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canic Age RAW novel - Chapter (144)
않았다. “으아아아 ……” 적림도가 비명을 내지르며 망루 아래로 떨어졌다. 주서천은 적림도가 쥐고 있던 활과 화살을 습득하고, 망루에서 다시 도약해 외벽에 올랐다. “하나!” 시위에 화살을 거는 동시에 놓는다. 파앗! “끅!” 백발백중의 화살이 아래를 조준하던 궁병의 관자놀이를 꿰뚫었다. 주서천은 다음의 화살을 시위에 걸면서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의문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적림총채주는 관군 출신인가?’ 무림인은 활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나 이곳엔 이상하게도 궁병 의 빈도가 높았다. 망루나 외벽에 상당 부분 배치해 뒀다. 성을 연상시키는 산채에서부터 느꼈지만 곳곳에서 관군의 느낌이 묻어났다. 그것도 지휘관 수준의 직위가 아니었을까 싶다. 관군 출신의 산적이 드문 건 아니다. 탈주병 대부분은 도망 다니거나 혹은 산채에 몸을 담곤 했다. 그러나 이렇게 전술을 응용할 정도의 수준은 정말로 드물었다. 쿠-웅! 궁병을 하나 처리한 순간이었다. 굉음과 동시에 아래쪽에서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진동이 느껴졌다. 무슨 일인가 하고 시선을 돌리니 전에 정주에서 본 비소돈과 견줄 정도의 덩치가 보였다. “묵철구(墨鐵球), 장두!” 산채 중 최강인 녹룡채인 만큼 수뇌 대다수가 무공이 강했다. 부채주 다음가는 강자가 바로 장두였는데, 사람 몸만 한 철구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괴물이었다. “으악!” 화산파의 제자가 도중에 전부 피하지 못하고 철공에 맞았다. 스쳐 지나갔는데도 다리뼈가 으스러졌다. “사제!” “감히 산적 나부랭이가!” 여기저기서 분노의 외침이 터졌지만, 그래도 아직 이성이 먼저인지 거리를 벌리고 경계했다. “화산파라 한들 이 묵철구에는 그 누구도 당해 내지 못할 것이다!” 웅웅웅! 왼손으로 쇠사슬의 하단을 붙잡고, 오른손으로는 상단을 붙잡아 빙글빙글 돌렸다. 사람만 한 철공이 제자리에서 회전하자 위압감이 상당하다. 회전할 때마다 무거운 파공음을 토해 냈다. 철도 그냥 철이 아니다. 전설에 나오는 만년한철은 아니지만, 일반 강철보다 단단한 묵철이었다. 그만큼 무게도 나가는데 자유자재로 다루는게 신기했다. 공을 던져도 물 흐르듯이 회수가 이어지고 재빠르다. 워낙 위협적이다 보니 다가가기도 쉽지 않았다. “제가 맡을게요.” 낙소월이 주저하지 않고 한 걸음 나섰다. “흐흐!” 장두가 낙소월을 보고 기분 나쁘게 웃었다. 눈에는 음욕이 가득했다. “허! 고년 참 예쁘구나!” “장두 형님! 그년 안 다치게 해야합니다!” 뒤에서 적림도가 속속히 도착했다. 죄다 낙소월의 미색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난 저쪽이 마음에 드는데?” “쩝. 어차피 총채주나 부채주께 갈 거 아니냐. 난 언제 저런 미녀들을 맛보냐……” 여기저기서 참고 듣기 힘든 희롱이 난무했으나 정작 대상이 된 낙소월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 시선은 오로지 장두, 정확히는 그가 손에 쥔 묵철구에 꽂혀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집중할 대상이 없는 당혜는 달랐다. 펄럭! 소맷자락이 부풀어 오르더니만, 바람이 부는 것처럼 흔들리면서 독침을 쏘아 냈다. 중수나 고수가 아닌 이상, 해독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독침이 위로 비상했다 아래로 쏟아졌다. “악!” “당가의 암기다! 피해!” 음담패설이나 늘어놓던 적림도의 낯빛이 바뀌었다. 전부 혼비백산하여 몸을 날려 재빨리 피했지만, 늦었다. 반 정도는 아니지만 삼 할이 독침에 맞았다. “어휴, 하여간 사내란 것들은!” 초련이 한심하다는 듯이 혀를 차며 질풍보를 밟았다. 그 경지가 낮지 않아 몸놀림이 바람과 같았다. 제갈승계는 금의검문 무사들에게 맡기고 정면으로 나선 초련은 쾌검을 자랑하며 산적들을 베었다. “크아악!” “죽어라!” “아가씨에게 망발을 퍼부어?” 당가의 원한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했던가. 독봉의 호위 무사들이 분노를 금치 못하며 쫓아다녔다. 화산파도 반으로 찢어져 장두를 지나서 그 뒤편에 대기하고 있던 적림도에게 공세를 퍼부었다. 나머지는 낙소월이 걱정되어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주변을 포위하듯이 둘러싸서 경계했다. “흐랴압!” 장두가 고함을 지르면서 묵철구를 휘둘렀다. 부우웅! 회전하던 묵철구가 포물선을 그으면서 아래로 떨어진다. 던지는 것만으로도 풍압이 무겁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섬뜩한 건 그 속도였다. 묵철으로 된 철구라면 보통 무거운 게 아닐 텐데, 상당히 빨랐다. 머리 위를 묵철구의 그림자가 집어삼켰다. 콰앙! 시커먼 철공이 바닥에 떨어졌다. 무게나 크기가 보통이 아닌 만큼 파괴력 또한 어마어마했다.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땅이 크게 흔들렸고, 철구가 처박힌 곳이 움푹 파이면서 구덩이가 생겼다. 묵철구가 머리 위로 떨어지기 전, 신행백변으로 몸을 옆으로 이동한 낙소월이 질린 표정을 지었다. ‘저 정도의 위력이라면, 스치기만 해도 몸이 남아나질 않을 거야.’ 검을 쥔 손에 힘이 절로 들어갔다. 낙소월은 주변을 시야에 담으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강호에서 무명이지만, 그 무위는 진짜였다. 흠 잡을 곳 하나 없는 발걸음은 완벽 그 자체라서 보는 이가 감탄을 자아낼 정도다. 선녀나 다름없는 미색을 뽐내면서도, 무인으로서 완벽한 몸놀림으로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장두의 측면에서부터 파고든 낙소월이 검을 수평으로 베려다가, 흠칫 놀라면서 황급히 물러났다. 부웅! 바닥에 처박혔기에 다시 빼내려면 시간이 걸릴 거라 예상했던 묵철구가 대기에 구멍을 내면서 주변을 휩쓸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저 묵철구에 맞아 비명횡사했을지도 모른다. ‘빨라’ 공격도 공격이지만, 회수하여 반격에 나서는 속도도 상당하다. 묵철구를 제 손처럼 다루고 있었다. “나의 묵철구는 천하무적이다!” 장두가 목청껏 웃으면서 자신감 있게 외쳤다. “……” 장두와 거리를 둔 낙소월이 검을 고쳐 잡았다. ‘섣부르게 공격하려 들었다간 당해버려.’ 대다수 도적들의 수준은 높지가 않다. 그렇지만 장두처럼 고수도 종종 있었다. 타고난 괴력도 괴력이지만, 내공이나 무위의 경지도 낮지 않았다. 붕붕붕. 장두의 팔이 제자리에서 회전한다. 그에 따라 묵철구도 원을 그려 내면서 매섭게 움직였다. 몸집이 워낙 크다 보니 사람이 아니라 대성성(大狼雅 : 고릴라)이 철공을 휘두르려는 것처럼 보였다. “크하압!” 부앙! 장두의 머리 위에서 회전하던 철공이 떠났다. 그 목적지는 낙소월의 정면이었다. 워낙 크고 빨라 위압감이 보통이 아니었는지라, 웬만한 사람들이라면 몸이 굳어 피하지 못한다. 팟! 그러나 낙소월은 주저하지 않고 보법을 밟아 좌측으로 이동해 회피한 뒤, 곧장 앞으로 나아갔다. “어딜!” 장두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쇠사슬을 쥔 팔뚝에 힘이 들어가면서 울퉁불퉁하게 부풀어 오른다. 촤르르륵! 쇠사슬이 파도처럼 크게 출렁였다. 그 힘의 전달이 철공까지 옮겨지더니, 방향을 억지로 틀었다. 정직하게 직선을 그리던 철구는 우측으로 꺾어 습격해 왔다. “위험해!” “으악!” 지켜보던 사형제들이 비명을 질렀다. ‘아차!’ 공격한 장두도 아차 싶었다. 무심코 전력을 내 버렸다. 이렇게 되면 저 고운 얼굴이 전부 뭉개져 버린다. 아쉬운 것도 아쉽지만, 미녀라면 사족을 못 쓰는 총채주가 화를 낼 것이 떠올랐다. 이제 와서 방향을 바꾸거나 회수하기도 늦었다. “읏!” 낙소월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허리를 꺾듯이 뒤로 젖혔다. 허리 외에 다리도 눕듯이 젖혔다. 후웅! 철공이 지나간 자리에 바람이 위에서부터 쏟아져 나와 낙소월의 머리칼을 쓰다듬고 지나갔다. “휴우!” 지켜보던 사람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철공에 맞아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되는 것은 면했다. ‘이걸 피해?’ 장두가 믿기지 않는 듯 눈을 껌뻑였다. 그사이에 낙소월이 튕기듯이 몸을 일으켰다. 제자리에서 일어난 것뿐만 아니라 앞으로 쏘아졌다. “흡!” 장두가 놀란 나머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래도 하수는 아니라고 반격에 나갈 준비를 한다. 낙소월의 검극이 눈 부신 빛을 내뿜으며 쏘아졌다. 한 치의 흔들림 하나 없는 곧고 깨끗한 검이었다. ‘위험하다!’ 장두가 위험을 느끼고 내공을 끌어올렸다. 무리해 힘을 내서 그런지 단전이 저릿저릿하고 아파 왔다. 촤르륵! 인력(引力)이 발생하면서 철공을 불러냈다. 전력을 다해 던진 철공도 곧장 귀환시킬 수 있는 비결이다. “하앗!” 낙소월이 귀신같이 반응했다. 처음으로 그녀의 입에서 기합이 터져 나왔다. 매서운 찌르기에 속력을 더한 것이 아니었다. 도리어 검으로 향하던 내공의 흐름을 끊었다. 그러나 급작스럽지는 않았다. 이때 만을 기다렸다는 듯, 예상과 판단에 맞춘 준비된 행동이었다. 애초에 앞이 아닌 몸의 중심에 체중을 실어서 그랬는지 전환이 빨랐다. 이번에는 우측으로 틀었다. 멧돼지처럼 앞을 향해 나아가던 낙소월은 또다시 유려한 몸놀림으로 곡선을 그리며 반 회전했다. “쌰, 썅!” 장두가 욕설을 내뱉었다. 기껏 무리해서 철공의 방향을 틀었는데 낙소월이 방향을 꺾어 버렸다. 아무리 철공을 제 손처럼 자유자재로 다루는 장두라고 할지라도, 이번에 또다시 전환하기에는 늦었다. 무리를 하면 가능은 하지만, 그랬다간 내기가 역류하여 주화입마에 든다. 결국은 옆구리를 내줘야 했다. 그 현실에 절망하면서도 날아올 검격의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몸에 잔뜩 힘을 주고 방어에 신경 썼다. 팟! 검신이 햇빛을 반사하면서 빛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장두의 옆구리를 베고 지나면서 피를 뿌렸다. “크읏!” 장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래도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온갖 고통은 맛보았기에 이런 공격쯤은 참을 만했다. 그러나 문제는 옆구리가 파이면서 상체의 움직임이 순간적으로 늦춰졌다는 점이다. 낙소월이 그사이에 왼발을 축으로 몸을 팽이처럼 회전하면서 재빠른 찌르기를 선보였다. 푸욱! “크아아악!” 척추 부근으로 검극이 들어왔다. 그래도 근육이 워낙 많아 뼈를 건드리지는 않았다. 걱정인 것은 신경이었다. 그쪽이 잘못된다면 자랑하는 철공을 들기는커녕 앞으로의 생활이 문제다. “이 빌어먹을 년이!” 장두의 눈이 시뻘겋게 충혈됐다. 분노로 인해 이성이 차츰 마비된다. 살의가 용암처럼 들끓었다. “으아악!” 척추의 고통으로 인한 비명이 아니다. 분노가 가슴에서 치솟아 목구멍 바깥으로 튀어나왔다. 장두는 이제 봐주지 않겠다는 듯, 내공을 있는 대로 쥐어짜내서 묵철구를 휘둘렀다. 부웅! 부웅! 부웅! 한 번 휘두르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쇠사슬을 꽉 쥐고 온몸을 팽이 삼아 돌고, 또 돈다. 팽이처럼 도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팽이가 됐다. “으악!” “혀, 형님! 저희도 있습니다!” 근처에서 싸우던 무인들도 덩달아 놀랐다. 아군도 적군도 하나같이 장두와 거리를 벌렸다. 철공과 한 몸이 되어 연달아 회전하는지라 피아 구별이 불가능했다. 주변을 부수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다가갈 수가 없어……!” 낙소월이 낭패 어린 눈으로 어찌하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굴렀다. 저곳에 들어갔다간 뼈도 못 추린다. 설사 파고들어 공격해도 멈출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우오오옷!” 장두가 돌고, 돌고, 또 돌았다. 시점이 맞지 않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앞이 안 보일 정도로 화가 났다. 균형을 잃을 법도 한데 잘만 버텼다. 부우웅! 묵철구가 일으킨 바람이 불었다. 풍압 자체만으로도 굉장해서 섣부르게 다가갈 수 없었다. “어어?” 비교적 가까운 적림도가 바람에 균형을 잃고, 뒤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퍼억! 그 몸뚱아리가 철공에 맞았다. 비명을 지를 틈도 없었다. 그 자리에서 바로 절명했다. 휘잉. 무엇보다 무서운 건 그 위력이었다. 맞는 순간 상체가 꺾이면서 통째로 뜯겨졌다. 거기서 끝나면 또 모를까, 철공에 맞고 바깥으로 튕겨져 날아가 멀리있는 망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