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canic Age RAW novel - Chapter (155)
통제를 한 사람으로 인해 잃게 되었다. “본 회의 영약을 훔쳐서 달아난 도둑놈, 흉마의 무덤을 무너뜨린 도굴꾼, 그리고 화산파의 주서천.” 암천회주가 권좌에서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그 위압감에 칠성사의 여섯 명이 목을 자라처럼 움츠렸다. “그 셋을 잡아 족쳐라.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잡아 와라. 생포하지 못하면 죽여서라도 데려와라.” “존명!” 여섯 명밖에 남지 않은 칠성사가 답했다. ‘죽여 버리겠다.’ 천기가 이를 뿌드득 갈았다. 그 눈은 걷잡을 수 없는 분노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아니, 죽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일이건 간에 흔들리지 않던 이성이 처음으로 움직였다. 크나큰 감정의 파도에 버티지 못한다. ‘가족이건 연인이건 친구건, 하나부터 열까지 그놈들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모조리 , 모조리, 모조리……!’ 모조리! ‘죽여 달라 빌 정도로 박살을 내주마!’ 시간이 흘러 십일월이 됐다. 알록달록하게 물들었던 단풍잎이 떨어지면서 바닥에 쌓인다. 그동안 맹강의 기록을 참조해 비밀분타를 찾았다. 정보에는 하오문과 유령곡의 도움을 받았다. 그중에는 분타가 아닌 곳도 있었다. 맹강 개인이 암천회의 분타로 의심 가는 곳을 적어둔 것이니 별 수 없었다. 시간을 들여 조사한 끝에 유력한 후보 몇 곳이 나왔다. 주서천은 그 중 한 곳을 골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니, 형님 저희 전에 훈훈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그러니 저 좀 내버려 두시면 안 됩니까? 왜 절 가만두지를 않습니까.” 제갈승계가 눈물을 글썽이며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분타를 습격할 인원이 정해졌다. 주서천과 낙소월, 그리고 제갈승계와 소령이었다. “그야 그곳에 기관이 있을 테니까.” 현대의 무림에선 사장된 것이나 다름없는 기관지술. 그러나 암천회는 자주 응용하곤 했다. 분타처럼 주둔지나 무언가 숨겨 두는 곳은 하나도 빠짐없이 기관을 설치해 뒀다. “기관이요? 그런 건 빨리 말씀하셔야죠.” 죽을 것 같이 싫은 표정이 단숨에 변했다. “암천회 그것들 그래도 보는 눈은 있네요. 암, 그래. 중원을 정복하려면 그 정도 기술은 있어야지!” 기관을 애용한다는 것만으로 평가가 높아졌다. “암천회에서 기관 구경시켜 준다고 하면 따라갈 놈일세.” “사형도 차암. 그럴 리가 없잖아요.” 낙소월이 쓴웃음을 흘렸다. “헉, 기관을 구경시켜 줘요……?” 제갈승계가 귀를 쫑긋 세웠다. “……” 주서천과 낙소월이 침묵했다. 두사람 다 눈이 시커멓게 죽어 있었다. “걱정 마세요.” 당혜가 조소를 흘렸다. “아무리 제갈 공자가 그 제갈세가가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머저리 같다 할지라도 애도 아니고 따라가겠어? 무엇보다 제갈 공자는 친구가 없잖아. 우리가 없으면 놀 사람은 물론이고 대화할 사람도 없을 테니까 분명 우리를 배신하지 못할 거야. 아, 제갈 공자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요? 그냥 사실을 말한 것뿐이니까요.” “……” 제갈승계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당 소저도 참. 그렇게 사실 폭력하지 말아 주세요. 제갈 공자님께서 상처 입으시잖아요.” “사, 사실……” 제갈승계가 낙소월의 말에 두 번째 상처를 입었다. ‘어찌 저리 잔인할 수가……’ 주서천이 낙소월과 당혜를 보고 탄식을 토해 냈다. “그나저나, 정말로 넷으로 충분하겠어?” 그래도 비밀 분타가 아닌가. 온갖 위협이 도사려 있을 것이 분명할 텐데 습격 인원이 너무 적어 보였다. “그래.” 사람들을 대동해 가 봤자 눈에 띈다. 안 그래도 얼마 전부터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진다. 적어도 분타의 습격 전에 신분이 노출되는 것은 삼가야만 했다. 무엇보다 그곳이 기관 천지라면, 자칫 잘못해서 기관을 잘못 발동하는 위협도 무시 못 한다. 사람이 많을수록 그만큼 변수가 따르는 노릇이니, 차라리 소수 인원으로 가는 것이 마음 편했다. “그럼, 자리를 비우는 동안 잘 부탁한다.” 일행은 인사를 끝내고 제남을 떠나 남하했다. 되도록 눈에 띄지 않으려 정체를 숨기고 움직였다. 마을도 웬만하면 들르지 않고 숲이나 산, 혹은 강가에서 잠을 청하거나 끼니를 때우곤 했다. 이동은 말이 아니라 경공을 택했다. 제갈승계의 경공이 낮긴 했지만, 그냥 걷는 것보다는 낫다. 무엇보다.그의 내공 수위가 그다지 옅지 않았다. 과거에 영약을 복용한 만큼 내공도 상당했다. 제갈승계가 도중에 온갖 불평을 했지만 깔끔하게 무시해 줬다. 덕분에 경공의 수련만큼은 확실히 했다. 싸우는 것을 못하면 도망치는 것이라도 잘해야 하지 않나.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혹독하게 수련시켰다. 꾸준하게 달린 덕분인지 며칠 지나지 않아 강소(江蘇)에 도착했다. 도적을 만난다거나, 혹은 시비가 걸리는 등의 일은 없었다. 은밀하게 움직인 덕이기도 했지만, 강소는 중원에서도 치안이 비교적 양호한 지역 중 하나였다. 남으로는 사도천의 세력권인 절강이 있었으나, 바로 옆 서쪽으로 무림맹이 위치한 안휘가 있었다. 무엇보다 강소의 남경(南京)이 명나라 초기의 도읍이었던 만큼, 관의 영향력도 남아 있었다. 여하튼, 이후로도 꾸준하게 쉬지 않고 이동한 덕분인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했다. 강소 남부의 운하(運河) 도시, 소주(蘇州)였다. 수나라 시절 대운하의 개통 이후로 크게 번영한 소주는 중원에서도 상당한 규모의 도시에 속했다. 남부의 장강 삼각주 평원 위에 위치해 있었고, 대운하와 외성하(外城河)가 성곽을 두른다. 예로부터 운하를 비롯하여 정원이 아름답고, 미인이 많았다. 토지는 비옥하여 생산이 풍부해 어미지향(魚米之鄕)이라 불렸다. 밤에 도착한 일행은 적당한 곳을 찾아 잠을 청한 뒤, 이튿날 아침이 밝자 소주에서 맛있기로 소문난 객점을 찾아 배부터 든든하게 채웠다. 그동안 요리라 할 것도 없이 적당히 사냥해서 배를 때우느라 미식(美食)에 굶주려 있었다. 식비는 충분히 있어 아끼지 않고 진수성찬을 즐겼고, 세 사람 다 만족했다. 소령도 평소의 유령 차림이 아니라 저잣거리의 소녀처럼 입히고 함께 먹었으나 별 감홍은 없어 보였다. “맛은 어때?” 그러고 보니 함께 다니면서 뭘 먹어도 아무 말이 없었다. 무슨 감상을 내놓을까 궁금해졌다. “민물고기를 사용했습니다. 그 외로는 소금을 비롯하여 각종 조미료를 사용했고, 독은 없습니다.” “……” 만약 방을 따로 잡지 않았더라면 숙수나 종업원의 얼굴이 일그러졌을 지도 모른다. 먹는 도중에 독의 이야기를 하다니, 실례도 이런 실례가 없다. ‘그나저나, 소주에서 붙은 건 없나.’ 들어온 이후로 비밀 분타가 위치한 도시라는 건, 다르게 말하자면 암천회의 소굴이나 다름없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여기까지 오며 최대한 조심했다. 숙소를 비롯해 객점에선 비싼 값을 치르고 방도 따로 잡았다. 행동반경도 좁았고, 시간도 짧았다. 밤에 도착해 짧게 자고 남들보다 빠른 시간에 끼니를 챙겼다. 주변을 경계했으나, 다행히 시선은 느껴지지 않았다. 소주에 온 이후로 기감을 최대로 전개했다. “좋아, 그러면 밤까지 기다리다 가보자.” 소주의 절경이나 특산품을 구경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런 목적으로 이곳에 온 게 아니다. 이렇게 약간이나마 휴식을 취한 것도 천선성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에 할 수 있었다. 그만큼 예사롭게 볼 수 없는 게 암천회였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비밀 분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소주의 명원(名園), 사자림(獅子林)이었다. * * * 등하불명(燈下不明), 등잔 밑이 어둡다. 소주의 비밀 분타에 제격인 말이었다. 설마하니 외진 곳이 아니라, 소주의 한가운데, 그것도 관리들이 넘나드는 곳에 있을 줄은 몰랐다. 원대 말기 쯤에 중봉신승이라는 승려를 추모하려고 건립된 대형 정원은 중원에서도 나름 이름 높았다. 그렇다 보니 침입도 쉽지가 않았다. 그래서 일부러 야심한 시각까지 기다려 축시(丑時) 무렵, 달이 구름에 가려진 순간을 노리고 사자림으로 잠입했다. 대문 격인 문청(門廳)이 아니라, 경비가 허술한 곳을 노리고 최대한 기척을 지운 채 담장을 넘었다. 유령선공이 이곳에서 진정한 위력을 발휘했다. 제갈승계의 경우 보법이 서툴러 주서천이 옆구리에 끼고 움직였다. 유령보의 효능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경비의 눈을 피할 정도는 충분히 됐다. 중심 건물인 지백헌(指柏軒)부터 시작해 이곳의 대형 정원을 가로질러 곧장 사자림으로 향했다. 일각도 되지 않는 시간에 숨도 참아 가며 움직였고, 도중에 다리를 지나 사자림에 겨우 도달했다. 태호석(太湖石)으로 된 사자들의 형상과 돌로 된 산이 어울려 기기묘묘한 경관을 자아내고 있었다. 돌로 쌓아 올린 이 산의 밑에는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미로의 동굴이 있었다. ‘정말로 기괴한 곳이로군.’ 주변이 온통 사자로 된 가산 밖에 없었다. 한둘도 아니고 수백 개가 이어지니 정말로 기이한 곳이었다. ‘승계야. 그다음은 어디냐?’ 분타가 사자림에 숨겨져 있는 건 확실한데, 입구가 어디인지는 몰랐다. ‘여기입니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그 입구도 기관으로 되어 있다면, 제갈승계의 눈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제갈승계가 걷던 도중 동굴의 벽면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주서천은 눈을 마주쳐 고개를 끄덕였고, 제갈승계는 동굴의 벽면을 눌러 옆으로 조심스레 밀었다. 어떤 처리를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문이 열리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어때 괜찮냐?’ 주서천이 제갈승계의 어깨를 툭툭쳐서 물었다. ‘네, 괜찮은 것 같습니다.’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그래도 아직 웃기에는 이르다. 소리를 최대한 죽이고 조심스레 진입했다. 전원이 다 들어온 뒤 석벽을 닫았다. 혹시 몰라 외부에서 열린 걸 발견한다면 여러모로 곤란하다. “후아, 이제 숨 좀 돌리겠군.” 주서천이 지친 목소리로 숨을 내뱉었다. 내부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어두컴컴했다. 품 안에서 손바닥만 한 야명주를 꺼내 주변을 밝혔다. “어?” 제갈승계의 목소리였다. 무슨 일인가 하고 야명주를 비춰 봤다. 그러나 그 표정이 별로 좋지 못했다. “왜 그……” 주서천도 말을 멈추고 얼굴을 굳혔다. “이건……!” 낙소월의 눈이 커졌다. 천장을 비롯하여 벽면과 지면에는 인위적으로 뚫어 둔 무수한 구멍이 보였다. 야명주의 빛은 그 구멍을 통해 흘러들어 갔고, 그 위로 선 같은 것이 그어진 게 보였다. ‘아뿔사!’ 실수였다. 이런 게 있을 줄은 몰랐다. 아무리 제갈승계라고 할지라도, 보이지 않는다면 알아보기 힘들다. 눈이 조금이라도 어둠에 익숙해졌더라면 알아됐을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으니 문제였다. 눈앞에 입구가 보이자 급한 마음에 자세히 검토하지도 않고 들어온 것이 문제였다. 아니, 무엇보다 야명주부터 꺼내든 것이 실수였다. 기를 시각으로 순환해 어둠에 익숙해져야 했다. “아니, 애초에 이곳은……” 제갈승계가 주변을 둘러봤다. 그 눈동자는 주변을 파악하는 데 힘쓰고 있었다. “뛰어!” 주서천이 제일 먼저 몸을 날렸다. 멀뚱히 서 있는 제갈승계를 옆구리에 끼고, 보법을 최대로 펼쳤다. 그 뒤로 낙소월과 소령이 뒤따랐다. 스릉-! 무언가가 스쳐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홱 돌려 보니 입구의 천장에서 칼날이 떨어졌다. 일반적인 검의 날 같은 것이 아니라, 낫처럼 흰 날이었는데 그 크기가 통로를 가득 메울 정도였다. 그것이 하나둘씩 떨어지나 싶더니만, 무서운 속도로 천장과 벽에서 치솟으며 통로를 메웠다. “정면, 지면 오 척!” 제갈승계가 온 감각에 집중했다. 내공을 끌어 올려 시각과 청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