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canic Age RAW novel - Chapter (176)
꽂혀 있는 게 보였다. “독침입니다! 조심하십시오!” 남만은 독과 주술, 야수를 이용한다. 그중 독은 중원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독혈곡이라 일컬어지는 애뇌산에서 등장하는 독물들도 이곳, 남만에서는 흔하게 발견된다. “후웁!” 숨을 들이쉬자 근육이 부풀어 올랐다. 피가 빠르게 돌면서 머리가 뜨거워졌다. 단전이 끓어올랐다. “어딜!” 왼발을 내디디고, 애검인 태아를 있는 힘껏 휘둘렀다. 한 손도 아닌 양손, 만중검이다. 부웅! 무게가 실린 검. 중검을 휘두르자 그만큼 검압도 늘어났다. 압력이 뭉쳐서 바람이 되어 돌풍이 됐다. 대기를 짓누르는 묵직한 파공음이 터지면서 검풍이 뿜어져 나와 앞에 있는 모든 걸 쓸어버릴 기세로 쏟아졌다. 쿠아아앙! 검풍만으로 폭발이 일어났다. 앞에 있던 거목이 흔들릴 정도의 위력이었다. 수풀은 둘로 나누어지며 뜯어졌다. 그 사이에 숨어 있던 식인 부족 둘이 벌러덩 넘어져 굴렀다. ‘과연 , 생각한 대로의 위력이다. 실을 수 있는 무게도 증가하고, 보다 안정적이야. 무엇보다 철검이 아닌 태아를 쓰니 무리를 할 필요도 없다.’ 주서천이 스스로 놀라워하면서 흡족해했다. 고생해서 철포삼을 수련한 보람이 있었다. 사실 , 몸이 단단해지는 것보다는 만중검을 보다 완벽하게 펼치는 것에 의의가 컸다. “어딜!” 식인 부족이 다시 일어나려 하자, 주서천이 어림없다는 듯 땅을 박차고 뛰쳐나갔다. 또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 빨리 처리할 셈으로 거리를 좁히려 하자, 근처에서 움직임이 또 포착했다. 방금 전에 두 명이 당하자, 근처에 있던 양쪽 수풀에서 한 명씩 나와 측면에서 공격해 왔다. 동시에 넘어져 었던 식인 부족도 벌떡 일어났다. ‘과연, 낚시인가!’ 완전히 일어나기 전에 달려오게 만들어 순식간에 끝내는 거겠지. 전술은 칭찬할 만했다. 그러나 그 정도야 주서천도 경계했다. 아니, 애초에 경계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전혀 위험하지 않았다. 양손으로 쥐었던 검을 한 손으로 잡고, 만중검 대신 실로 오랜만에 이십사수매화검법을 펼쳤다. 파바밧! 검 줄기가 화려하게 내뿜어졌다. 식인 부족 입에서 놀란 목소리가 났지만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비록 쾌검은 아니지만 화경의 검수가 힘껏 펼친 만큼 그 속도가 보통이 아니었다. 주변이 조각났다. “크아악!” 사냥감을 노리던 식인 부족 넷이 순식간에 당했다. 주서천은 목숨이 끊긴 것을 확인하자마자 등을 돌려 외쳤다. “수림은 그들의 영역이오! 괜히 무리해서 끌려가지 말고, 서로를 의지한 채 침착하게 대응하십시오!” 상황이 상황인지라 경어는 생략했다. “큭!” “커컥!” 그러나 부상자가 속출했다. 낚시에 걸린 건 아니다. 수풀 사이에서 날아오는 독침에 맞아 쓰러졌다. “당가의 무사가 독침에 이렇게 쉽게 당한다고?” 당염이 어이없어했다. 굳이 직계나 방계 혈통이 아니라 할지라도, 당가의 무사들은 독과 근접해 있어 내성이 자연스레 높다. “감히, 누구 앞에서……” 당염뿐만 아니라 당혜도 자존심이 상했다. 당가가 독침으로 농락당한다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중원의 독을 보여 주마!” 당혜가 오른손을 쭉 뻗었다. 크게 부풀어진 소매 안에서 암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러나 암기를 쓰기에는 주변 환경이 좋지 못했다. 아무리 정확한 명중을 자랑한다 할 지라도, 무식할 정도로의 커다란 거목이나 잎사귀, 그 외에도 덩굴이 방해하다 보니 변수가 너무 많았다. 게다가 식인 부족이 수풀을 통해 이동하니 거의 무의미했다. 그래서 주서천도 검을 휘두르는 데 방해가 될 것 같아, 검풍으로 앞에 있는 수풀부터 뜯고 시작했다. 열대 기후, 숨이 막히는 열기와 습기, 쉴 틈 없이 달려드는 벌레와 독물, 그리고 빽빽한 지형지물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식인 부족까지 공격해 오니, 남만은 그야말로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괜히 관부나 중원 무림이 남만에 진출하지 않은 게 아니다. 환경이 척박해도 너무 척박했다. 이런 곳에서 사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 “기다려!” 주서천이 사고가 나지 않도록 얼른 나섰다. 똑같이 검풍부터 날려 수풀부터 뜯거나 밀어 버리고, 화산의 검으로 세 명을 순식간에 처리했다. “일부러 놓친 거야?” 당혜가 한 명이 도망가는 걸 보고 물었다. “그래 . 소굴을 알아야 하니까. 쓰러진 무사들에게 해독제 놓아 주고, 챙겨서 얼른 가도록 하자.” 화인의원이 괜히 주서천에게 도움을 요청한 게 아니다. 남만의 환경과 무서움을 알고 있기에, 당가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느끼고 그를 찾았다. “무사할까?” “점창파가 없다면 수색은 더더욱 힘들어질 거야. 부디 살아 있기만을 바라야지.” 그리고 신의도 식인 부족에게 붙잡히지 않았기를 바랐다. 그거야말로 최악의 경우였다. 대수림의 깊숙한 곳. 울창한 수목들을 지나면 고대로부터 내려져 온 사원이 존재했다. 어찌나 오래되었는지 곳곳에는 이끼로 가득했지만, 흘러간 세월이 무색할 만큼 어마어마한 위용을 자랑했다. “점창파가 이리 쉽게 당하다니……” 보름 전, 운남의 최남부 마을에서 당가와 매화정검을 기다리는 동안 먼저 탐사를 행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딱히 문제 될 건 없었다. 옛적부터 운남과 남만을 오가는 자에게 돈을 주고 안내를 받았다. 길을 잃을 염려도 없었고, 헛고생도 하지 않았다. 적당한 곳에 도착해 주변을 정리하고 진지를 구축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다음이 문제였다. 식인 부족의 습격. 남만의 주요 부족에 대해선 알고 있었다. 나름대로 대비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문제였다. 점창파는 과한 자신감에 차 있었다. 식인 부족은 생각 이상으로 강했다. 중원에서 볼 수 없었던 무공과 독, 그리고 주술은 압도적이었다. 결국 구파일방, 아니 정파 무림 중에서도 실전에선 상위에 속한다는 점창파조차 당해내지 못했다. 신의의 수색대에 뽑힌 제자들만 오십이었는데, 그중 열이 죽고 나머지 마흔은 산 채로 붙잡혀 왔다. “풀어 줘! 우리가 누군지 아느냐!” “비겁한 놈들! 산공독을 쓰다니!” 정신을 차렸을 때는 쇠창살 안에 있었다. 무공을 쓰려고 해도 독 탓에 내공을 끌어 올릴 수가 없었다. ‘이대로 끝이란 말인가?’ 식인 부족의 습성은 알고 있다. 그들은 이름 그대로 식인을 한다. 정체불명의 말을 중얼거리며 제사를 한 뒤, 달려들어 살점을 뜯었다. 그 생각이 드니 점창의 제자들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언제 죽을지 모르는 나날을 기다렸다. * * * 주서천은 식인 부족의 흔적을 찾아 기척을 최대한 죽이고 살금살금 걸었다. 수색대가 그 뒤를 따랐다. ‘그나저나, 소령을 아무도 눈치 못 채는구나.’ 소령을 눈치채면 어찌 설명할지 고민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초절정에 이르는 당혜나 당염조차 그녀의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괜히 유령이 아니다. 소령은 원래부터 유령곡 내에서 완성된 자객이기도 하지만, 주서천을 오랫동안 따라다니며 약간의 성취를 이루었다. 게다가 심심하면 검을 부딪치면서 수련을 했으니 성장할 수밖에 없었다. “아까 보니 식인 부족에 대해 잘 알고 있던 것 같은데?” 추격 도중 당혜가 궁금한 듯이 물어 왔다. “남만과 관련된 책을 읽었거든.” “그건 도움이 될 만한걸.” 주서천의 말에 수색대원들의 안색이 밝아졌다. 사람에게 미지란 공포이니, 적어도 그건 해결됐다. “그러면 뭘 조심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겠나?” 당염도 반색하며 주서천에게 물었다. “아까 전에 봤듯이 독침의 위력이 상당합니다. 남만의 지형을 자기 집처럼 사용해서 까다롭고요.” “그건 아까 우리도 봤네. 정말로 성가시더군.” 암기가 장기인 당가에게는 최악의 환경이었다. 지형지물이 전부 막아버리니 소용이 없었다. “그렇다고 접근전이 쉬운 것도 아닙니다. 그들은 전부 전투의 대가입니다. 이걸 보십시오.” 주서천은 식인 부족에게서 수집한 칼을 꺼내 보였다. “만도(蔓刀)?” 장도라기에는 짧고, 단도라기에는길었다. 길이는 중간 정도였으며 날이 살짝 굽은 것이 특징이었다. “남만에서는 밀림도(密林刀)라 불립니다.” 원래는 벌초 및 벌채를 위해 사용한 도구다. 날이 두껍고 튼튼해, 웬만한 걸 베어도 끄덕하지 않았다. 나무나 덩굴 등을 자를 용도로 만들었는지 파괴력이 엄청난데, 남만의 몇몇 부족들은 이걸로 사람을 쪼개는 용도로 즐겨 쓰기도 하였다. 그렇다 보니 후에는 무술로 연구되고 발달했다. “접근전에 자신이 있지 않은 이상, 적어도 세 명씩 짝지어서 한 놈을 공격하십시오.” “고작 한 명을 세 명씩이나 맡아야.하나?” 당염이 눈살을 찌푸렸다. 천하의 당가가 야만족 하나에게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 자존심이 상했다. “이곳이 중원이 아니라 남만이라는 걸 명심하십시오. 기후에 적응하지도 못해 제대로 된 힘도 내지 못하잖습니까. 그리고 이곳이 그들의 앞마당이란 것도 참조하셔야 합니다.” 일부러 괜한 자존심을 건들지 않으려고, 환경의 탓으로 돌렸다. 실제로 그런 연유도 있긴 했다. ‘하여간, 당가 놈들은 귀찮단 말이야.’ 당혜가 그중에서도 성격이 제일 더러운데, 직계나 방계도 마찬가지다. 하나같이 자존심만 드세다. 속도 좁아서 괜히 원한이라도 사면 잊지 않고 자식 대까지 이어져 온다. 귀찮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적당히 비위를 맞춰 줬다. 당혜만으로도 피곤하다. “누가 내 욕을 한 것 같은데……” 당혜가 매서운 눈썰미로 주서천을 슥 훑었다. “습기로 민감해진 모양이네. 기분 탓이야.” 주서천이 눈썹 하나 까닥하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 약 한 시진 정도를 걸었을까. 슬슬 숨이 거칠어질 때쯤, 수풀 너머에서 북소리가 들렸다. 둥! 둥! 두둥! 둥! 둥! 두둥! 대수림 전체에 울려 퍼지는 북소리. 앞으로 걸을수록 그 소리는 크게 퍼지며 고막을 때렸다. 이때부터 소리가 거의 나지 않도록 기어가듯이 살금살금 다가갔다. 들키지 않도록 수색대를 잠시 멈춘 다음, 혼자서 유령공을 운용해 잎사귀 사이를 지나갔다. ‘찾았다!’ 주서천이 소리 나지 않게 살짝 웃었다. 그의 시선 끝에는 수풀이 끝나고, 수림 한가운데 세워진 거대한 사원이 눈에 들어왔다. ‘많군.’ 아무래도 본거지에 온 듯했다. 식인 부족의 숫자가 대충 세어도 이백은 됐다. 많은 숫자였다. 그리고 무슨 의식을 하는 중인지, 경계도 삼엄했다. 화지 대신 신체를 써서 몸에 문양을 그려 둔 식인 부족이 밀림도나 창을 들고 곳곳에 있었다. ‘어디 있지?’ 혹시 몰라 점창파를 찾아봤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희망을 잃지는 않았다. 현재 있는 곳은 사원의 뒤편이다. 입구가 보이지 않았다. 아마 반대편인 정문에 있지 않을까 싶었다. 웅성웅성. 아직 주변을 살펴보고 있을 때, 사원의 너머에서 소란이 들렸다. ‘도망친 놈인가.’ 이곳까지 안내한 미끼가 상황을 알리고 있는 모양. 어차피 여기서 시간을 끌 생각도 없었다. ‘여기라면 당가도 마음껏 싸울 수 있다.’ 대수림 한가운데 있지만, 본거지라서 그런지 생활하기 편하도록 나무는커녕 수풀 하나 안 보였다. 당가를 신경 쓰지 않고 싸울 수 있다면 앞으로의 전투가 보다 쉬워지니 나쁠 건 없었다. ‘좋아. 그럼 이대로 간다.’ 주서천이 소령을 옆에 두고 뒤로 슥 물러났다. 그리고 스무 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서 수색대원들에게 간단히 작전의 개요를 설명한 다음 함께 이동했다. ‘스물일곱.’ 아까 독침을 맞고 쓰러진 인원은 근처 수풀 속의 나무 아래에 숨겨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