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canic Age RAW novel - Chapter (14)
좋은 삼대제자를 보호자로 붙인다. 하나 사람 일, 아니 강호의 일은 모르는 법. 어떤 변수가 적용될지 모른다. 그래서 적어도 그 변수에 살아남을 수 있도록 일정한 힘, 무공 수위를 요구해 심사를 한다. ‘삼안신투의 비고와 눈에 띄는 것. 이 둘을 저울질하면 두말할 것도 없지 . 삼안신투의 비고가 먼저다.’ 비고의 가치는 그야말로 천문학적. 그 안에든 보물의 용도는 무궁무진하다. 첫째로 영약. 주서천에게 부족한 건 내공이니, 그것만 해결하면 전생의 무위를 찾는 건 시간문제였다. 둘째는 비급과 병장기. 이 둘은 후에 전란의 시대에서 함께 싸울 인재들을 모으는 데 사용된다. 그 외에도 미끼로 쓴다거나 이것저것 사용의 용도는 정말 많으니, 일단 챙겨 두는 게 좋았다. ‘적당한 선만 지켜 가면서 눈에 띄자. 어차피 난 나이가 어리니, 그렇게까지 경계하지 않을 거야. 연화각에 겨우 들어갈 정도로만 실력을 보인다.’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전체적으로 큰 그림을 그린다. 아직 세분화되지는 않았지만, 그럭저럭 뼈대를 세웠다. “후 새로이 얻은 삶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무능하다니.” 주서천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헛똑똑이야, 헛똑똑이. 아는 것만 많고 그걸 제대로 응용할지 모르잖아. 반성해라, 주서전.” 스스로의 머리를 툭툭 두들기면서 정신을 바짝 차렸다. 확실히 자신은 남들보다 앞서간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변수가 나오면 거기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애초에 주서천이라는 인간은 그다지 유능하지 않다. 화산파의 가르침을 그대로 따른 것뿐이었다. 명령을 받는 데만 익숙할 뿐. 현명하냐고 누가 묻는다면 그걸 답하기엔 애매했다. 어떻게 아등바등 살아가다 보니 초절정에 겨우 올랐고, 죽음이 다가와서야 운이 따라 화경에 오른다. 그뿐이다. 아무것도 아니다. 그저 평재. 뛰어나지도, 그렇다고 덜떨어질 정도는 아니지만 그것뿐. 주서천은 그걸 명심했다. 애초에 조금만 생각해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정도로 현명했다면, 회귀 이전 전생에서도 모두에게 인정받아 제대로 된 화산오장로가 됐을 것이다. 그래도 주서천에게 장점을 꼽자면 분수를 안다는 점이었다. 그 덕에 전란의 시대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았다. “남은 시간은 삼 년. 올해 연화각에 입각(入閣)해서 우수한 성적을 낸다. 그리고 사부님에게 졸라서 어떻게든 억지를 쓴다면 강호에 나갈지 몰라. 노력하는 건 나와 맞지 않지만 별수 없지.” 삼년 기한을 열세 살까지. 주서천은 모든 걸 걸기로 했다. 연화각의 입각! 강호 초출! 삼안신투의 비고! 이 셋을 곱씹었다. 第八章연화입각(蓮花入閣) 연화각 심사가 열렸다. 심사는 둘로 나뉜다. 지성과 무학이다. 지성의 경우, 그렇게 어려운 편은 아니었다. 애초에 심사 대상이 성년 이하라서 그렇다. 어차피 성년도 되지 않은 아이에게 뭘 바라나. 심사에서 제일 중요한 건 학문이 아니라 무공이었다. 웅성웅성. “으, 위가 아파.” “흥, 다 별 볼 일 없는 놈들뿐이잖아.” 연화각에 준비된 연무장 위. 어리면 예닐곱 살, 많으면 열두 살 정도 되는 사대제자들로 북적였다. 그 숫자가 백 명 정도 됐다. 이 많은 인원들이 전부 심사에 도전할 어린 무인들이다. 나이가 어리다 보니 시끌벅적했고, 반응도 다양했다. 과한 긴장으로 당장이라도 울 것 같다거나, 돌처럼 굳거나, 날이 잔뜩서서 주변을 경계하기도 했다. 주서천은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대충 자리를 잡고 차례를 기다렸다. “저건 누구야?” “낯선 얼굴인데” 주서천은 차례를 기다리는 중, 원하지도 않던 주목을 약간이나마 받게 됐다. “심사에 도전하기에는 나이가 좀 많지 않아?” 절벽 등반과 넘치는 내공 덕에 그는 몰라보게 성장했다. 열 살임에도 열네 살 즈음으로 보였다. 그 탓인지 연화각 심사 기준에 맞지 않다는 중얼거림이 자주 나왔다. “뭘 그리 신경 써? 어차피 떨어질 놈이야.” 누군가가 코웃음 쳤다.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경쟁자가 될 만한 자들은 사전에 조사를 해 두었어. 기억 속에 없는 걸 보면 별거 아닌 놈이 분명해.” 연화각은 연령만 맞는다면 재심사가 가능했다. 중원의 성년은 열다섯 살. 비록 열네 살에 입각(入閣)한다 할지라도, 많은 장점이 따른다. 연화각 출신이라는 명예는 두말할 것도 없고, 무엇보다 수준이 다른 우수한 수련을 받을 수 있었다. 설사 그 기간이 일 년이라 해도 상관없었다. 이렇다 보니 연화각에 입각하기 위해 준비를 하는 자들은 상당했고, 그들의 노력도 대단했다. 심사는 매년 다른 방식이긴 하지만 비무가 자주 나오는 편이기에 서로에 대한 조사를 철저히 했다. 조금이라도 이기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서였다. 어쨌거나, 이러한 사전 조사의 범위 안에 주서천에 대한 것은 거의 없었다. 그가 워낙 남들과 어울리지 않는 연유도 있었지만, 주목을 받은 건 바로 얼마 안돼서 그렇다. “잠깐” 누군가가 주서천을 알아봤다. “저 얼굴, 얼마 전에 봤었는데…… 아, 그래. 소유검의 제자다.” 얼마 전, 유정목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려고 방문객이 찾아왔다. 화산파 내부에서도 있었다. 아무래도 그 방문객과 관련된 제자가 있는 모양이었다. 소유검이라는 이름에 몇몇 아이들이 술렁였다. “흥!” 콧대가 높아 보이는 아이가 코웃음을 쳤다. “그분의 명성은 최근 자자하지만, 그렇다고 그 제자가 특별하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 없어!” ‘음, 좋아. 그냥 넘어가 주마.’ 조금이라도 스승에 대한 험담을 했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박살 내 줄생각이었지만, 반대로 칭찬에 가까우니 넘어가기로 했다. 기분도 썩 나쁘지는 않았다. “저런 놈 신경 쓸 시간에 차라리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여 두는 게 나아!” “맞아, 네 말대로야. 가자고.” 수다 떨기 좋아하는 둘이 떠나갔다. “흠, 딱 봐도 떨어질 놈들뿐이군. 굳이 힘쓰지 않고도 쉽게 붙을 수 있겠는걸?” 주서천이 안심한 듯 웃었다. 정확히 한 시진 뒤, 심사를 앞둔 사대제자들은 절망했다. “안 돼, 망했어!” 여기저기서 비명이 난무했다. 심사가 시작하기 전, 주서천을 비웃고 마음껏 떠들던 사대제자들도 새파랗게 질린 낯빛이었다. “저걸 어떻게 이겨?” 몇몇 아이들은 아예 싸우기도 전에 전의를 상실하고 포기했다. “저 천재가 언젠가 나올 줄은 알았지만……” “설마하니 그게 오늘 일 줄 누가 알았겠냐고!” 옆에 있던 아이가 원망 어린 목소리로 호소하더니만,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터덜터덜 걸어갔다. “다음!” 심사관이 차례를 기다리는 사대제자들을 지명했다. 그러나 대부분 힘 없는 발걸음으로 되돌아갔다. “허어” 주서천도 놀란 얼굴로 심사장을 쳐다봤다. 한가운데, 심사관 앞에 나이 어린 미(美)소녀가 서 있었다. ‘낙소월(落小月)!’ 화산파의 사대제자로서, 나이는 주서천보다 한 살 어린 아홉 살이다. 또한 나름 화산파의 유명인이었다. 주선천의 머릿속으로 낙소월에 대한 정보가 떠올랐다. 이는 그녀가 회귀 이전의 세상 속에서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을 만큼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매화검봉(梅花劍鳳)이라니 …… !’ 매화검봉, 낙소월. 현(現) 화산오장로 중 홍일점이자 초절정 고수로 이름 높은 철혈매검(鐵血梅劍)의 사손(師孫)이었다. 사제 관계부터 범상치 않지만, 그녀 자신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인물이다. 한 시대를 들썩일 정도로의 재능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어릴 적부터 심상치 않은 자질을 보여 주었다. 그 자질과 노력, 그리고 화산오장로를 사조로 두었으니 미래는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실제로 전생의 삶에서 낙소월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성장해 매화검수에 이름을 올린다. 이후 정파 무림의 후기지수 중에서도 제일이라는 ‘봉(鳳)’이 별호에 붙을 정도로 인정받았다. 무력도 무력이지만, 낙소월은 과년 정도 되었을 때 즈음, 일찍이 무림 제 일의 미모에 들어갔다. 하나 미인박명(美人薄命)이라 하였는가. 전란의 시대가 열린 이후, 낙소월은 크게 활약하여 영웅이 되지만 끝내 서른도 되지 않아 죽는다. 주서천이 쫓았던 영웅의 등. 그 등을 보였던 사람 중 일인이 바로 매화검봉 낙소월이었다. “하아, 운이 지지리도 없지……” 산책하는 기분으로 심사에 임하려고 했다. 주변의 심사생들 중에서 위협이 될 만한 자는 없었다. 단 한 명, 낙소월은 제외하고. “다음!” “큭!” 도전자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이 중에선 오늘이 마지막인 자도 있었다. 그들은 지금까지의 노력이 헛수고가 되지 않도록 심사장 위로 올라와 낙소월에게 도전했다. 채―앵! “아악!” 낙소월이 검을 휘두르자 도전자들이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졌다. 당연지사(當然之事)였다. 심사관들 몇몇이 혀를 차면서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더 이상 볼 필요도 없다는 눈치였다. 낙소월은 화산오장로의 사손. 어 릴적부터 우수한 가르침과 상승의 무공을 가르침 받았다. 거기에 본인의 재능도 뛰어나니 승패의 유무는 뻔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불안, 희망, 열의 등의 다양했던 감정은 없었다. 오롯이 절망 하나 밖에 안 보였다. 도전자들의 수준은 결코 낮지 않았다. 반대로 사대제자들 중에서 도 상위에 속하는 이들밖에 없었다. 연화각은 성년이 되기 전의 정예 집단. 영재들만 모이는 곳이니 도전자의 수준도 자연스레 높아진다. 그저 상대가 나빴을 뿐이었다. “영웅은 뿌리부터 다르다고 하더니만……” 주서천이 헛웃음을 흘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 심사관이 주변을 둘러보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그 누구도 나서는 자가 없었다. “올해는 끝이야…… 내년이 있으니까 ……” “나이도 어리잖아…… 왜 올해인데……!” 여기저기서 체념과 절망이 담긴 한숨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연화각의 심사가 끝나나 싶었다. “아직 있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등장했다. ‘소유검 의 제자잖아?’ 심사관이 주서천을 알아봤다. “저 멍청한 놈!” 반 시진 전, 주서천을 우습게 봤던 사대제자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명백한 조소(時於吳)였다. 승패는 뻔하다. 이 중에서 낙소월을 이길 수 있는 도전자는 없었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승패의 유무에 상관없이 얼마나 버틸지가 관건이었다. 게다가 주서천은 경계해야 할 경쟁자 후보에도 이름이 올라가지 않았다. 실제로 대부분 심사생들이 주서천을 보고 ‘저건 또 뭐야?’ 라면서 의아해했다. “망신당하고 싶어서 환장했나?” “아니, 그냥 생각이 없는 거야. 낙소월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저런 만용을 부릴 수 있는 거지.” 주변의 수군거림이 들려왔다. “바로 시작해도 괜찮겠습니까?” 주서천이 심사관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심사관은 대답 대신에 머리를 주억거렸다. “잘 부탁드릴게요.” 낙소월이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아직 아홉 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아이임에도 예법이 몸에 배었다. 주서천은 낙소월의 인사에 목례로 답한 뒤, 무릎을 살짝 굽히고 언제든지 튀어 나갈 준비를 했다. 손에 쥔 검에 살짝 힘을 주고, 시선은 똑바로 정면을 쳐다본다. 표정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었다. 이에 낙소월이 주서천을 신기한 듯이 쳐다봤다. “절 보고 그렇게 평온한 표정을 짓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 “너야말로 뭔 아홉 살 주제에 그렇게 성숙해?” 주서천이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흘렸다. 몸에 밴 예의도 그랬지만, 지금처럼 차분한 목소리로 저렇게 또박또박 말하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자고로 아이들이란 남녀 상관없이 천진난만하기 마련인데, 낙소월에게는 그런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보면 볼수록 신기하네요. 마치 말씀하시는 게 아저씨 같아요.” “그래?”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