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83
83화
영감님과 나는 박 소위가 있는 곳으로 가서 셋이서 조용히 이야기 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았다. 갑자기 나갔던 내가 영감님과 함께 다시 찾아오자 박 소위도 무슨 일인지 궁금한 모양이었다.
“갑자기 볼 일이 생겼다고 나가시더니, 교수님까지 함께… 무슨 일 있는 건가요?”
“음… 박 소위. 우리가 아직 이야기하지 않은 것이 몇 가지 있어. 영감님께서 이야기하시는 걸 잘 들어봐줘.”
박 소위는 내 말에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와 영감님을 번갈아 가며 바라 보았다. 하지만, 영감님의 설명이 이어지면서 경악하는 표정이 드러났다가, 이내 어두운 표정이 되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중요한 이야기를 여태까지 숨기고 계셨던 거죠?”
그로써는 우리가 이 일에 대해서 지금까지 숨긴데 대해서 의구심을 품는 모양이었다.
“솔직히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닐 일은 아니라는 판단이었어. 그리고, 말을 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도 없다고 생각했고. 그런데, 아까 그 연구소 이야기를 생각하면 결과적으로 좀 더 일찍 이야기 하는 것이 좋았겠지.”
박 소위는 한 동안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 모습이었다. 이런 일이 벌어진 원인이 될 만한 물건이 갑자기 자기 앞에 나타나고, 어쩌면… 해결을 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갑자기 듣는다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들기는 할 것 같았다.
“그렇다면… 저한테 지금 이 이야기를 하시는 것은… 어쩌면… 그 대전의 연구소라는게… 중요하다는 얘기겠네요.”
“글쎄. 아직 그것까지는 정확히 알 수 없네. 지금 중요한 것은 우선 그 연구소가 정확히 어떤 연구소인지를 알아야 하네. 상호 같은 것을 정확히 알 수 있다면 좋겠지. 내가 알고 있는 연구소 일지도 모르고, 그렇지 않더라도 대략적으로 어떤 연구를 하던 시설인지 알면 내가 필요로 하는 연구 설비가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네. 또, 그 곳이 여기와 비슷하게 생존자들이 있었다고 하니까… 그 곳에도 비상 발전 설비 같은 게 갖추어져 있는지도 알아야하네. 이동식으로 쓰는 작은 발전기는 소용이 없을 것이고, 자체적으로 비상 발전 시설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네. 그 정도는 되어야 실험을 하는데 필요한 설비를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네. 그리고… 정확한 위치와 현재 상태 같은 것도 알아야겠지. 모든 것이 맞아 떨어진다면… 어쩌면… 이런 상황을 바로 잡을 수도 있지 않겠나… 어쩌면 말이네…”
영감님의 이야기를 듣고 박 소위는 또 다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잠시 후,
“그런데요… 그 돌덩이라는거… 하나 밖에 없는 건가요? 영감님 말고 다른 사람이 그것을 가지고 어디선가 연구를 하고 있을 가능성은 없는 건가요? 또… 연구를 해서 성과를 얻는 다면… 확실히 지금의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보통 신약이나 그런 것도 연구… 임상실험… 대량 생산… 같이 여러 단계가 있는 것 같던데…”
“글쎄… 돌덩이라는 것에 대한 것은 그건 나도 정확히 알 수 없다네. 짐작을 하자면…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을 때… 동철군이 본 바로는 좀비들이 전 세계적으로 거의 동시에 나타났다고 하네. 그렇게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을 했다면, 전 세계적으로 원인이 되는 물체가 하나 뿐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들 것 같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누군가 대신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미룰 수는 없다고 생각하네. 그리고, 만약에 운이 좋아서 성과를 낸다면… 글쎄… 이 상황을 해결을 할지도 모르지. 어쨌든 할 수 있는 것은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네. 어느 정도 연구 성과를 낸다면… 또 모르지 다음에 그 성과를 토대로 해결을 할 수도 있지 않겠나.”
이런저런 상황 설명을 하자 박 소위도 어느 정도는 이해를 하는 것 갈았다. 그리고, 영감님과 나는 박 소위에게 지금 필요한 것을 이야기했다. 그 연구소의 위치, 연구 분야, 발전기나 제반 여건들… 이곳에서는 그곳과 직접 이야기를 해보지 못해봤지만, 혹시나 직접 연락을 해왔던 곳에서는 어느 정도 파악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다시 한번 알아 보기로 했다. 그리고 가능하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알리지 않는 것으로 했다.
확실하지 않은 일이고, 또한 사람들이 안다고 한들 달라질 것도 없었다. 무엇보다 사용할 수 있는 연구 시설을 확인 한다면 영감님과 함께 그곳으로 이동해야 할텐데, 나나 영감님이 그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우선은 그 연구소에 대한 정보부터 먼저 파악하고 난 다음에 다른 것들을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면, 뭔가 알아내게 된다면 바로 연락을 드릴께요.”
박 소위를 뒤로 한 채 나와 영감님은 각자 숙소로 돌아왔다. 사실 이렇게 그냥 지내는 것도 앞날이 막막했고, 그 연구소가 이용할 가치가 있어서 가본다는 것도 불안하긴 마찬가지 였다.
영감님처럼 당연히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이렇지는 않을 텐데, 또 어딘가로 가야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가게 된다면 창혁 형님은 빼야 할 것 같았다.
지선이도 어떨지 알 수 없었다. 그녀도 함께 길을 나선다 하더라도 인원이 셋밖에 되지 않았다.
이 인원으로는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머릿속을 맴돌았다.
머릿속이 정리가 되지 않는 채로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났고, 박 소위가 나와 영감님을 찾는 다는 연락이 왔다. 셋이 조용한 곳을 찾아 다시 이야기를 했다.
“연락을 해봤는데 그 연구소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아 내지는 못했어요. 대신 상호는 확실히 알아 냈어요. ○○바이오텍 이라네요.”
박 소위는 알아낸 사실을 우리에게 전했다. 알아낸 것은 상호가 전부였다. 이것만 가지고는 무언가를 결정하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응? 정말 인가? 확실한가?”
“예… 왜그러세요?”
영감님이 갑자기 벌떡 일어 나면서 재차 확인을 했다. 그런 영감님의 반응에 박 소위는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무슨 일인가 싶기는 나 또한 마찬가지 였다. 나와 박 소위가 멍한 표정으로 영감님을 바라보자 영감님도 조금은 머쓱했던지 헛기침을 몇 번 하면서 자리에 다시 앉았다.
“흠. 내가 아는 곳이네. 맞을게야. 가보지는 않았네만, 대전 인근에 위치하고, ○○바이오텍이라는 상호라면 분명할게야. 그 곳 연구 소장으로 친한 후배가 재직했다네. 연구 설비 같은 것들이 대단하다면서 자랑이 대단했었지.”
영감님의 설명으로는 그 곳의 설비라면 연구를 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 후배가 자랑하던 대로라면 시설이나 설비적인 측면에서는 부족할 것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정확한 위치는 영감님도 가보지 못해서 알지 못한다는 것과, 그 곳이 현재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는 것이었다. 연락이 두절된 기간이라고 해봐야 며칠 되지 않았으니 사람이 생활 하는 데는 문제가 없겠지만, 실험 설비들도 그럴 것인가 하는 것은 미지수였다. 그리고, 혹시 좀비들에게 당한 것이라면 내부에 좀비들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음… 나는 그 곳에 가봤으면 하네. 동철군, 자네는 어떻게 하겠나?”
“영감님이 가시면 저도 가봐야죠. 인원이 조금 적을 것 같아서 불안하긴 하지만, 가봐야죠. 지선이 한테도 확인을 해 볼께요.”
“그래 주겠는가? 흠.”
지선이도 함께 했으면 했다. 창혁 형님은 민수 때문도 있고, 일전의 일도 있고 함께 나서지 않을 것 같았다.
아니 함께 나선다 하더라도 내 쪽에서 달갑지 않을 것 같았다. 소수의 인원으로 무언가를 하려 한다면 서로 간의 믿음이 있어야 할텐데, 지선이가 위험할 때 구조가는 것 조차도 하지 않는다면 믿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저희 쪽에서도 함께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지도 않을까요? 이런 일이라면 함께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인원이 너무 적으면 위험하니까, 함께 가려는 사람이 있으면 함께 하는게 좋을 것 같아요.”
박 소위가 의견을 냈지만 나는 조금 회의적이었다.
“아니… 내 생각에는 저번에 2분대 구조갈 때 갔던 인원들이 혹시 간다면 모를까, 다른 인원들은 별로 믿음이 가질 않아서. 너도 그렇고 그 사람들도 그렇고 내가 모든 것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믿지 못하는 사람들과 가는 것은 위험할 것 같아. 영감님은 어떠세요?”
“음… 그건 나도 동철군 이야기에 동감하네. 아주 위험할 지도 모르는 일인데 믿을수 있는 사람들과 가는 것이 맞을 것 같네.”
박 소위는 우리가 적은 인원으로 움직이려 한다는 것이 아무래도 불안한 모양이었다. 만약 일이 잘 풀린다면 이 고생이 끝날 수도 있는 상황이니 더욱 그럴 것이다.
“저도 몇 명한테 의견을 물어 볼께요. 저도 함께 하면 좋겠지만, 지금 공장의 인원들을 버려 둔다는 것이 마음에 걸리네요.”
“그래. 박 소위는 지금 맡은 역할이 있으니까… 부담가지지 말고. 이 하사나 차 중사, 김 병장. 이 정도 인원들에게 한번 물어봐줘. 그 정도면 충분해.”
다시 모인 김에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하면서 시간을 좀 보냈다. 그렇게 시간을 조금 보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영감님은 그래도 창혁 형님에게도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이야기 조차 하지 않는 것은 그래도 조금 꺼림칙한 느낌이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지선이에게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이 곳을 떠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나자, 사람들의 여유로운 모습들이 새삼스레 좋아보였다. 사람들끼리 여유롭게 농담을 하는 모습, 장난을 치는 모습들이 새롭게 보였다. 이 곳을 벗어나면 또 다시 사람들의 이런 모습들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그만큼 위험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선이를 찾아가면서 내가 왜 이런 위험한 일을 하는 것일까 싶었다. 보통의 경우라면 절대 이렇게 위험한 일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일전의 지선이를 구조하기 위해 갔던 일도 마찬가지 였다. 내 안전에 관계된 일이라면 정말 철저하게 지키면서 살아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영감님과 지선이가 관계되면 평상시의 나와는 다른 판단을 하게 되는 것 같았다.
오래 살려면 둘을 멀리하는 것이 좋은가 하는 우스운 생각까지 했다. 물론 그럴 생각은 없었다.
무슨 이유인지 나 자신도 설명할 수는 없지만, 두 사람의 존재는 이제 나에게 특별하게 다가 왔다. 아마 반쯤 정신 나간 상태로 혼자서 생활하던 때에 영감님을 만나면서 나에게는 영감님이 어떤 특별한 존재로 느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선이는 또 지선이 나름대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나에게 특별하게 다가왔던 것 같기도 했다. 아무튼 결론은 지금의 상황이 나도 내가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이었다.
“뭐… 굳이 이해를 하면서 행동할 필요는 없지.”
혼자서 중얼거리며 발걸음을 옮겼고, 어느덧 지선이의 숙소 앞에 도착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