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81
81화
원형 좀비를 처리하고서 일행들은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조금 당황하기는 했지만, 다들 재빨리 대응을 해서 생각 보다 수월하게 원형 좀비를 처리 할 수 있었다. 물론 상황 자체가 우리에게 유리하긴 했었다. 놈은 혼자인데다가 거리까지 멀었으니, 총을 사용하기로 한 이상은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후~ 세 놈이 한꺼번에 여기저기서 막 달려 들 때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더니…”
“그러게… 그러게 말이야… 젠장…”
박세현씨와 임준석씨는 이렇게 원형 좀비를 처리하자, 2분대가 당할 당시가 생각나는 듯 했다. 하지만, 지금은 감상에 젖어 있을 때가 아니었다.
“다들 바로 이동합시다. 어서!”
내 말에 다들 정신이 조금 든 모양이었다. 소지품을 다시 챙기면서 다시 이동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일은 점점더 꼬여만 갔다.
“캬아악!!!”
콱득!
“으악!”
일행들이 있던 건물 2층에서 왠 미친 좀비가 뛰어 내렸다. 그리고, 놈은 정확히 일행의 중간에 있던 박세현씨를 덮쳤다. 여태까지 이런 황당한 경우는 본적이 없었다. 몸놀림을 봐선 원형 좀비 일 것 같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런 황당한 몸놀림 이라니…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탕!
한 발의 총성이 울렸고, 세현씨를 물어 뜯고 있던 놈은 머리가 박살이 나며, 그대로 벌렁 나자빠졌다.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피자, 차 중사가 정신을 차리고는 놈을 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크…”
다시 세현씨를 보고서 탄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미 가슴팍이 물어 뜯껴서, 갈비뼈가 드러날 지경이었다.
“쿨럭! 으악!”
세현씨는 통증이 상당했는지 엄청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아직 죽지 않은 것이 오히려 더 안되 보일 지경이었다.
이렇게 그냥 고통 받게 두는 것도 못할 짓인 것 같았다. 더구나 이렇게 비명을 질러대서야 일행들의 안전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더군다나, 그냥 둔다면 분명 얼마 안 있어 세현씨도 놈들처럼 될 것은 뻔했다.
박 소위도 그런 생각을 한 것인지 소총을 들고서 세현씨에게 다가섰다. 그런 박 소위를 보고는 일행들 모두 고개를 돌렸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좀비를 죽이고, 물론 사람을 죽이고 하는 일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잠시지만 일행이었던 사람을 죽이는 데까지 무덤덤하지는 못했다.
내가 이런데 박 소위는 어떨까 싶었다. 나보다 나이도 어리고, 훨씬 오래 그를 알고 지낸 박 소위가 직접 그를 쏘려고 하고 있었다.
껄끄럽더라도 내가 하는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몸을 돌리렸다.
탕!
하지만, 박 소위에게 말을 하기도 전에 총을 쐈다. 세현씨의 머리는 많이 상해 있었고, 주변에 있던 일행들은 여기저기 피가 묻을 수 밖에 없었다.
소위라는 계급 때문인지, 자신이 나서서 총을 쏘긴 했지만, 박 소위 역시 마음이 좋지 못한 모양이었다. 잠시지만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담담한 얼굴로 돌아왔다.
총을 잡고 있지 않은 손으로 주먹을 꽉 쥐며, 입술을 깨무는 것으로 봐서는 역시 책임감에 애써 괜찮은 척 하는 것 같았다.
“자! 이동!”
박 소위가 먼저 선두에서서 달리기 시작했고, 나머지 일행들도 그를 따랐다. 괴로운 일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우리까지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우리는 계속 달렸다. 좀비가 나타나면 사격을 하고 다시 달렸다.
시간이 지나자, 다리는 무거워지고 숨은 차올랐다. 그렇다고 잠시 멈춰서 쉴 수도 없었다. 전방에 나타나는 좀비는 계속 처리를 했지만, 뒤에서 나타나는 놈들은 그냥 무시하면서 달렸기에 지금 우리 뒤로는 열 대여섯 정도의 좀비들이 우리를 쫓아 오고 있었다.
“헉! 헉!”
다들 말할 기운도 없었고, 다들 죽지 않기 위해서 달릴 뿐이었다.
부앙! 부웅~
어디쯤 인지 방향도 거리도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어디선가 미니 버스의 엔진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그때 처음으로 기계가 구세주처럼 느껴 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방향을 틀어 우리에게 다가오는 미니 버스가 보이기 시작했다.
투다다다당!
영감님이 미니 버스의 창문으로 상체를 조금 내민 상태로 난사 수준으로 총을 쏴댔다. 어차피 이동 중인 차에서 총을 쏘면서 정확하게 맞출 의도는 아닐 것 같았다.
답답한 마음에 난사를 하고 계시는 것 같았지만, 가끔 눈먼 총알에 머리가 박살이 나는 놈도 있었고, 다리에 맞고는 쓰러져서 다시 다리를 쓰지 못하고 기어서 오는 놈도 보였다. 어떤 놈은 몸통에 맞고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나서 뒤쫒아 오는 놈도 있었다.
따지고 보면, 지금 뒤에서 쫒아 오는 놈들을 모조리 처리할 필요는 없었다. 다리에 맞든, 머리에 맞든 버스에 탈 때 까지 시간만 벌 수 있다면 다행이었다. 하지만, 영감님이 쏜 총에 요행이라도 맞는 놈은 극히 일부였고, 대부분은 별다른 방해 없이 우리를 뒤쫓았다.
나도 놈들을 향해 총을 쏘던지 뭐라도 하고 싶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런 짓을 하다가는 달리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 할 것 같았다.
1분, 1초가 마치 1년과 같이 느껴졌다. 너무나 더디게 가는 시간에 미칠 것만 같았고, 영영 눈앞에서 가까워 질 것 같지 않은 미니 버스에 또한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어서! 빨리!”
영영 가까워 질 것 같지 않던 미니 버스가 어느덧 눈앞에 다가 왔고, 영감님은 재빨리 문을 열고는 우리에게 고함을 치셨다. 영감님을 만난 이후로 영감님이 이렇게 크게 말을 하는 것을 처음 들어봤다.
퇴로 확보를 위해서 우리 바로 앞까지 오지 않고, 교차로 부근에 차를 세웠기 때문에 약간의 거리가 있었다. 영감님과 이 하사가 팔을 힘껏 휘저으면서 우리를 독려했다. 그리고, 확실한 목표가 눈 앞에 나타나자, 없던 힘이 나는 것 같았다.
선두에 서서 달리던 박 소위는 버스에 도착하자 문 앞에 서서 주변을 경계하면서 뒤따라 오고 있는 일행들을 독려했다. 박 소위의 뒤에서 달리고 있던 나는 그를 지나서 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후~”
버스에 올라 타자, 나도 모르게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살았다는 안도감이 몰려왔다. 내 뒤로 지선이가 버스에 올라탔고, 나머지 일행들도 모두 버스에 무사히 올라 탈 수 있었다. 일행들이 모두 버스에 올라타자 박 소위도 곧바로 올라 타서는 문을 닫았다.
부앙!!!
문이 닫히자마자 버스는 크게 엔진 소음을 내며 앞으로 튀어 나갔다. 그리고, 곧바로 좌회전 하며 교차로를 벗어났다. 차가 출발하자 여기저기에서 가쁜 숨을 몰아 쉬는가 하면, 긴 한숨 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제 살았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아니면, 밀폐된 버스에 탔기 때문인지 몰라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땀 냄새가 진동을 했다. 하지만, 그 땀 냄새도 나쁘지는 않았다.
“고생 많았네. 고생 많았어. 이렇게 다시 보니 좋구만.”
영감님이 지선이를 보고는 기분 좋은 할아버지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토닥거렸다. 지선이도 환하게 웃으며, 영감님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구조를 하기 위해 왔던 우리도 영감님과 이 하사가 이렇게 반가운데 구조된 2분대 인원들은 말할 나위도 없었다. 영감님은 지선이 외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수고 했다, 다시 봐서 반갑다고 인사를 건네며 어깨를 토닥거렸다.
“그런데, 고립되었던 것이 네 명이…”
영감님이 알던 인원수와 다르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말을 꺼내려 했다. 나는 그런 영감님의 손을 재빨리 잡았고, 나를 바라보는 영감님에게 작게 고개를 저어보였다.
이에 영감님도 무슨 일이지 알았는지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이내 일행들의 들떠있던 분위기는 착 가라앉아 버렸다. 무엇보다 박 소위는 고개를 푹 숙이고 주먹을 꽉 쥔 채 부들부들 떠는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무리의 유일한 장교라는 책임감, 민간인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그를 내리 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 나이도 어린데 장교라는 직책에 너무 많은 것을 짊어 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다.
생각해 보면, 장교라고는 하지만 고작 소위일 뿐인데 말이다. 어쩌면 어린 장교이기에 더 그런 책임감에 사로 잡혔는지도 모를 일이긴 했다.
그런 박 소위의 한쪽 어깨를 차 중사가 꽉 쥐는 것이 보였다. 박 소위는 고개를 돌려 그런 차 중사를 바라 봤다.
“덕분에 저희 셋이 살았습니다. 그리고, 세현씨도 고통을 덜어서 감사해 할 겁니다.”
그렇게 버스는 우리가 나섰던 공장을 향해서 돌아가고 있었다. 네 명이 일곱 명이 되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