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82
82화
2분대 생존자들과 함께 공장으로 돌아 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 돌아온 첫날은 구조를 다녀온 우리들과 공장에 남아 있던 사람들 사이에 조금 껄끄러운 느낌이 있었지만, 그리 오래 가진 않았다.
나 역시 지선이가 아니었다면, 구조 따위는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 분명했고, 박 소위나 이 하사, 김 병장도 차 중사가 아니었다면 구조를 직접 나섰을 것인지에 대해서 확신은 없는 듯 했다.
다녀 와서 안 것이지만, 박 소위가 장교로써 대표자 격의 지위에 있지만, 그런 박 소위가 가장 믿는 인물이 차 중사였다. 차 중사가 박 소위를 보좌하고, 병들을 달래는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런 차 중사를 구하러 가는데 김 병장을 제외한 다른 병들이 나서지 않았다는 것이 의외이긴 했지만, 차 중사는 그런 것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어찌 되었든, 그럭저럭 일은 마무리가 되었고, 겉으로 봐서는 다들 이전과 다를 것이 없는 모습이었다. 마음 속으로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그랬다.
다만, 창혁 형님과 나, 지선이, 영감님 사이가 예전 같지는 않았다. 특히 지선이는 창혁 형님에게 많이 실망을 한 것 같았다.
나와 영감님은 조금 덜했지만, 지선이는 직접 그런 상황에 처해 있다 보니 느끼는 감정이 조금은 다른 모양이었다. 며칠 사이 그 둘은 그저 인사나 하고 지내는 아는 사람 정도의 사이가 되어 버렸다.
그저 기대를 하지 않으면 실망할 일도 없었을 텐데, 지선이는 창혁 형님에게도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대신 함께 살아 돌아온 우리 일곱 명은 다른 사람들 보다는 확실히 친밀한 사이가 되었다. 그들을 위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그런 사이까지는 아니지만, 함께 죽을 고비를 넘기다 보니 보다 친밀해 진 것은 사실이었다.
오늘은 남는 시간을 박 소위와 함께 보내고 있었다. 어딘가에 쳐박혀 있던 장기판을 들고와서 박 소위와 장기를 두고 있었다.
이전 공장에서는 영감님이나 창혁 형님이 워낙 나보다 잘 뒀기 때문에 재미가 없었지만, 박 소위보다는 내가 아주 조금 나았다. 나는 대학 다닐 때 동아리 선배들과 둬 보거나 군대에서 조금 둬봤지만, 박 소위는 정말 몇 번 둬 본 적이 없단다. 그런데도 전적에서 아주 조금 우세 할 뿐 이라는게 조금은 마음이 상했지만, 실력 차이가 많이 나는 사람들과 두는 것 보다는 시간 보내기에 아주 좋았다.
“아… 형님. 한 수 물러 주세요. 아… 깜빡 한 거라니까요.”
“장기에 무르는 게 어딨어. 그런거 없어. 하하. 손때면 끝인거야.”
그 사이 박 소위가 나를 대하는 것도 많이 편해졌다. 예전에는 형님이리고 부르긴 했지만, 조금 딱딱한 면이 있었는데 요즘은 한결 편해졌다. 가끔 농담도 하고 말이다
“아… 전적 다 따라 갔는데… 그걸 못봤네…”
“하하. 그런걸 보는게 실력이지.”
“형님. 최근에 전적 많이 좁혀 졌는데… 한판에 너무 들뜨시는 데요?”
“뭐… 흠… 이긴건 이긴거지 뭐. 하하”
벌컥!
둘이서 장기판을 앞에 두고 이러쿵 저러쿵 떠들고 있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무전병 역할을 하고 있는 병이 갑자기 문을 열고 뛰어 들어왔다.
“박 소위님!”
“무슨 일이야?”
무전병의 다급한 부름에 박 소위와 나는 깜짝 놀랐다. 오늘은 외부로 나간 인원도 없는데… 좀비들이나 적대적인 외부인들이 접근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대전 산새가 당한 것 같습니다. 그 근방에 있는 부대들과 연락이 끊겼답니다.”
“뭐? 거기 꽤 오래 버틸수 있을 것 같다고 했던 데잖아?”
나는 무슨 소리들을 하는지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왠 산새? 군인들이라고 뭐… 암호 비슷하게 부르는 것 같은데…
“정확하게는 모르겠습니다. 연락 시간대에 전혀 응답이 없답니다.”
“이런… 하나 둘씩 떨어져 나가는 건가… 알았어. 다음에 혹시 걔네들 소식 들어오면 다시 알려주고.”
“예.”
그렇게 대화가 끝이 나고 무전병은 다시 문을 닫고 자신이 있던 위치로 돌아간 것 같았다.
“정확히 무슨 얘기야? 비밀스러운 건가?”
난 무슨 일인가 싶어서 박 소위에게 물었다.
“아. 따지고 보면… 뭐… 여기 공장하고 크게 연관이 되는 문제는 아니예요.”
박 소위가 차근차근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이곳처럼 생존한 군인들 중에 무전기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 서로 연락을 주고 받고 있다고 한다.
물론 장거리 무전기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서 각각 자신들의 무전 범위 안에 있는 곳들과 무전을 할 수 밖에 없지만, 그것이 쭉 연결이 되면서 서로의 생존 여부나 위치나 여러 가지 정보들을 공유하고 있다고 한다. 서로 뭉쳐서 함께 지내자는 의견도 있긴 했지만, 인원수가 많아질수록 생필품 보급이나 이동에 있어서의 어려움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의견에 그냥 연락만 주고 받는 상황이라고 한다.
그 중에 대전에 있는 공군들 중에서 산속으로 기어 들어가서 생존해 있는 이들을 대전 산새라고 불렀다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대전 인근의 산속에 있는 공군이라고 대전 산새라니… 뭐 어쨌든 그건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고…
“걔들은 오래 살아 남을 걸로 생각을 했거든요. 산속에 있지만 꽤 괜찮은 시설에 자리를 잡은 모양이더라구요. 산속이라 주변에 좀비도 별로 없고, 인원도 그렇게 많지도 않은 것 같았구요. 열 대여섯 정도? 민간인 없이 전부 공군 애들이었다는 것도 뭐… 좀비들과 싸우는 측면에서는 괜찮을 것 같았구요. 무엇 때문에 당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도 다시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아요.”
“그런데, 연락되는 곳이 몇 군대나 되는거야?”
“우리하고 직접 연락이 되는 곳은 3곳이구요. 연결되서 파악하고 있는 곳은 전부해서 15곳… 아니 이제 14곳이네요.”
생각보다 많지 않은 숫자에 조금은 놀랐다. 그래도, 전국에 있는 군부대가 얼만데…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생존자들이 모두 무전기를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런저런 조건이 맞는 이들끼리 연락을 하고 하는 것이기에 어찌보면 열다섯도 많은건가? 하는 생각까지 들게 되었다.
“거기도 이런 공장이야?”
“아뇨. 공장은 아니고… 무슨 연구소라던데… ”
“산속에 왠 연구소?”
“그러게 말이예요. 저도 그게 참 특이 하더라구요. 이름이 뭐더라… 무슨 바이오인가? 그랬던거 같은데…”
“응? 바이오?”
순간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이었다. 바이오라는 이름이 들어간 연구소라면 어찌되었든 생물 쪽에 관계된 연구소일 것이다.
어쩌면 영감님에게 필요한 연구 설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설에 대해서 박 소위에게 좀 더 물어 봤지만, 그도 시설에 대해서는 더 아는 것이 없었다. 그의 입장에서는 그곳에 있는 사람이 중요한 것이지 시설에 대한 것은 관심 밖이 었을테니 어찌보면 당연할 것이다.
박 소위에게도 영감님이 가지고 있는 돌덩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까 하다가, 내 임의로 그렇게 하는 것은 조금 꺼려졌다. 우선은 영감님과 이야기를 해보고 어떻게 하든 결정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박 소위에게 양해를 구해 자리를 파했다. 그리고 영감님을 찾아갔다. 평소 영감님이 자주 있던 곳들을 찾아 나섰다. 다른 사람들과 바둑을 두고 계시던 영감님을 찾았다.
“영감님. 여기 계셨네요.”
“아. 동철군. 무슨 일 있는가?”
영감님은 바둑판에서 눈을 떼지도 않고, 나를 맞았다. 바둑을 둘 줄 모르는 나로써는 뭔 재미로 저렇게나 열심히 두시나 싶기도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둘 줄 모르는 내 입장에서 그랬다.
“영감님. 시간 좀 내주셨으면 좋겠는데… 돌덩이 때문에요.”
“응?”
돌덩이 말이 나오자 영감님은 그제서야 나를 바라봤다.
“영감님. 너무 하시네요. 봐주시지도 않다가… 바둑 끝나시면 방에서 뵐까요?”
“아! 내 숙소에 가서 기다리겠나? 금방 끝내고 내 올라가지.”
“예. 그럼 가 있을께요..”
영감님 방으로 가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그 연구소라는 곳이 만약에 영감님이 필요로 하는 설비가 갖추어져 있다 하더라도 지금 그 곳이 좀비들에게 당했다고 한다면… 그곳을 확보하는 것도 힘이 들것 같기도 했다. 영감님 방에 도착해서도 계속 생각을 해봤다. 일단은 그 곳에 가봐야 하는 것인가?
영감님 방에 도착해서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금방 영감님이 들어왔다.
“어! 정말 일찍 오셨네요. 좀 걸리 실 것 같았는데.”
“신경이 쓰여서 바둑을 둘 수가 있어야 말이지. 미안하다고 하고 일찍 올라왔네.”
영감님도 돌덩어리 이야기에 신경이 많이 쓰였던 모양이었다.
“그래. 무슨 일인가? 자세히 좀 이야기를 해보게.”
영감님의 재촉에 박 소위와 있다가 들은 이야기를 다시 영감님에게 전했다. 무전을 통해 들은 것들과 박 소위가 설명한 것들…
“음… 대전 부근에 연구소가 몇 군데 있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네. 그런데 정확한 이름을 모르니… 확인을 하기는 어렵구만, 그래.”
“그럼. 박 소위한테 돌덩어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다른 생존자 무리들은 혹시 그 곳에 대해서 더 아는 것이 없는지 좀 알아봐 달라고 하는 수 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그게 제일 확실할 것 같아요.”
영감님도 내 의견에 동의를 했다. 둘이서 제한된 정보로 머리를 싸매봐야 더 이상 진척이 없었으니… 어쨌든 나와 영감님은 다시 박 소위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