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canic Age RAW novel - Chapter (105)
겐가?” “누가 이겼다고 확답하기에는 애매하군.” “각각 피해는 어떤가?” “천 명 중 사백여 명이 사망했고, 이백여 명이 중상을 입었지. 나머지 사백 명 정도가 살았네.” “어디가?” “무림맹, 사도천. 마교의 경우는 생존자들이 겨우 백 명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더군.” 혈근경이 불타 없어지자 사도천은 곧장 퇴각했으나, 마교는 대부분이 남아서 끝까지 싸웠다. 자존심이 상해 도망치지 못한 게 아니라, 마성을 주체하지 못해 이성을 되찾지 못해서였다. “굳이 말하자면, 그 전쟁의 승자는 매화정검일지도 모르지.” 第五章새옹지마(塞翁之馬) “천권” “예.” 천권의 몸에서 땀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칠검전쟁에 투입됐던 간자는 어떤 자들이지?” “곤륜파, 태산파, 숭산파, 항산파. 그리고 무림맹과 사도천에서 각각 신뢰받은 무인들입니다. 무림맹 이십, 사도천 삼십이. 도합 오십이 명 입니다.” “그래. 그러면 그들이 어떻게 됐느냐?” “……신원을 알 수 없는 고수에 의하며 전부 사망했습니 다.” “그 후 어떤 대처를 했는가.” “천기에게 명령을 받아 조사를 위해 고원으로 투입됐습니다.” “어떻게 됐는지 말해 보거라.” “……칠검전쟁 이틀 전에 도착해 조사해 봤으나 간자들의 흔적은 찾지 못하였고, 전쟁도 끝났습니다.” “하하. 그 말대로다.” 암천회주가 턱을 괸 채로 무감정하게 웃었다. 그 웃음소리에 천권이 몸을 움찔 떨었다. “천권 그대가 만약 혈근경이 불타는 걸 막고 탈취했다면 모를까, 결국 아무것도 못 한 거군.” “죽여 주십시오!” 쿵! 천권의 이마가 지면에 부딪쳤다. “아니.” 암천회주가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서 오로지 눈빛만 보였다. “천권 그대가 할 일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특히나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몸이 아닌가. 우수한 인재를 잃게 되면 앞으로의 일이 성가실 테니, 그럴 수 없다.” “아닙니다. 부디 무능한……” “내 그래서 그대의 친척을 잡아 고문한 뒤 죽였느니라.” “……!” 바닥을 내려다보는 천권의 동공이 떨렸다. “마음에 안 드는가?” “아니옵니다! 회주님의 넓은 아량에 깊이 감복하여 말이 안 나와서 그렇습니다!” “다행이군.” 암천회주가 어둠 속에서 웃었다. 사람이라기보다는 악마에 가까운 미소였다. “천기.” “예!” 천권 옆에 부복하고 있던 천기가 곧장 답했다. “팔은 어떻느냐.” 천기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지가 멀쩡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왼팔을 잃어 외팔이가 됐다. “회주님께서 깔끔하게 베어 주신 덕에, 출혈조차 나지 않아 회복이라고 할 것도 없었습니다. 지금은 고통조차 느껴지지 않으니, 이 천기. 회주님의 배려에 감복, 또 감복하였나이다!” 흉마의 무덤을 책임졌던 건 천기다. 그리고 흉마의 무덤이 수몰되자 대신 혈근경을 내세웠다. 그런데 그 혈근경도 불타 없어지고, 야심 차게 준비했던 전쟁은 결국 하루 만에 끝나 없어졌다. 책임을 져야 했다. “그대는 어차피 본 회의 두뇌가 아닌가. 그래서 고심 끝에 팔은 필요없을 것 같아 잘랐도다.” “저 따위를 위해서 회주님께서 생각을 해 주시다니, 정말로 감사할 따름입니다!” 미쳤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나, 천기는 진심으로 암천회주의 아량에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실수를 팔 하나로 만회할 수 있었으니까.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주서천에 대해서 어찌 생각하는지 의견을 말해 보아라.” “실력이 없는 건 아니지만, 운이 크게 적용됐다고 생각됩니다.” “운?” “예. 당시 고원에서 일어났던 싸움 중, 산화일장은 마교도 대부분을 혼자서 상대하느라 지쳤습니다. 무엇보다 주서천이 어리다고 상당히 얕보았고, 여러 복합적인 요건으로 그리 쉽게 당한 듯합니다.” “그리고?” “그래도 천하백대고수를 이기는 건 결코 쉽지 않습니다. 운이 좋다 해도 실력 또한 있어야 하지요. 결코 예사로운 놈은 아니니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도천에는 궁귀검수, 무림맹에는 매화정검인가. 무림이 난세라는 걸 느끼기 시작한 건지, 곳곳에서 인재들이 튀어나오는구나.” 암천회는 새싹이라도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그게 구파일방처럼 명문지파일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척살 순위를 이급으로 올려 감시해라. 기회가 있다면 얼마든지 죽이도록.” “유치한 정의심으로 본 회의 대계를 방해한 놈입니다. 결코 놓치지 않고 척살하도록 하겠습니다.” * * * “염화살마, 그 마두를 죽이자마자 소식을 들었을 때는 솔직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이해 못 했네.” 상명진인이 수염을 매만지면서 소감을 내뱉었다. “아무리 체력이나 내공을 소진했다고 한들, 산화일장을 정면 승부로 이기다니. 정말로 대단하군.” “아닙니다. 요행이 있어서 가능했던 일입니다.” 주서천이 허리를 숙인 채로 공손하게 답했다. “요행 또한 실력이지. 천하백대고수에겐 그런 것만으로는 불가능하네. 자랑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을 텐데, 정말로 겸손한 태도로군. 화산파의 미래가 밝아.” 곤륜파의 장문인조차도 주서천이 설마 이런 활약을 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내 마음 같아선 자네와 좀 더 대화를 나누고 싶으나, 아무래도 그럴 입장이 아니라서 말일세.” 장문인이다 보니 오랫동안 문파를 비우고 있을 수 없었다. 흉마의 무덤 조사로 시간이 상당히 흘렀다. 사도천과 마교가 철수하고, 칠검전쟁이 공식적으로 끝나자 상명진인은 곧장 곤륜파로 돌아갔다. 칠검전쟁 대표 보고자는 남궁재영이 맡았다. “무림맹에서 명령이 내려왔다.” 남궁재영이 주서천과 당혜를 불렀다. “합비, 무림맹의 본부로 귀환령이 떨어졌다. 나는 물론이고 두 사람도 마찬가지다.” “설명을 위해서인가요?” 당혜가 예상했다는 듯이 물었다. “그래. 상명진인께서도, 그리고 나도 혈근경 앞에서 벌어진 일은 자세히 모르니까.” “그리하도록 하죠.” 참전하기 전부터 예상한 일이었다. 군말하지 않고 따라가기로 했다. “주 대장. 우린 어떻게 해야 하오?” 사천당가의 무사들이야 묻지 않아도 당혜를 따라갈 예정이었으나, 금의검문은 좀 달랐다. “돌아가서 상단주에게 전쟁에 대해 전부 설명해 주도록.” “알겠소. 그럼 나중에 뵙겠소이다.” 금의검문은 먼저 출발하여 산동으로 향했고, 나머지 일행은 남궁재영과 동행해 무림맹으로 떠났다. 산서에서 합비까지 그다지 멀지는 않지만, 칠검전쟁으로 지쳐 있어 두다리로 걷기에는 무리였다. 그래서 여행 도중 말을 구해 달렸다. 그렇다고 급박한 상황 정도는 아니었는지라 서두르지는 않았다. “매화정검의 무공이 사실은 대단하다며?” “그래. 내 오악검파의 제자들에게 직접 들었네.” 그동안 어딜 가던 그다지 곱지 못한 시선을 받았다. 독봉에게 비겁하게 승리하고 그녀의 치맛자락 안에서 숨어 다닌다는 등 비난만 받았다. 하지만 칠검전쟁에서 활약하고 매화정검이라는 별호가 붙자 그 시선은 전부 바뀌었다. “그렇다면 독봉과의 대결에서도 정당하게 이긴 것이겠군.” “암, 당연하고말고.” “그러고 보니 주 대협은 연화각 출신이 아니었나? 애초에 화산파의 인재만 모이는 곳에 있었는데 형편없다는 것이 좀 이상하지 않나? 난 예상했었지.” “자네 분명 매화정검이 참전한다는 걸 듣자마자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가 죽고 싶어 환장했다면서 욕하지 않았나?” “커, 커흠!” 참고로 귀행(歸行)의 구성원은 남궁세가, 사천당가뿐이었다. 칠대 세력에 참전했던 나머지 문파는 전쟁지에 남아서 정리하거나 혹은 곤륜파처럼 본산으로 귀환했다. “흐흐!” 주서천은 고수다. 청각에 조금만 집중하면 그 목소리가 아무리 작더라도 전부 들을 수 있었다. 당연히 자신에 대한 평도 전부 놓치지 않고 들었다. 고평가이다 보니 입가에 자연스레 웃음이 걸렸다. 아직 영웅이라 불릴 정도는 아니지만, 이 정도도 충분했다. 전생에서조차 이런 평가는 못 들었다. 무엇보다 아직 나이가 어린데도 이렇게나 인정받는 게 더더욱 기분이 좋았다. “당신, 지금 얼굴 굉장히 기분 나쁜 거 알고 있어? 소름 끼칠 정도라 내 팔에 닭살이 다 돋네.” 당혜가 희희낙락하는 주서천을 보고 혀를 찼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기 마련인데, 하물며 남이 전쟁에서 이름 좀 날렸으니 속이 찢어지겠지. 마음 넓은 대협이 참아야 하지 않겠는가?” 주서천이 웃음을 거두지 않았다. “정말로 창자가 찢어지는 고통을 알려 줄까?” ‘당분간 이 여자랑 밥은 먹지 말아야겠어!’ 원래 밥은 혼자 먹어야 하는 법! 강호 무림 이 무서운 세상 속에서 어찌 누굴 쉽게 믿겠는가. 무림 정파는 속이 검으니 특히 그렇다. ‘나에게 이런 날이 올 줄이야!’ 호의 어린 시선이나 혹은 부러움과 질투. 전부 전생에선 경험해 본 적 없었고 특히나 후자의 경우는 본인이 몇 번이나 가졌던 감정이었다. 욕이나 무관심은 전생에서도 받은 적이 있어 아무렇지 않았는데, 이런 종류는 처음이었다. 툭 까놓고 말하면 기분이 좋았다. 가슴 좀 펴고 코도 높이 세우고 다닐 수 있게 됐다. “무림맹이라…… 반가운 사람을 볼 수 있겠는데.” “지룡?” “어떻게 알았지?” 주서천이 깜짝 놀랐다. “당신에 대해서 조사했을 때, 조금.” “당가의 원한이란……” 원한을 갚으려고 이리저리 조사한 게 분명했다. “그러고 보니 너도 무림맹에 도착하면 꽤나 정신없겠네.” 정파 무림 최고의 후기지수 오룡삼봉, 무엇보다 명가의 여식이지 않은가. 교류로 바쁠 것이 분명했다. 당혜는 상당한 독설가이나, 그렇다고 예법을 모르는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상대를 가려서 한다. 실제로 금의검문의 무사들에게도 말을 놓지 않고 경어를 유지했다. 보통 자존심을 건들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봉인을 해제하고 신랄한 독설을 내뱉곤 했다. “무림맹……” 당혜는 무언가 고민에 빠진 듯 눈을 지그시 감았다. 주서천은 그런.당혜를 보고 걱정했다. ‘무림맹에서 어떻게 해야 내 음식에 창자가 찢어지는 독을 넣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건 아니겠지?’ * * * 합비, 무림맹. 제일 먼저 보인 건 으리으리한 대문이었다. 괜히 무림맹 본부가 아니라는 듯, 그 규모가 웅대했다. 대문뿐만 아니라 옆으로 즐비한 담장도 보통이 아니었다.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었다. 그리고 담장만큼 길게 이어진 사람들의 행렬이 보였다. 정파 무림의 심장부인 만큼 방문객도 상당했다. 원래라면 이 기나긴 줄에 서서 기다려야 했겠지만, 일행이 일행인지라 그럴 필요가 없었다. 무림맹주의 아들인 남궁패검과 오룡삼봉 중 일봉이 있다. 당연히 앞에 있는 줄을 무시하고 들어갈 수 있었다. …… 주서천은 대문을 보자마자 입을 다물었다.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고, 그저 구경하듯 곳곳을 살펴봤다. ‘전란이 있기 전의 무림맹은 이랬구나 ……’ 무림맹이 처음인 건 아니었다. 전생에 몇 번 방문한 적 있었으나 전부 전란의 시대 이후였다. 무림맹을 최초로 방문했을 때도 정사대전이 끝난 이후 잠깐의 평화가 있을 때였다. 기억 속의 무림맹은 이미 정사대전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있는 이후였다. 전란의 막이 내렸을 때 반은 복구되었다곤 했으나, 그 때는 이미 자신이 화산오장로였을 때였다. 화산파의 재건에도 바쁜데 한가하게 무림맹 본부까지 갈 수 있을 리 없었다. ‘평화……’ 칠검전쟁이 이리 간단히 끝난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원래라면 정사대전으로 이어졌어야 한다. ‘막았다.’ 칠검전쟁은 미래를 향한 분기점이었다. 이 분기점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미래가 크게 바뀐다. 정사대전이란 건 무림 역사에서 항상 중요했다. 하지만 칠검전쟁 자체가 하루 만에 끝나 그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 ‘이 줄기가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원래의 칠검전쟁만 해도 희생자가 만 명이 넘었어야 한다. 계속되는 조사에 수많은 인원이 투입됐다. 무림맹 사도천, 마교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