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92
92화
아침 햇살이 따뜻하게 나를 비췄다. 평상시라면 이런 좋은 날씨의 아침이면 너무나 상쾌했을 테지만, 오늘은 그렇지가 못했다. 일어나긴 했지만, 눈꺼풀은 무겁기만 했고, 하품은 그칠 줄을 몰랐다. 중간에 경계를 서기 위해 한번 깼었던 데다가, 좀비를 상대하기 까지 해서 인지 피곤이 가시지 않았다.
“아… 일어나셨어요.”
“아흠~ 어. 그래. 잘 잤어? 어후… 죽겠네.”
바로 옆에서 잠을 잤던 기웅이가 나의 부시럭 거리는 소리에 잠을 깬 것 같았다. 녀셕이 내 바로 다음 차례에 경계를 섰다. 그러면서, 내가 경계 중에 나타난 좀비 이야기를 했던 탓인지, 그도 몹시나 피곤해 보였다. 이야기 하지 않아도 얼마나 긴장을 하고, 경계를 섰을지 눈에 선하게 보이는 듯 했다.
“너도 피곤하지?”
“예. 좀비 나타난 이야기를 듣고 나니까, 담장 낮은 것이 너무 신경 쓰이더라구요.”
“후~ 피곤하더라도, 오늘 하루만 더 고생하자.”
“예. 그래야죠. 저 먼저 일어날게요.”
나도 자리를 털고 일어나야 할 것 같았다. 이렇게 있자니 몸이 더 처지는 느낌이었다.
나와 기웅이가 가장 늦게까지 잠을 잔 것인지, 아직 자리를 깔고 누워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선이와 원진이는 경계를 설 때까지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기에 그나마 조금 편하게 잠을 잔 모양이었고, 영감님은 말번이다보니 경계를 설 때 깨셔서는 아예 지금까지 쭉 깨어 계시는 모양이었다.
확실히 나이 들수록 새벽잠이 줄어든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았다.
“형. 일어나셨어요. 방금, 이 하사님… 아니 기웅이형한테 들었는데, 어제 좀비 하나 처리하셨다면서요?”
“어… 그 덕에 아주 죽겠다. 너무 긴장했나봐.”
공장에서 지내는 동안 비교적 안전하고, 편안한 생활에 너무 적응 되어버린 모양이었다. 예전 같으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비명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지금 다들 기웅이형 이야기 듣고, 어제 처리하신 놈 확인하러 나갔는데, 같이 나가보실래요?”
“자식. 빠르네… 그럴까?”
좀 더 있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계속 이러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서 찬 공기를 마시면 정신이 좀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몫을 했다.
원진이와 함께 마당에 나오자, 기웅이와 영감님, 지선이는 역시 밖에 나와 있었다.
“어때? 어제 군복은 확인을 했는데. 공군 맞아?”
내 물음에 기웅이가 고개를 돌려서 나를 바라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공군 맞아요. 아무래도, 여기에서 공군이었던 좀비를 봤다면… 연구실에서 지내던 사람이라고 보는게 맞겠죠?”
“아마도, 그렇겠지. 아… 일이 꼬이려고 그러나…”
그러면서 시작한 기웅이의 설명을 들으니 공군과 육군을 구분하는 것은 정말 쉬웠다. 부대마크나 이런 것은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단순히 군복에 있는 이름표의 이름 색깔만 봐도 바로 구분을 할 수가 있었다.
“어쨌든, 확인은 했고. 다른 좀비는 보이지 않고… 일단은 들어가서 식사를 하고 생각들 하시죠. 자~”
“그래. 그렇게들 하세.”
지선이와 영감님의 말에 다들 다시 집안으로 들어갔다.
집안으로 들어와서도 식사를 하는 중간에는 각자 생각에 잠긴 나머지 다들 말이 없었다. 그리고, 그 분위기는 식사를 마치고, 오늘 일정을 어떻게 할지 상의하는 자리까지 이어졌다. 아무래도, 아침에 일어나마자 좀비에 관한 소식을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이 이 좀비들을 빼고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세상이기에 극복해야 할 부분이었다.
“자! 다들 아침부터 너무 처져있네요. 좀비 하루 이틀 보는 것도 아니잖아요.”
“맞아요. 다들 일부러라도 기운을 좀 내죠.”
기특하게도 기웅이가 먼저 일행들을 다독였다. 그리고,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맞장구를 쳐줬다. 아무래도 기웅이는 아침에 갑자기 안 것은 아니라서 그래도 좀 나은 것 같았다.
“오늘은 우선 연구소에 가봐야 해요. 좀비가 없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지금 상황을 봐서는 그러기는 힘들 것 같죠? 아무튼. 우리는 그 곳에 좀비가 어느 정도나 있는지,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어느 것 하나 정확한 정보는 없어요. 그러니까, 오늘은 일단 가서 상황을 파악하는 정도로 하죠. 그리고, 한동안은 이곳을 아지트로 삼구요. 어떠세요? 다들?”
일단은 정보가 있어야 무엇이든지간에 계획을 하던지 할 수 있는 문제였다. 우리는 정보가 너무나 부족했다.
“그렇게 하는게 좋겠구만.”
“저도 찬성이요.”
내가 의견을 제시하자, 이런저런 얘기들이 나왔지만 결론은 찬성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큰 틀이 정해지자, 다른 것들은 이야기가 술술 풀리기 시작했다.
그곳이 좀비에게 당했을 가능성이 높은 지금, 바로 안으로 진입 할지, 말지를 결정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무엇보다 그곳이 좀비에게 당했는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 이었다. 그리고, 그곳이 좀비에게 당했다면, 좀비가 어느 정도나 있을지 확인을 해야 했다.
아마도, 건물 내부는 힘들겠지만, 눈에 보이는 놈들만이라도 파악을 해둘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전체적인 공장 규모도 알아야 했다. 만약 그곳을 확보하더라도 너무 넓다면 우리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들지도 몰랐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직접 연구소로 가보는 것이었다.
연구소로 가는 것은 모두 함께 가기로 했다. 인원이 적어서 나누고 뭐고 할 것도 없는 데다가, 지금 차량이 하나 밖에 없어서, 차량이 없는 상태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에는 문제가 커질 수 밖에 없었다. 또, 어제 밤에는 운이 좋아 한 놈만 찾아 왔지만, 다음에도 그럴 것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몇 명 안 되는 인원에서 또 몇 명을 추려서 여기에 남긴다면, 그 인원으로 이곳을 방어하기도, 도망을 치기도 힘든 상황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자! 그럼 다들 준비들 하시죠. 준비 되는대로 바로 출발할게요.”
오래잖아 우리는 연구소를 향해서 출발 했다. 연구소까지 가는 길은 그렇게 멀지는 않았다. 비록 구불구불한 시골길이었지만, 차로 30분쯤 달리자 연구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는 우선 공장 주변에 차를 세우고, 상황을 좀 보기로 했다.
“생각보다 크지는 않은 것 같네요. 아직은 거리가 좀 있어서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가 지내던 공장과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작아요. 저 정도 건물이면 예전에 우리끼리 지내던 공장하고 비슷한 규모 같은데… 저 정도면 우리끼리도 어떻게든 지낼 수 있지 않을까요?”
일행 중 지선이가 가장 먼저 말을 했다. 그리고, 내 생각도 지선이와 마찬가지였다.
“저도 지선이 생각하고 같아요. 솔직히 연구소라고 내걸 정도라면 규모가 조금 더 크지 않을까 했는데, 좀 작네요. 뭐, 제가 연구소라는 것 들을 본적이 없어서 뭐라고 말하기는 좀 힘들지만요. 어때요, 영감님?”
“글쎄… 연구소 규모만 따진다면 그렇게 작은 규모는 아닐 것 같네만… 나도 직접 와본 적은 없어서 어느 정도 규모인지 자세히 알지는 못하네. 하지만… 저 정도 규모라면 그 안의 연구원들 수도 적지는 않았을 텐데, 그들에 대한 이야기는 여태까지 전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조금 그렇구만.”
나도 영감님 말씀처럼 연구소에 있었을 연구원들에 대한 이야기는 그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다는 것이 조금 마음에 걸렸다. 군인들이 이곳에 왔을 당시에 연구원들이 있었다면 그들에 대한 이야기도 무전을 통해서 했었을 것 같았다.
그것이 아니라면, 군인들이 왔을 때는 이미 그들이 좀비들에게 당한 이후라서 그들을 모두 처리 했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우리는 일단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서, 조금 더 다가가 보기로 했다. 좀더 다가간 위치에서 보이는 연구소는 펜스도 보이고,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는 좋은 것 같았다.
연구소는 지선이 말대로 영감님, 지선이, 창혁 형님이 함께 지내던 공장과 비슷한 규모인 것 같았다. 다만 부지는 좀 더 넓어서, 펜스가 꽤 넓은 면적에 걸쳐 둘러져 있었다. 건물 자체는 상당히 신경을 써서 지었는지 깔끔하게 지어져 있었다.
그것도 지금은 부질 없는 짓처럼 보이지만 말이다. 문제는 좀 가까이 다가가자 펜스 안으로 역시 군복을 입은 좀비들이 몇 보인다는 것이다.
예상 했던 일이긴 하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나자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포기 할 수는 없었다.
차로 이동을 하면서, 좀 가까이 다가가보기도 하고, 여기저기 둘러 보았다. 그리고, 펜스의 출입문이 조금 열려 있는 것이, 아마도 저곳으로 나온 좀비가 어제 우리에게 까지 왔던 모양이었다. 지금 상황을 보자 아주 예전에 영감님과 나 단 둘이 있을 때 차로 했던 짓이 문득 떠올랐다.
“제가 예전에 혼자 있을 때 좀비들 따돌릴 때 쓰던 방법이 있는데 한번 들어 보실래요?”
다들 무슨 짓을 했나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나를 바라 봤다. 특별한 방법도 아닌데 다들 그렇게 집중을 해서 쳐다보니 갑자기 민망해 졌다.
“별로 대단한 건 아닌데… 너무 그렇게 쳐다 보진 말지… 흠흠… 뭐 별거 아녔어요. 퇴로가 확보되어 있으면, 차로 소란을 피워서 놈들을 유인 했거든요. 유인 하는 동안에는 천천히 놈들이 따라올 정도로 차를 운전을 하고, 멀리 벗어난 이후에는 속력을 내서 놈들을 따돌렸어요. 지금 상태로 봐서는 그렇게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음… 나쁘지 않을 것 같구만. 그런데, 그건 확실히 이 곳에 진입을 하려고 할 때 하기로 하세. 오늘 진입할 것이 아니라면, 내일 쯤 다시 왔을 때는 또 어떻게 되어 있을지 모르지 않겠나?”
영감님의 말을 들으니 그 말도 일리가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상의를 해서 일단 오늘은 다시 그 별장 건물로 돌아갔다가, 무기들을 확실히 점검하고, 내일 다시 오기로 했다. 점검을 하기는 했지만, 총알이며 석궁의 화살이며, 아직 배낭 안에 들어 있는 것들이 많았다.
그것들을 최대한 사용하기 편리하게 실어둬야 할 것 같았다. 또, 금방은 생각나지 않았던 것들이 생각이 날 수도 있으니, 오늘은 돌아가서 조금더 궁리를 해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