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79
79화
들어선 가게 안의 풍경은 예전 군대에 있을 때 가 본 적이 있는 시골의 다방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요즘은 구경하기 힘들 것 같은 오래돼 보이는 소파였다.
그런 가게 안에 들어서자 안면이 있는 정도인 차 중사와 박세현과 임준석이란 민간인 분대원이 보였다. 그리고, 창문 쪽에 서서 밖을 보고 있다가 우리가 들어오는 소리에 입구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는 지선이가 보였다.
지선이를 보는 순간 가슴을 누르고 있던 큰 돌덩어리가 치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한손에는 활을 들고, 허리춤에는 화살이 잔뜩 든 전통이 메어 있었지만, 등뒤로 K-2소총을 매고 있는 모습은 나에게 조금 어색해 보이긴 했다.
지선이는 나를 보자마자 나에게로 달려왔다. 나 또한 그녀에게 달려가 와락 끌어 안았다. 그때는 다른 생각은 아무것도 들지 않았다. 그녀를 다시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 뿐 이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키스를 하기 위해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흠흠. 해후의 기쁨은 여길 벗어나서 만끽 하는 것이 좋지 않겠어요?”
뒤에 있던 박 소위가 민망한 모양이었다. 나 또한 아직 안전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정신이 좀 들면서 다방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눈에 들어왔다.
평상시 단정하고 약간은 고지식한 모습을 보여주던 차 중사였지만, 조금은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약간은 의외였다. 평상시라면 누구와 만났다고 해서, 포옹을 하는 모습은 상상이 되지 않는 그였지만, 박 소위, 김 병장에게 다가가 포옹을 나누고, 격하게 악수를 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두 명의 민간인 분대원들도 그들과 악수를 하면서 반가움을 표시했다. 모두들 처음 다방에 들어올 때 봤던 침울한 기운이 있는 듯 했지만, 인사를 나누면서 다들 조금은 희망을 가지는 것 같았다.
“다들 고생 하셨습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 악수를 하며 말을 건냈다. 다들 기쁜 표정으로 악수를 하며,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특히 박세현씨와 임준석씨는 악수를 하는 내 손을 양손으로 꼭 붙잡으며,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고 되풀이 했다. 다들 한동안 반가움을 표시하고서, 분위기가 조금은 진정이 되자 박 소위가 모두에게 말했다.
“자. 인사는 이쯤 하도록 하죠. 이제 문제는 여기서 나가는 거군요. 아! 그런데 차 중사, 혹시 이 하사 쪽과 무전 연락을 주고 받은 건가요? 버스 쪽에서 들리는 총성이 조금 신경이 쓰이던데요.”
“예. 창문으로 주변을 살피다가, 전방에 좀비들 때문에 이곳으로 올라오지 못하시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이 하사에게 연락해서 주의를 좀 끌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 계속 같은 장소에서 대기하기는 위험할 것 같아서, 30분 후에 반대쪽에 있는 ○○농약사 앞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박 소위는 퇴로가 변경된다는 사실에 조금 걱정스러워했다. 나도 조금 걱정스럽기는 했지만, 만약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이곳에서 벗어나는 자체가 힘들어 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제 인원이 셋에서 일곱으로 늘어났기 때문에 조금은 더 안전이 확보되지 않을까 싶었다.
일곱 명이 한자리에 둘러 앉아 퇴각 방법에 대해서 의견을 교환했다. 박 소위가 이곳에 있던 인원들에게 이곳에 오면서 석궁을 이용해서 놈들을 피해왔던 방법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 그러면서 퇴각 할 때도 그와 같이 무성 무기를 최대한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표하자 다들 그에 동의했다.
“지선이도 활을 가지고 있으니까, 아마 올 때 보다 더 쉽게 벗어 날 수 있을 겁니다. 지선이 활 솜씨는 정말 일품이거든요.”
내 말에 지선이와 함께 있던 셋은 이미 지선이가 활 쏘는 것을 본 것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처음 활을 들고 밖으로 나올 때는 저걸로 뭘 할 수 있으려나 했는데, 완전 오판이었습니다. 지난번에 나왔을 때도 그렇고, 오늘 이곳으로 피해 오는데도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차 중사의 말에 정말 진심이 묻어나는 듯 했다.
“아! 그런데, 오는 동안에는 특이 좀비는 보이지 않던데, 혹시 위치 파악이 되나요?”
박 소위가 갑자기 생각이 난 듯, 2분대 인원들을 바라보며 물었지만 긍정적인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 놈들 처음에는 건물 앞 도로에 있었는데, 처음 총성이 들릴 때 어딘가로 이동했습니다. 현재로서는 놈들의 위치를 알 수가 없습니다.”
차 중사의 대답에 놈들의 위치를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 조금 불안하기도 했지만, 올 때와 마찬가지로 이곳에서 벗어나면서도 놈들과 마주치지 않을 것이라 믿는 수 밖에 없었다. 박 소위는 살짝 인상을 쓰긴 했지만, 큰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다, 잠시 후 말문을 열었다.
“음… 할 수 없죠. 그럼 우선 이 하사와 연락을 취해보고, 여기서 나서야겠습니다.”
박 소위가 무전기를 받아 들고서, 이 하사와 연락을 취했다. 소리를 많이 줄여 놓은 상태라 정확하게 들리지는 않았지만, 현재 위치와 도착 시간과 도착 위치 등을 다시 확인 하는 듯 했다. 그리고, 퇴각 계획에 차질은 없을 것 같았다.
유리창을 통해 바라본 건물 앞 도로변에는 좀비들이 많이 줄어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무시하고 나갈 수 있는 정도도 아니었다. 들어올 때는 총소리에 주의가 끌려, 놈들의 눈을 피해 들어 올 수 있었지만, 막상 나가려고 하니 또다시 놈들의 눈을 피하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동철 형님. 도로 맞은 편 건물들 창문을 여기서 좀 깨볼 수 있을까요? 숫자가 좀 많긴 하지만, 그렇게 주의를 돌릴 수 있을지 봐야겠습니다.”
박 소위의 요구에 석궁으로 좀 커보이는 유리를 깼다. 그러자 그 근방에 있던 좀비들이 몇몇 만이 깨진 유리창 근처로 가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음… 유리창 한, 두장 깨는 걸로는 힘들겠는데?”
한, 두장 깨는 것으로는 건물 앞의 좀비들을 모두 유인하지는 못할 것 같았다. 무언가 큰 소음이 나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무엇이 좋을지 눈에 띄는 것이 없었다. 그렇다고, 다시 이 하사에게 총을 쏘면서 이동을 하라고 하는 것도 조금은 무리일 것 같았다.
“안되겠어. 정면 돌파하자. 지금 우리가 일곱 명이고, 밖에 지금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좀비가 여덟, 그 중에 둘은 좀 멀리 떨어져 있으니, 육박전으로 처리를 하자. 나나 지선이는 화살을 쏘면 될 것 같고… 그 수밖에 없을 것 같아. 괜히 조용히 이동한다고 몰래 나가다가, 뒤에 몇 놈이 따라 붙으면, 잘못했다간 앞뒤로 포위당할 수도 있을 것 같고.”
이 다방에서 활과 석궁을 이용해서 놈들을 처리하고 나가자는 의견도 나오긴 했지만, 빠른 시간 안에 놈들을 전부 처리하지 못해서 혹시나 놈들이 이곳을 인식하게 되고 올라오게 된다면 그야말로 퇴로가 차단 당하는 상황이 될 것 같았다. 어떤 상황에서든 퇴로는 마련해 놓고 놈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박 소위의 말에 일행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들어올 때와 달리 들어난 인원수에 조금은 자신감을 얻은 것인지, 다른 일행들도 내 말에 따르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예. 그렇게 하도록 하죠.”
한참을 고민하던 박 소위가 내 말대로 하기로 결정을 했다. 나와 지선이는 석궁과 활을 이용해서 놈들을 처리하고, 나머지 인원들은 가지고 있던 총을 둔기 대신 사용하기로 했다.
직접 개머리판으로 좀비나 누군가를 가격해본 적이 없어서 어느 정도나 효과적일지 알 수는 없었지만, 개머리판도 나름 좋은 무기가 될 것 같긴 했다. 그러니, 총검술이란 것도 있을테고 말이다. 총검술에 생각이 미치니 군용대검도 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없는 물건을 아쉬워 해 봐야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실제 육박전 경험이 없는 것은 군인들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조금은 불안한지 다들 총을 만지작 거리며, 이곳에서 벗어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자! 다들 준비 됐죠? 이제 출발해야겠습니다. 선두는 동철 형님과 지선씨가 화살로 놈들을 처리해 주시고, 나머지 인원들은 가능하면 육박전입니다.
총기사용은 최대한 자재해야 합니다. 그리고, 혹시 총기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총성이 울리는 즉시 다른 분들도 모두 총기를 사용해서 상황을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합니다. 그래야, 총성에 이끌려 다른 놈들이 오기 전에 이곳을 벗어 날 수 있을 겁니다.
다른 의견 있으십니까?”
출발 준비를 마친 박 소위가 출입문 앞에서 일행들에게 다시 한번 설명을 했다. 그리고, 다들 충분히 알아 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를 마치고서 출입문을 연 나는 선두에 서서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내 뒤에서는 지선이와 다른 일행들이 조심스럽게 뒤따르고 있었다. 계단을 다 내려와서 유리문 앞에 섰지만, 놈들은 아직 우리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후~”
나는 길게 심호흡을 하고서 재빨리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석궁을 들어 올려 조금은 거리가 있는 놈들을 조준했다. 내 뒤를 따라 나온 지선이도 마찬가지 였다.
쉬익!
쉬익!
푹!
운이 없는 것인지 내가 쏜 화살은 빗나갔고, 지선이가 쏜 화살은 놈의 목을 관통해 박혔다. 하지만, 역시나 목을 관통하는 것은 놈들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오히려 놈들이 우리에게 인식하게 하는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캬아악!!!
목에 화살이 박힌 채로 놈이 몸을 돌려 우리를 보고는 괴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그 소리에 주변의 놈들도 몇몇 고개를 돌려 우리를 보게 되었다.
“젠장!”
내 뒤에서 뛰어 나가던 김 병장이 그 모습을 보고는 뇌까리는 소리가 나에게 까지 들려왔다.
빗나간 화살은 잊고 빨리 다음 행동을 해야 했다. 나와 지선이는 기계적으로 화살을 날리기 시작했다.
쏘고 장전하고 조준하고 쏘고… 그리고, 그 와중에 우리에게 달려들고 있던 우리와 가장 가까이 있던 좀비에게 달려가고 있는 김 병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양손으로 소총의 총구쪽과 가늠쇠 쪽을 잡고서 크게 휘두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휙!
퍽!
김 병장이 크게 휘두른 총의 개머리판이 달려들던 좀비의 얼굴 한 가운데에 그대로 적중했다. 그 반동에 그가 조금 휘청거리긴 했지만, 별 문제는 없어 보였다. 그리고, 개머리판에 가격당한 놈은 얼굴 부위가 그대로 함몰되어, 더욱더 비참한 몰골이 되어 버렸다.
일행들 모두 제각기 총을 휘두르기도 하고, 내려 찍기도 하면서 각자 치열하게 놈들과 몸싸움을 했다.
캬아악!!!
드디어 조금 멀리 떨어져 있던 놈들도 우리의 존재를 눈치 채고 괴성을 내지르며 우리들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