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88
88화
내 몸이 이상하게 변한 이후로 며칠이 지났지만, 더 이상의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혹시 언젠가 내가 완전히 좀비가 되어 버릴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면, 한시라도 빨리 놈들을 찾아야 했다. 내가 나인 동안에…
그리고, 요 며칠 동안 배가 고프지 않았다. 아무 것도 먹지 않고 며칠이 흘렀지만, 아무렇지도 않았다.
어떤 면에 있어서는 정말 편한 몸뚱이를 가지게 된 것 같았다. 그리고, 피부 또한 완전한 좀비들처럼 변색되거나 부패되는 기미도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다만 다리에 박힌 화살을 빼고 나서 느낀 것이지만, 이 상태로 그냥 있을 것 같았다. 사람이라면 칼에 베이거나 상처가 나면 시간이 지나면 상처가 아물어야 할텐데,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냥 종이에 구멍을 뚫어 놓은 것 마냥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목표는 정했다. 복수였다. 복수를 해야 했다. 하지만, 놈들을 뒤쫓을 아무런 단서도 없었다.
“애초에 그때 좀더 신경을 써야 했는데… 빌어먹을. 그랬으면 이런 꼴도 안 당했을꺼고…”
궁리를 해봤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내린 결론은 무작정 돌아다녀 보는 것이었다.
다른 방법이 있다면 좋겠지만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언제까지 이런 상태일지는 모르지만, 내가 나일 동안까지 만이라도 그냥 돌아다녀 보기로 했다. 어차피 좀비들에게 공격을 받지 않는다면 놈들을 찾아 돌아다니기는 더 좋을 것 같았다.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앞으로 할 일은 정했고, 이제 밖으로 나가봐야 할 것 같았다. 그러면, 다른 생존자들과 마주칠 일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지금 같은 몰골로는 조금 골치가 아플 것 같았다. 팔이 잘려지고, 다리에 작은 구멍이 뚫린 채로 치료도 받지 않고서 멀쩡하게 돌아다니고 있는 사람을 본다면 나라도 이상하게 생각하고, 경계를 할 것 같았다.
다른 생존자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귀찮은 일이 생기는 것은 사절이었다. 그래서, 우선 집안에 있는 옷가지들 중에서 입을 만 한 것을 찾았다. 옷으로 상처들을 가리고 다닌다면 큰 의심은 하지 않을 것 같았다.
팔이 잘린 것은 정상적인 세상일 때 다친 것이라고 하면 될 일이었다.
그렇게 집을 나서서 이곳 저곳을 돌아 다녔다. 처음 좀비와 마주 칠 때는 놀라기도 하고, 살짝 겁이 나기도 했지만, 역시 놈들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것을 확인 하고서 다음으로 한 일은 내가 다쳤던 곳으로 가서 내가 쓰던 작은 도끼를 챙겼다. 엽총도 챙기려 했지만, 총은 도저히 한손으로는 사용하기가 힘들 것 같았다.
이곳에 오자 그때의 그 억울하고,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되살아 나는 것 같았다.
“젠장. 그 새끼 아주 사지를 죄다 끊어 주겠어.”
혼자서 굳게 다짐을 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특별한 목적지가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우선은 걷기로 했다. 다리가 아프다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았지만, 지루할 것 같기도 했기 때문에 차를 구할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걷다가 조금 지루해 지려는 찰나 눈앞에 어슬렁 거리며 걷고 있는 좀비가 한 놈 나타났다. 역시 그놈은 나에 대해서 전혀 반응을 하지 않았다.
“그렇단 말이지? 크크”
생각해 보니 심심풀이로 정말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것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하나 남은 왼손에 도끼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그 좀비에게 걸어 갔다. 놈의 바로 눈앞까지 다가갔지만, 역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큭. 이거 죽이는데?”
그대로 놈의 어깨 부근을 내리 찍었다.
빠각!
어깨뼈 어딘가가 도끼에 찍혀서 부러진 모양이었다. 조금씩 무언가 평소와 다른 느낌은 들었지만, 이번에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평소 보다 힘이 조금 강해진 듯한 느낌이었다. 도끼를 뽑아들고 다시 놈을 내려쳐 보려 했지만, 놈은 제 놈 몸뚱이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듯 그냥 조금 비틀거리더니 어기적거리며 가던 길을 계속 갈 뿐이었다.
막 시작하려는 찰나에 놈이 이런 반응을 보이자 살짝 흥이 달아나 버렸다.
“아… 자식 거참…”
시작 할 때처럼 그냥 재미삼아 하는 거라면, 그냥 놈을 두고 갈 길을 갔겠지만, 지금은 확인 해 볼 것이 있었다. 놈의 머리를 향해서 진지하게 도끼를 내리 찍었다.
빡!
확실히 평상시 보다 힘이 강해졌다. 예전에는 놈들의 머리를 도끼로 내리 찍는 다고 해서 지금 같이 되지는 않았다.
예전에는 그냥 놈들의 머리에 박혀 버리던지 함몰시키는 것이 전부 였는데, 이번에는 놈의 머리통을 완전히 쪼개 버렸다. 더욱이 내가 지금 들고 있는 도끼는 덩치가 큰 것도 아니고, 조그마한 손도끼 정도에 불과 했기에 더 실감이 났다.
두 쪽이 나버린 놈의 머리통에서 진한 뇌수가 흘러 나왔다.
“뭐… 찝찝하긴 하지만… 몸 쓰는 쪽으로는 좋아 진 것 같은데… 상처가 나면 낫지 않는 것이 문제긴 하지만 말이야.”
이왕 놈을 쓰러트려 놨으니, 또 그냥 가기는 좀 뒷맛이 개운치가 못했다.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쓰러져 있는 놈에게 다가 갔다. 그리고는,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도끼질을 해댔다.
사실 이럴 때는 묘한 쾌감까지 느끼면서, 내가 생각해도 반쯤은 정신이 나가 있는 상태인 것 같았다. 놈을 피떡을 만들어 놓고 나서야 내 도끼질은 멈췄다.
“역시 송장 다지는 건 좀비 보단 사람이 제 맛인데 말이야. 이건 뭐 비명을 지르길 하나… 피라도 철철 흘리길 하나… 뭐 그래도, 스트레스는 좀 푼 것 같네. 슬슬 출발해 볼까.”
그렇게 다시 길을 나서서 한참을 걸었다. 걷는 도중에 도로 변에 세워진 차라도 있을까 싶었지만 너무 한적한 곳이라서 그런지 도통 차도 보이질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계속 걸을 뿐이었다. 혹시나 조금 사람이 살만한 곳이 나오면 차부터 좀 구해야 할 것 같았다.
부앙~
어느 샌가 걷고 있는 뒤쪽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작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크크. 지루할까봐 차가 제 발로 찾아오네. 큭. 어떻게 세우지?”
괜히 차 앞으로 뛰어 들었다가 안 세우고 밀고 가버리면 나만 손해인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딱히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고민만 하고 있는 사이 차는 점점 다가오고 있었고, 어느새 바로 옆으로 와서는 알아서 서줬다.
‘거참. 이렇게 변하고 부터는 일이 잘 풀리는 기분인데?’
잠시 후 조수석 쪽 창문이 천천히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제서야 나는 고개를 돌려 안을 봤다. 차 안에는 운전을 하고 있는 중년 남자가 전부였다. 그리고, 그가 나에게 뭐라고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순간 여지껏 느껴보지 못한 느낌에 그 말을 제대로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뭐지? 이 느낌은? 아놔. 뭐라는 거야?’
“죄송한데… 딴 생각을 하느라 말을 못들었네요. 뭐라고 하셨죠?”
“허. 아직 여유가 있는가 보네. 팔도 그렇고… 다리도 불편해 보이는데 여태 살아 있는게 대단하구만. 아무튼, 타지? 여태까지 살아 남았으면 지 한 몸 건사는 할 것 같고. 혼자 보다는 둘이 텐데.”
젠장, 나이가 많으면 많았지 언제 봤다고 반말을 찍찍 뱉어대는 건지 모르겠다. 내가 만만해 보이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건 그렇지만 혼자 계속 걸어 가기 너무 지루하던 차였기에 인사를 하고 차에 올라 탔다.
“감사합니다. 혼자 깝깝하던 차였는데.”
“감사는 무슨. 따지고 보면 나도 혼자 보다는 둘이 나아서 그런건데 뭐. 근데 그쪽은 어쩌다 혼자 걷고 있었던거야?”
이 놈이 진짜! 혼자 걷는 것 보다는 말상대라도 하면 좋을 것 같아서 탔는데, 저렇게 반말을 해대니 말을 섞기도 짜증이 났다.
“일행들이과 함께 다니다가 당한 거죠. 후~”
“나도 마찬가지야. 이름은? 나는 임영준이야.”
놈이 차를 출발시키면서 차창을 올렸다. 짜증이 나는 것 때문인지, 조금 전에 느꼈던 묘한 느낌이 더 강해졌다.
“이봐. 이름이 뭐냐고.”
놈이 뭐라고 떠들어 댔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코를 자극하는 미묘한 냄새에 그만 이성의 줄을 놓아버렸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어렴풋이 들리는 괴성에 정신을 차렸을 때는 날이 어두워 지려는 무렵이었다.
“뭐야. 젠장. 이 놈이 나한테 무슨 수를 쓴건가? 그건 그렇고 이상한 소리가 들린 것 같았는데…”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 보고서 나는 경악 할 수 밖에 없었다. 차는 도로변 가로수에 처박혀 있고, 반만을 찍찍 뱉어 대며 운전을 하고 있던 그 놈은 몸이며, 얼굴이 물어 뜯긴채로 좀비가 되어 밖으로 나가려는 듯 운전석 쪽 창문을 두들겨 대고 있었다. 그리고, 차 안은 온통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젠장! 정말 이게 뭐야!”
나는 다친 곳은 없는 지 살폈지만, 나는 멀쩡한 것 같았다. 도대체 내가 정신을 놓았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또, 내가 이성을 잃고 놈을 죽였다 하더라도, 그냥 시체가 있어야지 좀비는 무엇이란 말인가. 그때 또 다시 지금의 내 상태에 대해서 생각이 났다.
“설마…”
나는 급하게 썬바이저를 내려 거울로 내 얼굴을 이리저리 비춰봤다. 옷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얼굴도 완전히 피로 뒤덮여 있었다.
이상하다는 생각을 가지기 시작하자 입안에서 맴돌고 있는 낯선 물체가 느껴졌다. 조심스레 그것을 뱉어 확인한 나는 정말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옆에서 버둥거리고 있는 놈의 것으로 보이는 살점인 것 같았다. 그리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오래 동안 멍하니 있었다.
“젠장. 내가 아무리 괴물이 됐다지만. 사람 살점까지 뜯어 먹은거야? 젠장. 돌겠구만. 진짜 완전히 좀비나 다를바가 없구만…… 씨팔!”
그 일이 있은 후 나는 한동안 혼자 생활을 했다. 한 동안 머리가 멍했고, 그냥 걷는 것이 전부 였다.
힘이 들거나 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무작정 계속 걸었다. 그러다가, 생존자를 만나기도 했다. 처음 몇 번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정신을 잃었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면 이미 일은 벌어진 후였다.
내 주위에는 언제나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만났던 생존자는 좀비로 변해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몇 번 겪고 나자, 더 이상 정신을 잃지는 않았다. 다만, 생존자들을 만나면 참을 수 없는 식욕이 치밀어 올라왔다. 그들에게서 나는 채취는 내게 이 세상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황홀하게 다가왔다. 그러다가 그들의 숨이 끊어지고 나면, 그 황홀한 느낌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이런 상황은 내가 견딜 수가 없었다. 생존자들을 죽이는 자체에는 아무런 감정이 생기지 않았지만, 내가 내 의지로 어찌 할 수 없는 상황이 그것에 더 집착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 후로는 일부러 생존자들이 있을 만한 곳으로 찾아 다녔다. 그리고, 내 자신을 시험해 나갔다. 그렇게 몇 달의 시간이 흐르자, 이제는 생존자들을 봐도 속에서 치밀어 올라오는 무언가를 억누르고, 내 자신을 통제할 수는 있게 되었다.
그때까지도 내 머릿속에서 공장의 그 놈들은 떠나지를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