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us Tekbon RAW novel - Chapter 97
97화
약속했던 시간이 되자, 일행들이 하나, 둘 식당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행들이 모두 모이고 나서, 나와 영감님은 종이에 쓰여 있던 내용을 모두에게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를 모두 들은 일행들의 반응은 모두 나와 비슷했다.
“그게 정말인가요? 정말 그 사람 컴퓨터 안에 연구 성과가 들어 있다는 말인가요?”
“아아. 너무 앞서가지는 말게.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는지는 아직 알지 못하네. 하지만, 그가 유언처럼 이렇게 남겨 놓았다면, 어느 정도의 성과가 있기는 할게야. 어찌 되었든, 너무 성급하게 기대감에 부풀지는 말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니 말이야.”
하지만, 나 또한 기대가 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어쨌든, 지금 급한 것은 발전기를 가동시키는 일이네요. 다음이… 지하에 시체들을 좀 치워야 하고… 그리고, 이곳을 우리 다섯 명이 관리하기 좋게 보강을 좀 해야 하고… 아! 건물 전체를 좀 더 세세하게 살펴봐야 되네요. 무전기도 찾아보고요.”
지금 해야 할 일은 이 정도 인 것 같았다.
“우선 시신을 다 같이 붙어서 먼저 밖으로 옮기도록 하시죠. 그 다음으로, 지선이하고 원진이, 교수님이 건물 내부를 좀 살펴주세요. 저하고 동철이형이 발전기를 좀 살펴볼게요. 그리고, 여기 보강하는 작업은 자제도 있어야 하니까, 내일쯤부터 재료를 구해 와서 하는 것으로 하면 될 것 같은데요. 다들 어떠세요?”
기웅이가 인원을 배치하자, 다들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며 동의했다. 시신을 옮기는 것은 힘만 쓰면 되는 일이었기에 별로 거리낄 것이 없었다. 한, 두 번 해보는 것도 아니고, 이제는 시신 같은 것에는 무덤덤해져 버렸다.
시신을 모두 건물 뒤편으로 옮기고 나서, 지선이와 영감님, 원진이는 건물 내부를 다시 한번 살피기 위해서 흩어졌고, 나와 기웅이는 발전기가 있는 방으로 갔다.
“다시 봐도 크네. 실험 설비 쪽에 전기를 공급해야 돼서 그런가? 예전에 봤던 조그만 것들은 그냥 장난감 수준이네.”
“그러게요. 우리가 이걸 제대로 작동 시킬 수 있을까요?”
기웅이도 나서서 오기는 왔지만, 자신은 없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되게 만들어야 했다.
“우선… 연료 탱크에 기름 있는지부터 확인해보자.”
“예.”
그렇게 방안을 살펴봤지만, 연료 탱크가 보이지 않았다. 여태까지 사용했던 발전기들을 생각하고 건물 안에서 이리저리 찾았지만, 연료 탱크로 보이는 물건은 보이지 않았다.
“기웅아. 이거 덩치가 커서 혹시 연료 탱크가 밖에 설치되 있는거 아냐? 왜 공장 같은데도 보면, 보일러용 연료 탱크들이 건물 밖에 설치되 있던데…”
“아! 건물 뒤에 보니까, 연료 탱크가 두 개 있던데… 혹시 그중에 하나가 여기 연결 된 걸까요?”
“아… 일단 나가보자.”
다시 밖으로 나와 건물 뒤편을 확인 해보자, 역시 그곳에 연료 탱크가 두 개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연료 탱크 한 귀퉁이에 각각 ‘보일러’, ‘비상 발전기’라고 써있기 까지 했다.
그런데, 연료 탱크 옆에서 여태까지 신경을 못 쓴 작은 문을 발견할 수 있었다. 분명 건물 안에서는 저 문과 연결된 문을 확인 할 수 없었다.
여태까지 이런 곳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나를 반성하게 만들었다. 처음 왔을 때, 저 문을 보긴 했던 것 같지만, 건물 안으로 통하는 문인 줄로만 알았었다. 그런데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늘 가지고 다니던 칼을 꺼내 들었고, 기웅이는 건물 안으로 돌아가서 석궁과 손전등을 가지고 나왔다. 다른 일행들을 부를까도 생각을 했지만, 둘이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었다.
둘이서 조심스럽게 확인해 본 결과 그 곳에 좀비는 없었고, 보일러와 지하수 펌프가 위치해 있었다.
“후~ 일단은 안심이네. 다음부터는 이런 실수 안 하도록 해야겠다.”
여기는 일단 이쯤에서 마무리를 했다. 그리고 나서 이곳에 나온 원래 목적이었던, 발전기용 연료 탱크를 확인해 봤다. 연료는 대략 절반쯤 들어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정도 양이 얼마나 사용할 수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연료가 어느 정도라도 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이 정도 크기의 연료 탱크라면 우리가 기름을 나를 때 쓰는 말통으로 얼마나 부어야 할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어쨌든, 안으로 돌아온 우리는 이제 발전기를 작동 시킬 일만 남았다. 그런데, 여기서 부터가 문제였다. 발전기 전면부에도 조작 스위치들이 많이 있었고, 그곳과 조금 떨어진 곳에 설치된 조작 판넬에도 스위치들이 잔뜩 있었다.
기웅이와 나는 천천히 스위치들을 보면서 ‘시작’이나 ‘운전’ 이라고 적혀 있는 스위치 들을 찾았지만, 당황스럽게도 그렇게 적혀 있는 스위치가 하나가 아니었다.
“젠장. 발전기 돌리는데, 시작 버튼 하나면 되지, 뭔 버튼이며 스위치가 이렇게 많아.”
“……”
답답한 마음에 투덜거려봤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웅이가 답을 내놓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우리는 하는 수 없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했다. 혹시나 작동 설명서 같은 것이 있을 것 같기도 했다.
그러다가, 벽에 걸려 있는 일지 같은 것이 눈에 띄었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가가서 그것을 열어 봤다.
“기웅아! 이거야! 됐어. 여기 작동 순서가 나와 있어.”
회사에서 사용하던 기기가 되다보니 담당자가 바뀔 수도 있는 것이고 하니, 따로 작동 방법이 설명 되어 있었다. 수많은 스위치들을 보면서 갑갑했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차근차근 설명되어 있는 것을 읽어보자, 어렵지는 않았다. 스위치며 계기들이 잔뜩 있기는 하지만, 이미 이 회사에서 사용하는 것에 맞게 설정이 되어 있었고, 사용하기 위해서는 버튼하나와 스위치 하나씩만 건드리면 되는 것이었다.
“지금 작동시켜 볼까요?”
“아냐. 일단 작동 시키는 건 사람들하고 상의해서 작동시키자. 이거 덩치가 커서, 허투루 돌렸다가는 기름 낭비가 보통은 넘겠어.”
분명 연료를 대는데 애를 먹겠다 싶었다. 여태까지 사용해 왔던 것들 하고는 차원이 다른 크기였기에, 연료 소모량도 비교가 안 될 것 같았다.
“발전기 사용하는 것은 영감님하고 함께 상의하면서 해야겠다. 무턱대고 사용하기는 연료 감당하기 힘들겠어. 영감님이 꼭 필요한 시간이라고 말 할 때만 발전기를 돌려야겠는데? 어쩌면 실험에도 영향이 있을지도 모르겠어.”
“나이거야…원… 너무 커도 골치가 아프네요. 뭔… 애효…”
“그러게나 말이다. 작동하는 방법은 알아 놨으니까, 일단은 됐고. 우리도 위에 올라가서 살피는거나 도와줄까? 가서 영감님한테 발전기 연료문제도 이야기를 좀 하고. 아! 정안되면 어디 공구상이나 그런데 가서 예전에 쓰던 작은 발전기를 구해보던지 하자. 용량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손 놓고 있는 것 보다는 낫겠지.”
발전기 문제는 어째 더 커진 것 같지만, 그것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예전 공장에서 쓰던 것 같은 작은 발전기를 구해 온다면 어떻게 좀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긴 했지만, 그것도 짐작일 뿐이었다.
2층으로 올라가자, 식당에서 영감님께서 지선이와 원진이가 챙겨오는 물건들을 정리하고 계셨다. 기웅이는 작업을 하고 있는 방으로 손을 거들러 갔고, 나는 영감님에게 발전기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위해 잠시 식당에 남았다.
“영감님. 저기… 발전기가요…”
그렇게 말을 시작했다. 발전기의 작동시간이 생각보다 작을 수 있기 때문에, 전기로 작동하는 기기의 사용을 최소한도로 줄여서 실험을 할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비상 수단으로 공장에서 쓰던 것과 비슷한 소형 발전기를 구해보기 위해서 노력을 하겠지만, 구할 수 있을이지 장담할 수도 없었고, 구한다 손 치더라도 그것이 실험 기기의 사용에 적합할 지도 아직은 알 수 없었는 이야기도 덧불였다.
“흠… 생각 못한 문제구만.”
“그러게요. 발전기가 그렇게 클지는 생각을 못했어요. 이곳 전부를 커버하는 용도가 아닐까 하는데… 우리가 그만큼 전기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 않겠어요? 연료 탱크 크기부터가 엄청나더라구요. 그 연료 탱크 채우는 것도 어지간히 바쁘게 움직여서는 힘들겠던걸요. 지금 연료 탱크에 연료는 꽤 남아 있긴 했어요. 한 절반정도 남아 있던데. 그걸로 얼마나 돌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잘 알겠네. 내 아직은 뭐라 말을 못하겠네. 내가 가진 자료도 있지만, 여기서 진행된 자료들도 봐야, 어느 정도 계획을 세울 수 있을게야. 어찌됐든 전기 사용을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내 준비를 하겠네.”
“예. 그럼 저도 애들 있는데 가서 도울게요.”
식당을 나와서 나도 기웅이가 일손을 거들러 간 방으로 갔다. 그곳에서 다들 건전지, 손전등, 우산 등등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모조리 챙기고 있었다. 한 방에 세 명이나 들어와 있는데 나까지 들어가서 뒤지기에는 너무 공간이 복잡할 듯 했다.
“음… 나까지 끼기는 좀 그러네. 나는 3층으로 갈게.”
“아! 나도 같이 가. 오빠.”
내가 3층으로 가기위해서 방을 나서려 하자, 지선이도 따라 나섰다. 그녀는 나를 따라 나서며, 내 팔에 찰싹 달라 붙었다.
그녀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자, 그녀는 배시시 웃으며 내 팔을 더 꽉 끌어 안았다. 물론 나도 그런 그녀가 싫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들 바쁘게 일을 하고 있는 중이라 조금 눈치가 보이긴 했다.
“지선아. 부탁인데. 안 보이는데서 그래라. 보이는데서 그러지 말고.”
방을 나서는 뒤에서 기웅이의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들려 왔다.
“오빠도 원진오빠랑 팔짱껴두돼.”
“아니다… 말을 말자… 하하”
방을 나선 우리는 3층으로 올라가 방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지선이도 방을 나서면서 장난삼아 일부러 더 그랬던 것 같았다. 아무튼 다들 좋은 사람들과 이곳에 오게 된 것 같았다.
그렇게 좋은 기분으로 3층의 방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3층에서 옥상으로 통하는 사다리도 발견을 했다.
좀비들이 사다리를 타지는 못하니, 옥상으로 올라가지는 못 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위는 안전할 것 같았다. 다행히 문도 잠겨 있지 않아서, 옥상도 금방 확인을 했다.
옥상의 면적은 그렇게 넓지 않았고, 커다란 물탱크가 두 개 놓여 있었다. 옥상을 확인한 나는 다시 3층으로 내려왔고, 지선이와 함께 다시 방들을 꼼꼼하게 살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무전기는 쓸 수가 없었다.
찾기는 찾았지만, 군인들이 좀비들에게 당했을 때 아무래도 총에 맞은 것 같았다. 기계 자체가 박살이 나 있었다.
모든 일이 전부 다 잘 풀릴 수는 없으니,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무전기가 없다고 해서 우리가 여기서 지내는데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다만, 몇 다리를 건너더라도, 떠나온 공장과 연락을 할 수 있었을 텐데… 그것이 조금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