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93
93화
우리는 하룻밤을 묵었던 별장으로 다시 돌아 왔다. 다행히 이곳에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잠시 짧은 휴식을 취한 다음,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서 다들 분주하게 움직였다. 각자 무기를 점검하고, 둘러보고 온 결과를 가지고 내일의 계획을 짰다.
사실 계획은 단순했다. 내가 말했던 방법으로 놈들을 최대한 다른 곳으로 따돌릴 수 있을 만큼 따돌리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런 다음, 남은 좀비들을 처리하는 것이다. 좀비를 처리하는 것이야 여태까지 많이 해 오던 것이라 색다를 것이 없었지만, 문제는 아직 정확하게 모르는 좀비들의 숫자가 문제였다.
우리가 상대 할 수 없을 만큼 놈들의 숫자가 많다면, 그들을 직접 상대하는 것은 포기하고, 처음 놈들을 따돌렸던 방법을 몇 번 더 사용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숫자가 예상외로 많을 때는 다른 특별한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사용 가능한 모든 무기류를 준비했고, 탄알이나 화살도 가능한 많은 양을 가능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 뒀다.
아지트로 삼은 별장 건물에서 한 명씩 돌아가며 경계를 서고, 나머지 인원들은 그렇게 계속 만반의 준비를 갖추기 위해서 노력했다. 분명 이렇게 준비를 한다 하더라도, 막상 닥치면 구멍이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준비를 게을리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루가 그렇게 정신없이 지났다. 다음 날이 밝았지만, 날씨는 어제 만큼 좋지를 못했다. 구름도 거뭇거뭇하게 뒤덮여 있는 것이, 아무래도 비가 올 것만 같았다. 일정을 연기할까 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냥 밀어 붙이기로 했다. 자꾸 날짜를 연기한다고 해서 좋을 것은 없을 듯 했다.
그렇게 지금 공장 앞 게이트 근처까지 와 있었다.
“자! 원진아. 내가 차를 게이트 바로 앞까지 가서 돌릴게. 그러면 빨리 내려서 게이트를 확 열어 놓고 다시 차에 타는 거야. 알았지?”
“예. 걱정마세요.”
“그리고, 저도 그렇고 나머지 분들도 원진이가 내리기 전부터 혹시 놓친 좀비가 주위에 있는지 잘 살펴야 합니다. 혹시라도 놓치는 놈이 있으면 원진이가 위험해 질 수 있어요.”
다시 한번 서로 해야 할 일들을 말했다. 다들 걱정하지 말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들을 믿고 차를 출발 시켰다.
게이트 앞에서 차를 돌릴 때 까지는 놈들의 이목을 최대한 피해야 했기에 최대한 조용히, 천천히 움직였다.
“좋아! 주위는 깨끗해.”
기웅이가 주위를 살피면서 원진이에게 신호를 했다. 그러자 원진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재빨리 밖으로 뛰어 나갔다. 그리고, 슬쩍 열려 있던 게이트를 완전히 열어 놓고는 다시 차에 올라탔다.
“헉! 헉! 됐어요!”
거리는 가까웠지만, 얼마나 긴장을 하고 겪하게 움직였는지, 원진이의 숨소리는 거칠어질대로 거칠어져 있었다.
빠~앙! 빠~앙!
크락션을 몇 번 울리면서 차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에 반응해서 펜스 내부에서 좀비들이 하나, 둘 움직이기 시작했다.
빠~앙!
여기서 부터는 지루한 작업의 연속이었다. 빨리 가서도 안됐고, 너무 늦게 가서도 안됐다. 어떤 때는 앞쪽에서 좀비 몇이 튀어 나와서 급하게 진로를 바꾸기도 해야 했지만, 그럭저럭 꽤 멀리까지 놈들을 유인해 나올 수 있었다.
차의 속력을 높여 놈들을 따돌리고 빙 돌아서 다시 연구소의 펜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 놈들이 전부 빠져 나왔으면 좋겠지만, 당장 눈에 보이는 놈만도 셋이었다.
일행들은 다들 재빨리 차에서 내렸다. 기웅이는 게이트로 달려가서 나와 함께 게이트를 닫았다.
잠금 장치에 자물쇠가 풀린 채로 걸려 있긴 했지만, 열쇠가 없어 쓸모가 없었다. 나는 걸려 있던 자물쇠를 버려버리고, 재빨리 챙겨 놓은 자물쇠를 꺼내 잠금 장치에 채웠다.
1단계는 어느 정도 성공 인 것 같았다.
기웅이와 내가 게이트를 잠그고 몸을 돌릴 때는 이미 지선이와 영감님이 석궁과 활로 펜스 안에 남아 있던 눈에 띄는 놈들을 처리한 이후였다.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리는 것 같았다.
펜스 안에 세 놈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는 자체가 대단한 행운이었다. 물론 어딘가 눈에 띄지 않은 놈들이 있을 수는 있었다.
다들 긴장을 풀지 않은 채로 천천히 건물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이곳에 있는 놈들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었고, 또 일이 잘 풀리더라도 우리가 이곳에서 지내야 했기 때문에, 좀비들을 끌어 들일 수 있는 총기는 사용을 최대한 자재해야 했다.
건물 주변을 수색하면서 두 놈을 더 찾아 처리했지만, 더 이상 건물 밖에는 좀비가 없었다. 이제 건물 내부를 수색 해야 했다.
어찌된 일이지는 알 수 없지만, 이곳에서 아직 군인 이외의 좀비는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군인들이 전부 당했다면, 분명 내부에도 군인이 아닌 좀비가 있어야 할 것 같았지만, 눈에 띄지 않았다.
밖에서 누군가 좀비에게 상처를 입고 들어와서 그것을 숨겼다면 이해가가는 일이긴 했다. 또 아직 건물 내부는 살펴보지 못했기 때문에 무어라 판단하기는 아직 일렀다.
우리는 건물 내부가 훤히 보이는 통유리로 된 건물 출입문 앞에 섰다. 건물은 총 3층 건물이었고, 건물 안에서는 아까 우리가 자동차 클락션을 울렸기 때문인지 어딘지 모를 곳에서 좀비의 괴성이 약하게 들려왔다.
어딘지 모를 곳에서 들려오는 놈의 괴성이 더욱 공포스러움을 더했다. 그리고, 그런 괴성이 하나, 둘은 아니었다. 하지만, 다들 숨을 고르며 마음의 준비를 했다.
“자. 다들 준비 됐죠?”
내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을 신호로 나는 선두에 서서, 유리문을 열고 안으로 진입했다. 그리고, 일행들 모두 나를 뒤따라 모두 건물 안으로 들어 왔다. 건물 밖은 그나마 괜찮았지만, 건물 내부는 낮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많이 어두웠다.
긴 복도가 좌우로 연결되어 있고, 그 복도를 따라 사무실인지 방인지 모를 문들이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중앙에는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고, 그 옆에 강철 문이 잠겨 있었다. 그것의 정체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문고리가 쇠사슬로 감겨져 있으면서 자물쇠로 굳게 걸어 놓기 까지 했다.
무엇이 되었든 저 문의 정체가 무척이나 궁금했다. 그리고, 계단 위쪽으로도 아직은 무엇이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당장 이 근처에는 좀비가 보이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예의 그 괴성은 여전히 우리의 귀와 정신을 괴롭혔다.
“어떻게 하죠? 방을 먼저 수색할까요? 아님 위층? 아니면 저기… 쇠사슬 감겨져 있는 문?”
지선이가 목소리를 낮춰 모두를 둘러보며 물어오자, 기웅이가 이미 생각해 놓았다는 듯이,
“우선 복도까지만 확인을 합니다. 문이 닫혀 있는 방들은 우선 지나치고, 혹시 열려 있는 방들은 확인을 합니다. 그리고, 이 괴성이 나오는 방은 일단 우선적으로 정리를 하겠습니다.
위층으로 올라가서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쇠사슬이 감겨져 있는 저 문은 우선은 그 안에 무엇이 있더라도 그것이 이곳으로 나와서 우릴 위협하지는 못 할테니까, 다른 곳이 모두 해결이 되면 어떻게든 해 보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
편하게 이야기하고, 지내기로 했지만, 이런 긴장감 어린 상황이 오자, 기웅이도 다시 군인 기질이 발동하는 모양이었다. 아무튼 다들 기웅이의 의견에 동의했다.
기웅기가 먼저 좌측에 있는 복도 앞에서 준비를 했다. 그는 준비해 놓았던 손전등을 꺼내 들고서 선두에 섰다. 그리고, 그 뒤를 일행들이 따랐다. 가장 후미는 원진이가 뒤쪽을 경계하면서 일행들을 따라왔다.
복도 안은 확실히 건물 중앙 통로와는 또 달랐다. 물체를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완전히 어두운 것은 아니었지만, 꽤나 어둑어둑 했다.
아직은 손전등을 켤 필요까지는 없었지만, 어딘가 구석진 곳을 살필 때는 손전등이 꼭 필요 할 것 같았다. 어둑어둑한 것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잔뜩 풍겼다.
좀비의 괴성이 낮게 깔린, 조용한 복도에 우리들의 발걸음 소리만이 자박자박 들려왔다. 최대한 소리를 줄인다고 줄였지만, 소리가 완전히 없을 수는 없었다.
1층은 조심스럽게 모두 확인을 했지만, 복도나 드러난 곳에는 좀비가 보이지 않았다. 문 안쪽에는 어떤 상황일지 알수 없지만, 문을 열지 않으면 일단은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러자 다들 어느 정도는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다들 알고는 있겠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일행들은 다시 중안의 계단에 모였다. 기웅이가 일행들을 한번씩 바라보면서, 손가락으로 위로 올라가자는 시늉을 하고는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 뒤를 따라 계단을 하나 하나 올라가는데, 여태까지 아련하게 들리던 좀비의 괴성이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긴장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그 긴장감은 나를 더 날카롭게 만들었다.
2층에 거의 다 올라가자 2층 복도 쪽에서 좀비들 특유의 그 기분 나쁜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소리의 크기로 봐서는 바로 근처는 아닌 모양이었다. 계단과 복도 사이에는 철문이 있었지만 열려 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복도의 상황은 계단에서 알 수가 없었다.
기웅이가 최대한 소리를 죽이며, 조심스럽게 복도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살짝 재빠르게 고개를 내밀어 복도 좌우를 살폈다. 기웅이는 수신호를 통해서 왼쪽에는 좀비가 없으며, 오른쪽에 좀비 둘이 있다고 알려왔다. 그리고, 나와 지선이를 불렀다.
아무래도, 활과 석궁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기웅이 자신은 소총을 제외하고는 무기라고는 소방관들이 쓰는 큰 도끼가 전부였다.
공장에 있을 때는 늘 소총만 사용을 했지만, 이번에 나오면서 공장에서 쓸만한 것을 찾다가 구했다고 했다. 이런 말 하기는 좀 뭣하지만, 생긴 것 하고 참 어울린다는 느낌이었다.
인원 전체에 석궁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현재 석궁은 나와 영감님이 가진 것이 전부였다. 공장에서 나올 때 창혁 형님이 가지고 있던 까지 달라고 하기는 뭣했기에, 석궁은 지금 가지고 있는 두 개가 전부였다.
나는 복도를 향해 조심스레 올라갔다. 그리고, 지선이와 함께 조심스레 좀비의 위치를 파악했다. 그렇게 까다롭지 않은 위치였다. 지선이는 활을 써야 했기에 몸을 숨기기가 어려웠다. 때문에 지선이가 편한 상태로 활을 조준했고, 나는 무릎 앉아 쏴 자세를 하고, 지선이의 아래 쪽에서 놈들을 노렸다.
쉬익! 쉬익!
팍!
내가 쏜 화살은 정확히 놈에게 명중했지만, 지선이가 쏜 화살은 아주 아슬아슬하게 놈이 걸으면서 휘청거리는 타이밍과 기가 막히게 맞으면서 빗나가 버렸다. 그리고, 운이 나빴던 것인지 빗나간 화살이 복도에 걸려 있던 액자에 맞았다.
팍! 쨍그랑!
액자가 떨어지면서 끼어있던 유리까지 깨져 버렸고, 조용하던 복도에 유난히 크게 울리는 것 같았다.
“캬악!!!”
화살이 빗나간 그 놈은 액자 깨지는 소리에 괴성을 한번 내지르고는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가 곧 우리를 발견했다. 하지만, 지선이는 당황하지 않고 재빨리 다시 화살 하나를 시위에 걸었고, 두 번째 화살은 여지없이 놈을 꽤뚫었다.
“크아~~악!!!”
하지만, 좀비가 없다던 왼쪽 복도에서 좀비의 괴성이 들려왔다. 나는 아직 장전이 되어 있지 않았고, 지선이도 예상치 못한 지금의 괴성에는 당황을 했는지, 순간 어찌 할 바를 몰라 했다.
나는 급한 대로 화살을 장전하려 했지만, 다급해지니 평소보다 더 늦는 듯 했다. 그럴수록 점점 더 좀비가 내지르는 괴성은 가까워 졌다.
다행이라면, 소리만 들어서는 분명 한 놈 뿐인 것 같다는 것이었다. 우리를 보고 있던 기웅이가 안되겠다 싶었던지, 도끼를 치켜들고서 소리가 나는 왼쪽 복도를 향해 뛰쳐나갔다.
퍽!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서, 도끼에 피칠을 하고서 기웅이가 돌아왔다.
“후~ 좀 위험 했네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우리를 보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짜식. 멋있는 척은… 그래도, 잘 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