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canic Age RAW novel - Chapter (18)
아니니 걱정하지 말거라. 나도 있고, 귀주는 위험한 만큼 정파 고수들도 다수 포진되어 있으니까. 다치거나 죽을 일은 없단다.” 무인이 강호에 나간다는 건, 그동안 쌓은 무공을 사람에게 써서 실전 경험을 쌓는 걸 의미한다. 비록 유람하듯이 나온 것 같았지만 결코 아니었다. ‘중경!’ 장홍과 장서은은 귀주에 간다는 사실에 잔뜩 긴장한 듯했으나, 주서천은 아니었다. 그에게 중요한 건 귀주가 아닌 중경이다. 그곳에 그토록 찾던 게 숨겨져 있다. ‘삼안신투의 비고!’ 第十章수림구채(水林九塞) 동으로 호북(湖北), 서로 사천(四川), 남으로 귀주(貴州). 그리고 북으로 섬서(陝西). 사방으로 정파 세력권을 둔 곳이 바로 이 중경이다. 삼안신투의 비고는 이곳, 중경에 위치해있다. 구풍 일행은 섬서에서 똑바로 내려와, 중경에 도착하고 귀주를 향해서 똑바로 남하했다. 주서천은 비고가 위치한 지역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동행도 동행이고, 어차피 가봤자 진입도 힘들다. 괜히 신투의 비고가 아니다. 온갖 기관과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아직 주서천은 돌파할 수 없었다. 설사 돌파할 수 있다 해도, 그 많은 양의 보물을 옮기는 것도 문제다. 중경, 장강(長江) 호북에서 이어진 장강은 중경을 따라 사천에서 끝난다. 중경 지방 역시 장강으로 분리되어 있었다. 돌아가는 길도 있지만 그러면 정말 수십 일 이상 걸린다. 이번 강호행에 기한이 있는 건 아니었으나,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배를 타기 위해 포구(浦口)로 향했다. 참고로 여기까지 오는 데는 경공과 보법을 번갈아 사용했다. 특히 경공의 경우, 수련하기 위해서 장시간 동안 먼 거리를 이동하는게 효율이 제일 좋다. 평소, 화산파에서 수련할 경우 마음껏 달릴 장소가 없어 일정한 구간만 빙글빙글 돌아야 했다. 그에 비해서 중원은 보이는 곳이 달릴 곳이니 좋았다. 말은 타지 않고 경공만 사용해서 이동했다. “허, 듣던 대로 지닌 내공이 엄청나구나.” 이동하는 동안 구풍은 주서천을 보고 놀랐다. 장홍이나 장서은이 지쳐 쓰러질 때에도 주서천은 땀 한 방울 홀리지 않고 멀쩡한 모습을 보였다. 영약에 대해서는 워낙 유명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 힘을 두 눈으로 목격하니 신기했다. 도저히 열두 살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내공. 무시무시한 건 아직 한창 성장할 때라는 거다. “별거 아닙니다. 그저 운이 좋았을뿐입니다. 저 같은 것보다는 사형과 사저가 더 대단하십니다.” 주서천이 기진맥진한 장홍과 장서은에게 수통을 건냈다. 스스로를 낮추고 두 사람을 높였다. 연화각원들과는 괜한 싸움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평가 절하된 것, 더이상 내려갈 곳도 없으니 없는 자존심을 낮춰도 별 타격이 없었다. 실제로 그 행동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자신들이 이렇게 힘들고 지치는데, 무능하기로 소문난 사제가 아무렇지 않으면 자존심이 상한다. 장홍과 장서은은 성품이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고, 속도 좁지는 않지만 아직 아이이다. 아무리 일반 제자들에 비해 오성이 뛰어난 편이라 해도 그걸 전부 이해하고 포옹할 정도는 아니었다. 칠십여 년 넘게 산 인생이 어디가는 게 아니다. 조금 부족해도 남들 위에 있었던 경험이 있었다. 포구에 도착하니 무수히 나열된 편주(片舟 : 작은 배)가 보였다. 해가 중천에 떠오른 시간이라서 그런지 장강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일행이 포구 근처를 어술렁거리자, 선주(船主)들이 죽립을 들고 얼굴을 보여 호객 행위에 나섰다. “대협들 편안하게 모시겠습니다.” 편안하면 뭐합니까, 지루하지. “제가 이래 봬도 소싯적에 입담가로 명성이 자자했습니다.” 어디서 초면에 버릇없이 말을 걸려고 해? “어차피 스쳐 지나갈 인연인데, 쓸모없는 말은 걸지 마라!” ‘장강을 이렇게 볼 수 있다니……’ 주서천은 감회가 새롭다는 듯 주변을 슥 살폈다. 그 눈에 비치는 감정은 그리움이었다. 앞으로 이 년 뒤 비고가 발견된 이후로, 중경의 장강은 더 이상 유람할 수 없는 곳으로 변한다. 얼마 뒤에 일어나게 되는 전란의 시대 탓이었다. 장강 근처를 지나갈 때는 운치를 구경하기는커녕, 그 근처에서 강을 넘어올 적들을 경계해야만 했다. 모든 전쟁이 끝났을 때는 화산오장로가 되어 내실을 다지느라 바빠 섬서 근처에도 나가지 못했다. 장강의 운치를 제대로 감상했던 건 휴전 때 정도였다. 그 순간도 너무 짧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자리 좀 있소?” 잠시 동안 이어진 상념이 구풍의 목소리에 끝났다. “물론입니다.” 장죽을 입에 문 선주가 머리를 끄덕였다. 머리가 희끗한 노인이었으나, 양팔의 근육이 잘 단련되어 있었다. 노질을 오랫동안 했다는 증거다. 구풍은 선주의 손에 몇 푼 쥐여 주었다. “노인장께서 만족할 삯이라고 생각되오. 어떻소?” “무림인들은 장강처럼 마음이 넓다하더니만, 그 말이 사실인 것 같구려. 충분히 만족하니 앉으시오.” 선주가 턱짓으로 배의 위를 가리켰다. 구풍은 만족스러운 듯 씩 웃으며 배 위에 올랐다. 장홍과 장서은이 그 뒤를 부랴부랴 따랐다. 둘 다 배에 타는 건 처음이라 어색하면서도 신기해했다. 주서천도 여타 아이들처럼 조금 신기하다는 듯이 연기하며 배 위에 올랐다. 선주가 노를 힘껏 저어 포구를 떠났다. 배가 장강 너머를 향해서 움직였다. “어떤 배를 타야 할지 모를 때, 이 노인장처 럼 선주들의 팔 근육을 확인해 봐라. 얼마나 노를 저었는지 알 수 있으니까.” 장강이 워낙 크다 보니 건너려면 시간이 상당히 걸린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긴 대화가 이어졌다. 주로 구풍이 강호행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가르쳐 주었다. 장홍과 장서은이 귀를 기울였다. 주서천도 편주나 선주에 대한 건 경험이 없어 모르기에 귀담아 들었다. 반 시진 정도 지났을까, 강을 지나는 도중 강 다른 배들과 마주 보게 됐다. 그러나 일반 배가 아니었다. “구풍 사백, 저 배는 무엇입니까?” 장홍이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편주처럼 조각배가 아니라 제대로 된 배였다. 바다에서나 활약할 것 같은 전선(戰船)이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크기를 재면 길이는 사십 척, 너비는 십 척 정도될 듯했다. “사형, 돛을 보세요.” 장서은의 손이 검파(劍肥 : 칼자루)로 옮겨졌다. 그 시선 끝에는 돛에 새겨진 글자가 있었다. “호선(號船)이라고 하여, 전선의 일종이다. 그리고, 살의를 거두고 진정해라.” 구풍이 답해 주면서 장서은의 손목을 툭 쳤다. “하지만 ……” 장홍이 잔뜩 굳은 얼굴로 말꼬리를 흐렸다. 얼굴에서는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미련이 잔뜩 묻어났다. “지금은 내 말에 얌전히 따라라. 명령이다.” 구풍이 엄한 어조로 말하자, 장홍과 장서은도 별수 없다는 듯이 피어오르는 기세를 거두었다. 옆에서 노를 젓고 있던 선주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선주는 노를 반대 방향으로 저어, 앞으로 나아가던 배를 잠시 멈추었다. 그러자 멀리 었던 호선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호선 위에는 험상궂은 얼굴을 한 남자들 여럿이 있었다. 수염을 아무렇게나 덥수룩하게 기르고, 장대한 체구에, 얼굴에는 흉터가 가득했다. 그리고 다들 병장기를 손에 쥐고 있었다. 또 다른 공통점을 찾자면, 다들 청의 (靑衣) 차림 이었다. “화창한 날씨에 유람을 즐기고 있는데 잠시 멈춰 세워서 미안하오.” 수염이 제일 지저분한 남자가 나서며 포권으로 인사했다. 그 사나운 눈초리는 일행의 소매로 향했다. 남자는 소매에 새겨진 매화를 확인한 뒤, 최대한 차분하게 가라앉은 어조로 말을 이었다. “우리들은 장강을 수호하는 수림구채(水林九塞)의 무인들이요. 원래는 유상…… 아니, 무상으로 이 장강을 수호하고 있었으나 최근 자금난으로 곤란한 참이오. 괜찮다면 수호비로 몇 푼 좀 쥐여 줄 수 있겠소?” 남자의 말에서는 어딘가 모르게 어색함이 느껴졌다. 마치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착용한 느낌이었다. “장강을 수호하는데 그 정도야 얼마든지 낼 수 있지. 그러나 돈이 많지는 않으니 이 정도로 봐주시오.” 구풍이 은전을 엄지 위에 올려 두고 튕겼다. 은전이 공중에서 핑그르르 돌아가며 날아갔다. 먼저 말은 꺼낸 남자는 호선으로 날아온 은전을 익숙한 듯이 낚아채곤, 다시 포권으로 인사했다. “대화산의 무인들을 만나 영광이었소. 지나가시오.” “고맙소.” 구풍이 선주에게 눈빛을 보냈다. 선주는 청의인들에게 목례한 뒤, 노를 저어 배를 전진시켰다. 장홍과 장서은은 납득하지 못한 얼굴로, 또 잔뜩 화가 난 듯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둘은 당장이라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뭐라 말하고 싶어하는 눈치였으나, 구풍이 이를 제지했다. 선주도 그걸 보고 노에 힘을 가했다. 편주가 속력을 내며 호선에게서 떨어졌다. “사백!” 호선이 이젠 안 보일 정도로 멀어지자, 장홍이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언성을 높였다. “어찌하여 수적(水賊)들의 노략(擔持)질에 순순히 응하시는 겁니까! 하물며 저들은 적림십팔채(賊林十八塞)가 아닙니까!” “맞아요. 저들도 수림구채라고 분명히 말했는걸요. 정파인으로서 그냥 지나쳐서는 안 돼요!” 장서은도 장홍의 말에 뒷말을 붙였다. 둘 다 잔뜩 흥분한 듯 얼굴이 홍시처럼 붉어졌다. 이곳, 중경은 사방으로 정파에 세력권을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정파의 영향이 닿지 않는 곳이었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 등이 근처에 포진하고 있으나, 그 무력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세력이 존재한다. 바로 적림십팔채. 녹림구채(綠林九塞)와 수림구채가 모여서 생긴 도적들의 연합체 때문이었다. 참고로 녹림구채는 산적들의 연합체를 말하며, 수림구채란 수적들의 연합체를 뜻한다. 몇십여 년 전, 녹림도들과 수림도들이 관부나 정파 무림의 추격과 토벌에 대항하려 뭉친 곳이었다. 그 힘과 규모는 생각보다 상당하여, 정파 무림이나 관부들 역시 손쉽게 건들 수 없을 정도였다. 방금 전 장서은이 발견했던 돛의 글자에는 수림이라는 두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정파인으로서 수적 따위를 두려워 하다니요!” “아무리 수공(水功)을 배우지 않았다고 한들, 화산의 검 앞에서 도적 따위는 아무것도 아닙니……” “조용!” 구풍이 처음으로 언성을 높였다. 목소리와 눈에도 잔뜩 힘이 들어갔다. 그 박력에 선주가 몸을 움찔 떨며 노를 젓던 손을 멈췄다. “미안하오, 노인장. 둘 다 혈기가 넘쳐서 그렇소. 우리는 신경 쓰지 말고 계속 저어 주시오.” 구풍이 선주에게 말했다. 선주는 알겠다는 듯, 죽립을 눌러 쓰곤 다시 노를 젓는 데에 신경 썼다. “정말로 수적들을 두려워할 거라고 생각하느냐?” 구풍은 초절정 고수다. 아무리 물 위라고 해도, 일류도 되지 않는 수적들은 상대가 아니다. 호선으로 몸을 날려서 검을 몇 합 교환하면 전부 죽일 자신이 있었다. “싸우지 않고 수적들에게 몇 푼 쥐여 준 건, 그리하지 않으면 상당히 성가신 일이 벌어져서 그렇다.” “성가신 일……?” 장홍과 장서은이 머리를 갸웃거렸다. “우선, 아무리 나라도 수적들을 전부 놓치지 않고 제압한다는 건 장담할 수 없다. 왜인지 아느냐?” 구풍이 가만히 듣고만 있는 주서천에게 물었다. 주서천은 자신에게 질문이 돌아오자 살짝 당황했다가, 이내 침착한 어조로 또박또박하게 답했다. “수적들은 수영에 능하며, 또한 물 속에서 유리한 수공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 수공은 물속에서 자유롭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