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canic Age RAW novel - Chapter (167)
이름에 걸맞게, 이 무공을 대성하면 주변의 일정한 영역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그 원리나 구조를 보자면 단순하다. 신체 내부에 쌓은 내력을 외부에 대량으로 방출해, 대기를 조종하여 제 몸을 강화하고, 적수는 약화시키는 것이었다. “끄으으윽……!” 임초건이 과거에 있었던 안 좋은 기억을 떠올리며 힘겨워했다. 육체의 통제가 벗어난 이 감각을 싫어한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패도제공인가……!” 갈홍석이 짐짓 감탄사를 흘렸다. 적수를 눈앞에 둔 상황이어도 무인으로서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크하압-!” 사람, 아니 재앙에 가까운 괴물이 그들을 덮쳤다. 한편, 내각이 아닌 외각은 몇백 명이 뒤엉켜 싸우느라 상황이 숨 가쁘게 흘러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천주 측이 압도적으로 불리했다. 습격도 습격이지만, 사기가 생각 이상으로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궁귀검수의 등장으로 인해 상황은 급변했다. “화경의 고수라고? 그래 봤자 족보없는 놈일 뿐!” 이장도가 우습다는 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쌍아랑대(雙牙狼隊)!” 파바밧! 십 인의 고수가 이장도 뒤로 정렬했다. 전원이 절정의 고수로 구성된 쌍도문의 정예였다. 무공만 강한 것이 아니라, 생사를 넘나드는 무수한 실전으로 단련된 무인들이다. “화경의 할아비가 온다 할지라도 쌍아랑대를 이기진 못한다. 이 어금니로 갈기갈기 찢어 주마.” ‘쌍아랑대라……’ 이장도가 자신만만해하는 것도 이상하진 않다. 쌍아랑대의 명성은 전생과 현생에서도 제법 높았다. ‘엉덩이에 힘 좀 줘야겠군.’ 본연의 무위라면 충분히 상대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궁귀검수로서 연기를 해야 한다. 화산의 검을 쓰지 못하고 오로지 만중검만으로 쓰러뜨려야 하니 조금은 긴장됐다. 그러나 뒤편의 불안해하는 이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보이려고 자신감 있게 말했다. “쌍아랑대라 하면 내 상대로 부족함이 없다.” “이제 보니 입만 산 놈이었구나!” 이장도가 어이없다는 목소리로 외치며 몸을 날렸다. 그 뒤로 십 인의 쌍아랑대원들이 따랐다. 언뜻 보면 마구잡이로 달려든 것 같지만 전혀 아니다. 잘 보면 연계할 수 있도록 적절한 위치를 잡았다. 파바바밧! 이장도의 쌍도가 허공에서 잔상을 남기면서 쏟아졌다. 사방팔방으로 흩날리는 칼이 제법 매섭다. “흐움!” 도격이 정신없이 빗발쳤지만, 위협적이진 않다. 눈동자를 굴릴 것도 없이 전부 쳐 냈다. 공격이 하나도 성공하지 못했으나, 이장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도리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멍청한 놈!’ 처음부터 전력으로 쏟아 낸 건 쓰러뜨리려고 한 게 아니었다. 쌍아랑대의 빈틈없는 포위를 위해서였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우리 밑으로 들어와라. 마지막 자비다.” “우리?” “사도팔문, 아니 사도사문이다.” 이장도가 팔을 크게 벌리며 과장스럽게 웃었다. “하하하!” 주서천이 이장도를 따라 하듯 웃었다. “뭐가 그리 웃기지?” “됐다. 말해 봤자 어차피 믿을 것도 아니니까.” 사도사문의 뒤에는 암천회가 있다. 그것도 모르고 자기들 세상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으니 웃음이 나왔다. “멍청한 놈. 살 기회를 줬더니 그걸 걷어차는구나!” 이장도가 눈썹을 사납게 치켜떴다. 주름진 그 얼굴은 노기로 잔뜩 일그러졌다. “죽여라!” 처형 선고가 내려졌다. 절정의 고수들이 동시에 움직였다. 파바바밧! 햇빛이 반사된 도신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한 사람당 하나가 아닌 둘이니, 종합 스무 개의 도격이었다. 휘익! 오직 한곳을 노린 공격 속, 주서천이 제자리에서 뛰었다. 그가 있던 곳에 칼이 교차했다. ‘어리석은 놈!’ 이장도가 주서천을 비웃었다. 곤륜의 운룡대팔식을 수련하지 않은 이상, 공중에서의 방향 전환이나 움직임은 마음대로 못 한다. 대부분의 무인들이 동시에 쏟아진 공격 에 당황을 금치 못하고 공중으로 뛰어오르고, 죽는다. 쌍아랑대원은 적수의 움직임을 예상했다는 듯, 물처럼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위를 향해 수직선을 그었다. 그냥 휘두른 것만이 아니다. 도기를 실었다. 수십 마리의 연어가 강을 거슬러 올라가듯 칼을 올렸다. 이장도는 주서천이 수많은 칼날에 난도질당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하압!” 고막을 후려칠 정도로 힘찬 기합이 터져 나온다. 채재재재챙! “허, 헉?” 이장도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몸을 둥글게 두른 강기의 막이 쌍도를 빠짐없이 막아 냈다. 유형화된 걸 보면 순도가 보통이 아니었다. ‘마, 말도 안 돼!’ 너무 놀라 몸이 일순간 굳었다. 게다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호신강기로 막대한 내공을 소모했을 주서천이 공중에서 검을 휘둘렀다. 부웅! 철검이 반원을 그렸을 때, 이미 쌍아랑대원의 반이 피를 흩뿌리고 바깥으로 나가떨어졌다. ‘안 돼!’ 나머지 반이 급히 수비세를 취했다. 역시 괜히 정예가 아니라는 듯, 판단력이 정확하고 빨랐다. “크윽!” “큿!” 아슬아슬하게 치명상은 피했다. 중검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 단전이 약간 아픈 정도로만 끝냈다. 처음에 공격을 허용한 쌍아랑대원은 목이나 가슴에서 솟구치는 피를 멈추려고 발버둥 쳤다. “과연, 쌍균도법(雙均刀法)!” 주서천은 휘두른 검을 양손으로 고쳐 잡았다. 사파의 무공은 대부분이 패도적이고 공격적이다. 그러나 쌍도문의 쌍균도법은 좀 다르다. 우도이건 좌도이건 간에 한쪽으로 공격을 맡고, 한쪽으로는 수비를 맡아 공수를 번갈아 했다. 안정적인 도법이다. “하지만!” 그러나 중검을 상대론 상성이 좋지 못하다. 차라리 방어하지 않고 회피하는 것이 나았을지도 모른다. 양손으로 쥐고 막아도 힘들 터인데, 양손으로 분산된 쌍도로 방어하려고 하니 버틸 리가 없었다. 주서천이 왼발을 내디딘다. 팔과 어깨를 뒤로 내빼면서 양손에 쥔 철검을 뒤로 쭉 뺐다. 전부 뺀 건 아니다. 자세를 바꾸지도 않았다. 허리만 반쯤 꼰 뒤, 철검을 있는 힘껏 휘둘렀다. 콰과과과과! 공기가 터진다. 대기가 짓뭉개지고 갈라진다. 배나 되는 무게가 모든 걸 집어삼키며 적들을 덮쳤다. “커허억!” 도기를 둘렀지만 무의미했다. 막는 것까진 성공했지만, 쌍도와 함께 몸이 밀려서 날아가 버렸다. 그 옆이나 뒤에 있던 쌍아랑대원도 마찬가지였다. 부대 아니랄까 봐 운명을 함께하듯 같이 밀려났다. 파스슷. 하체에 힘을 주고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으나 조금도 버티지 못했다. 척추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으아악!” 살아남았던 나머지 반도 그대로 나가떨어졌다. 바닥을 처참하게 구르면서 먼지구름이 피어올랐다. “뭐 저따위로 무식한……!” 나각이 그걸 보고 입을 떡 벌렸다. 저런 무공이 있다는 건 들어 본 적도 없었다. 놀라는 사이 주서천은 철검을 고쳐 잡고, 태양을 가릴 정도로 높이 뛰어올랐다가 검을 내리쳤다. 쿠아아앙! 만중검의 수법으로 고속으로 떨어졌다. 사람이 아니라 철퇴가 떨어진 듯했다. 철검이 지면을 내려찍은 순간 바닥이 거꾸로 솟고, 밑의 바위들이 쪼개지면서 비산해 흩뿌려졌다. 낙하한 장소를 중심으로 원형으로 거미줄처럼 금이 갔다. 고통으로 가득 찬 비명은 없었다. 소리를 지를 겨를도 없이, 낙하한 검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그, 그런……” 딱딱딱! 이장도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거세게 흔들렸다. 입은 떡 벌어진 채 닫힐 생각을 안 했다. 도를 쥔 손가락은 힘없이 벌어지려 했고, 오금이 저리는 듯 다리를 후들후들 떨었다. 쌍아랑대. 사문이 자랑하는 정예가 눈 깜짝할 사이에 전멸했다. 그것도 별다른 상처도 입히지 못했다. 궁귀검수가 고수란 건 알았지만, 설마하니 이 정도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허미……” 누군가에게서 놀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이내 함성으로 변해 천지를 뒤흔들었다. “와아아아아!” 궁귀검수! 궁귀검수!” “궁귀검수 만세! 사도천주 만만세!” 아군은 환호하고, 적군은 좌절했다. “가자! 이 기세를 몰아 적들을 내쫓아라!” 주서천이 이때다 싶어서 달아오른 열기에 숨을 불어넣었다. 눈앞의 이장도에게 기습적으로 날아가 일격을 꽂아 넣었다. “캬아악!” 화경의 고수가 비록 장기는 아니나, 그래도 전력을 쏟아 부었다. 겁먹은 상태에서 제대로 막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쌍도문의 장로가 허무하게 당한 걸 본 적군들은 목을 움츠리고 뒷걸음질 쳤고, 아군은 밀어붙였다. 전장의 판도가 눈 깜짝할 사이에 뒤집혔다. “사파의 영웅을 따르라!” 누군가가 외치자 ‘따르라!’ 라는 말이 메아리처럼 전장에 울려 퍼졌다. 주서천은 상징이라도 보여 주듯, 검을 잠시 거두고 화살을 시위에 걸어 쏘았다. 사도천 본부 경비대 소속 무사가 있다. 이름은 막두로 조금 있으면 마흔한 살이 된다. 지도에도 없는 시골에 태어나 배를 굶으며 살아왔다. 아버지는 험한 일을 맡아 하다가 사고로 목숨을 잃으셨고, 어머니는 홀몸으로 자식들을 키우다 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 이남삼녀 중 장남인 막두는 동생들을 먹여 살려야 했고, 농사로는 불가능하단 걸 깨닫고 강호에 나갔다. 처음에는 낭인으로 떠돌다가 운이 좋아 사도천 소속 무사의 눈에 띄어 제자로 들어갔다. 정말로 열심히 살았다. 동생들을 어떻게든 먹여 살리려고 벽곡단으로 배를 채우며 수련에 집중했다. 노력이 있어서 그런지 서른이 되기 전에 이류에 올랐다. 그리고 마흔이 될 무렵에 겨우 일류를 이뤘다. 늦게나마 혼례도 올렸다. 흔히들 말하는 여우 같은 부인과 토끼 같은 자식도 있었다. 그러나 부인의 건강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 몇 년 전부터 시름시름 앓더니 병에 걸렸다. 한창 놀고 웃을 나이의 아이의 얼굴에 걱정과 울음이 차기 시작했다. 고생만 하다 떠난 어머니가 떠올랐다. 희생하다 떠난 아버지가 생각났다. 처음이자 마지막인 사랑을 이대로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다. 위험한 대신 수당이 좋은 임무를 맡게 됐다. 그러나 약값이 정말 많이 들었다. 신의를 찾아가려 해도 사도천의 경비대 무사 입장으론 불가능했다. “여보, 전 괜찮아요. 약값도 많이드는데……” 부인은 자기는 괜찮다면서 손을 잡아 주었다. 애가 아직 두 살배기이니, 아이에게 신경 써 달라 말했다. 마음이 아팠다. 무능력한 자신이 싫었다. 그래서 더더욱 열심히 돈을 벌었다. 평생을 함께할 사람을 떠나보내고 싶진 않았다. 막두의 노력에 하늘도 감동한 것인지, 부인의 병도 차츰차츰 나아지기 시작했다. 아이도 웃기 시작했다. 이제 막 가정에 빛이 들기 시작했다. 불행은 끝나고 행복해질 때가 됐다. 그리 생각한 게 나흘 전이다. 담리백이라는 난봉꾼이 야수문, 술진문, 쌍도문, 내단검문과 함께 습격해 왔다. 몇 배나 되는 숫자다. 도저히 이길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러나 부인과 자식이 떠올라 물러날 수는 없었다. 반격에 나섰다. 조족지혈(鳥足之血). 아무리 불굴의 의지가 있다 해도 한계가 있었다. 이렇게 죽나 싶어 포기한 순간. “가자! 이 기세를 몰아 적들을 쫓아내라!” 고수가 나타났다. 아니, 영웅이 나타났다. 영웅지에서나 등장할 법한 인물은 아니었다. 어떠한 이념이 존재하는 숭고한 전투도 아니었다. 그저, 사익. 욕망에서부터 시작된 내전에 참전한 것에 불과하나, 막두에게는 충분히 영웅으로 보였다. “사파의 영웅을 따르라!” 궁귀검수. 그 별호를 똑똑히 기억하며 도를 들었다. 불과 일각 전까지만 해도 도망갈 궁리만 하던 경비대가 처음으로 열기로 가득한 함성을 내뱉었다. 이마에서 흐르는 피를 닦고, 허리의 흉터를 대충 지혈한 뒤 소리를 지르면서 칼을 휘둘렀다. 막두를 시작으로 사도천 무인들이 반격에 나선다. 인원은 적었으나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투기를 뿜어냈다. 방금 전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