항상 놈들을 처리하면서 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오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고, 피해가도 된다는 사실을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이지만, 나름 효과는 만점이었다.
그렇게 해서 지금 지선이가 있는 건물 뒤편까지 올 수 있었다. 그리고, 이곳이 마지막 관문 같은 느낌을 주었다. 계단을 오르기 위해서는 길이 있는 건물 앞으로 나가야 했고, 그곳에는 아직 많은 수의 좀비들이 있었다.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수가 워낙 많다보니 놈들의 눈을 모두 피해서 몰래 계단을 오르는 것은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몰래 숨어 들어간다 하더라도 이후에 빠져 나올 때도 문제였다.
우리 셋은 잠시 머리를 맞대고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딱히 방법이 떠오르질 않았다. 그때 였다.
탕! 탕! 탕! 탕!
멀리서 총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버스 쪽인 것은 알겠는데, 무슨 일 때문인지 알지 못하기에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돌아가 봐야할까?”
“바로 이 건물인데, 위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움직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일단. 들어보세요. 총소리가 좀 일정하게 들리는 것 같은데… 위험해서 총을 쏘는 것 같지는 않아요.”
“음…”
셋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서로 궁리만 하고 있었다.
타닥.
그때 우리 주위에서 작은 자갈이나 물건이 튀는 소리가 났다. 우리는 깜짝 놀라 주변을 살폈지만, 바로 주변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러다가, 2분대원들이 있는 곳에서 창문을 열고 얼굴과 손을 내민 지선이가 손짓을 하는 것이 보였다. 아마 지금 들어오라는 소리인 것 같았다.
다시 건물 앞쪽을 살피는데, 그곳에 있던 좀비들이 많이 줄어 있었다. 2분대와 버스 사이에 무전으로 연락을 한 듯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 타이밍에 버스에서 총을 쏘지는 않았을 것이다.
눈치를 조금 보다가 셋은 차례로 계단을 뛰어 올라가는 데 성공했다. 계단을 올라, 가게 문을 열자 소총을 들고 있는 세명과 지선이가 눈에 들어왔다.
“아~”
나는 안도감과 함께 나도 모르게 한숨에 길게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