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80
80화
김 병장이 처리한 놈을 제외하고, 이제 일곱이 남은 상태였다. 놈들이 우리를 인식하기 이전, 놈들의 움직임이 적을 때 화살로 놈들을 좀 처리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조심들 해!”
지난 일은 잊어야 했다. 지금부터가 정말 집중해야 할 시기였다.
다른 일행들에게 다시 한번 주의를 환기시키고, 나 또한 놈들을 정확히 조준하기 위해서 집중을 했다. 일행들과 너무 가까운 놈을 노리다가는 잘못해서 일행들이 화살에 맞을 수 있어서 나와 지선이가 상대할 수 있는 놈들의 숫자는 제한적 일 수밖에 없었다.
쒸이익!
퍽!
드디어 한 놈을 맞출 수 있었다. 일행들에게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놈이었다. 사지는 멀쩡해 보였지만, 얼굴이 상해 있어서 상당히 보기 역겨운 놈이었는데, 마지막에는 화살까지 박히면서 그대로 쓰러졌다. 이어서 지선이가 멀리 떨어져 있던 놈을 해치웠다.
일행들이 좀비 하나에 한명씩 상대를 하고 있어서 이제는 더 이상 활과 석궁을 사용하기에는 위험한 감이 있었다.
“지선아, 혹시나 위험한 사람이 생기면 도와주고, 아니면 대기해.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응.”
나는 지선이를 뒤로 하고 일행들에게 달려갔다. 석궁을 왼손에 옮겨 잡고, 오른손에는 허리에 매어져 있던 정글칼을 쥐었다. 그 사이 2분대의 박세현씨와 임준석씨는 각자 맡은 좀비를 처리하고 주변 상황을 파악하려고 두리번 거렸다. 그리고, 그들도 각자 어딘가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가장 가까이 있는 박 소위에게로 달려갔다. 그는 처음의 일격을 정확히 때리지 못하며, 꽤 위험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공격을 당하거나 물리지는 않았다.
내가 박 소위에게 다가 섰을 때, 그는 총으로 좀비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겨우 좀비를 막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두 번 생각하지 않고, 좀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발을 들어 좀비를 그에게서 밀어냈다.
빡!
놈이 박 소위에게서 조금 떨어져 나가자, 나는 들고 있던 칼을 크게 휘둘러 놈의 정수리에 그대로 박아 넣었다. 역시 좀비들은 머리가 깨져 나가도, 살점이나 내용물이 튈 뿐 피가 뿜어져 나오지는 않았다.
“둘 남고.”
혼자서 조용히 중얼 거리고는 다음 목표를 위해서 주위를 살폈다.
“후~”
남아 있던 좀비 둘은 다른 일행들이 막 정리를 끝낸 후 였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한가롭게 쉬거나 할 시간은 없었다. 일행들이 재빨리 지선이가 있던 장소로 다시 모였다.
“다친 사람 있습니까?”
박 소위가 일행들에게 물었지만, 다들 다친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형님. 신세 졌습니다. 후~ 출발하죠.”
박 소위의 인사에 나는 그에게 살짝 미소를 짓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리고, 일행들은 바로 길을 나섰다. 놈들이 괴성을 질러대고, 소란을 떨었기 때문에 지체 했다가는 위험할 수 도 있기 때문이었다. 가장 위험할 것 같았던 첫 출발이 생각보다는 산뜻했기에 왠지 일이 잘 풀릴 것 같은 기분이었다.
선두에서 박 소위가 길을 안내하고, 석궁과 활로 무장한 나와 지선이가 그 뒤를 따랐다. 그 뒤를 박세현씨, 임준석씨, 김원진 병장, 차동진 중사 순으로 따라 오고 있었다.
이동 하는 방식은 올 때와 같이 나나 지선이가 화살을 쏘아서 주의를 끌면 이동을 했다. 그때 보다는 인원수가 많아져서 조금 껄끄럽기는 했지만, 특별한 문제없이 이동 할 수 있었다.
“박 소위. 대략 얼마나 남았어?”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이동을 하면서 조용한 목소리로 박 소위에게 물었다.
“1/3쯤 왔습니다.”
거리가 꽤 되는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경로로 이동을 하다 보니 그렇게 느껴지는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꽤 이동을 한 것 같았는데 박 소위의 대답을 듣고서는 가슴이 답답해 지는 기분이었다.
다시 입을 다물고, 조용히 박 소위의 뒤를 따랐다. 그런데, 주위에 어떤 위험 요소도 보이지 않는 도로변을 지나던 때였다.
“캬아아악!!!”
지나던 건물 안에서 갑자기 좀비가 괴성을 튀어 나왔다. 조용히 이동하면서 교차로 같은 곳에서 새로 나타난 좀비들이 있는지만 파악을 하다 보니, 정작 가까이 있는 건물 안의 위험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모양이었다.
투다다다당!
너무 놀란 나머지 좀비와 가장 가까이 있던 김 병장이 총을 쏴버렸다. 튀어 나왔던 좀비는 벌집이 되어 버렸지만, 이제는 그것이 중요한게 아니었다.
“젠장! 죄송합니다.”
김 병장도 얼떨결에 총을 쏘긴 했지만, 바로 후회가 되는 모양이었다. 인상을 잔뜩 찡그리고 고개를 살짝 숙이는 것이 자책을 하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아니야. 선두에서 좀 더 신경 쓰지 못한 탓이 커. 어쨌든 속도를 조금 올리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출발합니다.”
박 소위가 김 병장을 다독이고는 다시 출발을 했다. 왠지 시끄럽게 울려 퍼진 총성이 신경 쓰였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달리 방법이 없었다. 최대한 빨리 이 지역을 벗어나는 수 밖에 없었다.
“후방에 좀비 출현!”
김 병장의 총격 이후, 이동 속도를 조금 높여서 빨리 이동하려는 찰나에 일행의 가장 후미에 있던 차 중사의 급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 건물 쪽으로 바짝 붙어!”
상황을 파악한 박 소위가 다급한 지시에 일행들이 모두 건물 쪽으로 몸을 바짝 붙였다.
“형님.”
박 소위가 부르는 것 만으로 그가 원하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최대한 몸을 밀착 한 채로 후방에서 나타난 놈을 조준했다. 그리고 석궁을 쐈지만, 불행하게도 화살은 빗나가 버렸다.
“크아악!!!”
작은 불행이 차츰 더 큰 불행을 몰고 오는 기분이 들었다. 놈이 일행을 인식한 모양이었다. 후방에서 나타나 우리에게 다가오는 좀비를 다시 조준을 하다가, 일이 잘못 됐다는 것을 아는데 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 없었다.
“젠장! 원형 좀비야! 지선아!”
나는 급박하게 지선이에게 도움을 요청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선이도 내 부름에 화살을 날리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와 지선이는 꽤 많은 화살을 날렸다. 그럼에도 빠르게 우리에게 달려 오는 놈을 맞추는 것은 쉽지 않았다. 놈과의 거리가 급격하게 줄어 들었다.
타다당!
더 이상 접근 하게 두면 위험하다는 판단을 한 것인지, 지켜보던 차 중사가 사격을 했다. 그의 사격으로 뒤에서 접근 하던 놈을 처리할 수는 있었지만, 앞으로의 일이 점점 더 걱정스러워졌다.
“빨리 이동 하시죠.”
박 소위는 몸을 돌려 막 이동하려 했지만, 몸을 움직일 수 는 없었다. 일행의 뒤쪽으로 멀지 않은 골목길에서도 좀비 둘이 튀어 나왔던 것이다.
“캬악!!!”
놈의 괴성에 박 소위는 다시 몸을 돌려 뒤를 바라 봐야만 했다. 그것은 나 또한 마찬가지 였다. 이 하사의 총성에 흩어져 있던 놈들이 이 근처에 있었던 것 같았다. 또, 그런 놈들이 이 둘만 있지는 않을 것이 분명해 보였다.
쉬익! 쉬익!
퍽! 퍽!
지체하지 않고, 나와 지선이는 화살을 날렸고, 이번에는 운이 좋게도 둘 모두 한번에 명중시킬 수 있었다.
“박 소위, 목표지점까지 거리가 얼마나 되지?”
거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면, 구보로 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가면서 좀비들이 나타나면 총을 쓰고 최대한 빨리 처리하면서 이동을 하는 것이 지금 상황에서는 좋을 것 같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은 거리를 알아야 할 것 같았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걸어가면 대략 20분쯤 걸릴 것 같습니다.”
“그럼, 구보로 가면서 마주치는 좀비들은 최대한 빨리 총으로 처리하면서 이동하자. 그게 나을 것 같은데. 어때?”
“아무래도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죠. 다들 들으셨죠. 계속 이렇게 가면 더 위험 할 것 같습니다. 구보로 이동 하겠습니다.”
박 소위도 내 의견에 바로 동의를 했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동의를 표했다. 그러면서 다들 구보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서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아주 힘이 든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몸에서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후~ 후~”
다들 조금씩 숨소리가 커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도, 전력질주가 아니라서 다들 아직까지는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지선이가 조금 걱정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지선이는 나름 운동선수 였고, 혼자서 얼마간 생존을 했으니, 이 정도는 문제 없지 않을까 싶었다.
“전방 1시 방향!”
선두에 있던 박 소위가 좀비를 보고 일행들에게 알려왔다. 그와 동시에 다들 잠시 제자리에 섰다.
투다다다당!
일행들이 일시에 한 놈을 향해서 사격을 가했다. 놈은 머리가 터져 나가고, 몸통 여기저기에도 총알이 박히는 듯 보였다. 그리고, 그대로 뒤로 나자빠졌다.
일행들은 모두 다시 뛰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번 그렇게 좀비를 처리하고 나자, 총성 때문인지 얼마 안 있어 다시 좀비와 마주쳤다. 이번에도 다행히 한 놈 밖에 없어서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왠지 일이 돌아가는 것이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놈들과 마주칠수록 더 놈들을 끌어 들이게 되는 꼴이다 보니 점점 더 불안해졌다. 애초에 어느 정도 예상한 부분이긴 했지만, 실제로 겪게 되니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러다가, 결국 일이 터졌다.
“캬아악!!!”
우리가 뛰어서 이동을 하는 중이었기에, 좀비들을 따돌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후방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는데, 뒤에서 듣기 싫은 좀비들의 괴성이 들려왔다.
“젠장! 후방에 특이 좀비! 빌어먹을 더럽게 빠르잖아!”
제일 후미에서 달리고 있던 김 병장의 목소리였다. 목소리만 들어서는 꽤 다급한 것 같았다. 나도 달리면서 잠시 뒤를 돌아 볼 수밖에 없었다. 앞에서 달리고 있던 박 소위도 뒤를 힐끔 쳐다보는 것이 보는 것 같았다. 현재는 놈과 꽤 거리가 있었지만, 그 간격은 계속 줄어들고 있었다. 이렇게 계속 갈 수는 없었다.
“후! 박 소위! 안되겠어!”
가쁜 숨을 쉬며 박 소위에게 말을 하자 박 소위도 뒤를 다시 돌아봤다.
“후! 다들… 후! 잠시 제자리에… 후! 서고… 바로 사격 합니다. 지금!”
박 소위의 신호에 다들 일제히 제자리에서 서서는 뒤로 돌아서 가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투다다다당!
놈이 아무리 빠르고, 운동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한 놈밖에 없는데다 집중사격을 가하는데에는 당해 낼 재간이 없었다.
“젠장! 별거… 후~ 아니잖아.”
누군가 숨을 고르며 한마디 하긴 했지만, 나도 긴장을 한 탓인지, 순간적으로 누가 말한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