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canic Age RAW novel - Chapter (149)
먹으면 얼마든지 해낼 수 있다.’ 라는 거지? 나도 안다.” “아니.” “그러면 왼팔에 용의 힘이라도 봉인해 뒀나?” “흐흐흐, 그렇게 잘난 듯이 떠드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다.” 맹강이 음산하게 웃었다. 웃음소리에서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섬뜩함이 느껴졌다. 그는 보란 듯이 등을 보이면서 몸을 돌렸다. 환하게 개방된 문처럼 보였지만, 어째서인지 다가갈 수 없었다. 주서천의 눈에는 문 뒤로 적이 들어오기만을 기다리는 수백 수천의 궁병이 보였다. ‘설마……’ 머릿속에서 한 가지 가능성이 나왔다. 그것이라면 지금까지의 이상 행동을 모두 설명할 수 있다. 그것만큼은 아니기를 빌었다. 하나 언제나 불길한 생각은 적중하기 마련이었다. “으하하!” 맹강의 목소리에서 자신감이 잔뜩 묻어났다. 그가 다시 몸을 돌려 정면을 마주 봤다. “자아, 애송아. 이제 제대로 춤춰보자.” 그것은, 창이었다. 창두(槍頭)는 어떠한 명검보다 예리하게 빛난다. 그 아랫부분으로는 붉은 천으로 된 끈 묶음, 영(線)이 대롱대롱 매달려 시선을 끌었다. 왼손이 먼저 앞으로 나아가 나무로 제작된 창간(槍tF)을 잡고, 오른손이 뒤를 잡아 고정했다. ‘실수다.’ 주서천이 속으로 혀를 차면서 후회했다. 생각이나 의심이 너무 많았다. 판단이 좋지 못했다. 맹강은 검강을 일부러 쓰지 않은 게 아니다. 애초에 사용하지 못했다. 화경에 오른 건 검이 아니라 창이었다. 창이 들려 있지 않으니 강기를 쓰지 못한 것은 당연했다. 검술의 수준이 생각보다 낮은 것도 이걸로 설명이 된다. 괜히 기회를 노린다, 저런다 하면서 삽질을 했다. 검강을 진작 사용했다면 쉽게 처리했을 일이었다. 빠드득! 이가 절로 갈렸다. 자기 자신의 한심함에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 “하하하. 이제 좀 볼 만한 얼굴이 되지 않았느냐?” 맹강이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 후우.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힌다. 뜨겁게 달아오른 뇌를 차갑게 식혔다. 천천히 심호흡해 진정시켰다. 지금의 잘못은 경험으로 녹이면 된다. 반성하고 조심하면 된다면서 자조(自照)했다. 주서천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맹강의 눈도 매서워졌다. ‘죽여야 한다.’ 맹강은 주서천을 더 이상 애송이라 우습게 보지 않았다. 그의 마음속에서 살심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서른, 아니 이제 겨우 스물 남짓한 나이에 이 정도의 강함이다. 십 년이 지나면 상대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 여기서 놓치면 언젠가 복수 할 터. 훗날을 위해서라도 기필코 죽여야 한다.’ 하단전에서부터 내공을 끌어 올렸다. 전과 다르게 그 순환이 빨라졌다. 이제야 본연의 힘을 낼 수 있다. 무엇보다…… 맹강이 무심코 생각을 말로 옮겼다. “이걸 보여 준 순간, 누구도 여기서 살아 돌아갈 수는 없다.” 선을 그었을 때 왼발의 발꿈치와 오른발의 발꿈치가 같은 선상에 위치하도록 자세를 잡았다. 창술의 보편적인 보법의 형태를 하고 있고, 한 손은 창대의 뿌리 쪽을 잡고 있었다. 숨죽인 순간, 다음 공격이 물 흐르듯이 이어지자 주서천이 눈을 크게 뜨고 놀란 목소리를 냈다. “이화창(梨花槍)…… 양가창법(楊家槍法)!” “흥!” “역시 관군 출신, 그것도 장수구나!” 양가창법. 남송 시대의 여장군, 양묘진(楊妙眞)이 전한 창법으로 명대에 와서 저명한 창술이 됐다. 그 근본 자체가 몹시 뛰어났지만, 시대를 거치면서 여러 무인의 손에서 더욱 발달하여 창법 중에서도 으뜸이 됐다. 무림 방파의 말을 비유하자면 군의 절세무공이자 절기로 인정되어 군내에서도 장수들에게만 전수됐다. “킁, 잘도 알아봤구나.” 맹강이 탐탁지 않은 듯 눈살을 찌푸렸다. “잡는 방식을 보면 그 답은 정해져있으니까.” “무림에도 이러한 방식이 없진 않을 텐데?” “그래, 틀린 말은 아니다.” 일평생을 무학에 바치는 무림인들이다. 다양한 병장기의 무공이 있었고, 많지는 않으나 그중에는 창도 존재했다. 양가창법의 명성이 널리 알려지자, 몇몇의 무인들은 그 묘(妙)를 참조로 하여 창법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성을 연상시키는 산채, 무림인이라면 쓰지 않을 활의 활용, 그리고 훈련된 산적들까지.” 하나같이 관군을 연상시키는 것 밖에 없었다. “이러고도 군과 관계가 없다고?” “됐다.” 대답할 가치도 없다. 애초에 별 기대도 안 했다. 맹강이 창대를 쥔 손에 힘을 줬다. 눈매도 한층 더 매서워졌다. 겉에서 흐르는 기도 자체가 변했다. 전에 없었던 자신감이 물씬 풍겼다. 검을 쥐고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공기가 떨렸다. 얼마 가지 않아 죽은 듯이 멈췄다. 마치 세상이라도 멈춘 듯, 고요함만이 남았다. 주서천도 맹강도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주변은 신경 쓰지 않고 서로 쳐다보기만 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몸이 저려 가만히 있지 못할 텐데, 두 고수는 처음처럼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탁! 멈췄던 세상이 다시 움직인다. 바람에 흩날리던 풀잎이 옆으로 기울었다. 쐐-액! 새하얀 빛줄기가 뿜어진다. 대기에 구멍이 뚫렸다. 고요함을 깨고 먼저 움직인 건 맹강의 창이었다. 한 발을 내디디며 창을 힘껏 내지른다. 창대의 뿌리 쪽을 잡아서 자연스레 찌르기도 길어졌다. 창을 최대한 내지른다. 일 보 전진하니 그 길이가 보다 늘어났다. 무서운 건 그 찌르기가 번개처럼 매서우면서도 힘찬 점이었다. ‘위험하다!’ 주서천이 신속하게 튕겨 나가듯이 물러났다. ‘어딜!’ 맹강의 눈에서 시퍼런 안광이 뿜어져 나왔다. 그는 어림없다는 듯 퇴보하는 목표를 맹렬하게 추격했다. 부웅! 손에 힘을 주고 창을 위로 들어 올리자, 창대가 엿가락처럼 휜다. 맹강은 그 탄력을 이용해 창으로 원을 그려 내듯 빙글빙글 돌렸다. 영도 따라 돌았다. ‘눈속임!’ 중원의 창은 어떤 창이건 간에 영이라는 끈 묶음이 달려 있는데, 그 용도는 세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영을 흔들어 창극이 제대로 보이지 않도록 눈을 현혹하는 것이요, 둘째는 적을 찔렀을 때 그 피가 손잡이를 타고 내려와서 미끄럽게 하지 않는 것이었다. 셋째는 단순한 장식으로 사용됐다. 양가창법은 이 첫 번째를 제대로 응용했다. 일부러 원을 그리듯 찔러 나아가며 현란한 움직임으로 속인 뒤 가슴 정중앙을 찔러 왔다. “흡!” 그러나 주서천은 그 현혹에 넘어가지 않았다. 몸을 최소한으로 틀어 원을 그리는 찌르기를 피하고, 결정적인 일격에는 검을 휘둘러 힘껏 튕겨 냈다. 째애앵 – ! 금속의 마찰음이 길게 늘어졌다. 강하게 후려친 그 힘의 여파가 각자의 검과 창에 전해졌다. ‘봉점두(鳳點頭)를 간단히 막은 것도 놀라운데, 아직도 이런 공력을 낼 수 있다고?’ 맹강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공수를 교환하면 교환할수록 눈앞의 괴물에 기가 질렸다. 딱히 헤매지도 않았고, 놀라움도 없었다. 그저 지금까지 막아 내던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받아쳤다. ‘죽여야 한다!’ 살심이 더더욱 깊어졌다. 치욕을 되갚아 주는 것을 넘어서, 이제는 미래를 위해 제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바바밧! 맹강의 상완근이 부풀어 올랐다. 핏줄이 툭 튀어나온 게 보인다. 근력이 본연의 힘을 발휘했다. 근력 만이 아니라, 내공까지 더했다. 온몸에서 넘치는 힘을 이용해 창을 붙잡고 몇 번이나 내질렀다. 파바바밧! 나아갈 땐 날카롭고, 물러날 때는 빨랐다. 그야말로 신속의 움직임으로 수십 차례의 찌르기를 보여 줬다. ‘대단하군!’ 주서천이 순수하게 감탄했다. 창은 길면 길수록 다루기도 어렵고, 기동성이 떨어진다. 또한 무거워지니 속도도 느려지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맹강의 창은 그러한 단점이 하나도 없었다. 도리어 보통의 창보다 길지만 움직이면 우레와 같았고, 그 움직임은 흔들리지 없는 산이나 다름없었다. ‘후웁!’ 기감을 활성화한다. 몸의 감각이 예민해졌다. 시각과 청각 등이 창의 정보를 받아들이고 관측한다. 주서천의 검도 창의 움직임에 따라갔다. 생채기조차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전부 쳐 냈다. 채채채챙! 빛과 빛이 선을 그려 냈다. 하나의 선은 둘이 되고, 둘은 여러 개로 나누어져 허공을 그렸다. 그러나 그 선은 상대에게 닿지 않았다. 닿기도 전에 허공에서 부딪친 또 다른 선에 의하여 사라졌다. 째앵 – ! 검격과 창격이 크게 부딪쳤다. 수를 셀 수도 없는 부딪침 중 하나, 불꽃이 크게 튀면서 둘이 물러났다. “미친놈!” 이걸 전부 막아? 맹강이 뒷말을 삼키면서 기가 질린 표정을 지었다. 검과는 다르다. 창에는 자신이 있었다. 심지어 봐주지 않고 전력을 다했거늘, 죄다 막았다. 손에 땀이 맺힐 정도로 최대한의 빠르기였다. 그것이 막힌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어떻게 막을 수 있는 거지?’ 맹강은 의아해했다. 빠르기만 했다면 이렇게 놀라지는 않는다. 창에 실린 공력도 적지 않았고, 움직임이 변화무쌍하고 끊임이 없는 이화창도 그 묘리가 보통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화경의 경지가 아닌가. 반응 속도에서부터 내공의 순환, 근력이나 순발력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아무리 영약을 밥 먹듯이 처먹고 내공을 쌓았다 할지라도, 그것만으로는 화경에 맞대응할 수는 없다. ‘아니, 이제는 아무래도 좋다.’ 죽인다! 그 일념에 모든 걸 집중했다. 살심이 피어오르고, 기가 되어 압박해 왔다. 웬만한 고수조차 버티기 힘든 압박이었다. 주서천이 잠시 멈칫한다. 맹강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맺혔다. 타아앗! 맹강이 앞으로 쏘아졌다. 여전히 번개와 같은 몸놀림이다. 정말 창을 들고 있는 게 맞을까 싶은 움직임이었다. 아무렇게나 자란 수염이 바람에 흩날린다. 눈썹도 수염에 맞춰 움직였다. ‘온다!’ 주서천이 무릎을 슬쩍 굽혔다. 검을 쥐고 있던 손에도 힘이 더해졌다. 내공의 순환 속도가 신속해졌다. 붕! 부웅! 맹강의 창이 원을 그리듯 돈다. 붉은 천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시선을 끌었다. 창극과 창영, 두 가지의 잔상이 현혹하려 들었으나, 주서천의 시선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놓치지 않겠다는 듯, 오직 창극만을 잡는다. 그 덕에 잔상 속에서 맺히는 창강(槍窟)을 발견했다. ‘나왔다!’ 최초로 노렸던 수가 나왔다. 맹강의 눈에서 과신이 감돌자 이때다 싶어 검을 힘껏 내리 베었다. “멍청한 놈! 끝이다!” 맹강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호기롭게 외쳤다. 째앵! “뭔……!” 맹강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입이 벌어졌다. 파죽지세로 진격하던 창이 멈췄다. 원래라면 멈추기는커녕 상대의 검이 잘려 나가야만 했다. 설사 만년한철로 제련한 검이라도 이렇게 버티지는 못한다. “설마!” 보다 견고해진 기의 덩어리가 부딪쳤다. 그 여파가 창대에서 손으로 전해져 파르르 떨렸다. “화경이라고……!” 맹강의 입에서 불신과 경악으로 물든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후웁!’ 주서천은 그 잘난 입을 나불대지 않았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반격에 나섰다. 창이 내리쳤던 검은 이미 회수됐고, 손목을 빙글 돌려 고쳐 잡아 그대로 혼신의 찌르기를 선보였다. 쐐-액! 검극이 한 자루의 창이 된다. 그동안 보여 줬던 맹강의 찌르기와 견주어도 전혀 지지 않은 기세였다. 자하검결이나 이십사수매화검법의 절초는 아니었지만, 순수한 근력과 내공으로 이룬 일격이었다. 바람 소리를 내고, 대기를 둘로 가른다. 희미하게 띠는 자색의 빛줄기를 그려낸 궤적이 나아갔다. ‘안 돼!’ 맹강의 안색이 백지장처럼 창백해졌다. 손 놓고 가만히 구경만 하는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