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86
86화
일행이 결정이 되고 며칠이 지났다. 그 사이 우리는 각자 자신이 준비 할 수 있는 것들을 준비하고, 정리를 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 일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여러 가지 떠날 채비를 하는 것을 사람들이 모를 리는 없었다. 몇몇 사람들이 물어왔지만, 사람들에게 전후 사정을 전부 이야기 하지는 않고, 그저 찾을 사람이 있어서 함께 길을 나서기로 했다고만 말을 했다.
그 말을 사람들이 전부 믿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이곳을 떠날 마음이 없었기 때문인지 더 이상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차량과 연료, 식수, 식량 등등 여러 가지를 이곳 공장에서 챙겨 가야 했지만, 이곳에도 꽤 여유분이 있었기에 다들 그런 것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한 일이었다.
거의 매일 필요한 것을 체크하고, 서로 상의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며칠간 준비를 하면서 필요한 물건들은 거의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또한 마찬가지였다. 박 소위와 차 중사를 포한한 모두가 한자리에 모였다.
“후~ 이제 어느 정도 준비가 된 건가요?”
“그런거 같지? 공장 물품들을 챙겨 가는 거라서 조금 걱정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했는데, 별 문제 안 생겨서 다행이네.”
“그러게요. 저도 그게 조금 걱정이었는데, 다행 이예요. 여유분이 있으니까, 크게 생각 안하는 것 같아요. 그건 그렇고 이제 이틀 남은 건가요?”
“그렇지… 이틀이라… 일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잘 되든 안되든 다시 돌아와야지. 여기 만한 곳도 없으니까 말이야. 그래도, 너나 차 중사한테 조금 미안하긴 하네. 그 물품들 때문에 또 고생을 해야 할 거 아냐.”
“그런 걱정은 마시구요. 혹시라도 거기 가셨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바로 돌아 오세요.”
여기 와서 박 소위를 만난 것은 정말 다행이었다. 여러 가지를 신경을 많이 써줬다. 필요한 물품에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군인들의 위치까지, 그리고 그 군인들에게 대략적으로 우리 이야기를 해 놓음으로써 도움을 받기 쉽도록 해 놓기 까지 했다.
“자네들이 기대하는 성과가 있을 수 있도록 내 노력해야겠구만. 이렇게 도움을 많이 받았으니 말이야.”
지나가듯 말을 하긴 했지만, 영감님도 내심 그들의 도움에 무언가 결의를 다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은 영감님 뿐만이 아니라 길을 나서는 우리 다섯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내일은 정말 마지막 정리하고, 준비를 해야하니까. 오늘 족구 한판 할까요?”
“음… 족구라 좋기는 한데… 영감님은 족구는 조금 힘드시지 않을까? 어떠세요?”
“내가 끼면 자네들 재미도 없을뿐더러, 한번 뛰고 나면 못 일어 날지도 모른다네. 하하. 나는 좀 쉬도록 할테니, 재밌게 놀게나.”
영감님은 숙소로 돌아가고, 나머지 인원들은 다 같이 자리를 옮겼다. 지선이도 영감님과 마찬가지로 숙소로 돌려 보내려 했지만, 그녀는 남자들과 함께 하려고 했다.
족구를 하지는 않더라도, 함께 그 자리를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녀도 아마 이런 분위기를 다시 느끼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어서 그러는 것 같았다.
우리는 늘 족구를 하던 공장 건물로 자리를 옮겼다. 한 사람이 모라자긴 했지만, 김 병장이 급하게 한 명을 불러와서 짝을 맞췄고, 게임이 시작됐다.
“자! 오랜만에 땀 좀 흘려보자고!”
“형님. 땀은 얼마 전에 밖에 나갔을 때 찐하게 한번 뺐는데요?”
“그런가? 하하”
별로 웃기지도 않는 농담이었지만, 왠지 웃음이 나왔다.
“읏차!”
“헛!”
“아…”
게임이 시작되고는 정말 원 없이 뛰었다. 지선이도 근처에 앉아서 웃고, 소리치며 즐거워 했다. 사람들과 함께 웃고 떠들면서, 땀을 흘리다보니 좀비 같은 것들은 잠시 나마 잊을 수 있었다.
“아! 이길 수 있었는데, 너무 열심히 하셔서 봐드린 거예요.”
“그래? 오호~ 박 소위도 발바닥 땀나도록 뛰던데? 아닌가?”
게임이 끝나고 서로 티격태격 하면서 공장 건물을 나섰다. 그리고 나서도 다들 바로 흩어지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시간을 보냈다. 시덥 잖은 농담을 하고, 웃고, 떠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허락 할 때 까지 사람들과 어울렸다.
나나 지선이 같은 경우에는 영감님과 함께 이전 공장에서 소수의 사람들끼리 지내다가 이 곳으로 오고 나서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 일인지 절실하게 느꼈기 때문에 더욱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하는 것 같았다. 일이 잘 풀린다 하더라도 다섯 명이서, 줄면 줄었지 늘 일은 없는 작은 인원으로 영감님의 연구가 끝날 때 까지 지내야 한다는 것이 가장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뭐… 기간으로 따져보면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과 지낸 것은 최근 얼마간에 불과했다.
적은 인원으로 지내는 것도 지내다보면 어느 사이엔가 적응할 것 이다. 다만, 현재 아쉽고,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었다.
그런, 아쉬움 속에 또 시간은 흘러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났다. 그 사이 마음속에 있는 아쉬움과 부담스러움은 출발시간이 다가올수록 담담함으로 바뀌어갔다.
출입문 앞에 RV차량이 세워져 있었다. 일행이 다섯이나 됐기 때문에 일반 승용차는 좀 작은 감이 있어서 우리가 타고 왔던 RV차량을 이용하기로 했다. 진하게 썬팅이 된 유리도 조금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주위로 함께 길을 나설 나와 영감님, 지선이, 김 병장, 이 하사, 우리 다섯이 서 있었다. 우리 앞으로 박 소위와 차 중사가 있었고, 그 주변으로 많은 군인들, 2분대 생존자인 임준석씨, 그 외에 생각보다 많은 인원들이 나와서 우리를 배웅하고 있었다.
“교수님, 꼭 성공하고 돌아오시길 바라겠습니다.”
“고맙네. 내 꼭 무사히 돌아오도록 하겠네.”
박 소위와 영감님이 서로의 손을 꼭 잡고서 악수를 했다. 영감님은 평소의 좋은 할아버지 같은 표정이 아닌 무언가 결연한 의지가 느껴지는 표정이었다.
우리가 무슨 일 때문에 길을 나서는 것인지 정확히 아는 것은 박 소위와 차 중사, 그리고 창혁 형님 밖에 없었지만, 다들 우리가 무사히 돌아오길 기원해줬다. 나는 일이 실패하든 성공하든, 일을 마치고 나면 반드시 이곳으로 돌아 오겠다고 다짐을 했다.
군인들은 다들 이 하사와 김 병장에게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했다. 그리고, 창혁 형님과 민수가 지선이에게 다가왔다.
“지선아. 함께 못해서 미안해. 꼭 무사히 돌아와. 꼭.”
창혁 형님이 지선이를 바라보며 담담한 표정으로 악수를 했다. 지선이도 그저 담담한 표정으로 악수를 나눴다. 하지만 민수에게는 그럴 수가 없었다.
“누나. 나도 같고 싶은데… 그런데…”
쬐끄만 꼬맹이 녀석이 그래도 그 동안 정든 것이 있어서 인지,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하고서는 용캐도 참고 있었다.
“아니야. 민수는 아빠랑 있어야지. 누나 금방 갔다고 올테니까, 그때까지 아빠 말 잘 듣고. 알았지?”
지선이도 민수에게는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았다. 민수 눈높이에 맞춰 몸을 숙이고는 다정스레 말을 이었다.
이제 다들 떠날 채비를 했다. 질질 끌어 봐야 좋을 것이 없었기 때문에 일행들이 차에 타고 출입문이 열리자 마자, 운전석에 앉은 나는 바로 출발했다. 네비에 목적지는 이미 입력이 되어 있는 상태였고, 우리를 충실히 안내하고 있었다.
공장 안에서 네비로 찍어 봤을 때, 목적지까지 5시간정도 걸리는 것으로 나왔다. 물론 고속도로로 올리지 않고 가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중간에 둘러가야 할 곳이 있을지도 모르고, 반면에 신호등이나 속도 제한 같은 것들은 무시하고 달리고 있어서 거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주변으로 가끔 좀비가 몇몇 보이긴 했지만, 그것은 늘 보던 것들이라 이제는 특별할 것도 없었다. 조용한 시골길을 달리다 보니 도로에 세워져 있는 차도 거의 없었다.
연구소가 연락이 끊긴 상태이기 때문에 도착을 하면 좀비들과 한바탕 할 가능성이 컸다. 그래선지 다들 자기 무기들을 점검하느라 차창 밖을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몇 시간 후면 어떤 상황이 닥칠지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은 그저 지루할 뿐이었다. 차창 밖 풍경은 시골길을 달리는 여행이었지만, 차안 분위기는 그렇지가 못했다.
이럴 때는 라디오가 정말 그리웠다.
갑자기 지선이가 조용히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들 왜 저러나 하는 눈빛으로 쳐다볼 뿐이었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자 다들 그녀를 따라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푸른 언덕에~ 배낭을 메고~ 황금빛 태양~ 축제를 여는~”
무언가 찝찝한 기분이 날아가는 듯 했다. 모두들 한동안 그렇게 신나게 노래를 불렀다. 마치 예전 자동차 안에서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