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canic Age RAW novel - Chapter (186)
내뱉다니……” 당혜의 앞, 호위 무사 원대식이 앞장섰다. “독?” 나머지 아홉 명의 전사가 몸을 흠칫 떨며 급격히 멈춰 섰다. 본능이 머릿속에서 경고를 울렸다. “용서하지 마라!” “명!” 원대식이 앞장서자, 그 뒤로 당가의 무사들이 따른다. 당염 역시 수염을 휘날리며 독장을 날렸다. “크아악!” “아악!” 아홉 명의 전사 중 반절이 독에 중독됐는지, 복부를 부여잡고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그중 반은 가져온 가방에서 황급히 해독제를 꺼내 복용하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단하성의 검이 단죄하듯 그들의 목을 베었다. “크앙!” 야수 부족의 전사들은 죄다 하직했으나, 그 아래 타고 있던 늑대들은 아니었다. 아직 멀쩡했다. 주인을 잃은 슬픔인지 아니면 분노인지 모를 울음소리를 토해 내면서 원수인 단하성에게 달려들었다. 몸집이 일반적인 수준을 넘어서, 그 괴력이나 위압감이 보통이 아니었다. 그것도 네 마리나 됐다. “비켜.” 그러나 복수를 시도하기도 전에, 네 마리의 늑대는 몸이 붕 뜨면서 외부의 물리력에 날아갔다. 그냥 난 것만이 아니다. 바닥 위로 힘껏 던져졌다. 등 뒤로 ‘깨갱’하는 애처로운 비명이 들렸다. 주서천은 단하성을 지나쳐 마침 물어뜯길 위험에 빠진 연합군의 병사 뒷덜미를 잡았다. “우왁!” 병사가 놀란 목소리를 내며 뒤로 물러났다. 그가 있던 자리에 늑대의 입이 부딪치며 딱 소리를 냈다. “어딜!” 주서천이 오른손으로 주먹을 쥐고 대충 휘둘렀다. 빠아악! 철퇴가 된 주먹이 늑대의 머리를 후려쳤다. 두개골에 금이 가더니, 완전히 박살이 나버렸다. “응?” 예리해진 감각 속에서 무언가가 잡힌다. 몸을 날리려던 걸 멈춰 서서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쐐애액!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무언가가 유성처럼 궤적을 그려 내면서 날아오는 게 보였다. “화살?” 놀란 목소리가 절로 나왔다. 손이 반사적으로 움직여 목을 노리고 날아온 화살을 낚아했다. 남만에서 궁술은 사장된 기술이다. 아무도 쓰지 않는다. 그런데 화살이 날아왔으니 놀라울 따름이다. 어떻게 된 영문인가 싶어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살펴봤지만, 빽빽하게 자리 잡은 나무밖에 안 보였다. 혹시 하는 마음으로 눈에 내공을 불어 넣었다. 시력이 일시적으로 좋아지자 그 너머도 보였다. ‘궁수?’ 두꺼운 나뭇가지 위에 앉아 시위에 화살을 거는 궁수가 있었는데, 매를 연상시키는 가면이 특징이었다. “새의 힘도 빌릴 줄 알아?” 주서천이 짐짓 감탄하며 중얼거렸다. ‘날 봤어?’ 매 가면도 놀랐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그럴 리 없다고 부정했다. 목표물과의 거리는 결코 가깝지 않다. 부족 내에서도 이 정도 시력을 갖춘 사람은 자신 외에 없다. 아마도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확인한 것뿐이라고 생각하면서 바로 옆의 나무 위로 장소를 이동했다. 끼이이익. 화살을 시위에 다시 걸고, 힘껏 잡아당긴다. 방금 전에 막은 것은 우연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며 눈에 힘을 팍 준 순간, 매 가면의 숨이 멈췄다. 그 눈동자에 비친 건 목표물인 주서천이 아니었다. 직선을 그려 내며 날아온 비수였다. 푹! 외마디 비명을 흘릴 틈도 없었다. 나무 위에 있던 매가면이 이마에 비수가 꽂힌 채 뒤로 넘어졌다. 벗겨진 가면 사이로 드러난 표정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불신과 경악의 감정이었다. “대단하군……” 연합군의 천인장(千人將), 계달이 감탄했다. 그의 눈에 비치는 건 중원의 무림인, 그중에서도 압도적인 무위로 날뛰고 있는 주서천이었다. 식인 부족에 대한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말해서 그대로 믿기에는 힘들었다. 예부터 청화 지방의 지휘관으로서 싸워 왔다. 그만큼 주요 부족과의 전쟁에도 경험이 많다는 의미다. 계달은 식인 부족이 얼마나 무서운 자들인지 안다. 그들의 이름만 들어도 몸서리쳤다. 기억 속의 공포로 새겨질 정도의 괴물들을 고작 육십이란 숫자로 사망자 하나 없이 전멸시켰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군사께서 세력을 모으기 위해 거짓말을 하셨군.’ 승전 소식은 으레 과장되기 마련이다. 아군의 사기를 올리고, 적군의 사기를 낮추기 위해서다. 승자가 공적을 높이기 위해 부풀려 말하는 건 이상한 게 아니었다. 그것의 일환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압도적인 승리를 거머쥐었다고 하면 참전할 세력도 늘어날 테니까. 전략 회의에서 주서천을 처음 봤을 때도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아니, 도리어 의심까지 했다. ‘식인 부족이 정말 이자에게 패한 것이 맞는가?’ 어려도 너무 어렸다. 솔직히 말해서 삼십 대의 무인이 승리의 주역이라고 해도 믿지 못했을 거다. 그런데 중원인들 중에서도 특히나 어려 보이는 자가 그 남만의 사제를 이겼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정찰병을 보내 확인해 보니 식인 부족이 지도상에서 사라진 건 확실했다. 하지만 의문이 많이 남았다. 물론 그렇다고 주군인 여리의 목숨을 구해 준 은인에게 가서 무례한 질문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별수 없이 찜찜한 마음을 남긴 채로 사원으로 왔는데 그의 무력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입을 벌렸다. ‘아니, 저 어린 나이에 어찌 저렇게 강하지?’ 전장을 종횡무진하는 검수. 그의 검 앞에선 그 무엇도 방해가 되지 못했다. 전부 일검에 베였다. 맹수의 가죽을 가공한 것도 살과 함께 갈라지면서 피를 흩뿌렸고, 달려드는 늑대의 머리는 주먹질 한두 번에 박살이 났다. 몇 마리, 몇 명이 덤비건 전혀 문제없었다. 그저 그 앞에선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추풍낙엽처럼 쓰러져 가는 야수 부족의 전사. 그것도 한 사람에게 저리 당한다는 게 충격적이었다. 그 외의 무림인들 역시 고강한 건 매한가지였으나, 그래도 수준이 달랐다. 머릿속에서 우레가 쳤다. ‘이길 수 있다.’ 계달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주요 부족! 전장에 나서면서도 불안을 떨쳐 낼 수 없었다. 전력의 차이가 우세하지만 여전히 사기는 낮았다. 대수림 출신이라면 누구나 다 그 이름을 들으면 겁부터 먹는다. 나름 고수인 계달도 바짝 긴장한다. 마음 한구석의 불안감과 패배감. 그게 깊이 새겨져 지울 수 없었는데, 이제는 아니었다. ‘이길 수 있다!’ 두근! 두근! 심장이 뛴다. 밀림도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확신에 가까운 승리. 그 감각에 심취한 계달이 콧구멍을 벌렁거리면서 목청껏 외쳤다. “자, 가자!” 계달이 밀림도를 휘둘렀다. 코앞까지 다가왔던 야수 부족의 전사가 막지 못하고 가슴을 허용했다. 푸슈슈슛! 벌려진 피부 사이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그 사이를 지나치고, 주변의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이 기세다! 이 기세로 야만족에게 천벌을 내려주자!” 계달은 주서천의 등을 보고 희망을 품었다. 거리가 제법 됐는데도 이상하게 눈에 잘 들어왔다. 마치 골목 싸움에서 다 이긴 어린아이처럼, 이 들뜬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드디어 설욕할 수 있겠구나.’ 주요 부족과 숱하게 싸워 왔다. 대부분이 패배였다. 대놓고 모욕을 받으면서 도망친 적도 있었고, 형제처럼 지냈던 수하들이 무참하게 살해된 적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힘이 부족해 피눈물을 흘려 가며 후퇴했다. 계달은 그 원 한을 결코 잊지 않는다. “죽어간 이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내 오늘이야말로 그동안의 숙원을 풀……” 서걱! “……어?” 계달은, 몸을 멈춘 채 생각을 잇지 못했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머리가 상황을 따라가지 못했다. 눈을 껌뻑이다가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파야… … – ? 없다. 적의 숨통을 끊을 칼이 없다. 칼을 쥐고 있던 손이, 팔이 없다. 어깨까지 깔끔하게 잘렸다. 어찌나 깔끔한지, 피 한 방울 흐르지 않았다. 미끄러질 정도의 수준이다. 콰아아아앙! 그리고 뒤늦게 이어지는 폭음. “으아악!” “아악!” “끄아아아악!” 후위에서 수하들의 비명이 들렸다. 그 비명이 멍한 정신을 깨우며,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깨닫게 해줬다. 정면에서부터 휘리릭 소리를 내며 양날 도끼가 맹렬하게 회전하며 날아온 것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자신의 팔을 너무나도 간단히 잘라 버리곤, 그 뒤에 있는 병력 한가운데에 떨어져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검은……” 알고 있다. 단 한 번, 저 도끼를 본 적이 있었다. 그때 저 도끼를 보았을 때, 괴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었다. 악몽이 떠올라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잊고 있었던 사실이 떠올랐다. 야수 부족의 부족장. “물소!” “구오오오오오오오오!” 도끼의 주인, 검은 물소의 울음소리가 전장에 울렸다. 곳곳에서 일어나던 격전이 멈출 정도였다. 딱딱딱! 턱뼈가 부딪치면서 소리를 낸다. 털이 곤두서고,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어대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멈추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이성이 마비되면서 , 본능이 얼른 도망치라고 경종을 울렸다. 구 척에 가까운 거인. 도저히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 체구. 그리고 그 기세는 폭풍과도 같다. 일당백 아니, 일당천에 이르는 기백. 그기백에 몸서리치며 손끝 하나 까딱할 수가 없었다. “살려 주었더니 주제도 모르고 기어오르는구나. 이제 볼 것도 없다.” 쿵쿵. 검은 물소가 걸을 때마다 땅이 흔들린다. 그것이 두려움이 만들어낸 착각인지, 진짜인지는 몰랐다. 뼈로 된 가면 사이로 짐승의 것을 닮은 동공이 타오르는 것이 보였다. 마치 고양이 앞에 생쥐처럼, 꼼짝할 수가 없었다. ‘더 이상 내버려 두는 건 위험하겠군.’ 야수 부족은 대부분이 생각하지 않고 본능에 맡긴다. 그러나 검은 물소만큼은 다르다. 부족의 지도자가 되려면 힘 외에 지성도 요구된다. ‘이대로 두면 후에 부족 간의 기싸움에서 불리해진다.’ 배나 되는 병력이었으나,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하나같이 오합지졸일 테니 경계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니 생각보다 부족의 피해가 심했다. 패배하지는 않겠지만, 숫자가 줄게 되면 독충 부족이나 구희 부족에게 얕보일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구경하던 걸 멈추고 직접 나섰다. 장난은 이제 그만. 야수의 힘을 보여 줄 차례다. “끝이다……” “우린 다 죽었어……” 병사들의 입에서 절망이 흘러나왔다. 팔을 잃은 천인장 역시 암담해졌다. 잊었던 공포. 압도적인 무력. 방금 전에 보여 준 괴성까지. 머리가, 가슴이, 영혼이 말을 듣지 않았다. 저 멀리서 활약을 보여 주던 중원인에 대해서도 잊었다. 저들이 이 난전을 뚫고 이곳까지 오는 데 시간도 걸릴뿐더러, 애초에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었다. “자, 전부 쓸어 주마.” 검은 물소의 몸 위로 시커먼 아지랑이가 흘러나왔다. 넘실거리던 실자락이 하나가 되면서, 두꺼워진다. 특히나 눈에 띄는 건 물소의 거대한 뿔. 마치 그게 악마나 도깨비의 것처럼 느껴졌다. 끝이다. 저 뿔을 본 순간, 살아남는 자는 없었다. 분명, 검은 물소에게 목숨을 잃을 거라고. “구오오오오오!” 쿠구구구구! 검은 물소가 땅을 박찼다. 멧돼지, 아니 물소였다. 먼지구름을 일으키면서, 지면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대기의 벽이 꿰뚫리고 그 뒤로는 돌풍이 불면서 근처에 있는 이들을 피아 구분 없이 날려 버렸다. “아……” 계달은 눈을 감았다. 그 옆과 뒤에 있던 수하들도